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대중문화 독립의 날
[와. 이게 롹이지!]└아! 이걸 방구석에서 봐야만 하다니!
└진짜 오프닝부터 지렸다!
└그런 걸 실시간으로 듣게 될 줄이야!
└진혁느님 그는 진정 신인가?
└와. 원래 정치인들 그런 줄 알았지만, 직접 들으니까 더 빡치네!
└난 갓끼 님이 ‘빡쳤거든요!’ 딱 이럴 때부터 지렸다.
└후아.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만나게 될 줄이야.
└쓰레기 같은 놈들!
└야! 이 개자식들아!
└욕이 절로 나오네!
[저 아재는 누구지? 갑자기 무대에 올랐네?]└곽채군. 문체부 장관임.
└아! 전에도 진혁느님 무대에 올랐었음. 세종시에서!
└아까 오프닝에서 권석엽이 지랄할 때 말리기도 했었음. 윽박지르니까 그대로 찌그러지긴 했지만.
└그럼 우리 편이냐?
└아마도?
└일단 저 아재는 사격 중지!
└와. 진짜 소름이다. 이렇게 국회의원한테 들이받은 연예인이 있었나?
└노노, 단군 이래 전무후무한 일임.
└귀국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한국을 뒤집어 버리는구나!
└수도권 애들은 아직도 달리는 중인가 보던데?
└누가 대충 추산 인원 올렸던데 3만 명이던가?
└그 일대 교통 전부 통제임.
└와, 지금 영상 시청만 10만임!
└후원 올라가는 거 살벌하네.
└오랜만에 인간 밴드 완전체 보니까 진짜 좋다.
└저 장관 아재 엉거주춤 잘 움직이네.
└뭔가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노력은 하는 느낌?
[오. 주희준이다!]└대박! 주희준도 올라왔네?
└뭐야, 무슨 100분 논쟁임?
└미쳤다, 진짜!
└이게 연출 없이 즉흥으로 만들어진 무대라고?
└다들 부모님께 감사해라. 이런 시대에 태어나게 해 주셨으니까! 난 방금 감사 인사 올렸다.
└진짜 쉴 틈이 없다.
└속보! 기자들 몰려가는 중이라고 함!
└오! 바로 기자회견 들어가나?
└이 정도면 권석엽은 끝난 거 아님?
└그렇게 국민을 위한다느니 지랄을 떨더니만.
└하마터면 내년에 저 인간 찍을 뻔했음.
└아까 진혁느님이 그러지 않았음? 투표를 잘하라고!
└갓끼 님 말씀이 진리임!
└노래 끝났다. 주희준 마이크 잡네?
└진짜 사회임?
└대박!
* * *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건네받은 주희준이 끝없이 펼쳐진 관중을 바라봤다.
언론인으로 살아온 40년.
처음으로 만난 엄청난 광경이었다.
그저 웅성거리는 것뿐인데도 팔에 소름이 올라왔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거대한 함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어마어마한 기세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엄청난 무대에 오르게 되었네요. 정말로 영광입니다.
이것이 무대 위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세상이던가?
이렇게 유쾌한 저항도 있다니.
방금 음식점 안에서의 살벌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촌극같이 느껴졌다.
-어… 제가 여기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나마 해 봤던 건, 미천한 책을 하나 내고 했던 토크 콘서트였는데요. 음… 진혁 님? 잠시 얘기를 조금 해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돌리자 그가 방긋 웃으며 엄지를 세워줬다.
-물론입니다!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함성이 무대를 흔들었다.
-와… 감사합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언론인으로서 비겁하게 한발 물러서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이 관중들 앞에서 떳떳할 수 없었다.
그 사죄가 먼저였다.
-먼저 저도 공범임을 밝혀 둡니다.
이 사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일들.
그리고 지금 이 무대가 열린 것까지도.
-언론들은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들을 쏟아 냈습니다. 저 역시 그 모든 과정을 알았으면서도 침묵했습니다.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그간 정치와 언론의 결탁으로 벌어졌던 많은 일은 제가 따로 정리하여 세세하게 밝힐 것을 맹세합니다.
대한민국 공정의 아이콘인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열광하던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왜, 이런 용기가 이제야 생겼는지… 참 부끄럽습니다.
괜찮아요! 파이팅! 멋지다! 기대할게요!
여기저기서 응원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하하. 재밌게 노시는 데 방해된 것은 아닌지 죄송스럽네요.
진혁의 기타 연주가 장난스럽게 울렸다.
관중들이 웃어 댔다.
수만 명의 키득거림이 모이자 그마저도 정말 어마어마했다.
이것이 대중이었다.
그 감정이 하나하나 모이고 모여 거대한 힘이 되었다.
꼭 이렇게 직접 느껴야만 그 대단함을 알 수 있는 것인가?
뒤를 힐끗 바라봤다.
고고하게 자리한 한옥이 보였다.
유세할 때 자신들을 지지하는 몇천 명의 목소리만을 들어왔으니 그게 다인 줄 알았었겠지.
-분위기 망가뜨리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어색하게 웃고 있는 곽채군이 보였다.
-여기 문화관광체육부 장관님도 와 계신 데요! 어떻게 마이크를 드릴까요?
분명 똥줄이 탈 텐데도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려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3선이라는 경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 반갑습니다.
관중들이 환호하긴 했지만.
주희준이 등장했을 때와는 함성의 크기가 달랐다.
확연히 느껴지는 불신의 온도.
‘자, 어떻게 살아남으실 건가?’
주희준이 흥미로운 눈빛을 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저는 오늘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썩어 있었는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들 들으셨겠지만, 감히 대중을 그렇게 무시하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팔을 뻗으며.
-대중의 힘이란 이렇게나 엄청난데 말이죠.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아까 주 앵커님과 진혁 님이 아니었다면 밥상을 확 엎을 뻔했습니다. 하하.
관중들이 조금 술렁였다.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머쓱하게 웃던 곽채군이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저 곽채군은 여러분께 약속하겠습니다! 다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언론 또는 정치 세력이 누군가를 모함하거나 핍박하지 못하도록 선봉에 서서 눈에 불을 켜고…….
뭐 하냐! 선거 유세냐! 행동으로 보여라! 우우!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야유 소리에 곽채군이 흠칫 몸을 떨었다.
수만 명의 질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비아냥거림이었다.
-그… 그러니까… 어… 제가… 그…….
주희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3선이라는 경력도 진짜 대중을 앞에 두고는 그저 말더듬이가 될 뿐이었다.
이 엄청난 대중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 있는 주인공은 역시 단 한 명밖에는 없었다.
-우리 장관님이 당황하셨네요!
와아아아아.
단 한마디로 수만 명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사람.
-일단, 우리의 그 굉장했던 삼일절의 공연은 장관님이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불가능했죠.
-아… 하하.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거기다 미국에서 열린 축제에 우리나라 밴드들을 보내 주시기도 했고요.
-아… 뭐…….
-항상 감사드립니다.
진혁이 눈을 찡긋하며 고개를 숙였다.
곽채군이 화들짝 놀라며 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살려 주세요.’라는 감정을 듬뿍 담아서.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실 거죠?
‘살려 줄까?’
진혁이 방긋 웃었다.
-아! 물론이죠! 한국의 대중문화를 위해 이 곽채군 온몸을…….
-먼저 하실 말씀이 있을 텐데요.
-무… 무슨……? 아!
3선 의원쯤 되면 척하면 척이었다.
누군가에겐 역적이 되겠지만…….
숨을 들이마시며 앞에 펼쳐진 관중을 바라봤다.
이것이야말로 전화위복인가?
-독재정권의 치하에서 그 횡포에 억눌린 당시 모든 예술인에게 이 자리를 빌려…….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걸까?
술렁이며 실시간으로 표정이 바뀌기 시작하는 관중이 보였다.
수만 명의 긍정적인 반응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까짓거 탈당 하지 뭐.’
-정부를 대신해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 명맥을 잇고 있는 당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이 곽채군…….
‘아… 이 연설 병이 또…….’
뜨거워지려던 분위기가 가라앉음을 느끼자 서둘러 말을 멈췄다.
-가슴 깊이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습니다.
대중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순간 곽채군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깊게 고개 숙인 적이 언제였던가.
이렇게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면피용이 아닌 진짜 제대로 된 사죄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
시작은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었지만, 문득 떠오른 감정들이 뒤죽박죽되어 머릿속을 헤집었다.
정치인으로서 그 당시 예술인들의 심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탄압과 통제, 억압, 그 속에서 숨죽이고 벌벌 떨어야만 했던 젊음들.
가장 자유로웠어야 할 그들이 겪었을 암흑.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고개를 들었고.
그 답답함에 입술이 떨려 왔다.
어느새 기타 소리가 울리고 있었던 걸 뒤늦게 눈치챘다.
멍하니 그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봤고.
-잘 있어라.
그의 입이 달싹이자, 저도 모르게 셔츠의 단추를 풀며…….
-야! 이 개자식들아!
크게 소리치자 꽉 막혀 있던 숨통이 확 틔었다.
뒤이어 수만 명의 함성이 터졌고.
곽채군의 심장이 마구 뛰어 댔다.
정치 인생 20년.
국회의원 3선.
이제야 대중이 가진 위대한 힘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 *
화이트보드엔 빽빽하게 이런저런 것들이 적혀 있었다.
무단 횡단 적발 2회. 신호 위반 다수. 속도 위반 다수. 주차 위반 다수. 노상 방뇨 적발 1회. 층간소음으로 경찰이 출동한 적 있음. 여직원 어깨 주물러 준 적 있음.(불쾌했다는 말이나 퇴사할 때까지 고발 같은 건 없었음.) ← 이거 조금 위험. 황지선한테 상폐녀라고 말한 적 있었음.(두들겨 맞음.) 진훈 엉덩이 톡톡 친 적…….
“형님… 지울까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서동구가 물티슈를 뽑았다.
“와… 그냥 한 방에 KO를 시켜 버렸네…….”
석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혁이 그들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뒤늦게 전해 듣고 다급히 모인 둘이었다.
분명히 제대로 들이받을 테고, 뒤이어 터질 대대적인 공격에 대비해 책잡힐 만한 것들을 추리던 중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권석엽은 끝장난 상태였고, 곽채군은 그대로 꼬리를 내렸다.
“야. 근데 너 지금 보니까 완전히 범죄자 시끼네? 저 정도면 면허증 뺏어야 하는 거 아니냐?”
“와… 뭐 로드매니저를 경험해 봤어야 알지. 현장 알아요? 네?”
“여직원 어깨는 왜 주물러 줘?”
“아! 며칠 야근했다고 투덜대길래 미안해서 그랬지!”
“황지선은 뭐… 너도 맞았으면 쌍방이긴 하네.”
“그때 진단서 뗐으면 2주는 나왔지.”
“너 또 말이 점점…….”
“아무튼!”
둘이 눈을 마주쳤다.
“우리 살았다.”
“그쵸?”
잔뜩 쫄아 있던 두 중년 남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불과 몇 시간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둘이 허탈하게 웃었다.
“진짜 대단한 놈이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대한민국 정치의 정점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줄이야.
거기다 현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꼬리 내린 강아지로 만들어 버리다니.
이건, 전 세계 역사를 뒤져 봐도 찾기 힘든 사건일 것이었다.
저 엄청난 함성에 둘러싸여 벌벌 떨고 있을 권석엽의 얼굴이 떠오르자 왠지 측은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게, 저 또라이를 왜 건드려서는…….”
“헤헤. 근데, 왠지 더 막 나가는 거 같지 않아요?”
“뭔 열아홉 살짜리 애도 아니고…….”
“아무튼 수명이 한 5년은 깎인 거 같네요.”
“넌 시끼야, 살이나 좀 빼. 그럼 그 5년 다시 늘어나니까!”
“어… 인신 모독성 발언…….”
“뭘 또 적어, 시끼야!”
“나중에…….”
“나중에! 뭐! 이 시끼가 진짜!”
“시끼라고 세 번 연속으로…….”
“아오!”
긴장이 풀린 멧돼지와 여우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 * *
[아들의 음주 운전 적발을 무마하려고 경찰청장에게 직접…….] [자녀의 내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에…….] [부인 정홍현 여사의 백화점 갑질 파문 사실로 드러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였던 고 안드레 최 님의 일화가 다시 재조명되며 국회의 쇄신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학교 폭력 기록이 삭제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새민국당 징계 절차 착수. 당 대표직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며…….] [대중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의 분노는…….] [권석엽 당 대표의 재개발 지역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 [젊은이들에게 곽블리로 불리기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곽채군 장관의 소신 발언이 쏟아지며…….] [청와대 긴급 기자회견. 블랙리스트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격.] [세계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의 메시지가 쏟아지는…….]그날 밤부터 다음 날까지 쏟아진 기사들이었다.
취재는 되어 있었지만, 캐비닛 안쪽에 처박혀 있던 것들이었다.
이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권석엽의 정치 생명이 완벽하게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한민국 정계를 호령하던 거두가 단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었다.
정치계가 술렁였다.
알고는 있지만 실감하지 못했고, 그래서 잊고 있었던 대중의 힘이 제대로 폭발했다.
이번은 권석엽이었지만, 그 타깃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영상으로 전해진 수만 명의 그 단합된 목소리는 정말로 엄청났다.
그 한옥 안에서 바들바들 떨었을 그를 떠올리며 정치계는 대한민국 대중의 무서운 힘을 다시 깨달았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정치인이 비로소 대중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대중문화가 가진 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가 작정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번 ‘파주 혁명’으로 잘 알게 되었으니까.
협박 또는 회유로 자기 진영으로 끌어올 계획을 짜던 정치인들이 숨을 죽였다.
단 한 번으로 얻어 낸 완벽한 승리.
사람들은 8월 10일을 대한민국 대중문화 독립의 날로 부르기 시작했다.
* * *
“와, 뭔가 허무할 정도로 단박에 작살냈네?”
기사 제목들을 훑던 상정이 혀를 내둘렀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일이었지만, 이런 즉각적인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론이고 정치계고 다들 백기를 걸어 대느라 정신이 없는데?”
장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소감이 어때? 혁명가 양반?”
충기의 말에 하얀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
“응?”
“혁명에 성공한 소감 말이야.”
“아…….”
세 어른의 시선이 철부지 혁명가에게 모였다.
“이제 시작인데?”
그가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