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흑역사
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지.
그게 내가 차라리 외톨이가 되고 싶은 이유야.
그래 난 차라리 혼자가 될래.
어둠 속은 너무나도 포근해.
그냥 이대로 잊히는 것이 맞아.
알려지고 싶지도 않아.
차라리 외톨이가 되고 싶으니까.
정말 차라리 혼자가 될래.
아무리 울부짖어도 이 어둠에선 나 혼자야.
그게 옳으니까.
그게 맞으니까.
나에겐 이 어둠이 전부니까.
손이 점점 차가워져.
감각을 잃은 지 오래야.
왜 넌 축복받은 거지?
왜 난 저주받은 거지?
이런 짓을 저질러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살아 있어.
이 어둠을 내보여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살고 싶어.
* * *
마치 조선시대 후기 박해받던 종교인들이 숨어서 성경책을 주고받듯 조용히 퍼지기 시작한 가사였다.
온통 밝기만 한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에 찬물을 끼얹는 이 엄청난 노래는 이단이었으며, 반란이었다.
듣지 않은 이는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었다.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한 어둠이었다.
한국에서 세 번째 정기 휴일이 다가온 시기.
아직 밝음에 어울리지 못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노래였다.
비록, 유투부에 오른 영상도 없었고,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도 제로에 가까웠으며, 스트리밍 수치도 이상하리만큼 현저하게 낮았지만, 디지털 음원 판매량만큼은 엄청나게 높았다.
빌보드 핫 100의 순위가 정해지는 것은 ‘스트리밍 1,500회 = 트랙 다운로드 10건 = 앨범 판매 1건’으로 치환해서 집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밝은 노래가 가득한 핫 100 사이에 이 곡이 끼게 된 것은 그 엄청난 앨범 판매량이 한몫한 것이었다.
드러내 놓지는 않았지만.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플레이 리스트에 들어간 것을 명백하게 증명한 것이다.
온통 밝음이 가득해서였을까?
그래서인지 이 어둠은 더욱 짙었고, 더욱 처절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더 끌리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유일하게 혼자 괴로움을 울부짖는 ‘비탄’이라는 어둠에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 * *
“얘는 또 이러고 자네…….”
선하는 엄마의 침대 옆에 쪼그리고 잠든 은서에게 담요를 덮어 주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래도 먹을 건 잘 챙겨 먹는 듯 전에 갖다 놓은 반찬통이 제법 비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들리지…….’
25년이나 하지 못했던 음악을 다시 하게 된 그의 심정은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더군다나 저렇게 엄청난 음악을 해대는 천재였으니…….
그렇기에 아주 눈곱만큼은 이해됐다.
하지만 가족에게까지 소홀하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다.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아빠를 원하니까요.’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긴 했지만, 같은 여자이고, 또 아기 때부터 봐 왔기에 그 말에 묻은 속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선하가 아니었다.
“얘가 또 멸치만 그대로…….”
비어 있는 반찬을 채우던 선하가 혀를 쯧 찼다.
가리는 것 하나 없이 잘 먹는 애가 멸치 하나는 절대 먹질 않았다.
잔소리보단 메뉴에서 빼는 것이 나았다.
통을 꺼내고 그 자리에 장조림을 넣었다.
챙겨 온 수건과 여벌 옷들을 개어 놓고, 아이가 잠든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회장님, 눈뜬 지가 언젠데 아직 입을 못 열어. 응? 요새 진혁이 굉장해. 은서가 매번 보여 주지? 얼른 일어나서 같이 뛰어야지.”
꼭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차도가 있다는 얘기는 계속해서 듣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처음 눈에 힘이 들어갔을 때 너무 많은 희망을 바랐었던가.
몇 달째 변화 없는 모습에 아주 조금 지쳐 가는 중이었다.
은서도, 지켜보는 지인들도.
“넌 좋겠다. 깨어나기만 하면 진혁이가 맨날 노래해 줄 거 아냐. 그렇지?”
눈꺼풀이 살짝 떨린다.
이런 걸 보고 차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얼른…….”
벌떡 일어나서 공식 팬카페 정리도 좀 하고, 진혁이랑 있었던 썰도 좀 풀고,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덕후의 삶을 누려야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희망들을 떠올리다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후… 힘내! 우리 회장님.”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을 꼭 잡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을 챙기려는데, 노크가 들렸다.
“어? 연필 부회장님 오셨네요?”
“오, J.H 회장님?”
반가운 얼굴이었다.
자칫하면 그 한국 병원 돌팔이 뇌 의학과장에게 큰일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온몸으로 막아 냈던 영웅이 문을 빼꼼 열고 인사했다.
그 용감한 간호사는 그 사건 이후로 이곳 VIP 병동으로 오게 되었고, 이 병실을 전담으로 마크하고 있었다.
“은서는 자요?”
“응. 코도 골더라.”
“반찬 채우셨어요?”
“뭐, 몇 개…….”
“쟤 또 멸치 안 먹었죠?”
“제 엄마 닮아서 그래.”
“아…….”
둘은 곤히 잠이 들어 있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른스러운 척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중학생이었다.
분명, 혼자서 많이 힘들 텐데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그게 더 짠했다.
“진혁이는…….”
“어… 이번 달에는…….”
“뭐, 바쁘긴 하겠지… 이번에도 신곡이라니까…….”
“그렇겠죠?”
해원이 미묘한 감정 속에서 갈팡질팡했다.
팬인 자신으로서는 그가 만들어 가는 세상과 매달 발표되는 신곡이 너무나도 기대되고 행복했지만, 저 아이에게는 그런 세상보다도 아빠의 손길이 더 필요할 것이니까.
이 병실에서만큼은 철저히 그를 원망해도 될 터였다.
“은서 요새 기분은 어때 보였어?”
“명랑하죠, 언제나. 밝고, 잘 웃고, 예의 바르고…….”
“그래…….”
서로가 남긴 말 줄임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 그 카페는 답신이 왔어요?”
지금은 모조리 인간 회사의 게시판으로 몰려갔기에 소수 정예들만 남아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HB’ 공식 카페 얘기였다.
글 삭제 권한이 없어서 게시판이 엉망이었고, 그래서 포털 측에 문의를 넣은 상태였다.
“아니… 아마 안 될 거 같아. 카페를 처음 만든 게 쟤라서…….”
“아…….”
“지금은 그렇게 사람이 많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던 해원이 뭔가가 떠오른 듯 선하를 바라봤다.
“그… 아주 예전에요. 글이 작성된 게 있던데… 아, 저기 누워 계신 회장님이 쓰신 글인데요. 비밀 댓글들로 뭔가를 써 놓으셨던데…….”
“그런 게 있어?”
“네. 시기상으로 홍대에서 한창 활동하던 당시랑 그 사고 후에… 혼수상태였던 때랑 결혼 후에도 댓글이 있던데요.”
“그래? 일긴가?”
“그런 느낌이긴 했어요. 게시글은 아주 옛날 건데, 댓글은 그 이후로 쓴 거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뒤쪽에 숨어 있었어요.”
선하의 눈이 침대를 향했다.
이게 참 그랬다.
보면 안 될 거 같으면서도 왠지 자꾸 궁금해지는…….
“그것도 저기 회장님이 일어나야 알 수 있는 거겠죠?”
“뭐… 그렇겠지?”
그 당찬 열일곱 고등학생이 떠올랐다.
라이브 클럽 가장 가운데, 가장 앞, 반짝이는 눈으로 진혁을 좇던 그 앳된 얼굴.
표독스럽기까지 했던 까칠한 성격은 사춘기를 맞은 소녀였기에 당연했다.
결혼 이후에는 워낙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바뀌었기에 까먹고 있었지만, 그때의 그녀는 그랬었다.
당시에 혼자서 몰래 작성했던 일기라…….
이만큼 굉장한 흑역사가 있을까?
지금으로선 절대로 볼 수 없기에 더욱 궁금했다.
“어? 선하 이모 오셨었네요?”
“아, 깼어?”
“언니도 있었네?”
해원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근데, 무슨 카페 얘기하시던데…….”
“아. 너희 엄마가 예전에 만들었던 팬카페가 있거든. 거기 게시판이 너무 지저분해서…….”
선하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은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저 그 포털 엄마 계정 있는데요?”
“응?”
“저 처음 핸드폰 사 주셨을 때 엄마 계정으로 들어갔었거든요. 뭐였더라…….”
“아……?”
연필 부회장과 JH 팬클럽 회장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 * *
“어… 근데, 이거 캐럴이잖아.”
칼리가 묻자 제니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맞아. 캐럴.”
“근데… 12월도 아니고…….”
“머라이어 캐리도 10월 말에 캐럴을 발표하고 바로 공연도 했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 캐럴이었다.
제니스가 기타를 들었다.
“빌보드 핫 100에 그 곡이 올라갔어.”
“아…….”
“시간이 없어.”
칼리도 서둘러 자신의 베이스를 들었다.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어.”
음악이라는 예술의 영역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게 된다면 평가가 어렵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곡을 굉장한 곡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순위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쓰이게 되는데.
앨범이 나온 초기 소속사의 파워로 밀어붙이는 프로모션이라든가, 각종 미디어에 뿌려지는 광고나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과 대중매체 인맥을 통해 억지로 사람들의 귀에 꽂아 넣는 방법도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순위에 올라가야 했고, 그래야 사람들이 더 듣기 마련이었다.
소속사가 일부러 바닥에 처박은 곡이었다.
어떠한 홍보나 프로모션도 없었고, 오로지 앨범만 발표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빌보드 핫 100에 오른 것이다.
앨범 재킷도 너무 단순했고, 그 흔한 아티스트 소개도 없었다.
어떠한 잔기술도 쓰지 않고, 오로지 곡의 힘만으로 그 어려운 차트에 들어간 것이었다.
소속사에서 뿌리지 않았으니 라디오에는 당연히 나오지도 않았고, 프로모션이 걸리지 않았으니 스트리밍 횟수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입소문을 타서 팔리기 시작한 디지털 앨범만으로 당당히 핫 100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벌써 해외 커뮤니티에선 이 모든 스토리가 공유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신격화되는 중이었다.
이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그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더 늦어선 안 됐다.
캐럴은 이미 완성되어 보낸 상태였다.
이젠 그를 향한 진짜 무대를 완성할 차례였다.
칼리의 묵직한 베이스가 둥둥 울렸다.
조금 바뀐 리듬이 더 괜찮은 것 같았다.
제니스가 그 리듬에 맞춰 발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곧.
제니스의 기타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 *
“어? 벌써 캐럴 시즌이야?”
“아. 어제 더 제임스 레드 쇼에서 나온 노래 말하는 거지?”
“응. 레이햄 나왔었잖아.”
“노래 엄청 좋더라.”
“세상에 제니스와 칼리가 한 앨범에서 노래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와, 그렇게 같이 래빗을 쫓아다니더니 결국엔 모여서 앨범을 냈네?”
“근데, 둘이 진짜 잘 어울리더라!”
“유레이시 고음 부분도 미쳤어.”
“그 듀엣 황지선이지? 한국의 디바!”
“맞아! 노래 진짜 신나.”
“후렴구도 자꾸 맴돌아. 나 처음 들을 때도 같이 흥얼거렸잖아.”
“그 부분이 동해 소년이야! 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전 세계에 행복을 전해 주는 한국의 정기 휴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짙은 ‘비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미묘한 긴장감 속.
즐거움 가득한 캐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레이햄이 각종 쇼 프로에 등장해 소개하며 틀어 댔고, 라디오에서도 시간대별로 들려왔으며,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최상단 배너에 걸렸다.
카폰 레코드가 최고의 프로모션들로 지원사격을 한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지원이 들어갔다면 신인이어도 단번에 대스타로 만들 정도였는데.
이 캐럴 앨범은 초호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 앨범이었으니 핫 100에 들자마자 10위권을 찍고 말았다.
기쁨의 멜로디는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귀를 간지럽혔고, 세대를 불문하고 흥얼거렸다.
이 시즌에 딱 어울리는 노래였기도 했다.
안 그래도 가파른 성장세였는데.
[하느님의 축복이 이 굉장한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하기를.]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자가 한마디를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