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진짜 음악
-하… 이걸 쓰라고 보낸 겁니까?
핸드폰 스피커에서 ‘생방송 오늘은 좋은 아침’의 총연출이 이죽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후배의 비아냥거림에도 정태강 PD의 표정은 온화했다.
“어. 쓰라고 보낸 거야.”
-아! 진짜! 대충 하랬다고 정말로 이딴 걸…….
“지금까지 한 거 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선배! 머리 식히는 건 좋은데요. 이건 너무 식혔…….
“내일 방송이 나가면 너의 게시판은 성지가 될 거다.”
-아. 커뮤니티에서 좌표 찍고 까는 성지?
“나중에 이 형님한테 한 턱 쏴라.”
-뭐. 턱주가리 날려 달라고요? 내가 진짜 이 꼭지 시작하고 머리털이 다 빠졌어요! 네? 뭐 이거 바이럴이라도 됩니까? 시청률은 오르겠네! 좌표 찍혀서!
“국장님한테도 말해 놨으니까 네가 가위 대지 말고 그대로 띄워.”
-몰라요! 최봄 이 미친 지지배! 자막은 또 왜 이따위로 넣었대. 얘 술 먹고 작업한 거 아니죠?
“윤 PD님? 스피커폰입니다.”
-아… 거참. 말을 하지… 미친 지지배는 취소.
“취소는 늦었고요! 아무튼 우리 이번 방송으로 꼭지 졸업합니다.”
최봄이 방긋 웃으며 정태강 PD를 바라봤다.
-그건 또 무슨…….
“그런 게 있어, 자식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선배!
“그럼 우린 회의 시작해야 해서 이만!”
정태강의 손이 가차 없이 통화 종료를 눌렀다.
“자, 그럼 우린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정태강과 최봄의 눈이 반짝였다.
* * *
“그래. 미국에 간다고?”
“뭐… 그렇게 됐수, 영감.”
영등포역 구석에서 잔반 냄비를 번쩍 들어 올린 장하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그… 뭐냐 출국하려면 보호 감찰관 신원보증이 필요한데…….”
“다 같이 가는 거야?”
식판을 정리하던 강요셉 신부님이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장하를 바라봤다.
“그게… 의도한 건 아닌데…….”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그런가?”
“신나?”
“그렇게 보여요?”
“엄청.”
“뭐… 재밌긴 한데…….”
장하가 눈가의 상처를 긁적였다.
“같이 좀 오지 그랬어. 묻고 싶은 것도 있고.”
“진혁이요?”
“응.”
냄비를 리어카에 올린 장하가 허리를 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예전 어릴 때와 변함이 없었다.
변함없이 자신감 넘쳤고.
변함없이 엄청난 무대를 만들어 냈고.
변함없이 재밌었다.
다만.
“모든 게 굉장하고 숨 쉴 틈 없이 재밌는데…….”
고개를 돌려 영등포 역사 주변을 바라봤다.
노숙자들에게 밥을 나눠 주느라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던 공간이 조금씩 치워지고 있었다.
진혁을 만난 후, 매일같이 정말로 재밌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어떤 한순간도 버리지 못할 만큼.
아마도 그와 함께한 공연에 참여했던 모두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굉장함이었으니까.
다만, 문득 떠오른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치워지지 않은 잔반들이 널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삼일절 공연 이후 주문진의 방파제에서 숨을 돌리며 그 알 수 없는 기분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묻지 못했다.
“어… 영감.”
강요셉 신부님이 간이 의자에 앉으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말해.”
“후우…….”
신부님의 옆에 앉은 장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궁금한 것과 관계가 있을 것 같구나.”
“그건 모르겠고… 하… 이게 말로 설명이 잘 안 돼서…….”
“음… 그럼 내가 먼저 말해 볼게.”
온화하게 미소 띤 신부님이 깊은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그날 여기서 했던 공연은 정말로 대단했지.”
신부님이 양팔을 쫙 벌리며 바쁜 사람들로 가득한 영등포 역사를 가리켰다.
“난 그날 기적을 만났어.”
“아…….”
장하가 멍한 표정으로 그날 공연이 펼쳐졌던 공간을 바라봤다.
“요새 니들 재밌게 노는 거 보면서 내내 궁금하던 건데…….”
“어떤 부분이…….”
“어째서 그날과 같은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거지?”
“아…….”
강요셉 신부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든 장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치? 영감!”
신부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한 공연이 열렸고,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불도저에 밀릴 뻔한 노회한 마을을 국가 정책까지 뒤집으며 구해 냈다.
세계 최대로 불릴 수 있을 만한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연을 만들어 냈다.
적어도 한국 음악 역사에 길이 남게 될 빅 이벤트가 마구 쏟아진 최근이었다.
그리고 중심에 그 천재가 있었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
그저 굉장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날의 기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바통을 넘겨받은 ‘리버풀의 기적’까지.
그날 이 영등포역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거였네요…….”
“응?”
“처음엔 우리가 다시 뭉쳤다는 것에 흥분했고, 사람들이 우리 무대에 열광하는 것에 취했죠.”
장하가 두툼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저, 아직 실력이 부족한 자신들에게 맞춰 주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공연이 거듭될수록 그 덩치는 더욱 거대해졌고, 자신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진혁이 처음에 보여 줬던 경이로움은 오히려 평범해졌다.
사실 그 엄청난 재능은 결코 ‘평범’의 범주가 아니었지만, ‘기적’이라 불릴 만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진혁이는 아직 진짜 자기 음악을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장하는 그날 영등포역에서 딱 한 번 공연했던 그 곡을 떠올렸다.
대중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
그 음원 그대로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기적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그날.
영등포역의 머리 한구석이 고장 난 이들에게는 구원의 노래였겠지만.
그저 일반인들에게도 그런 감정이 전달되었을까?
제니스가 편곡한 Box-43의 ‘시계태엽’ 역시 ‘리버풀의 기적’이라는 사건과 그들의 유명세가 더해져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런 인지도도 없었던 자신들이 과연 그런 대중성 없는 곡으로 지금 이런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까?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자.
그 찜찜한 무언가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밴드가 결성된 후 그 녀석이 만들었던 곡들은 철저하게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곡들이었어요.”
“아…….”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신부님도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언론에 노출되게 되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자신을 위해 더욱 유명해져야 했고, 가정을 지켜야 하는 상정을 위해 빠른 성과가 필요했으며, 충기는 형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려놓아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나이 먹어 가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음악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을 위한 행보였다고 생각하니, 그리 급하게 달린 것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렇게 밴드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자신들을 놓아 줬다.
억측이 조금 섞였지만.
결과가 그랬다.
“그럼, 이제 달라질 거란 말인가?”
“아마도…….”
장하가 벌떡 일어났다.
“뭐, 이젠 길에서 깡통을 차도, 그 소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명인이 되었으니까. 제멋대로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신부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국에서 노숙인들에게 봉사를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다.
그들이 온전한 삶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금 저 모습으로 평온을 얻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의 현실도피를 도와 왔다.
그러다 그날의 기적을 만났다.
오랜 시간 신앙 생활을 해 오며 그분을 믿고 굳건히 기도해 왔지만, 진짜 기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내심 많은 이들이 그의 기적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던 신부님이었기에, 방금 장하의 말은 기다리던 말이기도 했다.
“나 다음 주부터 안식년 시작이야.”
“어디로 가슈?”
“영국에 들렀다가 이탈리아로 가겠지.”
“어…….”
“아마 마지막 안식년이 될 수도 있어.”
신부님의 눈가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혹시… 짬이 나면…….”
영등포역을 둘러보는 신부님의 시선을 장하가 좇았다.
“에헤이… 바쁜 사람한테…….”
대답과는 달리 장하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 * *
[이거 아침부터 미친 거 아니냐?]└오! 너도 그거 봄?
└뭔 패기가 아주!
└요새 좀 관심 좀 줬더니 아주 대 스타 되셨어.
└제가 무슨 월뮤페에 오른다고!
└완전 스타병 오졌구요.
└나비계곡도 물먹은 페스티벌에 자기가 뭐라고.
└월뮤페 이미 라인업 다 짜이지 않았나?
└당연히 다 짜였지. 공연 얼마나 남았다고. 발표만 남았을걸?
└그나마 차일드 애플은 확정일 거 같긴 한데, 밴드는 무리이지 않나? 하물며 저런 듣보잡이?
└근데 쟤는 왜 저리 뻔뻔하게 구라를 치냐? 것도 공중파에서?
└어그로나 더 끌자는 거지.
└기타도 내가 더 잘 치겠더만.
└야. 근데 걔 공연은 재밌어.
└재미랑은 별개지. 자막 봤냐?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밥 딜런이 될 인재?
└한국 포크 다 죽었고요!
└동해 소년이 월뮤페에 오르면 내가 팬티만 입고 홍대에서 제로투 춘다!
└나도!
└1인 추가!
└근데 공중파에서 편집도 안 하고 저걸 그냥 내보내나? 무슨 너튜브 개인 방송도 아니고.
└하도 까이더니 이젠 막 나가네.
└야. 저거 찍은 사람이 코리아 탑 밴드 PD란다.
└그 PD 정신병원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음?
└우울증 걸렸다는 소리도 있던데?
└아, 그럼 인정. 진짜 미친 거니까.
└PD 문제가 아니지. 동해 소년 쟤 진짜로 올라갈 기세던데?
└막 무대 난입하고 그러는 거 아님?
└괜히 국제적으로 망신이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신선했다.
└근데 이번 월뮤페도 한국 밴드는 없는 거임?
└이젠 우리도 거기 오를 정도는 되지 않나?
└노노, 철저하게 양키들 축제임. 동양인 밴드가 낄 자리는 없음.
└하긴 카폰 레코드가 주최지?
└거기 사장 동양 음악 무시하기로 유명하지. 차일드 애플도 워낙 팬덤이 크니까 어쩔 수 없이 끼워 주는 거야.
└아 인간 밴드는 오를 만한데.
└라인업에 올라 있는 거 아냐?
└인간 밴드는 인정.
└저번 삼일절처럼 제대로 물먹여 줬으면 좋겠다.
└음 나도 진혁느님은 믿는데,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은 급이 너무 달라서. 굉장하긴 해도 아직 신인이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동해 소년 어그로는 신박했다.
└좌표 찍혔음. 방송국 홈피로 ㄱㄱ
└ㄱㄱ
* * *
진혁은 거울 속 모습을 노려봤다.
마흔네 살 얼굴이 무심한 표정으로 마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마흔넷의 기억을 훔쳐보는 열아홉 살 소년인 것인가, 열아홉의 능력이 돌아온 마흔넷의 중년인 것인가.’
친구들이 자신들만의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고, 혼수상태였던 그녀의 눈이 떠졌다.
그간은 빠르게 이루고 싶은 가시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가 지금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마흔넷 진혁의 기억과 그의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음악들.
열아홉 진혁으로선 그저 그럴싸하게 연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거 낯 뜨겁네.”
최근 ‘동해 소년’ 희철의 음악을 들으며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가 자신의 바다를 어떤 꾸밈도 없이 뿜어내는 모습을 보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바다에 대한 그의 진심만큼은 진짜였다.
그렇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호소력 짙은 음악과 목소리였다.
“난 누군갈 애절하게 사랑해 본 적 없어.”
그래서 상정과 같은 달달한 사랑 노래는 만들 수 없었다.
“난 무언가에 중독되어 본 적도 없어.”
그렇기에 충기와 장하가 함께 만들어 낸 좌절과 괴로움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지 못한다.
열아홉 진혁은 세상의 경험이 부족했다.
마흔넷 진혁이 가진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그 감정을 짐작했을 뿐.
중년이 살아온 삶과 그 안에 겪은 모든 것은 기억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그 감정의 진짜 주인은 열아홉 진혁이 아니었다.
거짓된 연기는 언젠가는 들통나는 법이었다.
뭣보다.
진혁 자신이 그것을 허용할 수 없었다.
처음 기억이 돌아오고, 홍대 앞에서 피아노를 쳤던 때가 떠올랐다.
슬픔, 분노.
그때가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내뿜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는 모두 다른 이들의 감정을 짐작했을 뿐.
천천히 눈을 감고 영등포에서의 공연을 떠올렸다.
마흔넷 진혁에게도 존재하지 않은 기억과 경험이었기에, 열아홉 진혁은 온전히 자신의 짐작만으로 그들을 이해하려 했었다.
그날 진혁이 전한 울림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같은 곡으로 Box-43의 제니스는 리버풀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날 제니스의 뒤를 따른 노숙인들은 대부분이 새롭게 태어났다.
진짜 경험이 가져온 깊이 있는 감정의 차이였다.
열아홉 진혁이었을 때는 그저 재미만 있었으면 됐는데.
마흔넷의 기억과 경험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안고 있었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마냥 재밌기만 했던 음악이 좁고 어두운 공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흔넷 가장이 살아온 삶의 기억.
열아홉의 아이가 공감하기엔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재미에, 즐거움에 더욱 집착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기도 했다.
더 강렬한 즐거움이 필요했고.
더 재밌는 상황이 필요했다.
친구들 때문에 빠르게 유명해져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명분이었다.
어쩌면 그 핑계로 복잡한 내면과 맞닥뜨리는 것을 피해 왔는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재밌는 세상을 만들어 그녀를 깨우겠다는 것도, 열아홉 진혁에게 전해진 마흔넷 진혁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녀를 사랑한 건 당신이야, 내가 아니고.”
동일시됐던 의식에 경계선이 그어진 것이었다.
‘당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은 과연 나의 음악인 것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울 속 마흔넷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온전하게 자신의 세상이 보였다.
“음악 없이 살아온 그 23년에 대한 예의는 지켰어.”
어른이 가진 삶의 경험 따윈 남아 있지 않은.
음악적 재능만이 전부인 철부지 열아홉의 진혁이 우두커니 서서 고개를 들었다.
“이제 진짜 내 맘대로 할 거야.”
* * *
“윤… 윤 PD님?”
“왜? 내가 며칠간 게시판 글들 확인하지 말랬지?”
“어… 그… 그게…….”
“아! 뭐! 아주 진짜 똥을 싸도 거하게 싸질러서… 뭐 홈페이지 박살이라도 났어?”
‘생방송 오늘은 좋은 아침’의 총연출 윤동국이 인상을 쓰며 모니터를 노려봤다.
“와… 진짜로 게시판이 터졌네? 후우… 할 일도 더럽게 없는 놈들. 이거 봐. 잉여 인생들이 이렇게 많아요. 그렇게 몰려들더니 결국 홈페이지를 터트렸어! 뭐야 트래픽 초과야?”
조연출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트래픽 초과는 맞는데요… 그게…….”
먹통이 된 방송국 게시판이 치워지고 새로운 인터넷 창이 띄워졌다.
영문으로 된 ‘월드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 페이지였다.
거물급 몇이 포함된 1차 라인업이 발표된 것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라인업 뜨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지랄들 할 줄 알았… 어? 뭐야!”
스테이지들 아래 깨알같이 적힌 공연 순서에 낯이 익은 글자들이 보였다.
바로 한국어였다.
그리고 그 틈새에 며칠 전 얼토당토않은 인터뷰의 주인공도 떡 하니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