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2
2화. 202X년
202X년. 어딘가.
밴드가 들어와 흥을 돋우고, 남자들은 저마다 옆에 앉은 여자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돌아가며 흥겨운 노래를 불러댔고,
술잔이 오가는 사이, 여자들과 남자들은 더욱 진득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진혁은 그런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기계적인 연주에 지친 밴드의 구성원을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들.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저 움직임들은 이미 음악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치, 노래방 기계와도 같은 느낌.
“어이! 조진혁이! 오늘은 노래 한 곡 뽑아보지?”
기기 납품 계약의 결정권을 가진 원무과장이 여자의 허벅지를 주무르며 말했다.
진혁의 노래 실력이 엉망이라는 것을 저 인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그에게 이런 접대 자리는 자주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갑’이라는 위치를 아주 잘 활용했다.
평소에는 맛보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찾는 능력이 탁월했다.
‘을’에게 창피함과 모멸감을 주며 즐거움을 채우려는 족속들은 양반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진혁의 노래 실력은 정말로 엄청났다.
적당한 정도가 아닌, 진정한 음치에 박치.
회식 때면 노래방에서 탬버린의 박자도 맞추지 못하는 그였다.
뭣보다, 진혁은 노래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니, 음악 자체가 그에게는 고통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의 그는 더욱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겨우 비위를 맞추던 그가 인상이 구겨질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감정이 드러난 진혁에게 원무과장은 더 큰 모멸을 줄 것이다.
이미, 이 병원에 새로운 기기를 계약할 때마다 겪은 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민석 대리가 벌떡 일어났다.
“원무과장님! 오늘은 제가 한 곡 뽑아 올리겠습니다.”
원무과장의 인상이 더럽게 구겨졌다.
“야! 어디 핏덩이 새끼가 끼어들어? 나는 조진혁이한테 시켰어.”
남을 깔아뭉개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는 비열한 족속들.
별수 없었다.
미간을 좁힌 진혁이 민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야? 이 새끼 표정 봐라?”
“원무과장. 그만하지?”
“원장님. 이놈이 노래 한번 하면 아주 뒤집어집니다. 분위기가 막 살아요. 니들도 알지?”
여자들이 꺄르륵 댔다.
“아주 코메디가 따로 없어요.”
“그래?”
“네! 아주 재밌습니다. 어이! 조진혁이!”
평소에도 폭력적이었던 원무과장이 오늘은 술이 더 된 것 같았다.
두툼한 손으로 진혁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인상 풀어라. 응? 재밌게 놀자고 온 거 아냐?”
물론, 자기들만 재밌는 자리였지만.
“노래하기 싫어? 응?”
손바닥의 강도가 점점 올라갔다.
움찔하려는 민석을 눈빛으로 제지한 진혁이 힘없이 일어나려는 그때.
짝!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무방비하게 맞은 탓에 그대로 엎어지며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다.
“새끼가 말을 하면 빨딱 일어나서 달려가야지! 어디 인상을···”
원무과장은 언제나 뻣뻣하게 행동하던 진혁을 매번 못마땅해했었다.
오늘은 그 버릇을 고쳐주리라.
진혁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이마가 조금 찢어진 듯 핏물이 보였다.
“어? 어이 이과장. 자네 너무했네.”
병원장이 원무과장을 나무랐다.
하지만, 그의 표정도 진혁을 걱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옅게 번져있는 미소.
둘이 처남 매형 사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라는 존재는, 어차피 그들에게 있어서는 막 다뤄도 되는 노예나 다름없었다.
“조진혁이?”
이마의 핏물을 훔친 진혁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뭔가 멍하게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
원무과장이 약간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민석이 얼른 일어나 진혁의 옆으로 이동했다.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레 물으니, 진혁의 눈에 초점이 다시 돌아왔다.
눈이 마주쳤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진혁의 분위기에 놀랐다.
진혁이 피 묻은 손을 바라봤다.
***
기억이 들쑥날쑥했다.
방금 공연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SJ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왔었고···.
바로 직전의 기억인 듯 아주 멀리 있는 기억.
그다음 기억이···.
순식간에 많은 기억이 밀려왔다.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너무나도 간절한···.
진혁은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다 밴드를 발견했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벌떡 일어났고, 민석을 지나쳐 밴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억지로 노래를 해야 할 때면,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축 늘어져서 걷던 평소의 행동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사수를 민석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밴드의 앞에 선 진혁이 손을 내밀었다.
“기타.”
“네?”
“기타 줘봐.”
원무과장도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타를 잡고 이리저리 만져보던 그가 다른 세션들을 바라봤다.
“니들 레드제플린 알아?”
“네?”
“저는 압니다.”
드러머의 대답에,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많이 들어본 노래일 테니까 천천히 따라와.”
마이크를 톡톡 친 진혁이 청중을 돌아봤다.
“노래 한 곡 하겠습니다!”
“어? 어··· 그래.”
노래는커녕 탬버린 박자도 맞추지 못하는 인간이 기타를 들었다.
혹시 너무 열받아서 저 기타로 후려치려는 것은 아니겠지?
원무과장과 병원장이 살짝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설마··· 그 정도 미친놈은 아닐 거야.’
지금까지의 진혁을 떠올린 과장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속셈이지?’
기타를 이리저리 만져보던 진혁이 피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제법?’
잔잔한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했고, 드럼이 그 멜로디를 따라 리듬을 탔다.
뒤늦게 코드의 진행을 눈치챈 베이스가 작은 울림으로 드럼을 따라갔다.
‘어? 이 곡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인데?’
모두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밴드를 바라보았다.
이미 ‘음치 박치 조진혁’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은, 잊어버릴 정도로 감미로운 소리가 이어졌다.
Stairway to Heaven.
‘아. 이 노래.’
키보디스트가 서둘러 태블릿을 만져 악보를 찾아냈다.
베이스를 치던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키보디스트의 태블릿을 바라봤다.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전주가 끝나기 전 기타와 드럼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곧,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라고 믿는 여인이 있습니다.)
-And she’s buying the stairway to heaven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합니다.)
가슴을 저미는 듯,
작은 룸 안을 가득 메우는 그의 목소리.
병원장에게 무언가 말하려던 과장도, 사과를 입에 넣으려던 원장도, 순간 멍한 표정이 되어 진혁을 바라봤다.
여자들도 깜짝 놀란 눈으로 앞에 있는 밴드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일하며 수없이 봐왔던 밴드.
그들의 표정은 평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들뜬 표정으로 움직임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그들.
이 공간에서만큼은 처음으로 보게 된 진중한 몸짓에, 여자들도 어느새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Ooh ooh, it makes me wonder (우우, 그게 나를 헷갈리게 합니다.)
잔잔한 멜로디가 점점 잦아들었다.
‘노래가 끝났나?’
룸 안의 모두가 아쉬운 눈빛으로 밴드를 바라보던 그때,
진혁이 세션들을 돌아봤다.
잔뜩 들뜬 얼굴들.
그래, 저게 음악 하는 얼굴이지.
그의 손이 움직였다.
지이잉.
한층 더 강렬해진 기타 소리.
그에 맞춰, 더 강하게 내리꽂는 드럼.
어느새 그들의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베이스.
거친 음색으로 바뀐 키보드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점점 빨라지던 곡에 진혁의 목소리가 더욱 묵직해졌다.
곡은 점점 빨라졌고,
제대로 따라가는가 싶었던 세션들이 당혹한 표정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악보를 보니 점점 빨라지는 파트는 맞았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어. 이러면 솔로에서 더 빨라질 텐데?’
이 곡의 클라이맥스. 기타 솔로.
이 곡의 정체를 알게 된 세션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사람들은 진혁의 노랫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
박자가 미묘하게 빨라지자 병원장의 어깨가 저도 모르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and did you know Your stairway lies on the whispering wind? (당신의 계단이 바람의 속삭임 속에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드럼이 두둥.
마침표를 찍자,
기타의 음이 달라졌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신들린 듯한 진혁의 손이 어지러이 움직였다.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자 그 하나하나가 정확한 음을 짚어냈다.
세션들 모두가 키보디스트의 옆에 붙어 태블릿 화면의 악보를 바라봤다.
완벽한 연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속도로 이게 된다고?’
이제는 헤비메탈 파트.
고음으로 긁어대는 구간이 시작될 것이다.
세션 모두가 긴장한 상태로 진혁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이건 어떻게 부를까?’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진혁이 뒤돌아 미소 지어 보였다.
세션들은 그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자마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이었다는 것을.
-And as we wind on down the road (우리가 인생의 길을 달려갈 때)
귀를 찢는 고음으로 시작되는 헤비메탈.
길지 않은 클라이맥스에 그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전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음역대.
기타는 더욱 빨라졌고, 드럼은 이미 그 박자를 놓친 지 오래였다.
키보드와 베이스도 따로 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미 이 연주는 망친 상태라는 것을.
그들은 저 기타의 강렬한 감정을 따라가기엔 너무나도 모자란 실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저런 완벽한 연주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기에,
발악하듯,
기타를 쫓아갔다.
-When all are one and one is all To be a rock and not to roll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가 모두일 때 흔들리지 않는 반석이 될 때.)
세션 모두가 아쉬운 마음으로 악기에서 손을 뗐다.
조금만 더 잘할걸.
연습이라도 해본 곡이었다면 조금 더 잘 따라갔을 텐데.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이건 연습의 영역으로 따라갈 수 없는 음악이었다.
‘아니, 뭣보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그들 나름대로 음악을 해온 사람들.
비록 위로 오르지 못해 바닥에서 노력하는 단계였지만,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단지 프로의 수준으로 말할 정도가 아니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엄청난 전설의 그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단 한 곡이었지만,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어마어마한 전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절대 무명일 리 없었다.
모든 악기가 멈춘 뒤 그들은 마지막 한 소절을 기다렸다.
이제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틈은 남지 않았다.
조용해진 룸.
모든 악기가 멎은 그때,
날카롭게 천장을 찢던 진혁의 목소리가 다시 가라앉았다.
다시 들어도, 결코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음역대.
-And she’s buying the stairway to heaven. (그녀는 비로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믿게 될 겁니다.)
모두의 몸에 돋아오르는 소름.
8분이 조금 넘는 긴 곡이 끝났다.
원무과장의 손에는 처음 마시려고 들었던 술잔이 그대로였고, 병원장도 입에 문 사과가 그대로였다.
멍한 표정의 민석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던 그때.
술잔을 놓고 벌떡 일어난 원무과장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빨개질 정도로 열정적인 환호.
병원장도 엉거주춤 일어났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여자들도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진혁이 씩 웃으며 세션을 돌아봤다.
“음악은 그렇게 하는 거야. 즐겁게!”
기타를 건네며 진혁이 말했다.
“어··· 조과장. 한 곡 더···”
과장이 자리에 앉으며 저도 모르게 앵콜을 요청했다.
“제가 술이 좀 돼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아. 그래. 그래. 그래야지!”
진혁이 주머니를 뒤져 법인 카드를 꺼냈다.
멍한 민석에게 건넨 뒤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먼저 갈게.”
“네? 아! 네! 조심히 들어가십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멍한 표정의 병원장과 원무과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였을까.
언제나 노예처럼 부리던 이가 고개를 숙인 것뿐인데,
원무과장과 대표원장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곧 머쓱해진 그들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그만큼 오늘 진혁의 모습은 뭔가 모를 위엄이 있었다.
단 한 곡뿐이었지만, 진혁의 노래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민석은 그런 상사의 모습에 전율마저 느낄 정도였다.
언제나 의기소침하고 무언가에 짓눌린 모습이었는데, 저렇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라니.
탁자에 머리를 부딪친 이후,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
밖으로 나온 진혁은 번쩍거리는 네온사인들을 바라봤다.
혼란해진 머릿속을 정리해야 했다.
편의점으로 들어가 캔 커피를 하나 샀다.
자연스럽게 왼쪽 뒷주머니에서 카드지갑을 꺼내어 계산했다.
기억이 합쳐지는 과정.
그 과정은 너무나도 순식간이었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서로가 섞여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기억들은 주인이 같았기 때문이다.
이 몸은 열아홉 진혁의 미래니까.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물음을 주자,
마흔셋의 진혁이 대답하듯 기억을 쏟아냈다.
당시 클럽에서의 사고.
그 이후 1년간의 혼수상태.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지 능력이 저하되었고, 몇 가지는 완전히 잊은 상태가 되었었다.
재활로 많은 부분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음악과 관련된 부분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마치 통으로 삭제된 듯, 음악으로 형성된 인격 자체가 지워졌다.
진혁이 가진 자신감의 원천이었던 음악.
마치 난독증에 걸린 것처럼 악보를 읽을 수도 없었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모두 잊었다.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음역이 지워졌다.
뭣보다, 음악을 귀로 들어 뇌로 보내는 기능 자체가 정지해 버린 것이다.
천재 조진혁은 그대로 사라졌다.
보통 보다도 더 못 한,
음악적으로는 최악의 상태가 된 진혁.
그 자신만만한 인격이 사라지자 성격도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되었다.
음악으로 이뤄냈던 모든 것이 무너지니 자신감을 잃었고, 그 괴로움에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비루한 삶을 겨우겨우 끌고 여기까지 온 것.
‘고생 많았구나.’
아마도 지금 깨어난 이 인격은, 그 시기 진혁이 잃었던 인격인 듯했다.
손을 바라봤다.
굳은살 하나 없는 손으로 무리한 연주를 한 탓인지 손끝이 쓰라렸다.
목도 무언가 걸린 듯 텁텁했다.
방금 불렀던 노래가 영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과거 진혁은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았었다.
하지만, 목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지금의 진혁은, 하루에 두 갑이나 피워대던 골초였다.
‘오늘부터 금연이다.’
담뱃갑을 구겨 라이터와 함께 쓰레기통에 던졌다.
오랜만에 만난 음악의 여운이 아직 남아 심장을 두드렸다.
지금 깨어난 열아홉 살의 진혁은 무려 25년 만에 다시 음악을 만난 것이다.
이 타는듯한 갈증을 해소할 것이 더 필요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테이블과 캔 음료수를 손톱으로 두드려 리듬을 만들었다.
손톱의 리듬이 빨라졌고,
어서 빨리 음악을 만나고 싶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신호등 옆, 생뚱맞은 피아노 한 대가 보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