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경고
[와, 진짜 마지막까지 엄청났어.]└도대체 폭죽을 얼마나 쏴 댄 거야? 무대에서 뭐만 하면 폭죽이 터져.
└꽤 신나지 않았어? 난 진짜 신나게 봤는데?
└근데, 전 스테이지가 전부 피날레 무대를 비춘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진짜 마지막 무대는 축제의 모든 역량을 올인한 느낌이긴 했지.
└맞아. 다른 게시판에선 스테빈이 비밀리에 키운 그룹이란 말도 있어.
└어쨌거나 이번 한국 스테이지는 진짜 서프라이즈였어.
└그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스테빈이 밀어줬다는 건 뭔가 있다는 얘기겠지?
└그렇지 않을까? 아까 누가 한국 진출설 얘기하던데 꽤 신빙성이 있어.
└래빗갓이랑 스테빈이? 와, 상상만 해도 엄청날 거 같은데?
└전 세계 투어라도 하는 거 아냐?
└래빗갓의 단독 콘서트라니!
└지금까지 단독으로 뭘 한 적은 없지 않나?
└진짜 굉장하겠다.
축제가 모두 마무리되었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커뮤니티로 옮겨졌었다.
한참을 불타오르던 사람들이 던진 화두는 역시나 래빗갓의 행보였다.
표면상으론 스테빈과 손을 잡았으니 곧 뭔가가 터질 거라는 기대감에 많은 사람이 추측성 글을 올렸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한국의 음악이 비로소 세계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었다.
이미 주목받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국내에서 벌어졌던 공연들이었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공연인데 당연히 성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세계 무대에서도 저게 통할까?
└음악은 좋지만, 가사를 영어로 쓰기 전엔 힘들걸?
└아직 주류 문화가 되기엔 힘들지.
그땐 직접 공연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고, 그들의 사이에선 알게 모르게 깎아 내리려는 평가가 더 우세했었다.
그땐, 그랬었다.
하지만 월드 뮤직 페스티벌 이후.
그랬던 이들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건 진짜로 인정해야 하지 않나?]└저 구석 마이너 무대에서 페스티벌 전체를 흔들었잖아.
└진짜 굉장한 거지.
└심지어 공연 전에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도 않았어. 만약에 래빗갓이 나오는 걸 알았으면 훨씬 더 수월하게 터뜨렸을 텐데 말이야.
└뭣보다 그 래빗갓은 기타만 쳤다는 사실이지.
└맞아. 래빗갓을 제외해도 한국 스테이지에 오른 밴드 모두 굉장했어.
└난 아직도 흥얼거리는 중.
└한국 씹던 애들 다 어디 갔어? 잠잠하네?
└이 상황에선 씹을 게 없지.
└맞아. 한국 음악이 대단하다는 건 이번 무대들이 말해 주니까 말이야.
└아무튼 마지막까지 굉장했던 건 사실이야.
└진짜 어메이징 코리아다.
세계 유명 커뮤니티들은 ‘Crazy Korea’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얘들아! 플록스 Q&A 봤어? 대박이야!]한국 스테이지의 얘기로 가득했던 게시판에 새로운 화두가 올라왔다.
* * *
페스티벌이 끝난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상들이 있었다.
바로 메인과 세컨드 스테이지에 올랐던 아티스트들의 Q&A 영상이었는데, 보통 공연 직후 흥분한 상태의 그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영상이었다.
미리 찍어 뒀던 영상들이 일제히 업로드되었고, 먹통이 될 정도의 클릭 수를 자랑하는 최고의 인기는 단연 유레이시였다.
-저기 서 계신 분이?
-맞아요! 내 사랑!
세상에서 이렇게 당당한 커밍아웃이 있었던가?
그녀는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고, 티끌만큼의 거리낌도 없었다.
굉장히 보수적인 이들까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태연함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 외에도 공연 직후 자신의 공연보단 제니스를 더 언급하며 엄지를 치켜들던 ‘The who are’의 보컬 로니아 벤 젝클린이나.
-맞아. 내 이야기야.
도저히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제니스의 해맑은 얼굴도 톱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무대 바닥에 누워 헐떡대며 엄지를 치켜든 장면만이 유일한 칼리의 모습도 당시의 엄청난 공연을 다시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동영상들을 클릭하며 축제의 여운을 달래던 사람들의 눈에 갑자기 조회 수가 올라가기 시작한 영상이 보였다.
-그 전야제의 곡은 어째서 나오지 않은 거죠?
-아, 그거 못 틀어.
-네?
-라이브였거든.
-네?
-그것도 즉흥이었어.
-진짠가요?
-내가 이런 데서도 거짓말할 인간인가?
점점 눈이 커지던 진행자가 잠시 할 말을 잃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 정신을 차리곤.
-그럼 그 보컬의 정체는?
-글쎄. 아직 말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아… 그럼 몇 가지만 물어도 될까요?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해 주지.
-카폰 레코드 소속인가요?
-아니. 그런데 또 모르지. 스테빈이 만나겠다고 했으니.
-만난다고요? 신인은… 아니죠?
플록스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미간을 좁혔다. 아마 그 보컬의 정보를 떠올리는 듯했다.
-신인이라면 신인이지. 데뷔한 지 일 년도 안 됐다고 했으니까.
진행자가 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참 대단하네.
플록스의 혼잣말이 진행자를 정신 차리게 했다.
-아. 진짜 대형 신인이 나타났네요. 다음 작업도 그 보컬과 하실 건가요?
-그가 허락한다면, 당연히.
그 자존심 덩어리 플록스가 저렇게 저자세라니.
게시글을 읽고 설마 하며 영상을 클릭한 사람들 역시, 진행자와 같이 멍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그 신인은 누구냐?]페스티벌이 시작되고 1일 차 본무대에서 그다지 특별한 게 없었던 플록스였고, 워낙 굵직한 무대들이 터지며 어느새 사람들의 머릿속서 지워진 전야제 무대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그 엄청난 보컬이 라이브였다니, 게다가 즉흥?
[미친 신인 등장이다.]플록스의 인터뷰가 떠오르며.
순식간에 한국 스테이지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역대급 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여운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 * *
“싫은데요?”
석준이 멍한 눈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공연이라면 환장하는 놈이기에, 적당히 체면치레는 해 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이야.
다행히 고개도 젓지 않았고, 얼굴은 방긋 웃고 있었다.
서둘러 스테빈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 긍정적으로 생각해…….”
“풉.”
‘썩을 멧돼지 시끼…….’
“아, 그렇습니까?”
스테빈이 활짝 웃으며 진혁을 바라봤고, 석준은 찌그러지려던 얼굴에 가까스로 미소를 유지했다.
“자세한 부분은 저희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석준이 영어로 설명하는 도중 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싫은지 안 물어요?”
“아… 그게…….”
석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서둘러 훔쳤다.
스테빈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석준을 바라봤고, 애써 닦아 낸 땀구멍에선 다시 습기가 피어올랐다.
“그… 왜 싫은데?”
“따로 생각한 게 있어서요.”
“아… 또 뭘… 하하.”
“재밌는 거요!”
“하하…….”
속은 이미 뒤집힌 상태였고, 도저히 웃을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웃지 않고서는 욕부터 나올 것만 같았다.
“이건 저 아저씨가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응?”
진혁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스테빈을 바라봤다.
“전야제 플록스의 무대에 참여한 피처링을 찾으셨다고요?”
‘플록스’와 ‘피처링’이라는 단어.
이건 굳이 해석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아들을 말이었기에 스테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인 데뷔시켜 보시죠?”
“debut?”
눈은 진혁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물음은 석준을 향한 것이었다.
“그게 전야제에서 플록스의 피처링을 맡았던 신인을…….”
석준의 눈이 동그래지며 진혁을 향했다.
“너였냐?”
진혁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마냥 낄낄대기만 하던 동구도 깜짝 놀랐다.
석준과 동구가 멍하니 해맑은 얼굴을 바라봤고.
의문 가득한 표정의 스테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앨범이나 내죠.”
진혁이 손을 내밀었고.
“album?”
얼떨결에 손을 잡은 스테빈의 물음이 또다시 석준을 향했다.
석준이 설명할 말을 고르는 사이.
진혁이 맞잡은 손을 마구 흔들었다.
* * *
[월드 뮤직 페스티벌을 장악한 한국 밴드들] [세계 최대 음반 회사의 사장인 스테빈의 재평가] [제니스도 유레이시도 조진혁도 들고 있던 하얀 기타의 정체] [한국 콘텐츠 협회장 입장문 오후 7시 발표 예정] [세계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밴드 음악]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끝난 지 3일이나 지났는데도.
한국의 포털 사이트 기사란들은 태평양 너머 음악 축제의 소식으로 도배되는 중이었다.
매년 음악 전문 페이지에서나 잠시 등장했던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딴 나라 축제가 포털 메인에 계속해서 걸려 있었던 것이었다.
한국 정서상, 이 정도의 ‘국위 선양’은 그냥 넘길 부분이 아니었다.
다만, 그 무대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회색 도시를 떠나며’라는 곡은, 몇몇 군소 언론 외에는 이상하리만치 언급되지 않았는데.
아직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실 겁니까?”
문화 체육 관광부 곽채군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앞에 앉은 이들을 바라봤다.
“제가 허락했고, 잘 불렀습니다. 그럼 된 거 아닙니까?”
백발 짧은 머리를 쓱쓱 쓸어내리는 노인이 환하게 웃었다.
그 노래의 원작자인 박기식이었다.
“전 세계인이! 한국어로 ‘개자식’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일입니까?”
“뭐, 시원하더구만.”
곽채군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렇게 벌벌 기던 인간들이 갑자기 쥐약이라도 먹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인간들은 정말 성가셨다.
하나하나 노골적으로 짚어 줘야만 하다니…….
“그들이 귀국하기 전에 기자회견부터 하시죠.”
“기자회견이요?”
“원래 그런 의미는 담기지 않았으며, 그저…….”
“흠… 그저……?”
박기식이 방긋 웃으며 시선을 돌리자 진백철이 하얀 백발을 출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부터 내려온 겁니까.”
진백철이 곽채군을 지긋이 바라봤다.
최근 대중음악계에 호의적이었던 문화 체육 관광부 장관이 이런 식으로 다급히 움직였다는 건 적어도 그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기자회견을 한다 한들 뭔가 바뀐다고 생각하십니까?”
“…….”
“당시의 시대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겁니까?”
그때의 음악은 그들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음악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니, 원래 그들은 음악을 두려워했었다.
그러니 그렇게 억압했었겠지.
진백철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사과받지 못했지.”
“뭐요?”
“죽은 것과 다름없었던 우리 젊음 말이야.”
진백철의 기백에 말이 짧아진 것도 인식하지 못했던 곽채군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것 보세요! 협회장! 지금 그게 무슨 소리…….”
“우리 자랑스러운 후배들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지.”
진백철이 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원래 부르고 싶었던 가사가 뭐였다고?”
박기식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개좆같은 놈들.”
곽채군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 당신들 실수하는 거야.”
좋게 넘어가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
“그런가… 지금 우리가 실수했단 말이지.”
진백철의 말에 악문 입이 묘하게 뒤틀렸다.
“거, 겪어 봤던 분들이 왜 이러실까.”
아무래도 설득은 이미 물 건너간 듯했다.
결국 사람을 다루기 가장 쉬운 것은 공포였다.
“내가 최근에 조금 우습게 보였나 보군.”
언제나, 어느 시대건 매질엔 장사가 없었다.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
곽채군이 벌떡 일어났다.
탁자 위, 대한 음반 산업 협회라는 명패가 보였다.
피식하고 웃고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두 늙은 딴따라를 바라봤다.
본래 숨을 쉬는 것들은, 고통에 더 민감한 법이었다.
그때 무대에 올라 맞이했던 관객의 모습에 혹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냥 쥐어짜면 되었을 것을.
“대비들 잘하시죠.”
이 멍청한 것들은 꼭 노골적으로 말을 해야 알아듣는 것들이었다.
이 정도면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를 느낄 만도 한데, 아직도 저런 표정이라니.
“쯧.”
더 이상 말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조심히 가시죠, 장관님.”
문을 나서는 등 뒤에 꽂힌 저 아무렇지 않은 인사에.
곽채군은 결심을 굳혔다.
‘멋모르고 날뛰는 개들에겐 역시 매가 약이야.’
경고는 다 했고.
이젠 권력이 가진 힘의 무서움을 보여 줘야 할 때였다.
* * *
-SJ 엔터테인먼트의 불법적인 주식 거래 의혹.
발라드 보컬 그룹 J.H의 앨범 발표 전, SJ 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락했을 당시 내부 부정 거래에 해당하는…….
-과거 테일의 대마초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검사 소신 발언.
당시 수사에 연예계의 직접적인 회유와 돈 봉투가 오간 정황이…….
-대한 음반 산업 협회의 갑질 논란.
오랜 대중음악계의 관행이 그대로 답습되어 오며 거대 기획사에 대한 편파적인 대우와 공정하지 못한 프로모션이 드러나며…….
-욕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한국어.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열린 모 페스티벌에서 벌어진 한국 가수의 돌발적인 행동은 이제 막 한글을 알게 된 외국인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며…….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끝난 지 4일 차.
대형 포털 메인 화면 기사들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