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같이 갈래?
은서는 동그란 눈으로 금발의 외국인을 바라봤다.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록 음악을 접했던 그 아티스트가 바로 이 제니스였다.
언젠가 아빠에게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 될 줄이야.
“어… 안녕?”
“사… 사인… 아니다. 안녕하세요.”
방긋 웃는 모습이 어딘가 아빠랑 닮아 있었다.
VIP 병동의 라운지는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건물 내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진 조경과 청량하게 흐르는 인공 폭포 소리가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곤 했다.
하지만 지금 은서의 심장은 마구 뛰어 대는 중이었다.
저 멀리 숨어서 지켜보는 간호사 언니들도 마찬가지겠지.
언제나 정적으로 고요했던 이 공간이 갑자기 어수선해진 느낌이었다.
원래도 유명인들이 간혹 등장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분위기가 들뜨지는 않았었다.
그만큼 갑자기 등장한 금발의 방문객은 엄청난 손님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빌보드 핫 100 1위를 먹지 않았던가.
말 그대로 진짜 월드 스타가 방문한 것이다.
사실, 아빠가 훨씬 더 대단하기는 하지만, 언제든 볼 수 있는 존재와는 확연하게 다른 법이었다.
“계속 병원에 있어?”
“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감탄한 듯 약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어쩜 이렇게 휘파람 소리까지 완벽한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저한테요?”
“응.”
“네! 물어보세요!”
아, 너무 들떴나 보다.
목소리 톤이 너무 높았나?
“아빠에 대한 거야.”
“아…….”
“조금 길 수도 있어.”
마구 들뜨던 가슴이 조금 가라앉았다.
최근, 아니 아빠가 음악을 시작하고부터 걸렸던 부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진지하게 물어 온 적이 없어서였을까?
마음 한구석에 밀어 뒀던 어떤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저 굳은 표정을 보니, 여중생의 직감은 역시 정확한 것 같았다.
“음악을 하지 않았을 때를 알고 싶어.”
“아…….”
은서는 그리 멀지는 않지만, 많이 희미해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면 엄마 몰래 항상 손에 올려 줬던 마이쭈에 대한 기억이 시작인 것 같았다.
“아빠는…….”
왠지 모르게 울컥해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 왜 이러지?”
얼른 소매로 닦아 냈지만, 금세 멈출 눈물이 아니었다.
“괜찮아. 천천히…….”
따뜻한 목소리에.
애써 꾹꾹 누르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음악을 하지 않았던 때의 아빠.
절대 자신의 옆자리를 비우지 않았던 아빠를 떠올리자 터져 나온 설움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우상을 앞에 두고.
울고 또 울었다.
원망도 섞였고, 어쩔 수 없다는 이해도 섞였으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그 해맑게 웃는 얼굴이 선사한 낯선 감정의 서러움이었다.
‘에이 씨… 그렇게 고대하던 제니스 님과의 첫 만남인데…….’
약간의 쪽팔림도 함께인 눈물이었다.
* * *
격렬한 피아노 연주가 공간을 때려 댔다.
쇼팽의 에튀드.
정교하게 연주되어야 할 그 곡은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소위 삑사리를 연발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연주하는 인물에게서 나온 연주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엉망이었다.
손가락이 부서질 듯 피아노를 두드리다가 그대로 건반에 얼굴을 묻었다.
씩씩대며 이마로 건반을 쾅쾅 누른 신유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했던 거지?’
두 번이었다.
그와의 즉흥적인 합주는.
처음 길거리에서의 갑작스러운 만남과 청강 의료원 대강당에서의 그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떠올렸다.
그의 연주를 따라 해 보려고 수도 없이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분노와 슬픔은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를 만나기 전 그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흉내 내며 연주했었다.
그렇기에 ‘흉내 내기’만큼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저히 그날의 그 감정들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고 그대로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엉망진창의 에튀드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날 그 성난 태풍 속에서 그 작은 새가 어떻게 날 수 있었던 거지?
눈을 감고, 자신이 연주했던 부분만을 떠올렸다.
이미 손가락 관절은 삐걱 소리를 내고 있었고, 손목은 욱신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가느다란 손끝을 건반에 올렸다.
띵.
작은 날갯짓.
건반을 누른 순간 마구 휘몰아쳤던 바람이 기억났다.
손가락이 더 많은 건반을 눌렀다.
이때, 어떻게 그 거센 분노의 바람을 거스른 거지?
소리는 기억이 났지만, 그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이번엔 더욱 어려울 수도 있었다.
초조함에 예민해진 심장을 진정시켰다.
건반을 노려보다가 서둘러 눈을 감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런 기분으로는 절대로 그때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후…….”
다시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핸드폰을 들어 음원 스트리밍 앱을 열었다.
이젠, 국내 차트의 상위권에도 그 곡이 걸려 있었다.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비탄’을 터치했다.
기타 줄과 손가락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피아노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린 신유정이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그 짙은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 * *
[사실 래빗보다 더 대단한 거 아냐?]└이건 조심스럽다. 곡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니까.
└근데, 래빗은 라이브로 얼굴을 알렸잖아. 공연 연출을 이용했기도 하고. 물론 그의 음악이 굉장한 건 알아. 하지만 noname은 그냥 싱글만 발표했는데 이 정도잖아?
└맞아. 만약 이런 퀄리티로 공연이라도 한다면 난 뒤집어지고 말 거야.
└래빗과는 달리 지금 이 아티스트는 확실히 젊은 느낌이야. 앞으로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말이지.
└진짜 누굴까?
└이쯤 됐는데도 정체를 안 밝히네.
└아무튼 요즘 나는 이 노래밖에 안 들어.
└캐럴은? 제니스의 캐럴은?
└아. 그것도 듣긴 하네.
└뭔가 희석되는 느낌이기도 해.
└올해는 진짜 굉장한 노래들이 많이 쏟아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금기였지만, 해외 커뮤니티에선 이미 래빗과 동급이 되어 버린 noname이었다.
카폰 레코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제니스의 캐럴은 결국 1위를 차지했고, 마치 버려진 사생아 같은 ‘naname’의 앨범도 2위까지 치고 올라와 버렸다.
사실 프로모션이나 각종 홍보가 없었다면, 제니스의 캐럴이 이렇게 빨리 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표들이 있기도 했다.
아무런 홍보도 프로모션도 없이 당당하게 2위에 오른 wellway와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래빗의 등장 이후 오랜만에 영어권에서 신인 슈퍼스타가 탄생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모두는 그 아티스트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수많은 기자가 카폰 레코드의 대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노코멘트’뿐이었다.
얼굴도, 심지어 국가조차도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핫 100 2위에 오른 아티스트는 빌보드가 생겨난 이래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런 배경이 사람들을 더욱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나란히 1위와 2위에 올려놓았다.
평소라면 축배를 들었어야 했지만.
스테빈은 침중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어…….”
앨런의 가편집본을 본 정태강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방영 자체를 망설였던 앨런이었다.
그렇기에 정태강도 포기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생뚱맞은 가제라니?
「어둠은 꼭 사라져야 하는가?」
“이… 이게 뭐죠?”
눈이 충혈된 앨런이 푸석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잠도 자지 않고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을 비주얼이었다.
“그 음악을 듣고, 길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 함께 들었던 그 노래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젠 국내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는…….
“보시겠습니까?”
정태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앨런은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모니터 속의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여지없이 해맑게 웃으며 관객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마도, 3월 1일의 그 영상 중 한 장면인 것 같았다.
열광하는 관객들이 오버랩 되며 그가 눈을 감고 돌아섰다.
장면은 멈췄고.
타자기 소리가 건조한 리듬으로 울렸다.
[어둠이 없다면, 빛도 존재하지 못한다.]자막이 끝남과 동시에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이 하나씩 등장하며 화면을 메우기 시작했다.
척, 척, 하는 효과음은 나중에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 없이 많은 그의 얼굴들이 계속해서 쌓여 갔다.
어느 하나도 찡그린 얼굴이 없었다.
그렇게 픽셀 단위까지 작아지며 화면을 가득 메운 사진들.
‘아…….’
그의 얼굴들로 만들어진 포토 모자이크가 나타났다.
나타난 것은 토끼 가면이었다.
가면만을 정가운데 남겨 둔 채 배경이 점점 검게 칠해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서툴게 찍은 흔들리는 영상 하나가 왼쪽 상단에 떴다. 영등포역의 종이봉투 밴드의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강남역에서의 버스킹 영상이 겹쳐지며 나타났다. 곧이어 응수동 옥상의 공연, 유일하게 출연했던 토크쇼의 클립, 태각시에서의 첫 등장,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나타난 그의 모습, 세종시에서의 게릴라 콘서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3월 1일의 영상들.
화면 가득 그의 1년간의 행적이 제각기 플레이 되고 있었다.
소리도 마구 뭉쳐 있었고, 영상들도 화질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토끼 가면을 중심으로 주변에 펼쳐진 화면들은 웅장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고작 1년이었다니…….’
새삼 얼마나 굉장한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상기했다.
문득 주변의 영상들을 보느라 잠시 눈을 뗐던 토끼 가면으로 시선이 옮겨졌고.
검게 뚫린 눈두덩이에서 흐르는 검은 눈물을 발견했다.
그 눈물들 역시 그의 얼굴들로 만들어진 픽셀이었다.
눈물방울 하나가 가면의 끝에서 떨어져 내렸고, 갑자기 그 픽셀들이 마구 흩어지며 커졌다.
사진들이 동영상 곳곳에 뿌려졌다.
흩뿌려진 그의 해맑은 미소들.
배경음악으로 그 곡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웃는 얼굴임에도.
눈물로부터 뿌려진 그 사진들은 왠지 서글픈 느낌이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그의 눈망울에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세상 가장 어두운 곡이 저 빛나는 미소에 이렇게나 잘 어울릴 줄이야.
화면 전체가 점점 어두워졌고.
곧 눈물 흘리는 토끼 가면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어둠은 꼭 사라져야 하는가.]하얀 글씨가 천천히 떠올랐다.
앨런이 옅게 한숨 쉬며 스페이스바를 눌러 영상을 멈췄다.
“인트로입니다.”
2분 30초간의 짧은 영상이 끝이 났다.
정태강이 자신도 모른 채 맺힌 눈물을 얼른 훔쳤다.
지금 이 인트로를 통해 앨런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알 수 있었다.
“어둠이 있었기에 그가 더욱 밝게 빛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정태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또한 ‘그’입니다.”
기록하는 자.
다큐멘터리스트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신유정은 먹먹해진 감정을 억누르며 건반을 눌렀다.
사실, 그 절규를 향해 다가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자신조차 그 어둠에 먹혀 버릴 것이 뻔했으니까.
‘위로?’
세상 그 어떤 것도 저 어둠을 위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태풍은?
처음 그를 만난 날 마주했던 태풍을 떠올렸다.
거세게 불던 그 바람 속을 날았던…….
‘잠깐…….’
날았다고? 내가?
분명 날갯짓하며 날아들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스르지 않았고, 그저 그 바람을 따라 날개를 펼쳤을 뿐이었다.
단지, 그 분노와 함께했던 것이었다.
‘어쩌면…….’
유정이 다시 플레이 버튼을 터치했다.
눈을 감고 그 어떤 거스름도 없이 어둠에 스며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직였고.
건반 하나하나가 어둠을 따라 흘렀다.
‘이 어둠이 잘못된 것인가?’
어째서 그렇게 다들 부정하려고만 하는 거지?
세상에는 슬픔도 있고, 분노도 있고, 아픔도 있는 법이었다.
울면 우는 대로 놔두면 안 되는 건가?
화가 나면 화가 난 대로 풀어질 때까지 분노하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거 아닌가?
아플 땐, 그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려 주면 되지 않나?
유정의 손가락이 피아노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난 그냥 함께 울 거야.’
감은 그녀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 * *
한번 터진 소녀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제니스는 그런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저 서러운 눈물의 의미가 잘 짐작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슬퍼진 거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당황한 상태였다.
뭔가 할 말을 찾아야 했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째서?’
저 슬픔의 근원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저 아빠에 대해 물었던 것뿐이었다.
제니스가 보기에는 세상 가장 행복한 소녀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래빗이라니. 모든 이들의 동경을 받을 만한 삶이었다.
‘하물며 난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런 자신도 아빠를 떠올리며 슬퍼해 본 적이 없었다.
병실 방향을 바라봤다.
병상에 누워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엄마도 있지 않은가.
마약에 취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자신의 엄마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제니스의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문득 어떤 얼간이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은 처한 상황이 달라. 그렇기에 같은 상황 같은 고통일지라도 저마다 느끼는 크기가 다른 게 당연한 거야. 이건 진리지.
앞에서 아직도 훌쩍이는 아이를 바라봤다.
누군가 울고 있으면 당연하게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지?
저 소녀의 마음을 알고는 있는 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주제넘게 저 슬픔을 판단한다고?
지금 자신은 ‘그’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가?
어릴 적, 분노가 터져 버린 어린 제니스를 떠올렸다.
분노를 부추기던 녀석들이나, 그건 잘못된 거라며 분노를 가라앉히려던 어른들.
자신이 어떤 것에 분노했는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툭툭 던져 댔던 말들.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고, 날아든 말들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옆에 앉아서 포근하게 미소 짓던 베네딕토 신부님만이 떠오를 뿐.
-에이든 자식이 엄마가 만들었다는 애플파이를 가져와서… 그걸 먹던 놈들이 마약 같다는 말을…….
결국,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제니스의 분노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베네딕토 신부님이 듣게 되었었다.
엉거주춤 아이를 향했던 자세를 바로 했다.
편안하게 앉아 소녀를 바라봤다.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위로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슬픔의 곁에 앉아 있기만 했다.
미소는 소질이 없었다.
그냥 그 슬픔이 정리된다면,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 알려 주고 싶었다.
욕심을 버리자 어떠한 압박감이 사라졌다.
엄청나게 꽉 막혀 있던 가슴이 조금 열리는 것도 같았다.
지금껏 연습했던 곡들을 떠올리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주제넘은 위로의 음표들.
아무래도 당장 그 음표들의 위치를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눈 주위가 붉어진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같이 갈래?”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