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45
45화. 또다른 시작
사람들의 겉옷이 두꺼워진 걸 보면, 제법 기온이 내려간 듯했다.
초겨울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공연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 열정 가득한 음악의 향연은,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연들은, 나름 지역 대표라 여겨지는 밴드들을 배출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에서 공연하는 이들에게, 팬 이상의 애정을 쏟기 시작했고, 마치 프로 축구, 또는 프로야구를 대하듯, ‘연고’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단 한 달 만에,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대한민국 전체에, 밴드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
-다 같이 놀자.
식당 여기저기서 작게 울리는 소리가,
마치 도돌이표를 찍듯, 순차적으로 들려왔다.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식당에 간 부모들은,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을 맡기곤 했다.
부모들이 편해 보겠다고 그런다기엔, 좀 억울한 면이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은 통제하기 어려웠고, 다른 이들의 식사를 방해하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닥친 즐거움이 최우선이었고, ‘배려’나 ‘예절’이라는 것은 아직 낯설었다.
손가락질하던 이들도, 그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기 시작하면, 그걸 또 뭐라고 할 터.
차라리,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았다.
최근에, 그런 아이들이 가장 빠져든, 유투부 영상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이 식당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가 그 영상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최근 조회 수가 급속도로 오르는 것도, 이 아이들의 반복 재생 때문이었다.
영상은 참 특이했는데,
화면 전체가 색으로 채워져 있기만 했다.
어떤 아이의 핸드폰에는 파란색이, 어떤 아이는 보라색을 보고 있었고, 또 어떤 아이는 노란색 화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색으로만 꽉 채워진 화면.
시각적 자극에 너무나도 예민한 나이, 조금만 지루해도 집중력을 잃고 지루해하는 아이들인데도,
그 단조로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눈을 감고, 소리만을 듣기도 했다.
-재밌지? 재밌을 거야.
-짜잔.
-다 같이 놀자.
-이건 어때?
-잔짜잔 짜잔.
노래는, 쉬운 멜로디와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는데, 나긋나긋 명랑한 노래는 어른들도 듣기 좋았다.
단지, 아이들이 듣는 음악치고는 많은 악기가 사용되었는데, 간혹 통기타가 나오기도 했고, 드럼이나 베이스가 울리기도 했다.
어떨 때는, 짐작되지 않는 악기들도 등장했는데, 깡통을 치거나 병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영상을 보던 아이들은, 문득문득 대답하듯 중얼거렸는데,
“와. 이쁘다.”
“멋있어.”
“나도 가고 싶다.”
“아. 차갑겠다.”
“오! 그거 좋아.”
“맛있겠다!”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신나 했다.
초기, 이 영상을 접한 엄마들은 깜짝 놀라서, 병원을 찾아 상담받기도 했었다.
노래에서는 특이점이 없었지만, 아이들의 행동이 조금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아이가 비슷한 현상을 겪는 중이었고, 병원에서 판단하기에도 어떠한 질병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스마트폰을 다시 돌려받아야 할 때, 아이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보통은, 떼를 쓰거나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상을 보던 아이들은 방긋 웃으며 아무런 투정 없이 부모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그러곤, 눈을 감고,
“진짜 재밌다.”
라고 말했다.
영상이 퍼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유투부 조회 수는, 예전부터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새끼상어의 뒤를 바짝 쫓을 정도였다.
다만, 파생되는 영상은 생겨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영상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제각각의 소리가 어우러진 색깔 카드일 뿐이었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퍼진 이 영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여러 괴담과 가십거리를 생산했다.
그에, 언론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
“어, 이건 아이들만이 가진 뇌에 있어서 특별한 다른 무언가가 발견된 걸 수도 있습니다. 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면, 마치 파도치는 듯한 드럼 소리가 흐르는데, 화면은 파란색이죠? 아이들이 ‘앗 차가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 그럼, 무언가 현실에 흡사할 정도로 상상하게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앵커의 말에 뇌 과학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합니다. 그 이유는, 직접 겪은 경험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영상···은,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펼쳐주고 있는 겁니다.”
미간을 좁힌 그가 그림 몇 장을 꺼냈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상상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아이는 바다를, 어떤 아이는 하늘을 나는, 어떤 아이는 호수를, 어떤 아이는 넓은 강을···.”
그림을 넘기며 말하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비슷하게 만들어보셨다고 들었는데요.”
“시도는 해 봤습니다. 다만 저희가 만든 것에서는, 소리로서 가지는 역할 이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 우선 따라 할 수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현재로선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새는 괴담까지도 퍼지는데요···. 뭐, 외계인 이라던지, 세뇌를 연구하는 지하조직 이라던지···. 생각하면 우습지만, 꽤 많은 사람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사람들은 미지의 영역을 두려워하곤 하니까요. 무엇보다 영상을 만들어낸, 주체가 나타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추적 조사를 해본 결과, 폭력적인 아이가 순해진 사례도 있었고, 내성적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된 사례도 종종 있었습니다. 우선은, 좋지 않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좋은 영향만을 끼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전문가를 바라보던 앵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이 영상을 제작하신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빨리 세상에 나타나서, 많은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문가와 인사를 나눈 앵커가, 기사 대본을 넘겼다.
다음 기사 내용이 뜬 프롬프트를 보던 그가 멈칫했다.
아이들이 보던 동영상만 있었던,
그 유투부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는 속보가 떴기 때문이었다.
“아···.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요. 방금 그 채널에 새 영상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슬쩍 카메라 옆의 총연출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기자가 지금 그 영상을 시청하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연결해보겠습니다.”
화면의 전환을 알리는 램프의 불빛을 확인한 앵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건 뭐, 최면도 아니고···. 안 그래?”
“저희 애도 푹 빠져있습니다.”
화면 밖에 있던 여자앵커가 피식 웃었다.
“그, 정보 못 땄지?”
“회사도 외국 회사고, 개인이 허락하지 않은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에이, 다른 방법 있지 않아?”
“수익 정산에 등록된 계좌도, 비밀 계좌라 그쪽도 더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던데요?”
“후···. 진짜로 무슨 외계인이라도 나타난 거 아냐?”
“음, 다섯 살 아들 엄마로서, ‘외계인’보다는 ‘신’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래.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신’이라고 치자.”
여자 앵커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지금 이 영상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
“야. 은서는 잘 지낸대?”
“뭐, 잘 지내는 거 같더라.”
이한과 준호가 소파에 파묻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기수형 연락 없지?”
“없지.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우리야 그렇다 쳐도, 그 형은 메이저 근처까지 가봤던 형이잖아. 얼마나 아쉽겠어.”
“와, 어떻게 이 타이밍에 밴드 붐이 확 일어나냐?”
핸드폰 화면 속 캐릭터를 움직이던 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래, 그들이 만든 음원은 예선을 통과한 상태였다.
신나서, 연습에 박차를 가하던 중, ‘응수동 축제’가 시작됐고, 일주일 뒤 ‘고등 밴드’는 ‘코리아 탑 밴드’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삼천만 원이었던 상금은 삼억이 되었고, 예선부터 다시 진행한다는 광고가 떴다.
‘밴드 붐’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참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야. 그래도, 음원은 넣어봐야지 않나?”
“그 쟁쟁한 밴드들 제낄 자신 있어?”
“뭐. 모르지.”
“숨어있던 실력자들까지 다 튀어나온단다. 고삐리가 비빌 수준이 아니야.”
“후···. 뭐···.”
“기수형이 알아서 하겠지. 기다려보자.”
“그건 그렇지···. 악! 이 새끼 현질 겁나 했나 보네!”
“니 손가락이 문제 아니고?”
준호가 성질을 부리며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
하나의 목표로 불타오르다가 그 목표가 무산되자, 왠지 모르게 허탈해진 아이들이었다.
덤덤히 말하는 이한이었지만, 답답한 속은 좀처럼 풀리질 않았다.
***
“선생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진혁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남자는, 음악 동호회의 담당 강사였다.
며칠 전,
하원 메디컬의 곽정수 차장을 따라온 조진혁 과장이라는 사람은, 이 동호회 연습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었다.
머리를 긁적이는 진혁을 바라보던 강사가 그날을 회상했다.
***
며칠 전,
‘회원님’에서 ‘선생님’으로 호칭을 바꿔야만 했던 날.
“누구신지?”
“조진혁이라고 합니다.”
“아. 하원 메디칼 조진혁 과장님?”
그래도, 이 동호회에서는 꽤 실력이 있는 곽정수 차장이었기에, 신입을 받는 시기가 아님에도 허락했던 기억이 났었다.
“오늘 처음이시죠?”
“아. 네.”
“뭐···. 경험은 있으신가요? 노래? 기타?”
“어릴 때 밴드에서 기타를 쳤습니다. 노래도 했고요.”
“음. 그럼 일단···. 아. 저기 부스가 비었네요. 노래부터 한 번 해볼까요?”
“네.”
그와 부스로 들어갔었다.
음성은 조금 괜찮네? 정도였다.
“노래는···. 발라드? 트로트? 댄스?”
이곳은, 근방 회사들의 의뢰로 운영되는 사회인 음악 동호회였다.
동호회 치고는 전문 강사가 배정되어 있을 정도로, 꽤 체계적이었는데,
이 근방의 회사들은 영업맨들이 많았고, 그들의 업무에는 필연적으로 ‘접대’라는 것이 끼어있었다.
그 ‘접대’에 필요한 무기를 갈고 닦는 곳.
그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어떻게 보자면 업무의 연장이기도 했다.
수준 있는 가르침이 필요했으며,
그만큼,
자신 역시 전문 강사였고, 몇몇 기획사 연습생들의 레슨을 봐주기도 하는 프로였다.
“어···. 저는 락이요.”
“아. 락···. 락 좋죠.”
어째서, 그때 피식하고 웃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졌다.
‘접대’에 필요한 장르는 사실 정해져 있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트로트, 또는 댄스곡.
조용하게 가라앉힐 때 필요한 발라드.
그때 그가 말한 ‘락’은 접대 자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르였기에,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온 ‘피식’이었다.
아니, 접대 자리에서 락이라니, 오히려 마이너스이지 않은가.
그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기본 실력을 알아야 하니까, 먼저 잘하는 곡으로···.”
그가 책자를 뒤져,
노래를 찾아냈다.
번호가 하나씩 생겨나는 화면을 확인했었다. 제목이 떴고,
그땐,
왜 또 한숨을 쉬었을까.
노래방에서,
여자들이 가장 기피 한다는, 그 팝송의 제목이 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결코 들어보지 못한 곡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한숨’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한숨’이었다.
‘영업부라고 하지 않았나?’
시작이 눌러졌고, 반주가 시작되었다.
강하게 때려대던 기타 소리가 멎더니,
조용한 키보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주가 나오는 동안,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었었다. 과장된 몸짓은, 배우려는 사람을 일부러 기죽이는 용도로도 쓰였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상, 이런 종류의 사람은 자기 고집도 꽤 있을 것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았다.
그땐, 정말 바보 멍청이였다.
나지막이 시작된 그의 첫음절을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으니···.
***
추지훈은 본래 가수를 꿈꾸던 이였다.
키가 작았고, 외모가 특출나지도 않아, 드라마 OST에 몇 번 참여했을 뿐, 본인만의 앨범도 내지 못한 채, 꿈을 접어야만 했었다.
그래도, 실력은 인정받았었기에, 소속사 가수들의 가이드를 봐주거나 신인들의 레슨을 돕기도 하는 중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르치는 일이 제법 체질에 맞았고, 지금은 이 동호회를 도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다들 본인의 업종과 관련된 부분이라 열정적이었고, 그저 취미가 아닌, 목적이 있는 것이었기에 가르치기도 편했다.
간혹, 수준급의 회사원도 있기 마련이었고,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프로급으로 키워내는 재미도 있었다.
적어도,
일반인 중에,
자신을 이렇게 놀라게 한 이는 없었었다.
아니,
기획사에 소속된 유명한 프로 가수까지 포함하더라도,
너무나도 흔한 곡이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이 곡을, 이 정도까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이는,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녀가 떠났음을 애절하게 표현한 락 발라드.
그 곡이 절정을 치닫고,
‘여인’을 외쳐 부르며,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
처음부터 벌어져 있었던 입에, 손을 가져갔었다.
여기까지 떠오르자, 그때 온몸에 올라왔었던 소름이 또다시 올라왔다.
곡이 끝나고,
그가 방긋 웃으며 바라봤었을 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었다.
순식간의 회상이 지나갔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제가 만든 곡이 있습니다.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꼭 선생님께서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제가! 정말로 유명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고맙지만, 제가 원래 소속된 밴드가 있어서···.”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런 아마추어적 음악 말고! 진짜 제대로 된 음원을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음악을 해야죠.”
“저도, 대중들에게···.”
“아! 고작 몇십 명 들어오는 소극장 말고! 진짜 ‘대중’말입니다!”
진짜로 답답했다.
이런 가창력으로 아마추어 밴드나 하고 있다니.
“여기 제 명함입니다! 보이시죠? SJ엔터 보컬트레이너! 제가! 책임지고, 데뷔시켜 드리겠습니다!”
한물가긴 했지만, 역시 대형 기획사 명함의 힘인가?
그의 표정이 조금 풀렸고, 입꼬리가 올라간 것도 같았다.
“거기, 석준이 아저씨랑 동구 아저씨 아직도 있나요?”
응?
누굴 말하는 거지?
저 나이에 아저씨라 부르는 걸 보면···.
그 정도로 나이가 있는 직원은, 청소하시는 분 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 아마도?”
그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아무래도, 대어를 낚은 것 같았다.
***
진혁은,
음악을 잃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보살펴줬던 이들을 기억해 냈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때도, 그 두 아저씨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혁을 돌봐 줬었다.
병원비도, 생활비까지도,
물론, 진혁의 음악을 되돌리겠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모든 걸 잃고 방황했던, 그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
결국, 그의 음악이 되돌아오는 것을 포기했을 때도,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대학 진학까지 도와줬었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봐 줬었다.
진혁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연락이 끊기기는 했지만,
마흔셋의 진혁이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그 기획사 언제 가볼 수 있죠?”
진혁이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