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30
30화. 홍대에 몰아친 자연재해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곤 한다.
익숙한 것은, 싫증 나기 마련이었고,
인간의 뇌는 편안한 안정감보다, 짜릿한 자극에 더 예민한 법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극에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순간 들려온 익숙한 포근함에 고개가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쉬어갈까 싶었는데,
그 포근함이 너무 따뜻해서,
다들 저도 모르게 더 다가갔다.
그렇게 이끌린 이들이 모이다 보니, 어느새 거리 한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익숙함이 주는 포근함인 줄 알았는데,
이것은, 새로운 것이,
결코 줄 수 없는,
또 다른 자극이었다.
한 번 멈춰선 발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귀에 익은 멜로디.
모인 이들의 연령대는 참으로 다양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도 보였고, 방금까지 댄스그룹의 공연과 락밴드의 공연을 보던, 젊은 사람들과, ‘어른’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나이대까지,
가던 길을 잠시 미뤄두고,
포근한 자극에 몸을 기댔다.
퀸.
70년대 데뷔한 밴드.
오래된 밴드였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롭게 알려지기도 했고, 한 곡, 한 곡이 주옥같은 명곡이었기에, 심심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가가기도 쉬웠지만,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레퍼토리.
누구든, 흥얼거리며 따라 할 만도 한데,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소리가 잡음이 되어, 저 소리에 흠집을 내진 않을까, 움직임조차 조심스러웠다.
버스킹이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유로운 감정의 영역이었다.
길을 가다 잠시 멈춰 귀를 기울이곤, 박수를 보내고, 자유롭게 다시 갈 길을 갈 수 있는,
듣다가, 자기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부르기도 하고, 때론 신나게 뛰어오를 수도 있는, 그런 것이 버스킹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지금 모인 이들은,
강제되었다.
더는 가려 했던 길을 갈 수도 없었고, 눈을 뗄 수도 없었으며, 저 고귀한 목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섞을 수도 없었다.
마치,
광포한 독재자라도 된 양,
따뜻한 포근함으로 그들을 가둬버렸다.
버스킹을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기에, 담장을 등진,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화단이며, 난간, 또는 계단에 위태롭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누구도 처음 지킨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을 둘러싼 반원은 자꾸만 커져만 갔다.
누군가,
급한 약속이 생각나 몸을 돌렸지만,
그 뒤로 꽉 막아선 사람들을 보고는, 이내 포기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 저 동물 가면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기에,
이미, 약속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차,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녹화 버튼을 누르며 주변을 보니, 이미 수많은 핸드폰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간혹,
길을 걷던 연예인이 버스킹에 참여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엄청난 인파가 모이곤 했었다.
하지만, 정체도 알 수없는 밴드가,
음악만으로 그 정도의 사람들을 모은 것은 거의 처음일 것이다.
앰프도 없었고, 드럼도 작은 북에 심벌 하나뿐이다. 통기타 둘은 소리도 크지 않았으며, 키보드도 자체 스피커였다.
홍대를 자주 찾는 사람들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들은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단 한 번의 등장으로,
이 버스킹 거리를 평정한 것이다.
가면을 쓴 걸 보니,
어디 대단한 프로들의 유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쯤, 그들의 마지막 곡이 끝났다.
불과 1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맨 앞의 이들은 감히 다가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앵콜이 있지 않을까?
자신이 다가가 사인이라도 요청하는 바람에, 그 앵콜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뒤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눈총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런 그들과 달리,
필사적인 이들이 장벽을 뚫고, 안쪽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몇몇은 명함을 꺼내든 걸 보니, 어느 기획사일 것이다.
그들이,
진입을 포기하고,
동물 가면 밴드가 장비를 챙겨 나오는 것을 노리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떠날 채비를 끝낸 그들이,
뒤에 있는 담장을 넘었다.
허탈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담장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짧았던,
가면 밴드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찾은 곳이 그대로였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이 있다.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버스킹을 하는 그 거리는 많이 변해 있었다.
다만, 그 담장을 넘자, 변하지 않은 골목들이 그들을 반겼다.
미로처럼 얽히기도 했고, 옆 골목으로 가려면 어떤 건물을 통해야 하는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예전 기억이 생생했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홍대 앞에 도착했다.
일부러, 딱 여섯 곡만을 불렀다.
오늘,
그들은 홍대 전역을 뒤흔들 생각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홍대 앞 놀이터’를 향했고,
주머니에서 저마다의 가면을 꺼내 들었다.
***
“어. 진짜 장난 아니었다니까? 아! 핑계 대는 게 아니고···. 응? 가면? 토끼랑 사자랑 또, 곰이랑 표범?”
약속 시간에 늦어, 발길을 서두르던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방금 저 아래에서 공연했는데?”
서둘러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달리기 시작했다.
***
불과, 20분 만에,
홍대 놀이터, 가파른 계단을 등지고, 가면 쓴 밴드가 자리했다.
세팅을 마친 진혁이 놀이터를 바라봤다.
변하긴 했으나,
길이 그대로였고, 건물들의 배치가 그대로였다.
몇몇 간판은,
25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음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저마다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동물 가면들을, 그다지 특이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큰둥한 눈길만 잠시 줬다가, 다시 자신에게 집중할 뿐.
이곳은,
워낙 그러한 사람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저, 뭔가 튀어 보이려는 이들이 준비한, 퍼포먼스 정도로 여길 뿐이었다.
싸구려로 보이는 통기타를 보니, 지난주에 기타를 갖고 액션 장면을 재연했던 이들을 떠올린 사람도 있었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않고,
적당히 자리 잡아,
세팅을 끝내자,
작은 북과 심벌이, 그다지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귀를 간질이기 시작했고, 곧 키보드의 멜로디가 섞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왔다.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한 멜로디.
통기타 두 대가 사운드를 꽉 채우더니,
“어?”
“뭐야. 이거 ‘비틀즈’던가?”
“와. 느낌 좋다.”
토끼 가면의 입이 열렸다.
“와! 뭐야!”
“미쳤다.”
더 대화할 겨를도 없이, 둘은 벌떡 일어났다.
놀이터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서 않을 공간이 많았는데,
그렇게 여유롭게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던 이들은,
첫 곡이 끝나기 전, 전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
그 소리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듣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비틀즈의 곡이 끝나고,
레드제플린이 시작됐다.
앉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 위로 사람들이 올라서기 시작했고, 계단을 중심으로 놀이터가 꽉 차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여있으면, 누구나 궁금하기 마련, 그렇게 기웃거린 이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홍대에서, 그 놀이터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장소.
또는, 잠시 쉬어가는,
그리고, 술에 취해 집에 가기 아쉬울 때, 마지막으로 머물며 아쉬움을 달래던 곳이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젊음의 물결들 사이,
섬처럼 자리한,
유일하게 여유가 있는 곳.
어느새,
그 놀이터에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레드제플린이 끝나고,
롤링 스톤즈와 U2, 그리고, 너바나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비록, 그룹 이름이나 제목은 모를지라도,
귀에 익은 음악들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을 흔들었다.
참 조촐한 구성이었지만,
압도적인 보컬의 음색에,
오히려 이 구성이 더 어울리는 것만 같았다.
보컬이 발을 구르자,
모두가 발을 굴렀다.
기타를 치다 잠시 멈춰 손을 들자,
모두가 그를 따라 했다.
다섯 곡이 끝났고,
마치, ‘더 해?’라는 듯, 기타에서 손을 뗀 토끼가 팔짱을 끼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헤어 나올 수 없는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가,
‘한 곡 더!’를 외치기 시작하자,
토끼 가면이 방긋 웃었다.
토끼가 다시 기타를 잡자,
놀이터를 가득 메운 외침이 싹 사라졌다.
*
가파른 계단 쪽에서, 일련의 무리가 진입했다.
계단 아래쪽 좁은 인도에도,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었는데, 그들을 밀치고 올라오는 이들은, 홍대 놀이터를 관리 대행하는, 상인 연합회였다.
놀이터만큼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하지 않고, 이들에게 일임되어 있었다.
놀이터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상인연합회장에게 허가를 구해야만 했다.
물론, 그저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정도를 공연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정의 내리기는 어려웠지만, ‘전기를 끌어 오느냐.‘로 판단하곤 했다.
그랬기에, 계단을 통해 올라오던 험상궂은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
앰프도 없었고, 키보드는 싸구려 무선 충전식이었으며, 어디에도 전기를 끌어온 전선은 보이지 않았다.
“야. 이거 어쩌지?”
“사람들이 저 정도로 모인 거면 공연으로 쳐야 하는 거 아냐?”
“연합회장님도 CCTV 보고 우리 보낸 거잖아. 대충 쫓아내지 뭐.”
이들이 올라가려는데,
공연하던 이들이 연주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썰물에 물길이 나듯, 사람들이 갈라졌고, 화장실 옆 울타리 방향으로 이동했다.
전기가 필요하지 않은 그들은, 자유로웠다.
사람들에 가로막혀, 갈팡질팡하던 때,
곡이 끝났고,
대충 악기를 끌어안은 그들이,
울타리를 넘었다.
순간적으로 멍해진 관중들이 그들을 뒤쫓으려 했지만, 이미 울타리 너머, 흐르는 인파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
동물 가면 밴드가 등장한 것은,
단 하루였다.
그 저녁 시간 동안,
네 곳에서 목격되었다.
처음,
’걷고 싶은 거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공연은, ’놀이터‘를 거쳐, ’상상마당‘앞 주차장 한쪽을 마비시켰으며, 합정역 근방에서의 공연을 끝내고 지하철역으로 사라졌다.
각 공연은 30분 정도로 짧았고, 공연이 끝날 때쯤 허를 찌르듯 사라졌기에, 그 누구도 가면 속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살짝 보였던 턱을 근거로, 여러 음악인과 비교하며 유추했지만,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하물며, 그 토끼 가면은 멘트하나 치지 않았기에, 노래하는 목소리 외에는, 말투나 본래의 음성을 알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태풍 하나가 홍대 일대를 휩쓴 것이다.
홍대에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마치, 무자비한 자연재해와도 같았다.
모든 이슈와 관심이 그들에게로 몰렸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일반인들 뿐 아니라,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그 밴드를 추측하는 말들이 오갔다.
그것은,
음악을 하는 이라면,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홍대라는 곳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음악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알 수 있는 그것.
이 정도의 거대한 이슈는,
문화 독재자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음악은 발전했고,
대형스타는 분기별로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 음악 시장은 너무나 다양했다.
그 어떤 대형스타도, 세대를 아우르지는 못했고, 같은 연령대라도 모두를 휘어잡을 수는 없었다.
1위는 누군가의 싱글이 나오면 교체되었고, 명실상부한 최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뮤지션은 사실 없었다.
근 몇십 년간 탄생하지 못했던,
문화 독재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등장은,
모두를 술렁이게 했다.
소문만 무성했다면,
괴담쯤으로 여길 텐데,
하나둘 뜨기 시작한 동영상들은,
어느새 수백 건에 달했고,
조회 수도 엄청났다.
그리고, 그 영상을 노려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SJ 엔터테인먼트의 서동구 대표이사였다.
“야! 네 번이나 등장했다는데, 연락처 하나를 못 따와?”
“죄송합니다.”
“나 때는 인마, 홍대 클럽들 다 돌면서 응? 발바닥 땀나도록! 응? 저거 하나 못 쫓아가서 명함도 못 내밀고. 하···.”
“그···.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공연을 끝내고 사라져서···.”
“후···.”
선곡이 올드해서 그렇지,
통기타 두 개와 조잡한 키보드 하나, 그리고 작은북과 심벌로 만들어낸 소리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어디 하나 비어있는 곳 없이, 꽉꽉 찬 사운드.
아주 오래전,
꿈꿨던,
아이돌 밴드에 대한 욕심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음악 문화를 가졌다.
서양의 영향을 받아 음악이 발전해온 나라치고, 밴드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단,
대한민국만 빼고.
K-POP라는 위상은 세계를 뒤흔들고 있었지만, 기이한 팬덤 문화로 만들어진, 기획성 아티스트라는 오명은 지울 수 없었다.
심지어, 해외 평론가들은, 한국의 연예계를 프랜차이즈에 비교하기도 하곤 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예술시장이었지만, 영화, 드라마에 비해, 음악 쪽만큼은 약간의 조롱이 섞여 있었다.
‘그때, 그 사고만 아니었어도···.’
서동구는, 전무였던 당시 대표이사를 데리고 갔던 그 홍대 클럽을 떠올렸다.
그들이 계속 활동했었다면, 어쩌면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은, 밴드를 중심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섰을 수도 있었다.
“후···.”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멘트 하나 없이,
처음 보는 이들을 음악만으로 사로잡은 이들.
차림새도 수수했고, 딱히 엄청난 퍼포먼스가 있지도 않았다.
주목받기 위해 소리치지도 않았고, 앰프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음악만으로,
딱 첫 곡에 사람들을 모았다.
스피커의 도움이 없기에, 필연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는 소리.
토끼 가면은,
목소리를 더 높여, 더 멀리 들리게 하려는 수고 따위는 하지 않았다.
마치,
‘듣고 싶으면, 니들이 가까이 와.’
라는 듯.
공연을 대하는 사람들은,
숨소리 하나도, 기침 소리 하나도, 스치는 옷깃 소리까지도,
조심스러워해야만 했다.
’이건···, 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통제했다.
저들의 공간에서만큼은 저들이 신인 양.
관중들은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따랐다.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마치, 이단인 것처럼···.
‘응?’
어디선가,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서동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뒤지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대표님! 저 그런 거,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 회사에서 가장 짬이 찬, ‘황지선의 캔버스’의 그녀가 씩씩댔다.
“아···. 나 없다고 하라니까···.”
황지선이 손에 들린 기획안을, 집어 던질 듯 들어 올리자, 서동구가 얼른 얼굴을 막았다.
기획안의 제목이 보였다.
[고등밴드]“확! 진짜!”
“아···. 그래도 내가 대푠데···.”
“후···.”
“그냥, 이번 한 번만. 응?”
“이거 이번에도 리얼리티 아니죠?”
“아냐! 아냐! 이번엔 확실히, 심사위원 입김이 제대로 들어간다고 했어.”
사실,
오디션프로그램이란,
어느 순간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어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은 그 정도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PD가 법적 책임을 질 정도였으니···.
그러다 보니, 심사위원이란, 얼굴마담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할 시청률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름이 좀 있는 중견 뮤지션들은, 어느 시점부터 그런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자리를 기피 하기 시작했다.
“그··· 지선아. 너 친한 임도유도 나온단다.”
“네?”
“임도유를 데려다 쓰는 거면, 걔네도 각오하고 있을걸?”
이미,
오디션프로그램 하나를 완전히 박살 낸 이력이 있는 임도유였다.
그도 대단했던 것이,
녹화 때는 참고 참았다가, 라이브 방송 때, 독설을 퍼부으며 완전히 박살을 냈다.
황지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흠. 이번은 좀 재밌겠네.”
“그치?”
“이번에도 장난치면, 나까지 쌍으로 뒤집을 수도 있다고 전해주세요.”
“아! 오케.”
서동구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쪼! 공부 끝났어?”
“넵!”
연습실 구석에서 참고서들을 챙긴 은서가, 옆에 있는 기타를 들고 일어났다.
학원 가는 시간을 빼, 밴드 연습 시간을 늘렸기에, 최소한의 공부는 연습실에서 하기로 했다.
아빠 몰래 학원까지 빼먹었는데, 성적이라도 떨어진다면, 그 죄책감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그 피드백 말인데···.”
멤버들의 기대에 찬 시선이, 기수를 향했다.
“아무래도 업계에 있는 사람들한테 받았다가는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아···. 하긴, 형평성 때문에라도 좀 그렇겠네요.”
“나중에라도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기수가 아는 뮤지션에게, 지금 자신들이 만든 곡들을 들려주려고 했지만, 고민해보니 조금 문제가 있었다.
“어···. 혹시 주변에 예전에 음악 하다가 은퇴하셨거나 뭐, 작곡이나 편곡 같은 거, 아시는 분 없을까? 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그러게요. 음악을 아는 사람이 들어보면 참 좋을 텐데.”
“우선은! 연습부터 하자! 쪼! 이젠 틀리면 구석에서 손들고 있는 거다.”
“넵!”
“치킨 오기 전까지 두 바퀴만 돌자.”
“넵!”
은서가 힘차게 대답하며, 기타에 잭을 연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