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예민한 여중생
‘뭐지?’
편안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앞만 보고,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던 자신이었는데,
‘잠깐, 지금 내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는 뭐였지?’
분명 보이는데,
흐릿하게 흩어져 있는 무언가를 바라봤다.
과연, 저 목표에 다다르면 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대답 없는 물음을 던지고, 눈을 비비자, 물기가 번졌다.
시야는 더 뿌옇게 변했는데,
무언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형체로 전달되지 않는, 어떤 감정.
처음,
눈도 뜨지 못하고 마주한 빛.
낯 설은 환경에 터져 나온 울음.
홀로, 숨 쉬는 방법을 익혀야 했던 그 순간.
최초의 시작을 알려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감정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귀해서,
어느 순간,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삶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내 삶은,
그 주체가 나여야 한다고,
나 자신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갈라지고, 엉망인 목소리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나를 응원하는 노래.
지금까지 살아오며 처음 겪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
아주 낮게 중얼거리는 수준이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
낮은음. 쉬운 멜로디. 귀에 익은 박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노래.
강남 한복판에서 울리는 소리는, 그들의 공연을 보지 못한 이들까지도 물들이기 시작했다.
낮고, 작은 노래가 모이자,
그 어느 것보다 묵직한 소리가 되어,
강남역 일대에 내려앉았다.
반대편에서 바삐 걷던 이도,
화장품매장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이도,
꽉 막힌 도로, 신호에 걸려 인상을 쓰던 운전자도.
무언가 느껴지는 감정에 고개를 돌렸다.
귀를 기울이자,
그들이 느낀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어느샌가 입술을 달싹이게 되었다.
카페에서 바삐 대화하던 여자들.
무언가를 토론하던 남자들.
회식인지, 건배사 뒤에 잔을 치켜든 이들.
순간,
모든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그들도 귀를 기울였다.
아주 잠시였지만,
강남역 근방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작고, 낮은,
무거운 울림만이 가득했다.
짧은 정적을 만들어낸,
다람쥐들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고,
토끼가 고개를 숙였다.
이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정적을 느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화를 이어갔고,
잔을 부딪쳤고,
물건을 정리했으며,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하지만,
잠시나마 흥얼거리며,
머릿속에 각인된 방금 그 선율은,
자꾸만 귓가를 간지럽혔다.
***
고개 숙인 진혁이 가면 속에서 미소 지었다.
방금 그 감정의 물결을 느끼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감정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그녀를 깨울 수 있을 것이다.
길이 보였다.
언젠가,
그녀도 당장 일어나 따라부르고 싶을, 그런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죽음의 경계선에 다다른 이가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감정.
지금은, 알지 못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연주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그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기 자신들을 응원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들을 바라봤다.
‘제대로 망가졌네.’
자신이 망가트린 그들의 시계.
그 빠진 톱니바퀴를 돌려줄 때가 됐다.
망가진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게 했으니,
이제 고치는 방법도 알려 줘야지.
달아올라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을 돌아봤다.
코드를 잡고,
신나게 줄을 튕겼다.
“일어나! 시계태엽을 돌리자.”
그 비어있는 공간에, 앞으로는 속도 조절이 가능한,
‘주체적인 톱니바퀴’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개조된 시계는,
쉬어야 할 때, 잠시 기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소리에, 드럼이 더해졌고, 키보드가 따라왔다.
조금씩 선명해지는 멜로디에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이거?”
“Box-43?”
음악에 관심이 있고, 해외 아티스트를 찾아 듣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최근 가장 화제가 되었던,
그 ‘기적의 곡’이 울려 퍼졌다.
조촐한 구성이었지만,
지금 여기 모인 이들에게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밴드보다도,
더 엄청나고 환상적인 공연으로 느껴졌다.
“어? 뭐야?”
흥겹게 리듬을 타던 이들 구석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어? 테일이다!”
“와! 뭐야!”
마스크를 벗은 테일이,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공연에 동참하며 등장했다.
***
테일의 등장으로,
안 그래도 열기로 가득 찼던, 강남역이 더욱 들썩였다.
동물 가면 밴드의 공연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늘의 위로는 평생 잊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에 ‘테일’이 더해졌다.
사람이란, 어떤 면에서는 시각에 예민한 법이었다.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동물 가면 밴드의 공연도 환상적이었는데, 테일까지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테일을 향했다.
“어? 진훈도 있어!”
테일의 뒤를 뒤늦게 따라붙은 이가 손을 흔들었다.
한때, 아이돌들의 가장 선두를 지켰던, ‘비투스’의 리더 진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무대에 올랐다.
그도 누구 못지않은 가창력의 소유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열정적인 목소리를 더했다.
테일과 진훈도, 이미 알고 있는 그 ‘리버풀의 기적.’
몇 번이나 들었던 곡을 바로 소화하지 못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해지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환호와 함성, 그리고 떼창에 덮여,
앰프도 갖추지 못한 악기 소리는,
이미 묻혀 버린 지 오래.
동물 가면 밴드가, 은행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무대에서 내려와,
골목 입구에 다다르자,
“어? 어?”
“저기···.”
몸을 돌린 동물들이 달렸다.
가면 속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던 사람들이, 그들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연 내내 자리하고 있던 경찰 둘이, 서둘러 그 골목의 입구를 막아섰다.
만일, 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좁은 골목으로 향한다면, 분명히 부상자가 생길 터.
“위험합니다!”
“밀지 마세요!”
“진정들 하세요!”
두 경찰이 필사적으로 사람들을 막았다.
하지만, 한 번 불타오른 군중들을 진정시키기엔 둘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악물고 몸으로 버티던 그때,
“주목!”
동물 가면 밴드가 사라진 은행 앞 무대, 테일이 소리쳤다.
“오늘, 제가 데뷔하고 처음으로, 반주도 없고, 마이크도 없는, 생라이브를 해보려 합니다.”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지며, 테일을 향했다.
이건,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무대였다. 그 ‘테일’의 생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흥분하던 이들이 숨소리를 죽였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 때쯤,
테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
강남역 일대는,
말도 못 하게 끝내줬다.
***
노래하던 테일이, 건물 뒤편으로 진출입하는 차도를 바라봤다.
흰색 롤스로이스가 빠져나와 대로변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미소에, 몇몇 여자들이 ‘꺄악’ 소리를 질렀다.
사실, 테일은,
‘그’의 잠적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충기는, 소속사 내에서 유일하게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는 테일에게, 간혹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그의 삶.
그가 바라던 음악.
‘창천’이라는 이름의 압박감.
마냥, 철부지 없는 재벌가 사고뭉치인 줄만 알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모르게 안쓰러웠다.
잠깐의 일탈은 필요할 터.
그랬기에, 그날 ‘킹덤 오브 스타’에서 그를 응원했었다.
그래도, 곧 돌아올 것이라 여겼다.
그게 기획사가 되었건,
해외 지사가 되었건.
자유를 갈망하는,
집안에서만 커온 고양이는, 결국 배가 고프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오늘 이곳에서 그들의 공연을 본 후,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자신이 부사장에게 듣고 전했던 말 중, 가장 궁금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던 말.
‘‘천재’가 돌아왔다.‘
도대체 누굴 칭하는 거지?
뭣보다, ‘천재’라 불리는 존재가, 이사장을 뛰쳐나가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란 말인가?
‘창천’을 등지면서까지?
그 모든 의문이 지금 여기서 풀렸기 때문이다.
그런 환상적인 공연이라니.
자신도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방금 그 조촐한 공연이 얼마나 대단한 공연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전자적인 기기 하나 없이, 그 많은 관중을 휘어잡았고, 그들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노래로 감동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런 밴드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자신도, ‘대한민국 꿀 성대’라는 타이틀을 던져버리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저도 모르게 마스크를 벗고, 그들의 공연에 동참했다.
제대로 된 음향기기도 없이,
생 라이브라니.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듣기로 하고,
한국 대표 발라드 가수의 자존심이 있지.
여기 모인 관중들을 녹여버려야겠다.
테일이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수익’과 관련되지 않은, 최고의 콘서트가 이어졌다.
아.
객원 가수로는 오랜 친구 ‘진훈’이 도움을 줬다.
***
“오늘 공연은 이걸로 마무리?”
“응. 시간이 너무 늦었다.”
원래 계획은, 압구정까지 이동해 한 번의 공연을 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남에서의 공연이 예상보다 늦게 끝났다.
한 번의 공연이 아쉬울 만한데도, 모두의 얼굴이 상기된 상태였다.
그만큼 짜릿한 공연이었다.
“와. 거기서 테일이 등장하냐?”
“진짜. 어떻게 빠져나오나 했는데.”
“아···. 아까 노래 부르던 친구가 테일이야?”
진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노래 잘하더라.”
친구들이 경악하며 진혁을 바라봤다.
아, 물론 그들이 아는 진혁은 저런 식으로 말해도 될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표 발라드 가수 테일을 몰라보다니···.
“아···. 너 혹시, 그날 이후로는 음악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거야?”
“응.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진혁이 방긋 웃었다.
그간, 마흔셋까지의 진혁은, 음악 자체를 뇌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연히, 25년간 흘러온, 음악적 지식은 제로였다.
“흠. 공부 좀 해야겠네.”
진혁이 잔뜩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간의 음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방금 그 친구처럼 실력 좋은 아티스트가 또 얼마나 많이 나왔을까?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쾅댔다.
“아. 그···. 진혁아.”
“응?”
조수석에 앉은 상정이, 룸미러를 통해 진혁의 얼굴을 살폈다.
“너···. 은서랑 요새 어때?”
“응?”
“잘 지내냐고.”
“뭐···.”
“음···. 은서랑 얘기 잘 안 해?”
“해. 적당히. 그런데 왜?”
“아니다. 일단 가서 얘기하자.”
상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창밖을 바라봤다.
***
치킨집에 도착하자 저마다 맥주컵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어땠어?”
선하가 묻자,
네 명의 중년인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 입 간지러워 죽겠는데···.”
“안돼. 장하도 사정이 있고, 충기도 음악 하는 거, 그 대단한 형들한테 걸리면, 당장 끌려갈 수도 있대.”
“알아. 근데 대충 눈치챈 애들은 있을걸? 니들이 워낙 뒤집어 놨어야지.”
“눈치채?”
“예전에 니들 공연 봤던 애들은 대충 눈치챘겠지. 뭐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숨죽이는 걸 거야.”
“어···.”
상정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친구들을 돌아봤다.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만약, 니들 정체 까발렸다가 다시 숨어버리기라도 할까 봐서 다들 쉬쉬할 테니까.”
선하의 말에,
진혁이 방긋 웃었다.
“뭐, 걸려도 발뺌하면 돼.”
대책 없이 해맑은 친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맥주 한 모금씩을 시원하게 들이킨 후,
모두의 시선이 상정에게 몰렸다.
“그래서, 진혁이 딸이 어쨌는데?”
“은서라고 했나? 무슨 일 있어?”
“뭐? 은서? 왜?”
장하와 충기가 상정을 추궁하자, 주방으로 향하던 선하도 고개를 홱 돌렸다.
“아···. 이거 비밀이랬는데···.”
진혁이 미간을 잔뜩 좁혀 상정을 노려봤다.
최근, 겨우 딸아이를 향한 집착에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진혁이었다.
그런데,
아빠한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상정의 입에서 나왔다.
“당장 말해.”
“어···.”
자신만만한 진혁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얼굴.
당혹감, 초조함, 분노?
상정의 눈이 동그래졌고,
옆에 앉은 친구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악적으로는 완벽한 그 천재도,
딸아이 앞에서는 무너지는 법이었다.
이글이글 타는 눈빛 하나와,
잔뜩 궁금한 눈빛 셋이 상정을 향했다.
‘아···. 괜히 말했다.’
상정이 침을 꼴깍 삼켰다.
*
“그래서 알게 된 거야.”
“오디션이라···.”
“왜 아직 말 안 했어? 다시 음악 한다는 거?”
상정의 물음에 진혁이 미간을 좁혔다.
“그···. 딸은···. 좀 어려워.”
“응?”
“넌. 말을 좀 알아듣게 했으면 좋겠어.”
흥미롭게 바라보던 선하가 진혁을 타박했다.
이마를 톡톡 치던 진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 늦는다고 전화하면, 귀찮은 듯 화내고, 또 전화 안 하면, 걱정도 안 되냐면서, 토라지고, 참···. 어려워.”
진혁은,
가장 난해한 문제를 곱씹듯, 은서를 떠올렸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친구들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정말로 보기 힘든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뭐, 집에서 기타라도 치면, 슬쩍 얘기하려고 했는데, 내 앞에서는 음악 얘기를 전혀 하지 않으니까, 먼저 불쑥 꺼낼 수도 없고···.”
갑자기, 선하가 손뼉을 짝 쳤다.
“난, 진혁이가 은서를 직접 가르치는 거 무조건 반대.”
“동의 합니다.”
“나도!”
“무조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에 관해서는 ‘또라이’인 친구였다.
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터.
아니, 더하면 더 할 것이었다.
무릇, 자기 자식에게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그 어떤 부모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상정만 하더라도,
고작 세 명 출전한, 초등학교 저학년 태권도대회 ‘뛰어 앞차기’에서, 서준이 금메달을 따오자, 국가대표로 키우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지 않았던가?
가게 앞에,
[경. 구청 배 꿈나무 태권도대회 뛰어앞차기 금메달. 축.]이라는 현수막도 걸었었다.
3학년이 되며, 갑자기 그만두더니 축구로 진로를 변경하여, 그 꿈이 무너졌지만···.
요새는, 연습대회에서 골이라도 넣었다 하면, 미래의 ‘손X민’이라고 설레발을 치곤 했다.
“너. 은서 음악 하는 거에, 손대지 않을 자신 있어?”
“그거야! 어···.”
장하와 충기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끅끅댔다.
그 자신만만한 녀석이 저렇게 난처해하는 꼴이라니, 어떤 면에서는 인간 같지 않았던 ‘천재’도 결국, 딸아이 문제 앞에서는 쩔쩔매는 아빠였다.
“중학생 여자아이는 정말 섬세해.”
“알아.”
“넌, 음악적으로는 몰라도, 언어적으로는 절대 섬세하지 않아.”
“그건···.”
진혁이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모두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히 장담하는데, 나도 자식 키우는 아빠로서 봤을 때, 너 은서한테 기타 가르치지? 바로 부녀 사이 갈라진다.”
진혁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진혁이 음악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예전 자신들에게 했던 것처럼,
은서를 닦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뻔했다.
더군다나,
알고 있으면서도 금기어처럼 꺼내지 않았던, 은서 엄마의 부재.
진혁이 직접 말하지 않기에, 쉬쉬하는 부분이었다.
만일, 진혁과 딸의 사이가 벌어진다면, 그 사이를 중재해줄 가장 큰 존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예전의 진혁은,
친구들이 도달해야 하는 레벨을 상당히 높게 잡았었다.
아마도, 딸에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될 것이다.
그들이 아는 천재는,
음악에서만큼은 딸이고 뭐고, 눈이 돌아갈 테니까.
“여중생은 아주 예민해.”
“그렇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일주일은 투명 인간 취급일걸?”
“맞아. 넌 ‘음악’이 들어가는 순간, ‘배려’라는 단어를 잊어버려.”
“가정이 파괴될 거야.”
진혁을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이 단언했다.
마치, 독재자처럼.
예전에도 그랬다.
‘이게 왜 안 돼? 왜?’
그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귀에 박힌 말.
지는 천재니까 가능한 거지···.
친구들이 저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정이 진혁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어떻게, 듣고 싶어?”
진혁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해. 절대로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
진혁의 눈동자가 떨렸다.
상정은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지금만큼은 자신이 진혁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언제 이런 기분을 느껴볼 것인가.
“맹세할게! 한다고!”
진혁이 외치자,
참고 참았던 상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두 곡.
상정이 아이들에게 받아온 것은, 팝 느낌의 발랄한 곡 하나와, 애절한 락 발라드 하나였다.
두 곡이 끝났고,
노트북 앞에 모인 아저씨들의 표정은,
뭐라 정의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