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나비효과
진혁의 목적은,
애초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찾아, 먼 거리를 와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라이브를 보여야 했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지도, 헤아리지도 않았다.
그저, 거스를 수 없도록, 무자비하게 진혁의 음악으로 물들였다.
듣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듣게 된 이상,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 각인시켰다.
지금 세대가 가진 핸드폰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예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들었던 사람들만 알았을 것을, 힘들이지 않고 전염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을 겨냥했다.
어느 곳이 되었건, 사람들을 모을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많이 모이면 더 재밌으니까.
가장 상징적인 곳, 두 곳을 점령했고,
가장 정체가 심한, 한 곳을 아예 멈춰 세워버렸다.
가장 몰라보게 변했던 곳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지하철을 타고 복귀했다.
나머지는,
자신들을 비추던 핸드폰들이 알아서 널리 퍼뜨려 줄 것이었다.
가장 달아올랐을 그때,
그 낡은 동네에 모두를 초대할 생각이었다.
퇴근길, 어제의 공연을 회상하던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핸드폰으로 살펴본 결과,
예상보다 더 괜찮은 성과였다.
‘이걸로는 부족하지.’
진혁의 눈썹이 까딱였다.
***
딱 하루가 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동물 밴드에 대한 얘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이제는 은퇴한 어느 유명 밴드라는 것부터, 새롭게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아티스트일 것이라는 얘기까지, 추측이 난무했다.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곡의 완성도에 관한 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누군가는 이미 그 악보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보컬의 음색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서, 이 편곡된 곡의 완성은 ‘보컬’이라는 악기 없이는 재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정론으로 굳었다.
알고리즘으로 랜덤하게 떠야 할, 유투부였는데, 음악에 관련한 영상을 재생하다 보면, 여지없이 동물 가면 밴드의 공연이 함께 걸렸다.
음악 관련된 유투버들도 그들을 분석하기 바빴고,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저마다 의견을 내고 있었다.
“자. 가면에서 얼굴이 보이는 부분은 여기, 턱 부분이죠.
그림자가 져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주름이 좀 보여요.
절대 나이가 어리지 않다는······.”
또 다른 이는,
“뭘 분석까지 하고 그러죠?
그냥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나타나려고요. 다 기획사 차원에서 하는 마케팅입니다.
이제 막 데뷔하려는 신인이 분명하죠. 딱 일주일 봅니다. 일주일 안에, ‘저희가 가면 밴드입니다.’ 하는 신인이 등장할 겁니다.
어쩌면, 주변 관중 중에는 바람잡이도 있는 것 같고요. 요새 매니지들 기획 잘하네요.”
또는,
“저 악기 챙겨서 튀는 모습을 봤을 때, 저렇게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걸 보면, 정체를 밝힐 수가 없다는 거죠.
신인이면 얼굴을 숨길 이유가 없어요.
움직임 보세요. 잘 뛰죠?
분명 이미 활동하는 아이돌 중에서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진 겁니다.
저도 몇 명 추려놨는데요.
요새 아이돌들 실력 아시죠? 조만간, 한국에도 대형 아이돌 밴드가 하나 탄생합니다.”
마지막, 분석한 이는 과거 ‘가면 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을 때, 높은 확률로 가면 속 인물들을 맞춰왔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유투부 채널을 지지하는 댓글이 가장 많았다.
어쨌든,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동물 가면 밴드’는,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 덕에,
각 음원사이트에서는, 과거 외국 밴드들의 곡이 역주행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심지어, 발매된 지 50년 가까이 지난, 퀸의 곡이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수많은 아이돌을 제치고, 전체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은,
과거의 원곡들이 재조명되자,
동물 가면 밴드의 커버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원곡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그들의 라이브에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동영상 여기저기에서는,
-음원으로 내주세요!
라는 댓글이 빗발쳤다.
***
하루 만에 한국 대중음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역이었지만,
오늘도, ‘안가네 치킨집’은 바쁘게 돌아갔다.
“여보! 충기 아직 안 왔지?”
“어. 왜? 배달 또 있어?”
“응. 이거 지금 나가야 하는데, 업체 부를까?”
“아냐. 근처네. 내가 갔다 올게.”
“알았어. 포장해서 줄게.”
“넵!”
상정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미친 듯 달렸더니,
근육통이 어마어마했다.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어제저녁만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가자.’
연습도 짧았고, 리허설도 없었다.
준비할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홍대에 도착한 진혁의 저 한마디에,
떨리던 손이 멈췄었다.
상정은, 알고 있었다.
진혁이 이끄는 공연은 실패할 리가 없다는 것을.
그 바쁜 거리의 사람들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걷고 싶은 거리’에서 첫 곡이 시작되던 때의 떨림은, 실로 굉장했다.
진혁의 리드를 따라가며,
다시 열아홉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단 하루만의 공연치고는,
굉장히 놀랄만한 성과였지만,
멤버들 중 누구도 그리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과거,
진혁과 함께하는 공연에서는,
그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25년의 공백이 주는,
일말의 걱정은 가슴 한구석에 자리했었다.
하지만,
나이와 세대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성공적인 데뷔였다.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체력만큼은 예전만 못했다.
장하와 진혁은 기타 하나만 달랑 메고 달렸지만, 충기와 상정은 정말 이를 악물고 뛰었다.
싸구려 충전식 키보드는 어찌 그리 무거운지.
아직도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늘도, 두 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근육들이 욱신거렸지만,
상정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여기 맞지?’
상정이 구석진 곳에 자리한 건물의 주소를 확인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노크하고,
“치킨이요!”
철문이 덜컹거리며 열렸다.
*
‘고등학생?’
계산하는 아이는 사복을 입었기에, 조금 헷갈리기는 했지만, 안쪽을 보니 소파에 널려있는 교복이 보였다.
열린 방문 안쪽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파가 놓인 공간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보통은 문밖에서 계산을 끝내고 움직여야 했지만, 상정은 슬쩍 안쪽으로 들어갔다.
역시, 예감이 맞았다.
구석진 자리,
여자아이 하나가 벌서듯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고, 저도 모르게 카드를 받아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헬멧 속 시선으로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그 여자아이를 겁박하듯 으르렁거리는 남학생 둘, 그 옆에서 웃는 얼굴로 구경하는 하나.
헬멧 속, 상정이 침을 꼴깍 삼켰다.
요새 아이들이 유별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장면을 직접 보게 되다니.
‘이거···. 어쩐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긁는, 아주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는,
지금 자신이 끼어들어 어떤 사태가 일어났을 때,
건장한 고등학생들 넷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법적 문제와 합의금,
오늘 예정된 공연.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촤르륵 펼쳐졌다.
‘에이···. 씨···.’
카드를 돌려주며,
강하게 상대의 몸을 밀쳤다.
“어? 저기요?”
상대가 넘어져 당황했을 때,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철문은 닫히지 않게 활짝 열어 놓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들이지?”
“네?”
“아저씨가 막아줄 테니까! 얼른 이쪽으로 와!”
서둘러 여자애에게 손짓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퇴로는 만들어 뒀으니, 여자아이가 이쪽으로 오기만 하면, 남학생들을 막아서서 경찰에 연락할 참이었다.
헬멧을 썼으니, 제법 버틸 만할 것이다.
통화도, 헬멧 속 블루투스로 하면 될 터.
주소도 정확히 기억해 냈다.
“어서!”
황당한 시선이 상정에게 모였다.
‘어라?’
얼른 달려와야 할 여자아이도,
황당한 시선을 보내며 당황해했다.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어? 안가네 치킨? 상정이 삼촌?”
“으···은서?”
활짝 웃는 아이의 표정에,
헬멧 속 상정의 얼굴에도,
황당함이 물들었다.
***
“그냥, 꽤 하는 정도 아냐?”
“흠, 이 정도 커버면, 각 잡고 며칠 꼬라박으면 한두 곡쯤은 되겠는데?”
“확실히 이목은 많이 끌었어.”
“뭐, 보컬은 좀 압도적이긴 하다.”
“커버잖아? 원래 좋은 곡들이라···.”
“우리도 못 할 건 아니지 않나?”
한국에서도, 밴드들로 이루어진 대형 레이블이 존재했다.
워낙 그들의 정체성이 강했고, 어딘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상, 협업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기는 했지만,
이곳도, 연예 기획사로서 상장한, 엄연한 기업이었다.
이곳에 소속된 몇몇 밴드는,
대중적으로는 집중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고정적인 팬덤만큼은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았다.
“대진아! 어땠어?”
최근 이 레이블에서 밀어주고 있는 신인 밴드의 리더가,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놨다.
앞에 앉은 이들은,
방송에서는 자주 얼굴을 보이지 않을 뿐이지,
어쩌면, 지금 세대의 밴드 음악을 이끄는 락 그룹의 리더들이었다.
평소라면 인사도 하기 힘든, 하늘 같은 대선배들 앞에 앉은 대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직접 본 느낌은?”
“아···. 그게···.”
앞에 앉은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오전부터 입에 침이 마르듯, 그들을 칭송하다가 그게 회사 상부에 알려졌고, 그대로 호출되어 올라온 상태였다.
일단, 직접 그 공연을 목격한 장본인이기는 했다.
대진은,
어제, ‘걷고 싶은 거리’에서 본 공연을 떠올렸다.
연주도 연주였지만, 그 소름 돋는 보컬이 먼저 기억났다.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었고,
간혹, 말도 안 되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별까지 의심하게 했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방금 이들이 나눈 대화의 분위기는, 어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를 망설이게 했다.
뭔가, 그 동물 가면 밴드를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어···. 상당히 잘했는데요. 그렇다고 엄청나게 특별한 건···.”
우물쭈물,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고민하던 대진과 ‘레몬티 차일드’의 리더, 창명의 눈이 마주쳤다.
“아니야. 라이브에서는 영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뭔가가 있었을 거야.”
“아···. 그게···.”
“뭔가가 있으니까, 내 공연에서도 서너 곡 듣다가 자리를 뜨곤 하던 놈이, 담장에 매달려 소리를 질렀겠지.”
아,
알고 있었나?
아마도, 누군가의 동영상에 자신이 찍힌 모양이었다.
기타를 메고 화단 위에 서 있었으니, 눈에 띄었을 터.
마지막엔, 그들이 사라진 담장에 매달리기까지 했으니···.
대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간혹 그런 밴드가 있어. 라이브에 특화된 밴드. 앨범은 ‘그럭저럭’인데, 공연만 하면, ‘떡상’하는 애들. 얘네도 그 과야.”
“어···. 그런 거 같습니다. 유투부로 보는 거랑 차이가 좀 있습니다.”
“그렇지?”
“네.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을 휘어잡는 분위기가···.”
“우리는 그게 안 될까?”
“네?”
“니가 봤을 때, 우리가 가면 쓰고 공연하면, 저렇게 못 할 거 같아?”
“아···.”
창명이 입꼬리를 올리며 주변의 동료들을 바라봤다.
현재, 한국 밴드 음악의 원탑은 어디까지나 ‘나비 계곡’이었다. 하지만, 이제 데뷔한 지 2년 차.
꾸준하게 활동하며 그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임도유 밴드’가 정통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빌보드차트까지 올라갔지만, 어디까지나 그간에 쌓인 세월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큰형님으로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둘은 예외로 치고,
제법 이름을 날리는 밴드들은, 모두 이 레이블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분기마다 열리는 패스티벌의 공연 기획이, 이 레이블을 거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음악계에 있어서, ‘세션맨’따위로 등한시되는 밴드의 구성원을, 제대로 대접해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인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실력은 올라가기 마련.
앞서 말한 그 두 밴드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곳 ‘드림캐쳐 사단’의 소속 밴드들 역시 모두가 쟁쟁한 이들이었다.
그만큼, 이곳의 소속인 이상,
자존심도 어마어마했다.
그런 그들이 대답을 주저하는 대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거 봐. 대답 못하지?”
“흠. 재미는 있겠는데?”
“해보자. 대신, 자기 곡 금지다.”
“콜.”
“어떻게 내일부터?”
“우선 어중이떠중이들 잠잠해지면.”
“하긴, 오늘 내일은 그거 따라 한다는 놈들 천지겠네.”
“우리나라에도 락 붐이 올 때가 됐어.”
대진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대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니아적 팬덤은 엄청났지만,
그간 대중에게 있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밴드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
상정은 조잘조잘하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가족끼리 제법 어울렸었다.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보질 못했는데, 얼굴은 그대로였다.
‘키는 많이 컸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황 설명에, 상정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빠한테는 비밀로···.”
“어···.”
“아빠가 힘들어할 수도 있어서요.”
“아?”
상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악이 돌아왔다는 거 아직 말 안 했나?’
진혁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삼촌도 예전에 음악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뭐, 그랬지.”
은서가 미간을 좁히더니,
“아! 황지선!”
“응?”
“삼촌 예전에 황지선 밴드에서 키보드 쳤다고···.”
주변에 서 있던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황지선이요?”
“진짜요?”
“와. 프로셨네?”
한 아이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더니,
2000년대 초반 황지선의 프로필을 찾아냈다.
“어··· 안상정? 이거 아저씨예요?”
“아···. 그게···.”
“와! 진짜네! 무려 초창기 멤버셨네요?”
“오··· 그 황지선이 제대로 된 음악을 하기 시작한 그때!”
아이들이 왁자지껄 치킨집 사장님을 치켜세웠고,
상정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옛날 일이지.”
그 프로필이 아직도 남아있을 줄이야.
“어···. 삼촌. 우리가 만든 곡이 있는데요.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려고···.”
은서가 상정의 옆에 바짝 앉아 방긋 웃었다.
방긋 웃는 얼굴이,
제 아빠를 쏙 빼닮았다.
***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엔,
하루 만에 가면 밴드가 또 등장했다.
다만, 이번은 동물 가면이 아니라, 모 영화 속 살인마를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가면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던가.
길을 걷던 사람들은,
가면도 그렇고, 얼핏 비슷한 악기 구성에, 저마다 시선을 보냈다.
연주가 시작되었고,
뭔가 이상함에 갸우뚱하던 사람들이,
보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돌려 버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개중에는 그 밴드에게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었다.
사실,
아마추어치고도, 엉망인 연주였다.
동 시간대,
홍대 앞 놀이터에서도,
제법 동물 가면 비슷하게 차려 쓴 이들이, 사람들에게 쓰레기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저, 관심받고 싶은 밴드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 공연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에게는,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을 건드린 것과 같았다.
한참 못 미치는 실력으로, 그들의 음악을 흉내 내는 어설픈 밴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공연을 본 이후,
광신도가 되어버린 이들이었다.
그렇게,
동물 가면 밴드를 떠올리며, 홍대를 찾은 이들이 허탕을 치고, 애꿎은 밴드들에게 화풀이하던 때.
강남이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