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껍질
“아… 제니스.”
아티스트 대기실 앞 소파에 묻혀 있던 ‘헨리 찰스 데이비드’가 지친 기색으로 제니스를 반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헨리 왕자님.”
헨리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까지 그러지는 말자.”
“뭐, 제가 불편해서요.”
“명령이야.”
“흠…….”
“편하게 하자.”
“후회하실 텐데…….”
제니스가 못마땅한 듯 시선을 피하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유레이시 공주님께서는… 음… 유리는?”
“보다시피.”
유레이시가 가장 따르는 사촌 오빠도 대기실에서 쫓겨난 듯 보였다.
“이렇게까지 날카로운 유리를 본 적이 없어.”
“충분히 이해돼. 예상했던 일이야.”
덤덤한 제니스의 대답에 헨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와서 그런 건가?”
“뭐, 반쯤은?”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해 온 음악에 대한 고찰.”
제니스가 굳은 표정으로 문고리를 노려봤다.
“아마도, 유리는 지금 엄청난 싸움을 하는 중일 거야.”
“싸움?”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던 음악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
헨리가 고개를 저었다.
“유리의 음악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 냈던 것들이지.”
“이봐, 제니스!”
“헨리,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
제니스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는 헨리 왕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간은 제니스 자신도 공범이 되어야 했지만, 유레이시가 마음을 굳힌 이상 어차피 한 번은 겪었어야 했을 일이기 때문이었다.
차갑게 식은 제니스의 눈빛에 헨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든든했던 조력자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번 싸움으로 유리는 굉장히 힘들어질 수도 있어.”
“…….”
“헨리, 당신도 책임져야 해.”
“…….”
“그 껍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건 당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영국을 대표하는…….”
“변명일 뿐이야.”
“우리 왕실은…….”
“쯧!”
제니스가 불쾌한 듯 혀를 차며 헨리의 말을 끊었다.
“왕가의 혈통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
“제니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는…….”
“열다섯 살짜리 어린 여자아이가 자신만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는데, 그마저도 묵살할 정도로?”
“…….”
“피 색깔이 뭐, 황금색이라도 돼? 우리와는 다른 공기를 마시고 있나?”
애써 외면하며 잊으려 했던 과거가 튀어나오자, 헨리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당신도 방관자일 뿐이야.”
“제니스…….”
“나도 지금까지는 그랬고.”
“…….”
“그냥 피해서 될 일이 아니었어.”
“하지만…….”
“당신들이 틀린 거야.”
더 듣기 싫다는 듯 제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난 지금 저 안으로 들어갈 거고, 저 꼬맹이의 싸움에 끼어들 거야.”
문고리를 잡은 제니스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어느 편을 들어줄지는 예전에 이미 정했어.”
제니스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헨리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어디, 당신도 왕실의 권위를 내세우며 눌러 봐,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힘없이 고개를 젓는 그를 바라보며 제니스가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다른 귀족들처럼 권위적이었다면 더욱더 날카로운 말들로 할퀼 수 있었을 텐데…….
대영제국 황실의 후계 서열 3위.
언젠가 전 세계 56개 영연방의 황제가 될지도 모르는 사내는…….
리버풀 뒷골목 거렁뱅이의 무례함을 꾸짖지 않았다.
“후…….”
제니스가 잠시 심호흡했다.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헨리 왕자님.”
문고리를 비틀었다.
* * *
“이번엔 미리 가 있자!”
“크리스탈 스테이지지?”
“30분 정도 남았네.”
핫도그 하나씩을 손에 든 진혁과 친구들의 머리가 구겨진 지도에 모였다.
“저쪽이다.”
“가자.”
장하와 충기가 앞장섰고, 진혁이 그 뒤를 따랐다.
상정은 그런 진혁을 감시하며 뒤늦게 걸음을 옮겼다.
언제 어디서 튀어 나갈지 모르는 친구라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진혁아.”
“응?”
“어제 버스킹에서 유리가 처음에 불렀던 노래, 예전에 K2 리조트에서 네가 손봐 줬던 곡이지?”
“맞아.”
“내가 사실은 예전부터 유레이시 팬이었거든?”
“응.”
“그때 리조트에서 들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제 버스킹에서는…….”
갑자기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은 상정이 미간을 좁히며 머리를 긁었다.
“뭔가 답답했지?”
“아! 맞아.”
진혁이 딱 알맞은 표현을 말했고, 즉시 동의한 상정이 걸음을 멈췄다.
정확한 답에 속은 시원했는데, 또 다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혁이 편곡했고, 그 유레이시가 부른 곡이었다.
그런데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니?
뒤를 돌아본 진혁이 방긋 웃었다.
“이제야 눈치챈 거 같더라.”
“응?”
“지금까지 자신이 불러 온 노래들이 사실은 가짜였다는걸.”
“아…….”
유레이시가 처음 등장했던 때부터 그녀의 노래를 들어온 상정이었다.
인형같이 예쁜 외모에, 영국 왕실의 직계 혈통이라는 엄청난 배경까지, 게다가 노래도 굉장히 잘했다.
데뷔 첫 앨범부터 주목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언제나 단정했고, 맑았으며, 기품이 있었다.
그녀가 만든 밝은 음악들은, 일상에 지친 상정에게 큰 위로가 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가짜라고?”
“그녀는 지금 그렇게 밝지 않아.”
“…….”
“그녀를 속이며 감싸고 있던 그 껍질이 밝은 거지.”
진혁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리조트에서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알았어. 무조건 밝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졌거든.”
과장된 밝음.
진혁의 말에 그간 들어왔던 그녀의 노래들을 다시 떠올렸다.
아주 조금 부자연스러웠던 밝음은 그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삐걱거림이라고 여겼었는데…….
그렇다면 껍질 속의 그녀는 뭘 숨기고 있었던 걸까?
“그랬구나…….”
“근데, 그걸 알아 버렸으니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너… 설마…….”
“맞아. 어제 함께 기타 치면서 살짝 알려 줬거든. 눈치 좀 채라고.”
상정이 멍한 표정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그때 리조트에서 줬던 힌트가 너무 약했었나 봐. 좀 더 일찍 알아채길 바랐는데, 어제 겨우 눈치챘더라고.”
상정은 풀밭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 노래 부르던 그녀를 떠올렸다.
일어났을 때, 그녀의 옷엔 흙과 낙엽이 마구 붙어 있었다.
그간의 완벽할 정도의 단정함과는 상반되는 장면이었다.
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음악의 정체성이 갑작스럽게 흔들렸다면, 그 충격은 상당할 것이었다.
“유리 어떡하냐. 공연이 코앞인데…….”
진혁이 상정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괜찮아.”
“응?”
“눈치챘다는 건, 이미 그 껍질에 금이 갔다는 거거든.”
저 멀리 크리스탈 스테이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돼. 금이 간 껍질은 상당히 약하거든.”
거대한 무대에선 빌보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이햄’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곧, 유레이시가 올라가게 될 무대였다.
“난 유리를 믿어.”
진혁이 활짝 웃었다.
* * *
구석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던 유레이시가 고개를 들었다.
퀭한 눈, 붉게 충혈된 흰자위.
제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버스킹 이후 모두가 모인 자리에 오지 않았던 그때 눈치채긴 했었다.
그간 유레이시의 음악을 함께 프로듀싱 했던 제니스였다.
그렇기에 어제 들었던 그 음악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알 수 있었다.
‘하… 그 양반 진짜…….’
아주 미묘한 차이였다.
백업으로 들어간 진혁의 기타가 화음을 조금 비틀었을 뿐이었다.
유레이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제니스였고, 그래서 그 변화가 가진 의미를 겨우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지만.
어제 그가 건드린 그 부분은, 지금까지 유레이시가 해 온 음악 전체를 흔들어 버릴 정도였다.
‘꼬맹이한테 이렇게나 어려운 숙제를 내다니.’
지금, 유레이시의 마음이 제대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공연은 그저 그런 재롱 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다.
처음으로 그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그래서는 안 됐다.
그래서.
유레이시도 그렇게 피하기만 했던 힘겨운 싸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유리…….”
“헨리 오빠의 말을 그대로 전할 거라면 그냥 나가 줘. 오늘은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 없으니까.”
그녀의 하얀 기타를 쓰다듬던 제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잠도 못 잤나 보네?”
“그냥 나가라고.”
“후…….”
세상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도 없을 그녀의 표독스러운 표정에, 제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30분 남았네.”
“…….”
유레이시가 제니스를 노려봤다.
“애초에 피하고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지.”
그녀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그동안 외면했던 건 미안하다. 난 헨리의 방법이 널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거든.”
“…….”
“그래서 침묵했어.”
“…….”
“하지만 어제 보니까… 그건 그렇게 덮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란 걸 알았어.”
제니스가 이를 악물었다.
“그놈의 체면! 왕실의 혈통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어……?”
유레이시가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피가 붉은, 똑같은 인간 아닌가?”
“제니스?”
기타 현을 하나씩 건드리던 제니스가 결심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 숙제, 조금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오늘 이 무대에서 네가 터뜨리지 않으면, 내일 내가 터뜨릴 거야.”
“아…….”
“이 협박은, 지금까지 방관하며 침묵했던 것에 대한 사죄야.”
잠시간의 적막.
제니스가 기타 현을 튕기자, 맑은 음이 대기실에 가득 찼다.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진정되었고.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았다.
벌어졌던 입이 다물어지더니 그 끝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제니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어떻게 할래?”
잠시 머뭇거리던 유레이시가 손목을 감싸고 있던 보호대를 뺐다.
그리고 가려져 있던 그 부분을 뚫어질 듯 노려봤다.
그녀가 감춰 왔던 또 다른 세상이었다.
“내가 터뜨릴게.”
꽉 막혔던 숨을 토해 내듯 후련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우.”
제니스가 어깨를 으쓱하자.
“난리가 날 거야.”
유레이시가 벌떡 일어났다.
“세계가 들썩이겠지.”
마주 본 둘이 입꼬리를 올렸다.
“기대해.”
자신의 손목을 제니스를 향해 내밀었다.
제니스의 눈이 그 손목 어딘가에 멈췄다.
반쪽짜리 하트 문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활짝 웃으며.
“기대할게.”
제니스가 주먹을 쥐어.
그 얇고 투명한 손목에 툭 하고 부딪쳤다.
* * *
“올리비아! 여기야!”
주위를 두리번대던 붉은 머리의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 좋은데 잡았네?”
“우리 공주님 공연인데! 아까부터 맡아 놨지!”
“와, 어쩌면 아이 컨택도 가능하겠는데?”
“너무 오랜만이라서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니지. 너 그 빨간 머리는 확실히 눈에 띄겠다.”
“그래서 머리도 풀었지!”
올리비아가 치렁거리며 내려온 붉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어딘가, 조금 슬퍼 보이는 미소였다.
* * *
“어? 나온다!”
장하의 목소리에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
하얀 기타를 품에 안은 소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조금 피곤한 기색은 보였지만.
그 얼굴은 오래 묵은 숙제를 풀어낸 얼굴이었다.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에 진혁도 방긋 웃었다.
껍질 한 조각이 툭 하고 떨어졌고.
그 사이로 빼꼼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특했다.
‘겁먹지 마.’
진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껍질 밖은 그렇게까지 위험하지는 않아.’
그녀가 기타의 현을 움켜쥐었다.
마이크에 다가선 그녀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평소보다 더 느린 리듬이었고.
평소보다 더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진혁은 힘이 들어간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너무나도 힘겨운 싸움을 마치고 답을 찾아낸, 그녀에게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 * *
“어? 원래 이런 곡이었나?”
“뭐지? 좀 느려서 그런가?”
“아냐. 가사도 조금 다른데?”
“뭔가 애절한 느낌 같지 않아? 원래 밝은 노래 아니었어?”
흥얼거리며 그녀의 노래를 따라 하려던 관객들이 당황하며 멈칫했다.
분명히 자신들이 아는 곡은 맞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가사도 바뀌어 있었다.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랐어.
-손끝이 닿으면 심장이 울려.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여.
-맞아.
-널 사랑하고 있어.
금발 공주님의 사랑 고백이 계속되었고, 당황했던 관객들은 그녀의 애절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감히 그 누가, 유레이시를 이토록 애타게 만드는가.
그녀의 절절한 감정이 모두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무대 위 공주님은 평소와는 다른 밝음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가사는 바뀌었지만, 예전이나 맥락은 같았다.
“와, 이 분위기도 너무 좋다.”
“근데, 뭔가 슬픈 거 같다.”
원래 ‘Hey, you. Oliver.’라는 곡은, 수줍은 사랑 고백 노래였다.
통통 튀는 리듬에 밝고 맑은 멜로디가 더해진 가벼운 브릿팝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고, 리듬과 멜로디도 뭔가 모르게 어두웠다.
“어?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너도 그렇게 들렸어?”
여기저기 바뀐 가사들이 많았지만, 어차피 그 의미가 다르진 않았었다.
그런데 방금 들려온 단어는 뭔가 이상했다.
“어… 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변을 보니 모두가 비슷한 표정이었고.
분명 자신만 그렇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유레이시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 붉은 머리에 입 맞추고 싶어.
-Hey girl!
-맞아! 널 사랑하고 있어!
-Hey, you! Olivia!
유레이시가 상큼하게 웃었고, 곡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예전보다 더욱 밝아졌으며.
예전보다 더욱 맑은 목소리였다.
더 또렷해진 유레이시의 목소리에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유레이시가 무대를 통통 튀어 다니기 시작했고.
수십만의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발랄한 몸짓을 바라봤다.
갈색 머리는 붉은 머리로.
그리고.
‘Boy’는 ‘Girl’로 바뀌었으며.
‘Oliver’라는 이름은 ‘Olivia’로 바뀌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였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바뀐 단어였다.
원래도 그녀는 맑고 밝았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생기 있는 무대였다.
그녀가 가슴을 펴며 활짝 웃었다.
-맞아! 널 사랑하고 있어!
마치.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충격적인 상황에 멍해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고.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유레이시가 어딘가를 가리켰고.
-Hey, you!
무대 바로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붉은 머리 소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닦으려 들어 올린 그녀의 손목에는 반쪽짜리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너 말이야!
유레이시가 양팔을 활짝 펼쳤다.
거대한 스크린에 그 모습이 가득 찼고, 펼쳐진 그녀의 손목에도 반쪽짜리 하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윙크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마치.
되살아난 것처럼.
세계 모든 언론사가 화들짝 놀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