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전야제 Part.3
숨이 턱까지 차오른 정태강이 얼른 캠코더의 방향을 고정하고 뷰파인더를 바라봤다.
이런 엄청난 장면을 처음부터 찍지 못하다니…….
놓친 건 놓친 거고 지금부터라도 이 모든 걸 담아야만 했다.
‘괜히 현장부터 스케치하겠다고…….’
멀리 있는 캠핑존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버스킹들을 찍느라 이 엄청난 장면을 놓친 것이었다.
일단 이 부분은 너튜브로 생중계된 영상을 짜깁기로 넣는 수밖엔 없을 것 같았다.
‘저쪽이 더 잘나오… 응? 저 사람은 누구지?’
이 굉장한 광경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인트에는, 이미 자리를 차지한 누군가가 있었다.
녹음용 마이크에 대구경 렌즈와 함께한 DSLR의 움직임을 보니 분명 아마추어는 아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진중한 얼굴로 뷰파인더를 노려보는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애… 앨런?’
다큐멘터리계의 전설이, 렌즈의 조리개를 분주하게 조작하는 중이었다.
* * *
-와, 칼리 목소리 뒤졌다.
-사람들 모인 것 좀 봐. 이게 버스킹이야. 메인 무대야?
-오 갓끼 님 목에 핏대 섰어!
-지금 부르는 노래 뭐임?
-스키드로우임.
-난 조금 전 본조비가 더 좋았음.
-와 유레이시 솔로 들어간다.
-칼리는 또 끼어들고 싶어서 입 달싹거림.
-제니스 속주 미쳤다.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 빠른 거였음?
-노노 진혁느님이 빠르게 가니까 다들 따라가는 거임
-어? 칼리 끼어든다.
-유레이시 째려보는 거 너무 귀여움!
-그래도 저 걸쭉한 목소리가 어쿠스틱에 섞이니까 뭔가 느낌은 있다.
-오… 진혁느님 노래 시작!
-역시 갓끼 님! 칼리가 바로 입 닫네.
-외쳐! 갓끼!
-갓끼!
-갓끼!
-갓끼!
* * *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는 너튜브 영상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중에도 앞자리를 차지해 생생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 주는 스트리머의 채널은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에 버벅거리기까지 했다.
한산했던 그린 에어리어는 ‘시계태엽’이 흐르는 동안,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곡이 끝났고.
네 명의 아티스트가 눈을 맞췄다.
이렇게 많이 모였으니 그냥 끝내기는 아쉬웠다.
동양의 천재가 활짝 웃으며 기타를 바로 잡았다.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그가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연주에 제니스가 따라붙었다.
마치 너도 끼라는 듯 비워 놓은 악보에 유레이시가 음표를 그렸다.
전 세계의 록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명곡들이, 어쿠스틱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중이었다.
마이크도 없었고, 소리를 증폭시키는 그 어떤 것도 없었는데, 사람들은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그들의 소리가 직접 닿지 않는 공간의 사람들은 너튜브를 보며 현장을 즐겼다.
현장과 너튜브의 딜레이는 약 2초 정도였고, 그랬기에 환호와 박수는 뒤로 갈수록 두 박자 느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의 환호는 마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어? 저거 뭐야!”
“와, F-150 랩터 맞지?”
“뒤에 설치된 스피커 장난 아닌데?”
“저거 칼리 차 아냐? 예전에 차 튜닝하는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만들었던 차!”
“그래?”
“응! 저걸로 마이애미에서 공연도 했었잖아!”
“대박!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나?”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너튜브로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엄청난 크기의 자동차를 피해 좌우로 갈라졌다.
* * *
“야…….”
“응…….”
멍하니 그들의 버스킹을 바라보던 장하와 상정이 서로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맞아.”
“저런 표정도 있었구나.”
“그간… 답답했을까?”
최선을 다해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끌어 올리는 목소리.
언제나 여유로웠던 자신들의 리더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 천재라 불리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역량 이상을 뿜어내며 덤벼 대는 중이었으니까.
“굉장하다.”
“정말로…….”
진혁이 숙제를 내듯 박자를 뒤틀었고, 제니스가 미소 지으며 따라붙었다.
약간 늦었지만 유레이시의 손도 바쁘게 움직여 호흡을 같이했다.
갑자기 굵은 줄을 잡아 뜯으면, 기다렸다는 듯 칼리가 목을 긁어 댔다.
매 순간이 위태했지만.
그들 모두는, 진혁의 변화무쌍하고 즉흥적인 편곡을 제대로 따라잡을 천재들이었다.
진혁이 아이처럼 웃었다.
제니스도 입꼬리를 올렸다.
칼리가 심통 가득한 목소리를 질러 대자 자신의 파트를 뺏긴 유레이시가 노려봤다.
녹색으로 가득한 캔버스에 저마다 자신의 색을 뿌려 대는 중이었다.
너무나도 강렬한 색들이라서 섞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들이 필사적으로 어울렸다.
그리고 세상에 더는 없을 굉장한 색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절대, 즉흥이라고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그들 사이에서의 진혁은 더욱 빛이 났다.
“너 저거 따라갈 수 있겠냐?”
“무리지.”
“얼마나 저렇게 놀고 싶었을까.”
“왠지 미안하네…….”
언제나 자신들이 따라올 수 있는 거리와 속도를 유지했어야만 했던 리더를 떠올리자,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제니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진혁의 고음을 더욱 부추겼고, 유레이시의 맑은 목소리가 청아하게 울리자 기타를 잡은 손은 더욱 바빠졌다.
거기에 칼리가 지르는 거칠고 무거운 음성이 모든 이의 노래를 덮으려 하면, 여지없이 더욱 묵직한 중저음으로 맞받았다.
천재들의 도전 어린 도발에 일일이 상대하는 진혁의 표정은, 마치 고대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상기됐다.
상정과 장하는 그런 진혁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그가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들이었음에 입술을 살짝 물었다.
“우리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당연하지.”
다시 그의 옆에 떳떳하게 서기 위해선, 절대로 ‘보통’ 잘해서는 안 됐다.
* * *
진혁의 즉흥적인 편곡에 감탄하며 목울대를 움찔거리던 칼리는, 자신들의 기타에 집중하며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제니스와 유레이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내 베이스만 있었어도…….’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자신이 가진 악기는 목소리뿐이었는데, 아무리 막 나가는 자신이더라도 감히 진혁의 노래에는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노래할 때면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은 자꾸만 움찔거렸고, 입도 마구 달싹였다.
‘도대체 이 자식은 언제 오는 거야.’
어정쩡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박자를 맞추던 칼리가 시선을 돌려 관중들의 끝을 바라봤다.
사람들을 가르며 등장한 자신의 애마를 확인하자 초조해하던 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 * *
“예! 주시하고 있습니다. 예! 규정에 벗어나는 상황이 일어나면 바로 대처하겠습니다.”
그린 에어리어를 맡은 현장 진행요원 팀장 브랜든이 짐짓 인상을 쓰며 팀원들에게 눈짓했고, 건장한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자 이 소동의 원인인 네 명의 아티스트를 노려봤다.
얼굴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지만, 팔짱 낀 그의 손가락은 움찔거렸고, 워커를 신은 그의 발도 박자에 맞춰 바닥을 때리는 중이었다.
자신의 위치만 아니었다면 관중들의 환호에 동참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지금 펼쳐지는 이 즉흥 공연은 정말로 환상적이었으니까.
지금까지 투입된 현장 중 아무런 전자 장치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이게 했던 공연이 있었던가?
심지어 저 뒤쪽에선 이들을 직접 보지도 못할 텐데, 계속해서 사람들은 몰려들고 있었다.
이제 곧 메인 스테이지 쪽에서 폭죽이 터질 테고,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었다.
현장요원의 특권으로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던 브랜든이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위쪽에선 이 공연이 달갑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어떤 빌미라도 생긴다면 바로 움직여야만 했다.
명령에 따라야만 하지만, 웬만하면 폭죽이 터지기 전에 탈 없이 이 공연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팀장님!”
“왜?”
“저기…….”
“응?”
팀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브랜든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 특별하게 제작된 저 거대한 F-150 랩터의 주인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시 버스킹 방향을 바라보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칼리가 보였다.
“모두 긴장해.”
“예!”
“만일 저 차의 스피커가 울리면 바로 제지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직원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심정일 것이었다.
제발, 소리만은 내지 말길…….
자신의 손으로 이 굉장한 공연을 중지시키는 상황만큼은 결코 겪고 싶지 않았다.
여기저기 핸드폰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스트리머들을 바라봤다.
세계 수많은 시청자에게 먹게 될 욕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옷깃을 올려 조금이라도 얼굴을 가리려 노력하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긴장한 팀원들의 모습을 확인한 브랜든이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자신의 워커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 * *
사람들을 가르며 천천히 다가오는 자신의 애마를 바라보던 칼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 같지 않은가?
어설프게 목소리만 보탰던 그 순간들은 이런 굉장한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련이었던 것인가.
칼리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양팔을 활짝 펴고 사람들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칼리의 움직임에 사람들의 사이가 벌어졌다.
‘아… 마치 연출한 듯한 이 광경.’
칼리의 턱이 올라갔고.
아주 천천히 걸으며 집중된 시선을 만끽했다.
스테이트먼트사에서 제작한 800W급 우퍼가 네 개, 15인치 트위터가 여덟 개, 16인치 미드레인지가 여섯 개.
저 차에 설치된 사운드 시스템만으로 마이애미 해변을 장악했었다.
자신의 애마가 도착한 이상 이깟 숲을 뒤집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다음 곡을 준비하다가 동작을 멈춘, 세 명의 어쿠스틱 연주자를 바라봤다.
멍하게 바라보는 제니스와 유레이시에게 윙크한 뒤, 이 엄청난 연출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해 줄 주인공에게 손을 뻗었다.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손의 방향을 바꿔 바로 앞에 도착한 애마를 가리키자.
그 위로 굉음과 함께 쏘아 올려진 폭죽이 펑 하고 터졌다.
속으로는 화들짝 놀랐지만.
마치 자신이 연출한 듯 양팔을 활짝 펼쳤다.
‘아… 하늘도 나를 돕는구나.’
“칼리!”
조수석 창문에 튀어나온 베이스 기타를 손에 쥔 칼리가 진혁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이제부턴 그와 나만의 시간이다.’
방긋 웃는 그가 한 걸음 움직이며 베이스 기타의 현을 튕기자.
두둥!
네 개의 우퍼가 거대한 떨림과 함께 굉음을 내뿜었다.
저 멀리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 소리까지도 잡아먹을 정도의 엄청난 소리였다.
* * *
-놔! 놓으라고! 절대 날 막을 수 없어!
애처로운 목소리가 카메라에서 흘러나왔다.
머리를 맞대고 뷰파인더를 함께 보던 정태강과 앨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칼리만 아니었으면 더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그러게요.”
“흠… 그쪽에서 찍은 장면도 괜찮게 나왔네요.”
“뭐, 얻어 걸린 거죠.”
“그럼, 한국의 KSB에서 방영되는 건가요?”
“기획안은 올라갔고, 분량 보고 편성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저는 디스카버리와 넷플럭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필름은 어느 정도나 확보했습니까?”
“사실… 조금 늦게 시작해서…….”
정태강이 머리를 긁적였다.
소스나 공유하자는 마음에 접근했는데, 이미 하늘 아래 음악 축제부터 장면을 담기 시작했다니…….
공유가 아니라 구걸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주문진에서 확보한 장면과 여기 오기 전에 연습하던 부분은 있습니다.”
“아… 그래요?”
앨런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리했다.
조금 열린 가방 틈으로 몇 개의 외장 하드가 보였다.
분명 엄청난 양의 영상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정태강이 침을 꼴깍 삼켰다.
“어… 그의 어린 시절을 취재한 파일도 조금…….”
가방에 카메라를 넣던 앨런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90년도 말에 기록된 십 대 때의 영상도…….”
앨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긋 웃었다.
“그건 좀 탐나네요.”
그나마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가 먹혔음에 정태강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대가 흔들렸을 때 쐐기를 박아야 했다.
“어떻게… 같이…….”
“네. 같이해 보죠. 대신 편집 때 메인은 제가 맡습니다.”
“아… 물론입니다!”
앨런이 내민 손을 정태강이 덥석 잡았다.
* * *
“아니, 시간을 이렇게 갑자기 당겨도 되는 거야?”
저 멀리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던 크리스 제리가 투덜거렸다.
비포장 도로에 진입한 차가 자꾸만 덜컹거렸다.
네덜란드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바로 날아오느라 컨디션도 조절하지 못한 그였다.
여유롭게 움직이려고 했는데, 갑자기 변경된 일정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다온, 너는 괜찮아?”
“응?”
“뭔데 그렇게 재밌게 봐?”
“칼리가 잡혀갔어.”
“뭐? Red lizard의 칼리?”
“응.”
“무슨 소리야?”
크리스가 다온의 핸드폰을 바라봤다.
화면에는 진행요원들의 통제에 흩어지는 사람들의 영상이 어지럽게 나오고 있었다.
“아저씨가 왔어.”
“누구?”
다온이 손가락 두 개씩을 펴서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까딱이자.
“래빗?”
크리스의 눈이 동그래졌고.
“그래서 말인데…….”
다온이 상큼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