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Welcome to World Music Festival
“으음…….”
이안이 힘겹게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
‘아… 차에서 잠들었었구나…….’
욱신거리는 어깨를 주무르고, 부스스한 머리를 긁었다.
정말로 깨기 싫은 꿈이었다.
제니스와 유레이시가 기뻐하며 자신이 만든 기타를 받았고, 그 무명인 줄 알았던 동양인 기타리스트의 정체가 ‘래빗’이었다니…….
개연성 따위는 싹 무시하고 행운만이 마구 쏟아진 엉망진창의 꿈이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행복한 꿈이었다.
정신이 들었으니 얼른 그래스 밸리를 향해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꿈을 꿨으니, 어마어마한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잠을 자기 위해 젖혀 두었던 2열의 시트를 제자리로 올리고, 트렁크를 바라봤다.
“어?”
있어야 할 기타 케이스 세 개가 보이질 않았다.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뛰쳐 나오니.
[Welcome to World Music Festival]하늘 위 거대한 애드벌룬이 그를 반겼다.
‘아…….’
이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기분 좋은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볼을 꼬집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았다.
깨고 싶지 않았으니까.
비록 꿈일지라도, 신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꿈속에서도 잠을 자다니.
참 실감 나는 꿈이다.
* * *
너튜브 실시간 조회 수 통계를 살펴보던 스테빈이 흡족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전야제 오프닝을 장식했던 플록스 영상의 조회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었고, 그 눈엣가시 같던 그린 에어리어의 버스킹 영상을 까마득히 앞지른 상태였다.
전야제를 앞당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플록스의 마지막 곡이, 떠들썩했던 그 버스킹을 완전히 지워 버린 것이었다.
이곳저곳 커뮤니티에서도 플록스와 관련된 게시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노래의 피처링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한국에서 날아온 그에 대한 언급은 간혹가다 하나씩 보일 정도였다.
‘내가 너무 과민했던 건가.’
플록스의 노래 하나로 지워지는 존재감이라니.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지.’
그 음색을 떠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플록스의 디제잉을 이끌었던 그 피처링은 정말로 예술이었으니까.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 환상적인 허밍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이런 대어가 갑자기 나타나다니.’
애써 외면하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한국의 음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아이돌에 가려져 그 진가를 보이지 못했을 뿐, 이번에 쏟아져 나온 밴드들의 실력은 그저 그런 요행은 아니었다.
그 선두에 선 ‘Human being’의 보컬이 떠올랐다.
그 나이대에 가지기 힘든, 아름다운 미성부터 거칠고 파워풀한 하드 메탈 까지, 그 넓은 음역대는 정말로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저히 한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냈다.
정말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것만큼은 인정해야만 했다.
미간을 좁힌 스테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맑고 정교한 음색.
밀고 당기는 감칠맛 나는 리듬은 플록스의 믹싱 머신을 통해 완성되었겠지만, 그 원음만큼은 정말로 예술이었다.
적어도, 어제 들었던 맑은 음역만큼은 ‘Human being’의 그 천재와도 나란히 할 만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알려지지도 않은 신인이라니.
오프닝부터 숨은 다이아몬드를 찾아낸 것이다.
창에 비친 흡족한 표정의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스크린의 시간을 확인했다.
9시 50분.
삐.
탁자 위의 인터폰이 울렸다.
-회장님, 10분 전입니다.
“그래.”
창밖.
무대를 향해 움직이는 인산인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게 세계 최고의 축제지.’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에는 거대한 무대들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치욕은 이미 지웠다.
세계에서 그 어떤 음반 회사가 이 정도 규모의 축제를 열 수 있단 말인가.
어느 한 무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각 무대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을 바라보던 그가 활짝 웃었다.
삐.
창틀에 올린 손에 힘이 들어갔다.
-5분 전입니다.
“그래.”
사운드와 조명들을 체크하는 각 무대의 책임자들이 제각각 신호를 보내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무대에 올랐다.
치칙.
인터폰 옆의 무전기에서 잡음이 들려왔다.
-마지막 체크합니다.
모든 무대를 총괄하는 크라울리의 목소리였다.
책임자들이 각자의 무전기에 집중하며 무대를 내려갔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스테빈이 양팔을 활짝 폈다.
-파이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거대한 애드벌룬에 매달려 있던 풍선들이 동시에 터졌다.
무수히 많은 형형색색의 색종이가 초원 전역에 쏟아졌고.
-Welcome to World Music Festival!
모든 무대의 스피커에서 축제의 시작을 알리자.
청록색의 넓은 초원이 수십만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 * *
“무슨 말인지 확실히 이해했지?”
“네.”
해맑게 대답하는 진혁을 바라보며, 황지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야. 얼굴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어. 아니지. 이해는 했지만, 그다지 심각하다는 걸 모르는 얼굴이야.”
“진짜로 이해했다니까요?”
“얼굴이 아니라고! 안 되겠다, 유장하!”
“네.”
“네가 책임지고 진혁이 따라다녀. 어디서 사고 안 치게.”
“에이… 무슨 애도 아니고…….”
상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황지선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놈들이! 자기들끼리 차 타고! 응? 사람들 걱정이나 시키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응? 다들 새크라멘토에서 기다리는데 자기들만 먼저…….”
“철저하게 감시하겠습니다!”
장하가 우람한 팔을 진혁의 어깨에 올렸고.
“잘해라! 너희들!”
“네! 누님!”
충기와 상정이 허리춤을 잡았다.
“아무튼, 우리 공연하는 날까지 어디서 일 터지면 안 된다.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장하, 너만 믿는다.”
“네!”
물리력으로는 전 세계 상위 1%에 들어가는 수컷의 우렁찬 대답에 그제야 마음이 놓인 황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재밌게들 놀고, 있다 저녁에 보자!”
어차피 공연은 3일 차에 몰려 있었다.
그때까지는 마음껏 즐겨도 괜찮았다.
초원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태평양을 건너 날아온 한국의 대표 밴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저 열기 속으로 달려간 지 오래였다.
“우리도 갈까?”
“오케이!”
말썽꾸러기 중년인 사인방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천진난만하게 달려가는 아저씨들을 바라보던 황지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고, 허리야.”
아무래도 어제 전야제 때 너무 무리한 듯했다.
허리를 조금 두드리던 황지선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나도 간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돈해 묶은 그녀도 통통 튀는 걸음으로 움직였다.
* * *
한국시간 새벽 2시.
[오! 드디어 시작이네!]└아… 졸리다.
└조금만 버텨!
└초반에 메인이 누가 있었지?
└일단! Red lizard!
└아! 칼리!
└우리 시간 새벽 4시쯤 등장할 예정.
└어제 사고는 쳤지만, 의리상 칼리까지는 응원해 줘야지.
└이번에 발표한 앨범 미쳤더라.
└걔가 좀 또라이긴 해도 음악은 제대로지.
└유레이시도 있네. 크리스탈 스테이지!
└그건 우리 시간으로 오전이다. 아홉 시쯤.
└아! 시차 진짜!
└칼리 보고 잠깐 눈 붙이고, 유레이시 보면 되지!
└나는 일단 낮잠 두둑이 자 놨음.
└다들! 파이팅!
└진혁느님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름!
└맞아!
└아… 어제 그 엄청난 실시간 버스킹을 놓치다니…….
└야, 근데 플록스는 언제지?
└거기 시간으로 저녁 7시.
└그럼 아침 열한 시쯤인가?
└그럴 듯.
└나도 플록스가 기대됨.
└어제 그 노래 아직도 흥얼거리는 중.
└아무튼 다들 파이팅이다!
└갓끼 님 찾으면 무조건 공유하기!
└커피 한 잔씩 하고! 월뮤페!
└월뮤페!
└갓끼 님 찾기 시작!
* * *
“음악 축제는 처음이야?”
사람들을 헤치며 메인 무대로 향하던 창명이 희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그… 이것도 축제인지는 모르겠는데, 해안가 공연 때 북양양 나들목에서 한 번…….”
“그래? 거기가 박재경 밴드였나?”
“예. 맞습니다.”
“그때 엄청나게 모였었지…….”
“제가 그 공연 보고 통기타를 샀습니다!”
“아… 그래?”
“네! 제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창명이 방긋 웃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무대.
그런 엄청난 무대에 올라 노래했을 그들을 떠올리니 부러운 감정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몇십만 명.
그 굉장한 인파를 앞에 두고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까.
주위를 둘러봤다.
잔뜩 들떠 흥분한 사람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아침에 핸드폰으로 확인한 축제 현황이 떠올랐다.
“오늘 여기 들어온 관객이 50만 명은 넘을 거야.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고.”
“와…….”
“그중에 80%는 메인 스테이지와 세컨드 스테이지에 몰릴 거야.”
“아…….”
“나머지 20%가 서드와 마이너로 퍼지는데…….”
메인 무대로 향하는 동선을 살피던 창명이 낮게 한숨지었다.
보통 도심에서 열리는 작은 록 페스티벌은 한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 가곤 했었다.
관객들이 따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인지도가 떨어지는 팀들도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었다.
조금 규모가 있다고 해도, 각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편하게 동선을 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도록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 월드 뮤직 페스티벌은 조금 달랐다.
창명이 거대한 메인 스테이지들을 차례로 바라봤다.
각 스테이지끼리도 상당히 거리가 있었는데, 아마도 각 사운드의 간섭을 염두에 둔 배치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메인 스테이지들이 거대한 만큼, 꽤 먼 거리에 자리한 세컨드 스테이지들이 보였다.
거기 까지는 걸어서 움직이는 데 부담되지 않는 거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멈춰 있는 서드 스테이지.
메인 스테이지의 준비 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들르기엔 너무 멀었다.
멈춰 뒤를 돌아봤다.
“하아…….”
저 멀리 있을 마이너 스테이지는 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무대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시설조차 철저하게 메인 스테이지 위주였고, 나머지는 들러리나 마찬가지였다.
규모는 세계 최고였지만.
결국, 축제의 중심은 메인이었다.
“이거… 우리가 서게 될 무대 앞 관객은 오백 명을 넘길까 모르겠다.”
“와! 진짜요?”
화들짝 놀란 희철의 외침에, 창명이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창명에게 다가오는 오백 명과 희철이 느끼는 오백 명은 확연하게 다른 의미인 듯했다.
“아… 또 떨린다…….”
“후우… 희철아, 이런 곳에서 오백 명은…….”
“마흔여덟 명.”
“응?”
“제가 공연하던 라이브 카페 최고 기록입니다!”
“아…….”
“잠시만요! 갑자기 울렁거려서…….”
희철이 잠시 멈춰 배를 어루만졌고, 그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 창명이 입술을 살짝 씹었다.
만일, ‘그’의 존재를 알리기만 해도, 관객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었다.
그 짧은 기간, 세계 음악계에 굵은 획을 그은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전면에 나서 준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한국 스테이지로 모을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수만 명 정도는 저 거친 오솔길을 따라 마이너 스테이지를 찾을 것일 터.
그 누구보다 굉장한 이벤트들을 쏟아 냈던 그가 이번엔 너무 잠잠했다.
“야… 너 너희 선생님한테 뭐 들은 거 없냐?”
“네?”
“뭐, 우리 공연 얘기라든가…….”
“어… 저 여기 와서 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났는데요?”
“아…….”
창명이 조금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이 앞의 순박한 강원도 청년은 한국 대표 중에서 가장 불쌍한 처지일 수도 있었다.
“아시잖아요, 저 방치당하는 거.”
“알지… 잘 알지.”
안쓰러운 눈빛의 창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전에 그 말은 하셨어요.”
“응?”
“마지막 날, 한국 포크 록은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고…….”
“아…….”
아마도 그저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일단은 즐기자!”
“네!”
“여기서 공연하는 밴드가 내가 좋아하는 밴드인데…….”
이제 막 준비를 끝낸 무대에 조명이 반짝였다.
삐.
창명이 가장 보고 싶었던 스웨덴 밴드 ‘vitaminera’가 활짝 웃으며 등장했다.
-Welcome everybody.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에 관객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와…….”
주변을 둘러보던 희철의 눈이 동그래졌다.
“분위기 장난 아니지? 너도 있는 대로 소리 질러!”
“진짜 그래도 돼요?”
“응. 너 나중에 노래할 때 무리만 안 가게! 여기선 당연한…….”
희철이 입을 열었고, 창명이 화들짝 놀라며 귀를 막았다.
* * *
스웨덴의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 ‘vitaminera’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팀이었다.
북유럽은 원래 헤비메탈과 데스메탈이 강한 지역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한 밴드였다.
여성의 목소리로 거친 그로울링 창법을 소화해 낸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고.
헤비메탈계의 수많은 남성 보컬을 압도해 버린 우렁찬 성량과 거친 목소리로 세계 데스메탈 팬들을 사로잡은 밴드였다.
“Welcome everybody.”
짐승과도 같은 거친 목소리와는 딴판인, 상큼한 얼굴의 ‘샬롯’이 활짝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무대가 떠나갈 듯한 함성에 흡족한 표정으로 멤버들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드러머의 신호를 기다리는데.
-우와아아아아!
관객들의 커다란 함성을 집어삼킬 정도의 엄청난 목소리가 갑자기 등장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누가 관객석에서 앰프를…….’
그녀의 미간이 좁아졌다.
절대, 생목소리는 아니었다.
‘매너가 엉망이네.’
관객들의 시선도 그 목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돌아갔고.
마치 호수에 조약돌이 하나 던져진 듯, 작은 파장이 일었다.
그 물결의 중심을 살핀 샬롯의 미간이 펴지며 눈이 동그래졌다.
그곳엔 어떠한 전자 장치도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까까머리만이 보일 뿐이었다.
샬롯이 이를 악물었다.
남자들을 압도하는 성량 하나로 이 자리에 올랐다.
목소리만큼은 절대로 질 수 없었다.
기타 소리가 울렸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소리로.
그 엄청난 함성에 화답했다.
* * *
[서드 스테이지에 저 까까머리 동해 소년 아님?]└맞는 듯. 옆에 창명 있잖음.
└대박. 좀 전에 그 시끄러운 함성 중에 쟤 목소리만 들렸었음.
└무대에 있는 여자 보컬도 놀란 듯 보임.
└진짜 이 목소리 뭐냐?
└주문진에서 공연 봤던 사람 등장 좀 해 봐.
└목청 하난 진짜 국가 대표다.
└그건 됐고, 무대 위에서 깜짝 놀란 저 이쁜 누나는 누구냐?
└찢어진 망사 스타킹 최고!
└완전 내 취향!
└누나 나 죽어!
└또 선 넘네, 이놈들.
└스웨덴 데스메탈 밴드네?
└데스메탈?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장르군.
└근데, 진짜 귀엽게 생기긴… 왁! 깜짝이야! 목소리가 뭐 저래?
└남자 아님?
└저게 그로울링 창법이라는 거다.
└무슨 짐승이야?
└저게 진짜 데스메탈이지.
└근데, 저 누나 이마에도 핏대 섰는데?
└원래 저렇게 필사적으로 부르는 거냐?
└어디 노려본다.
└와 눈빛 살벌하네!
└목소리 진짜 쩐다.
└이거 지렸다.
└누나 나 죽어!
└그냥 시끄러운 줄 알았는데, 데스메탈도 장난 아니다.
└스웨덴 누나 최고!
어쩌다.
자신이 가진 성량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 샬롯은.
지금까지 밴드 인생 중 최고의 목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조금 전 그 파장의 중심을 노려보며.
* * *
“어? 메인에 칼리 올라갈 시간이다!”
“그래?”
“Red lizard를 놓치면 안 되지!”
“얼른 가자!”
이곳저곳 기웃대던 사람들이 서둘러 ‘다이아몬드 스테이지’를 향해 달렸다.
이미 Red lizard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짙은 선글라스를 쓴 칼리가 대형 스크린에 가득 찼다.
언제나처럼 거만하게 미소 짓는 그의 입술이 조금 터져 있는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