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재능
“그건 싫습니다.”
진혁의 단호한 대답에,
이성철 학장과 신유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째서? 음악 하는 사람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모르시나?”
황당한 표정의 진봉구 이사장이 다시 물었다.
“음. 일단 저는 저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음악이 따로 있습니다.”
“그 음악을 하면 되지 않나?”
진봉구 이사장의 말에 진혁이 방긋 웃었다.
“후원 같은 걸 받으며 할 만한 음악이 아니라서요.”
“그럼 이렇게 하지. 피아노 연주회는 어떤가?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네.”
“저는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게 고작 일 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이성철 학장의 안경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진봉구 이사장의 입이 떡 벌어졌으며, 신유정은 입에 머금은 물이 목에 걸려 컥컥댔다.
“피아노는 여기 유정씨가 진짜죠.”
진혁이 해맑게 웃으며 유정을 바라봤다.
진봉구 이사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1년이라니.
“1년이라고 했나?”
“네. 초등학교 때 배웠습니다. 1년쯤 후에 기타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기타를 중심으로 음악을 표현했습니다.”
“아···.”
“피아노곡도 에튀드 빼면 완주할 수 있는 곡이 몇 없어요.”
진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진봉구 이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떠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뭐, 후원이 싫다고 하니, 더 권하지는 않겠네.”
어쩌면, 후원이라는 방법으로 묶어두려 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인지도 몰랐다.
“네. 감사합니다.”
진혁이 고개 숙여 답했다.
“그래도, 회사를 꼭 다니지 않고 음악만 해도 될 텐데···.”
진봉구 이사장의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라는 걸 경험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저 제안을 수락했을지도 모른다.
단 하루 경험했을 뿐이지만,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다.
마흔셋 진혁이 가진 기억들과 감정이 함께 녹아들자, 전혀 새로운 의미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신입부터 차근히 밟아온 업무의 흔적들.
그렇게 엮인 인연들.
힘든 일들과 악연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그 사이사이 엮인 작은 성취감들과 작은 인연들이, 그 긴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 같았다.
언젠가는 음악만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기억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수많은 감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졌다.
오늘 사무실에서 떠올린 ‘혁명’이라는 감정도, 직접 겪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그곳에서 얻을 것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매개로 무언갈 거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대가가 있는 이상,
온전히 순수한 그만의 감정을 뿜어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조금 더 다녀볼 생각입니다.”
눈을 뜬 진혁이 방긋 웃었다.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
못내 아쉬운 듯, 진봉구 이사장이 말끝을 흐렸다.
“혹시, 내가 도움 될 만한 일은 없을까?”
이대로 진혁을 보낸다면, 어쩌면 다시는 개인적으로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꾸지람을 들었다.
앞으로는 함부로 이런 자리를 만들 수는 없을 터.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진혁은 그런 진봉구 이사장의 마음을 짐작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더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전리품은 괜찮지 않을까?
“제 음악을 전제로 하지 않으신다면, 몇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기는 합니다.”
진혁이 말을 꺼내자,
진봉구 이사장의 눈이 반짝였다.
***
“여보. 심부름 좀.”
“응?”
상정이 치킨을 튀길 기름을 다 붓고 허리를 폈다.
조금 있으면 바빠질 시간인데, 굳이 지금 시간에 심부름이라니.
“들빛마을 5단지에서 뭐 좀 산 게 있는데, 그것 좀 가져와 주라.”
“차 끌고?”
“응. 좀 무거워.”
아파트 단지로 가라는 걸 보니,
또, ‘말밥마켓’에서 중고로 뭘 질렀나 보다.
“알았어. 돈은?”
“상태 보고 괜찮으면 전화해. 바로 입금할게.”
“뭔데?”
“가서 보면 알아.”
상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차 키를 챙겼다.
“508동 203호야!”
“알았어.”
얼마 전부터 살이 좀 쪘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무겁다는 것을 보니 운동기구가 분명했다.
‘배 좀 그만 찔러야겠다.’
*
“어···.”
“아직 해지기 전이니까 직접 눌러보고 소리 확인하셔도 돼요. 일부러 앰프 물려놨습니다.”
상대의 말에 상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Mini-Korg OASYS’
어제 심심할 때마다 핸드폰으로 검색했던 신디사이저가 눈앞에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알고···.’
아마도 핸드폰 앨범에 스크린샷으로 남긴 것을 본 것이리라.
상정이 심호흡하며, 정보를 달달 외우다시피 한 물건의 앞에 섰다.
전원 스위치를 누르자 중앙의 터치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이거랑 같이 쓰던 애플패드도 함께 사신다고 했는데···. 그리고 정면에 하얀 문양은 제가 붙인 데칼이라 떼셔도 됩니다.”
판매자가 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얼마 만에 만져보는 신디사이저인가.
‘이 모델은 터치스크린부터 점검하라고 했었던가?’
심장이 두근거렸다.
*
“어. 상태 좋아. 응. 알았어.”
통화를 마친 상정이 판매자를 바라봤다.
“바로 입금한다고 하네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자제분이 음악 하시나요?”
물건을 챙기던 판매자가 방긋 웃으며 물었다.
“아. 제가···.”
“아···.”
판매자의 나이는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대화가 잠시 끊겼고,
그가 할 말을 고르는 사이 상정이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걸려있는 거울.
현실을 마주하자,
잔뜩 들떠있던 감정이 확 가라앉았다.
“취미가 꽤 난이도 있으시네요?”
취미라.
상정이 씁쓸히 미소 지었다.
“전자 피아노도 아니고, 신스까지 쓰시는 거면 원래 음악을 하신 건가요?”
“네. 어릴 적에···.”
“와. 저는 이번에 취직하는 바람에 손 털었습니다. 어정쩡한 재능은 없는 게 낫더라고요. 음악만큼은 확실히 재능의 영역이라.”
어정쩡한 재능.
상정이 이를 악물었다.
“그 어정쩡한 재능도 없어서 바득바득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죠.”
“네?”
“음악이 좋아서, 무대에 서고 싶어서···.”
“어···. 저기···.”
“재능 하나 없지만, 피나게 연습하고 노력해서, 어떻게든 천재들과 함께 서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도, 재능있는 사람들은 못 이기죠.”
“그렇게 합리화 한 건가요?”
상정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당황한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어···. 제가 말실수 한 건가요?”
“아뇨. 제가 말실수 한 거죠. 이제 음악 그만두신다는 분께···. 저도 한때는 그만뒀었거든요.”
“아···. 그래서 취미로···.”
상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뇨. 앨범 낼 건데요?”
“어···.”
“금방 공연도 하게 될 거고요.”
판매자의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아마도 입금되었다는 문자일 것이다.
그가 문자를 확인하며,
상정이 입은 조끼를 바라봤다.
가슴팍에 선명하게 찍힌, [안가네 치킨]
“이 신디사이저 모델이 흔한 게 아니니까, 아마 알아보실 거예요. 데칼도 그대로 붙여둘게요.”
상정이 돌아서자,
등 뒤, 더 크게 적혀있는 치킨집 이름이 보였다.
“아마 꽤 유명해질 텐데요.”
운전석 문을 열며 상정이 자신 있게 고개를 들었다.
“만약 그때 절 알아보신다면,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네?”
“전 재능 같은 걸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세상에 더는 없을 천재인 리더와 인간 메트로놈이라 불리던 베이스, 그리고, 입문한 지 한 달 만에 밴드에 합류한 미친 재능의 드러머.
“재능 같은 거 하나 없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죠.”
상정이 시동을 걸고,
멍한 표정을 한 청년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그럼 이만.”
차가 출발했고,
취업을 계기로 음악을 그만둔 청년이, 멀어져가는 소형 승합차의 뒤를 바라봤다.
뒷창문에도 [안가네 치킨]이 꽉 차게 쓰여 있었다.
“미친 건가?”
청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기선 시켜 먹지 말아야겠다.”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서자,
거실을 가득 채웠던 신디사이저의 자리가 휑했다.
문득,
‘그렇게 합리화 한 건가요?’
라는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돈이 급하지도 않았다.
단지,
눈에 보이면 자꾸만 미련이 남아서 급하게 처분한 것.
그간 만들었던 곡들도, 모든 소스도, 한 폴더에 모아 삭제했다.
소주 세 병을 마셨던가?
어제는 그거 하나 없어도 별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비어있는 자리가 너무나도 커 보였다.
‘저 나이 먹고도 다시 시작한다는데···.’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저기선 시켜 먹지 말아야지.’
*
“아악!”
신호에 걸리자, 상정이 빨개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미친놈도 아니고!”
얼굴이 화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왜, 쓸데없이 불타올라서···.’
방금 자신의 추태를 돌아보자 미칠 듯이 후회가 밀려왔다.
미친놈! 미친놈!
뺨을 짝짝 갈겼다.
‘아···. 당분간 저 동네 배달은 무조건 업체 돌려야겠다.’
상정이 화끈해진 볼에 바람을 넣어 후후 내뱉었다.
***
“올 때가 됐는데···.”
선하는 신난 표정으로 도착할 남편의 얼굴을 상상하며, 치킨집 앞을 서성거렸다.
어제, 쉬는 시간마다 멍하니 바라보던 핸드폰 화면 속 신디사이저.
모델명을 보고 남편 몰래 검색했다가 가격에 놀랐고, 단종되었음에 씁쓸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걸어놓은 키워드 알림이 떴다.
역시, ‘말밥 마켓’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중고로도 꽤 비싼 물건이었지만, 지금의 상정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것일 터.
바로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었다.
선하는 누구보다 상정을 잘 알았다.
친구들과 밴드를 다시 하게 되어 두근대며 설레는 마음보다,
초조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하는 맴버들이 너무 대단했다.
어릴 적,
연습이 끝나고 모두 흩어진 이후, 홀로 돌아가 밤새 연습하곤 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의 무대는 항상 빛났다.
하나하나가 굉장한 실력이었고, 도저히 열아홉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단 한 명만 빼고.
팬들은,
상정의 존재를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실력이 특출나지도 않았고, 외모적으로도 나머지 맴버만큼은 아니었다.
선하도 공연 때면 진혁과 장하만을 바라봤었으니까.
다만,
밤새 불 켜진 연습실을 훔쳐본 이후.
자꾸만, 상정에게 눈이 갔다.
천재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범인의 처절한 노력은, 그 나름대로 또 다른 빛이 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은 상정의 모습만 보였던 것일까?
선하는 노력만으로 천재들을 이끌었던 그 날의 공연을 잊을 수 없었다.
둘이 맺어졌던, 그 간질거린 공연.
치킨을 튀기는 내내 손가락을 찢어대던 남편의 모습에서, 그때의 기억이 났다.
분명,
엄청나게 초조하고,
움츠러들어 있을 것이며,
걱정이 한가득 일 테지.
그럴 땐, 미친 듯이 연습해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련한 서프라이즈.
소형 승합차가 덜컹거리며 다가왔고,
선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운전석에서 내린 상정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냐? 얼굴까지 빨개졌네.”
그 빨개진 얼굴이,
조금 전의 추태에 의한 부끄러움으로 만들어졌다는,
상정의 진짜 속내를 모르는 선하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어. 고마워. 누나!”
뭔가 남편의 반응이 한 템포 늦었지만,
얼굴까지 빨개진 모습에 흐뭇한 선하였다.
***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 즐거웠어요.”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의도한 거 아니잖아요. 괜찮아요.”
진혁이 방긋 웃어주자, 유정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유투부는···.”
“아! 괜찮습니다. 교수님이 직접 출연해주셔서 해명해주시기로 했고, 생각해보니 제가 허락 없이 올린 것도 책임이 있으니까요.”
해명 영상의 출연을 거절한 진혁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장하가 가진 사연도 있었고, 혹시라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행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연주해요. 진짜 재밌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멈춰선 진혁이 유정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피아노는 정말 쉬운 악기예요.”
“네?”
“직관적이고, 누구나 접할 수 있고. 조금만 연습하면 그럴싸한 연주가 가능하죠.”
‘피아노가 쉽다고?’
유정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도 친숙해서, 제대로 된 감정을 넣지 않으면 그저 그런 밋밋한 연주가 되곤 해요.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는···.”
“아···.”
유정이 ‘쉽다’라는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
“들어주는 사람들을 신경 쓰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두 번의 듀엣으로, 피아노에 대한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말아요. 저는 테크닉을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정의 볼이 빨개졌다.
그간, 테크닉만을 추구했던 자신의 모든 음악을 부정하는 저 말에,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유투부를 하며,
조금만 연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촬영하곤 했다.
그래도 원하는 수준이 되질 않으면,
그대로 삭제했었다.
라이브인 척했지만,
녹화영상일 뿐이었다.
“미스터치는 그 나름대로 또 다른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들이 정교한 연주만을 최고로 쳐준다면, 그냥 컴퓨터로 찍는 게 더 낫죠.”
“아···.”
“연주자가 진심으로 표현하는데, 듣는 사람이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할 리 없거든요. 그게 아무리 미스터치 범벅이더라도···.”
유정의 머릿속이 맑아졌다.
유학 시절,
거리의 연주자들이 떠올랐다.
엄청난 수준의 연주자들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절로 흥이 났다.
비록,
실수 연발의 공연이었지만.
실수했을 때, 그들은 더욱 밝게 웃으며 연주를 이어갔었다.
진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었다면, 조금 틀린 순간 분명 자책하며 초조해했을 텐데.
“음악은 감정이에요.”
걸음을 멈춰 고개를 돌렸고, 맑아진 유정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진혁이 방긋 웃었다.
“듣는 이에게 전달해주는.”
진혁은,
홀로 초조해했던 멤버를 떠올렸다.
연습 때 그렇게 버벅거리던 친구가, 공연 때는 재밌는 느낌을 마구 표출했다.
서툴렀기에,
날것으로 뿜어 나오는 숱한 감정들은, 진혁도 예상치 못한 공연을 만들어 내곤 했다.
물론, 성공한 것보다, 망친 것이 더 많았지만···.
“화이팅.”
이제 막 날개를 편 작은 새는 또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낼까?
진혁이 방긋 웃으며 응원했다.
***
“강남? 그래. 알았어.”
승용차 뒷좌석의 진혁이 통화를 끝낸 뒤 입꼬리를 올렸다.
“기사님. 저 강남에 내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사장님께서 오늘은 조과장님 원하시는 대로 움직이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이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대로 퇴근한다고 보고해야 하나?’
지킬 선은 지켜야 했다.
곽정수 차장의 번호를 찾아 터치했다.
“아. 차장님. 저 이대로 퇴근···. 어···. 그럼 사장님께 여쭤볼까요? 네? 음···.”
진혁이 시계를 봤다.
퇴근 시간이 지났다.
“정수야. 형이 욕하면 안 된다고 했지?”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말하는데 끊어버리네. 예의 없게.”
방긋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차가운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붉은 노을이 멋졌다.
‘혁명’과 참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
강남을 대표하는 대형 클럽 앞.
장하가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봤다.
서울 시내 젊은 선남선녀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만 같았다.
클럽 ‘킹덤 오브 스타.’
연예인들과 셀럽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곳이어서, 제법 놀 줄 아는 젊은이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았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핸드폰으로 통화하던 장하가 클럽 입구를 비추는 CCTV의 숫자를 확인했다.
“안에는 내가 알아서 들어갈 수 있어. 그다음은···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수습이나 잘 해줘. 끊는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번쩍이는 클럽 입구를 노려봤다.
오늘 저지를 일은,
조금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