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39
39화. 1막
‘와. 진짜 재밌다.’
진혁은, 가면들이 차례대로 벗겨지는 것을 보며, 방긋 웃었다.
모두가 엄청난 실력이었고, 제대로 된 열정을 뿜어댔다.
관객들의 수준도 높았다.
정말로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퍼즐이,
어디 하나 엇나간 것 없이 맞춰지며, 하나의 웅장한 ‘성지’가 탄생했다.
판은,
진혁이 깔았지만,
완성은 결국 그들이 한 것이었다.
가장 높은 옥상,
어두운 난간에 숨어,
눈만 내민 채,
음흉하게 그들을 훔쳐보던 멤버들이, 상기된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
이 엄청난 열기가, 이곳으로 향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혁 자신도 이렇게 심장이 쿵쾅대는데, 다른 멤버들은 오죽할까.
상정은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분명,
연주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멎게 될 떨림이었지만,
이 떨림은,
지금이 아니면 즐기지 못할 설렘이었다.
“마! 나온나!”
저 입에서 나올 줄 몰랐던,
구수한 사투리.
진혁이 멤버들을 바라봤다.
준비됐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방긋 웃자,
마흔셋 아저씨들이 활짝 웃었다.
저마다 목에 걸린 멀티스카프를 코까지 올리고, 각자의 가면을 머리에 썼다.
그리고,
오늘 그들의 무대를 도와줄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준비하기 시작했다.
진혁이 옥상의 중앙으로 향했다.
각도 상,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지만,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천천히 난간을 향해 걸었다.
친구들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난간으로 만들어진 지평선이 점점 낮아지며, 열기로 이루어진 호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잘 왔어.”
작은 조약돌을 던졌다.
호수 한가운데 작은 파장이 일어났다.
“놀고 싶어?”
“네!”
파장이 넓어지며, 넘실댔다.
“성지에 온 걸 환영해.”
이 열기의 호수를 ‘성지’로 명명하리라.
“신나게 놀자!”
호수인 줄 알았던 수면이 꿈틀대더니,
격랑이 일었다.
불멸의 존재.
광활한 열기의 바다가, 도심 한가운데서 파도쳤다.
***
“아! 진짜 시끄럽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응수동 일대를 둘러싼, 고층 아파트들의 베란다 창문들이 열리며, 저마다 불평을 쏟아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까지는, 웅웅 대는 정도였지만,
아까부터 터져 나오는 저 함성은, 이 일대까지 들썩이게 할 정도였다.
그들도, 오늘 저곳에서 어떤 ‘축제’가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삶에 찌들었고,
나이에 눌려있었다.
팔자 좋은 이들이나 저리 방만하게 놀 수 있는 것이라 치부했다.
종일 왁자지껄 들썩이는 저 거리의 분위기는, 이유 없는 적개심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심지어, 오늘은 교통까지 통제되는 바람에 10분이나 넘게 우회해야 했다.
그간 쌓였던 짜증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신고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오고! 경찰은 뭐 하는 거야?”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의 저 함성은, 분명 소음이 맞았다.
피땀 흘려 장만한, 자신만의 공간을 마구 침범하는 저들만의 ‘즐거운 소리’들.
마치,
이번 승진에서 밀려난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때,
지금껏, 적당한 선은 지켜왔던 음악 볼륨이 엄청나게 커졌다.
멀리 떨어진 아파트에서도 그 선율을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이 정도의 소음이라면,
확실히 위법이라 할 수 있었다.
명확하게 들리는 전자기타 소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지로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짜증 났다.
그렇게,
흘러 들어온 ‘음악’은,
마치,
분노로 가득 찬 자신을 표현하는 듯했다.
뭔가 발가벗겨진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뭐지?’
억지로 외면하려 하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 마음 이해해.’
기타 소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사람들이 많아지며,
대도시에서,
아파트란 건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렇게,
같은 면적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콘크리트 박스들이 늘어났다.
어찌 보면,
감옥, 또는 닭장 같은, 그 삶의 필수 요건은,
언젠가부터,
가장 큰 재산이 되었고,
투자가 되었고,
삶의 목표가 되었다.
가진 자는 더 크고 비싼 걸 원했고, 못 가진 자는, 가진 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 시스템이 발전하며, 변화할 수밖에 없는 사회였다.
골목 어귀 오가며 인사하던 풍경은,
주차장부터 분리되어, 같은 선상의 사람들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탔고, 튼튼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풍경으로 바뀌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래와 위에 어떤 삶이 이어지고 있는지,
서로 얼굴 붉힐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점점 단절되어왔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철문 안쪽에 숨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핸드폰을 꺼놓으면 됐고, 차단하면 그만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으면 되니, 틀어진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없었다.
맺고 끊음이 쉬워진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서로와의 관계를 쉽게 여겼다.
조금의 다툼에도, 단번에 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고,
이견을 좁히며 좀 더 깊은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드물게 되었다.
각자의 고립된 세상의 벽은 더욱 견고해져만 갔고,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비난, 또는 혐오하기 바빴다.
사회는 양분, 또는 다분화되어,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상대와의 ‘관계 개선’에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고,
그 비축된 에너지는 갈 곳을 잃었다.
결국,
그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지만,
모두가 외로워진 세상이었다.
관계가 얕아지자,
남은 것은,
희석하지 못한,
진한 분노뿐이었다.
그 잃어버린 무언가,
사회의 시스템이 발전하며 놓친 무언가.
엄청난 변화를, 너무나도 빠르게 겪은 이 ‘세대’가 가진 아련한 ‘무엇’.
지금 저 기타가 들려주는 분노는,
자신이 놓친 그 ‘무엇’에 대한 어쩔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당연한 분노이며,
당연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고립.
기타로 연주되는 저 곡은,
자신을 질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현재 심정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며,
‘이해’하고 있었다.
기타의 강렬한 분노에, 피아노 소리가 섞여왔다.
아주 조금씩 끼어들던 그 멜로디에, 기타가 조금씩 자리를 비켜주자, 끓어오르던 분노에 변화가 생겼다.
부끄러운 치부를 들켰지만,
그 따스한 소리는, 그 발가벗겨진 마음을 은은하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침 햇살에 눈을 뜬,
작은 새가, 이 얼토당토않은 분노에 깜짝 놀란 것만 같았다.
사나운 태풍 같은 분노를,
동그란 눈으로 빤히 바라보던 작은 새가,
지저귀기 시작했다.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토도도도.
드럼 소리가 시작되었고,
분노의 태풍 곳곳에, 작은 날갯짓이 파닥거렸다.
둥둥.
낮게 깔린 베이스가 태풍에 맞섰다.
마구 분노하던 가슴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작은 새의 지저귐이 더욱 거세졌다.
분노로 가득 차 있던 마음 곳곳이 치유되어갔고,
남은 자리엔,
외로움이라는 스산한 바람만이 남게 되었다.
갑자기 밀려든 으슬으슬한 바람에,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어느새,
베란다 난간을 잡고, 상체를 밖으로 내민 자신을 발견했다.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된 이후,
이 경계선을 넘은 적이 있었던가?
문득,
고개를 돌리자,
분노가 치유된, 외로운 이웃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싸늘했던 바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
진혁이 저 멀리 높은 아파트들을 바라봤다.
멀었기에,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베란다 불빛을 가린 실루엣들이, 서로를 향해 움직이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가면 속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 제대로 놀려면,
먼저 저들을 달래야만 했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같이 놀면 더 재밌으니까.
작은 새의 지저귐이 잦아들며 곡이 끝났고, 고개 숙여 관객들을 내려다봤다.
열광하던 이들이, 저마다 주변을 돌아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저씨?”
“여기 좀 봐요.”
옆에 다가온 종달새 가면이, 아래 펼쳐진 ‘관계의 물빛’을 확인하고,
감격한 듯, 튀어나온 부리를 손으로 가렸다.
아마, 탄성을 지르는 듯했다.
“인사해야지.”
토끼가 종달새의 손을 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관계의 정의’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제야 무대를 올려봤다.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울렸다.
파도가 퍼져나가자,
저 멀리 아파트에서도,
이 호수를 향한 함성이 메아리쳐 왔다.
진혁이 복면 속에서 방긋 웃었다.
제대로 놀아도 될 것 같았다.
***
약 8분 전,
진혁이 처음 등장한 때.
주성돌 할아버지는, 불안한 눈빛으로 공씨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괜찮을까?”
“뭐, 어뗘! 이래 뒤지나, 저래 뒤지나, 뒤지는 것은 매 한 가지지.”
“예끼! 뒤지긴 누가 뒤져!”
“민원은 아까부터 들어갔을 거여. 어차피 벌금 때려 맞는 거, 소리 더 커졌다고 비싸지진 않을 거 아녀?”
오랜 친구의 말에, 주성돌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성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지금 하려는 것은, 모든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로 올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명백히 의도적으로 소리를 키우는 것.
뭔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만 같았다.
“야. 근데 이거 저쪽 아파트까지 제대로 들릴까?”
하나의 걱정이 날아가자, 또 다른 노파심이 튀어나왔다.
나이를 먹으며 경험이 많아진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참 부질없었다.
“어허. 내가 90년대에 대북 확성기까지 설치한 놈이여. 응? 그거 날씨 좋으면 몇십 킬로까지도 빵빵혀.”
이제는, 각 전자제품 회사에서 운영하는 AS센터가 곳곳에 자리했고,
동네 ‘전파사’라 불리는 수리점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응? 그거는 내가 못 고쳐. 서비스 센터로 가져가!’
고칠 줄 아는 것보다, 못 고치는 게 더 늘어날 즈음부터, 자신감 넘치던 친구의 눈빛은 점점 흐려졌다.
그런 친구가,
가슴을 탕탕 치며 눈을 빛냈다.
“그래. 얼마나 빵빵한 지, 함 보자.”
주성돌 할아버지가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메인 사운드 볼륨 바를 가차 없이 올려버렸었다.
***
중학생 3학년 시절,
프로듀서였던 삼촌 덕에,
처음 시작하게 된 연예계 생활.
황지선은,
국민 여동생이었던 그 시절부터 30년이 넘는 음악 생활을 해왔다.
수도 없는 음악을 들었고,
만들었고,
불렀다.
그런 그녀였지만,
이런 음악은 처음이었다.
물론,
어떤 음악이든 사람들에게 주려고 하는 감정이 있기 마련이었고,
그 감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 감동을 일으키곤 했다.
콘서트장에서 눈물을 흘려본 경험은 자신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음악은,
‘공감’이었다.
사랑하던 이와 헤어져 돌아오던 길에 듣게 된 이별 노래는, 그만큼 더 각별하지 않던가.
그렇듯,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고, 제각각 듣는 취향이 있었으며, 모두를 어우를 수는 없었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진 고아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기리는 노래에 감동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음악이란 대단한 힘을 가졌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게,
맞는 건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호랑이를 바라봤다.
“어···. 어? 아···. 어?”
쳇.
잘 아는 듯 굴더니, 호랑이도 넋이 나간 모양이었다.
“야. 멘트!”
아차.
멍했던 여우가 서둘러 ‘마이크 온’을 누르고,
“어··· 그···. 그러니까···. 지금···”
버벅거리는 여우를 보며, 고개를 젓던 호랑이가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그렇죠? 여러분? 여우는 과음한 상태로 넋이 나가버려서···.”
농담 치면서 말을 줄였으면, 좀 웃어라 관객들아.
호랑이가 뻘쭘하게 코털을 만지작거리며, 옆에 여우를 툭툭 쳤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크···크흠. 그··· 그러니까. 지금 이 무대에 참여해주신, 저··· 참···새?”
“종달새지 등신아.”
“아. 그렇지.”
“여우도 정신 차렸습니다. 여러분.”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함성을 지르다 멈춘 사람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시선은 토끼와 종달새에 고정한 채, 먹먹히 잠긴 여우의 콧소리에 집중했다.
“이 무대를 빛내 주신, 종달새의 정체는 과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는 알 것도 같은데요. 아주 유명하신 분이죠.”
여우가 놀리듯 말했고,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었다 싶은 곡이었는데,
“어? 그 피아노!”
“맞아! 신유정!”
“신유정이요!”
워낙 많은 이슈가 쏟아지는 바람에,
짧은 시간 만에 밀려나긴 했지만, 당시 그 영상도 굉장한 관심을 받았었다.
유투부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아직도 조회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외치자,
그녀가 종달새 가면을 벗으며, 활짝 웃었다.
“잠깐, 그럼 그때 피아노 쳤던 사람이 토끼야?”
토끼가 팔을 흔들며 긍정의 몸짓을 하자,
사람들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동물 가면 밴드에, 또 하나의 이력이 추가된 순간이었다.
***
“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경찰 하나가 달려왔다.
“계장님!”
“어. 왜?”
방금 틀어졌던 스피커 소리는 분명 소음 레벨을 넘어섰다.
원래는 소리가 난 순간부터 그 소음의 진원지로 향해야 했지만,
들려온 음악이 주는 어떠한 감정에, 멈칫한 상태였다.
그 음악이 끝났고,
그제야, 정신 차린 책임자가, 덩치 좋은 경찰 몇을 추리고 있었다.
스피커 소리가 커지지 않았을 때도 빗발치던 민원이었다.
지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부하의 표정만 봐도 알만했다.
지금은 아마 경찰서가 난리 났을 것이다.
“그···. 민원 취소 전화가 계속 온다고···.”
“응?”
“민원 들어온 것보다, 더 많이 왔답니다.”
“뭐?”
며칠 그렇게 성질내던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그 주민들이,
이렇게 큰 소리를 듣고도 민원을 취소했다니.
직접 전해 듣고도,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래서···, 뭐래?”
“그···. 일단 대기하시라고···.”
책임자가 고개를 돌려, 거리 방향을 바라봤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때문인지,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이 모였는데, 생각보다 정돈된 광경이었다.
분명, 어떤 일이 터진다고 했는데···.
그 일이 터지기 전에 중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개입할 여지가 사라져버렸다.
제발 큰 사고는 터지지 말아야 할 텐데···.
총책임자를 맡은 계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리,
윗선에서 내려온 명령이라지만,
불법 시위도 아니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서 진입한다니···.
명령에는 따라야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
신유정을 향한 환호가 잦아들었고,
활짝 웃으며 팔이 떨어질 듯 흔들던 그녀가, 난간의 장막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홀로 남은 토끼가 팔을 들었다.
“재밌지?”
“네!”
사람들이 외치자,
토끼의 옆으로 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자의 등장 전부터, 무언가 둥둥거리기는 했는데,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자,
그 소리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심장을 통해 들리는 낮은 저음.
마구 들떠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심장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모두 소중해.”
토끼가 양팔을 펼치자,
모두가 포근한 느낌을 받으며,
그 울림에 안기듯 팔을 감싸 모았다.
드럼의 낮은 리듬이 추가되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눈을 감았다.
피날레 2막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