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인터뷰
“야. 우린 왜 안 줘?”
“형네는 돈 많잖아요.”
“아니 공평이란 말 몰라? 도대체 어떤 기준이야 이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입이 툭 튀어나온 임도유의 말에 진혁이 방긋 웃었다.
“작년 소득 기준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밴드들만 뽑았어요. 대부분 출자는 우리가 하고 나머지는 문화 체육 진흥 기금으로 나라에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아… 나라에서?”
“예. 문체부 장관님께서…….”
“그 양반이?”
임도유가 고개를 갸웃했다.
문화 체육 관광부, 곽채군 장관.
새 정부가 꾸려진 이후로 문화예술 계통에 지원되던 많은 것을 축소했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삼일절 공연 때의 지원도 그렇고,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이렇게 순식간에 일을 진행한단 말인가.
“너… 뭐 그 양반 약점이라도 잡았냐?”
“약점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꼬장꼬장한 사람이…….”
“지금 한국 전체를 즐겁게 해 주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거잖아요. 그들의 식견을 높이면 공연의 질은 더 높아질 테고, 세계인들은 한국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모여들 테고…….”
“아니. 그거야 맞는 말인데… 그게 그 양반한테 먹힌다고?”
“나중에 정부를 위한 노래 하나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뭐?”
도유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지금 진혁이 말한 부분은 음악인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를 위한 노래라니.
마치 과거 어떤 때를 떠오르게 하는 말이었다.
“너… 그게 어떤 의미인 줄은…….”
“알아요.”
“뭐? 알면서도 그런 약속을 했다고?”
“정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하죠.”
“그래야겠지.”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하는 노래를 만들면 되겠네요.”
“아…….”
분명 진혁은 장관이 원한 부분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단어 그대로의 해석이라면 진혁의 말이 맞기는 했다.
“맞네.”
“그쵸?”
하긴, 저 해맑은 얼굴로 거짓 선동 노래를 만들어 부를 리 없을 테니까.
재미없는 노래를 부를 진혁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정부를 위한 노래.
진혁이 만들게 될 그 ‘국민을 위한’ 노래가 마구 기대되기 시작했다.
아니, 우선은 미국부터.
“야. 미국은 어떻게 뒤집을 거냐? 응? 귀띔이라도…….”
“형.”
“응?”
“오세요.”
“아… 가긴 할 건데…….”
“그럼 끼워 줄게요.”
“어?”
진혁이 입꼬리를 올렸고.
도유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번은 엄연히 초청된 밴드들이 있었고, 그곳에 자신들의 이름은 없었다.
그렇기에 내심 아쉬웠는데…….
진혁의 입에서 끼워 준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니까 보채지 말고요.”
“어? 어! 알았어. 그냥 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넵.”
진혁의 한마디에 머릿속에 맴돌던 모든 궁금증과 호기심들이 모두 흩어져 버렸다.
단지, 자신도 끼게 될 그 역사 깊고 콧대 높은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만나게 될 진혁의 무대가 너무나도 기대될 뿐.
“아. 공연 시간 다 됐다.”
진혁이 등산 모자를 눌러쓰고 통기타를 들었다.
“잘 들어 봐요, 어떤 느낌인지.”
“뭐, 이미 동영상으로 들어 보긴 했다만…….”
도유가 머리를 긁적였다.
목소리도 좋았고, 직설적인 가사들도 괜찮았다.
서툰 연주와 무대 매너는 오히려 그런 다듬어지지 않은 가사들과 어우러지기도 했다.
다만.
과연 진혁의 말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곡인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진혁이었기에 그 기대치가 커서였을까?
사실.
미리 확인해 본 ‘동해 소년’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무대로 향하는 진혁의 등을 조금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갓 잡았다는 회를 한 덩어리 들어 초장을 묻혔다.
이 동네 회는 진짜 살살 녹았다.
* * *
“PD님! 그것도 자를 거죠?”
호텔 비즈니스룸에서 노트북을 노려보던 정태강 PD가 최봄의 말에 스페이스 바를 한 번 더 눌렀다.
편집하기 위해 걸어 놨던 영역이 또다시 재생되며 까까머리 청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 둘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막 흥얼거려 봐요. 그러면서 기타도 튕겨 보고, 그러다 보면 노래가 돼요.
-음악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으셨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공연도 하시고 굉장하네요.
-아… 선생님이 워낙 굉장하셔서요.
-그 선생님이라는 분은 지금 인터뷰가 어렵나요?
-네… 어… 그게… 이유가…….
정태강 PD가 스페이스 바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까까머리 청년의 얼굴이 난처한 표정 그대로 멈춰 섰다.
여기서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땄어야 했다.
이렇게 얼버무려진 대화는 쓸 수가 없었다.
뭐, 동네에서 뮤지션을 꿈꾸던 중년 기타리스트의 감성팔이 사연이라도 얻어 냈어야 했지만, 실패였다.
“이 부분은 일단 자르고…….”
마우스를 움직여 그다음 영역을 클릭했다.
-그럼 이렇게 공연도 하며 프로가 된 이상 뭔가 목표가 있으실 텐데요. 뭐 포부라든가…….
-아. 저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설 겁니다.
-하하. 그건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밴드의 염원이겠네요.
-어… 진짜로…….
-그, 현실성 없이 멀리 있는 것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 있는… 뭐랄까,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거나…….
-제일 가까이 있는 건데요?
-네?
-현실입니다!
-아…….
스페이스바를 다시 눌렀다.
뜬구름 잡듯 막연한 바람이나 꿈을 듣자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 탑 밴드 나비계곡이나 임도유 밴드도 서지 못한 그 축제의 무대에 오르겠다니…….
안 그래도 벼르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대차게 까일 게 분명한 대답이었다.
-아… 그 무대에 오른다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으로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현실성 없는 추상적인 것보다…….
-어? 진짜로 그 무대에 설 건데요?
-아… 일단은 한 계단씩…….
-진짠데…….
정태강 PD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또다시 스페이스 바를 눌러 까까머리의 입을 멈춰 세웠다.
“이것도 못 쓰겠네요…….”
“후…….”
그 라이브 카페의 분위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꽤 좋았다.
다른 지방의 공연들은 관중들도 시큰둥한 경우가 많았고, 뭣보다 위축된 듯한 밴드의 모습이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히곤 했다.
하지만 ‘동해 소년’의 공연은 꽤 독특했다.
누구나 알 법한 포크송으로 시작했고, 그가 서툴게 노래를 시작하면 하나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자신도 참지 못하고 흥얼거렸으니…….
놀자판이 된 그곳에선 무대와 관중석의 경계가 허물어져 모두가 자신만의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최근의 영상들은 업로드되지 않았기에, 이런 분위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전 영상에서는 듣지 못한 그의 자작곡이 흘러나왔다.
분명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도 익숙했고, 친근했다.
그런 느낌을 받으며 귀를 기울였을 때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달싹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오른 기타 코드들.
그의 나이 즈음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통기타를 튕겨 봤었다.
그렇게 한 번쯤 기타를 쳐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끼어들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도구로 탁자를 치며 그의 흥겨움에 동참했고.
자신도 흥에 겨워 발을 굴렀다.
덕분에 프리핸드로 촬영하던 영상들에는 본인의 노랫소리가 섞였고, 마구 흔들려 써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오늘 건 꽤 괜찮은데?’
차에 두고 온 서브 카메라들이 아쉬울 정도였다.
꽤 서툰 공연이었지만.
꽤 신선했고.
꽤 흥겨웠다.
그래서 인터뷰에도 힘을 좀 실었는데…….
“이건, 뭐 써먹을 게 하나도 없네…….”
인터뷰 대부분이 끝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
그래도 편집하면 쓸 만한 부분이 있으려니 했는데…….
“이건 어쩔 건데요?”
최봄이 자신의 태블릿 화면을 홱 돌려 정태강에게 내밀었다.
삼각대에 물려 놓은 메인 카메라.
무대 정면을 향해 세워 놓은 카메라엔 놀자판이 된 사람들에 가려 정작 메인 뮤지션의 모습은 제대로 찍히지도 않았다.
“이건 이 모양이고.”
최봄이 다른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프리핸드로 찍었던 영상이 어지러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소리는 또 어쩐대요?”
분명 녹음하기 위한 마이크를 설치했고, 혹시 몰라 무대 마이크에서도 선을 땄는데…….
“아. 몰라! 무슨 보컬이 마이크를 두고 뒤돌아서 공연해.”
무대 마이크는 물론이고, 따로 설치한 마이크에도 메인 보컬의 목소리보다 관중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녹음되어 있었다.
그 현장에선 너무나도 흥겨웠고, 생각보다 굉장한 분위기였는데…….
“무슨 장날 시장판도 아니고…….”
영상으로 다시 확인한 그 라이브 카페는 엉망진창이었다.
확보한 영상 두 개를 최대한 짜깁기를 한다고 해도, 도저히 방송으로 내보낼 수준이 아니었다.
“이거 내일까지 보내야 하는데요…….”
“알아.”
“야. 오늘도 공연 있다고 했지?”
“어… 벌써 시작하지 않았나?”
서둘러 시계를 확인했고, 후다닥 달리면 한두 곡은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번 같은 레퍼토리라면 초반은 모두가 아는 포크송으로 시작할 터.
“뛰자.”
두 사람이 서둘러 현관을 향해 달렸다.
* * *
임도유는 난장판이 된 라이브 카페 내부를 멍하니 바라봤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봤을 때, 고정 팬들도 있었지만 처음 온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는데…….
그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였다.
관중들은 더 이상 무대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눈까지 감고 열창하는 사람도 있었고, 마주 보며 서로의 무대를 뽐내는 연인도 있었다.
간혹 노래가 바뀔 때 무대를 한 번 힐끗 바라볼 뿐.
이곳의 무대는 관중석이었다.
어차피 메인 무대의 보컬은 뒤통수만 보였고, 별다른 멘트도 무대 연출도 없었다.
마치 판만 깔아 놓고 방관하는 듯.
이미 관중들의 목소리에 뒤섞여 버린 자신의 노래만을 열창할 뿐이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마이크에 입을 대지도 않고 뒤돌아서서 그리 악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입구 쪽이라 가장 멀리 자리한 그의 귀에 또렷이 들리는 음성.
‘와, 목소리 하나는 진짜 타고났네?’
그 왁자지껄한 사이에서도 중심을 잡고 모두의 무대를 인도하는 목소리였다.
‘어? 저 인간이 여긴 왜?’
임도유는 방금 입구에 들어선 남녀 한 쌍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카메라를 주렁주렁 매달고 큼지막한 마이크까지 대동한 그들은 분명 자신이 아는 콤비였다.
* * *
“아… 망했다.”
서둘러 도착했지만, 이미 엉망이 된 라이브 카페였다.
카메라 삼각대를 세울 수도 없었고, 마이크를 설치할 틈도 없이 공연이 끝나 버렸다.
본무대의 공연이 끝났음에도 자신들만의 무대는 끝내지 못한 관중들에 막힌 정태강 PD는 뒷문으로 나가는 동해 소년을 붙잡지도 못했다.
인터뷰라도 다시 따야만 했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터치하는데…….
“여긴 웬일이야?”
“어? 넌 여기 왜 있어?”
이 먼 곳에서 우연히 만나기엔 꽤 유명한 후배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음… 벌써 냄새가 퍼졌나?”
“뭐? 뭔 냄새? 잠깐만 나 바쁘니까… 아! 너 여기 공연한 친구 알아?”
이 유명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시골의 라이브 카페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나타날 리 없었다.
한동안 멈춰 있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잊고 있었던 ‘촉’이 번뜩였다.
‘뭔가 있다.’
고작 아침 방송 꼭지에 쓰기엔 뭔가 너무나도 거대한 기운이 마구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도유 씨!”
“임도유 님!”
오랫동안 함께했던 믿음직한 선임 작가 역시 뭔가를 감지한 듯했다.
“야! 이거 왜 이래? 안 떨어져? 어허! 팔! 에? 선배까지?”
무기력감에 지쳐 가던 콤비에게 있어서 이 ‘촉’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됐다.
간절한 두 눈빛이 임도유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