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코리아? 더 월드!
순위 발표와 출연진들의 마지막 인사가 없는, 사상 초유의 뮤직 스테이션이 막을 내렸고,
이번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역대급이었다.
보통 때와 같이 본방 시청률은 5%대였지만, 유료 다시 보기는 이미 7만 회를 넘긴 상태였다.
이 기세라면 유투부 클립이 뜨기 전까지 20만을 찍을 기세였다.
드라마도 아니고, 단일 음악프로그램으로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장창 PD는 징계를 각오했지만, 오히려 성과급이 주어졌다.
유투부의 등장 이후, ‘다시 보기’의 매출이 이 정도가 나온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국장이 직접 칭찬까지 했을 정도였다.
케이블 TV의 범람으로, 이제는 이름만 남았을 뿐인 대한민국 대표 방송국이, 뒷방에서 탈출한 날이었다.
이 방송을 계기로 각 방송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들은 비상 대책 회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10대와 20대에 맞춰져 있던 통상적인 무대를,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간 변화 없이 쭉 유지되어왔던 음악 방송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단 두 번 공중파를 탄 J.H는, 하루아침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인 그룹이 한순간에 톱스타 반열로 오른 유일무이한 사건이었다.
그 ‘발라드의 역습’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빅 이벤트가 막을 올렸는데,
바로 밴드 붐에 제대로 탑승한 ‘코리아 탑 밴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경연대회 상금치고는 꽤 많은 3억이 걸렸는데, 이는 아마추어들에게는 꽤 큰 돈이었다.
다만, 제작진은 교묘하게 말을 비틀었는데,
‘이 경연에서 마지막 무대에 오른 밴드는 단언컨대 이 세상 최고의 밴드일 것입니다.’
이는, 이미 정상급 밴드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이들을 자극했고, -그들 기준에는 애매한- 상금과는 별개로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세상 모든 밴드를 환영합니다.’
참여 조건조차 애매했기에,
한국 밴드 음악계에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
“와! 씨! 이거!”
“뭔데 그래?”
퀭한 눈의 작가가 파닥거리자, 마찬가지로 눈이 반쯤 감긴 정태강 PD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대박! 대박!”
“아! 왜!”
이번 ‘코리아 탑 밴드’의 총연출을 맡은 정태강 PD는 며칠 밤을 새운 상태였고, 날카로워 질대로 날카로워진 신경을 곤두세웠다.
“나··· 나비···”
“아! 뭐!”
“말 안 해!”
“아오! 씨! 진짜!”
급기야 손에 쥔 마우스를 집어던진 정태강이 벌떡 일어나, 몇 년을 같이한 최봄 작가의 떡 진 뒤통수를 노려봤다.
손바닥으로 치기에는 기름기가 너무 좔좔 흘렀다.
‘에이씨 내 손만 더러워지지.’
이를 부드득 갈고,
바라본 모니터에는···.
“와! 씨! 이거!”
작가와 똑같은 대사를 외친 정태강의 눈이 동그래졌다.
새침한 듯 떡 진 머리를 쓸어올린 최봄이 입꼬리를 올렸다.
“놀랄 만하죠?”
“나··· 나비? 계곡?”
정태강의 다리가 풀려버렸다.
고작, 아니, 고작이라고 하기엔 좀 많지만,
상금 3억이 걸린 경연에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인기 밴드가 예선 음원을 보내온 것이었다.
이들, 무대 게런티가 억대인데 말이다.
“들어봤어? 진짜 맞아?”
“확인했으니까 내가 깜짝 놀랐지!”
최봄이 귀에 꽂은 이어폰을 가리켰다.
“줘봐!”
“댁 걸로 들으시지!”
“아오! 씨!”
정태강이 얼른 자리로 가 헤드셋을 쓰고 이메일을 뒤졌다.
음원을 재생했고,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분명, 나비 계곡 제이의 목소리가 맞았다.
“야. 흘려.”
“뭘 흘려?”
“기자한테 흘리라고!”
정태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냥 국산 블록버스터인 줄 알았는데, 이건 할리우드급 블록버스터가 될 조짐이었다.
서둘러 티져영상의 자막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
“어. 오빠. 아무래도 부실 경영 문제로 감사가 들어올 수도 있어서···.”
핸드폰을 든 청강 물산 부사장 김우희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물론 경영이 정상화되면 상관없는데···. 거기 알잖아.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이 아니라는 거.”
지금 오빠를 숨겨놓은 태각시의 K2리조트에 관한 건이었다.
본래 창천 물산의 필요비용 처리용도로 남겨뒀던 곳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부실채권 문제가 터졌다.
당장 정상화될 가능성은 없었기에, 헐값에 처분하던, 부도처리를 하던,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그게 될까?”
핸드폰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우희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만일 사람들이 그곳을 주기적으로 찾아만 준다면, 그녀만의 작은 추억을 잃지 않아도 됐으니까.
“알았어. 얼마간은 막을 수 있을 거야.”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시도해봐야 했다.
그곳의 풍경은 너무나도 예뻤고, 공기는 정말로 맑았으며, 어릴 적 엄마가 데려갔던 그 산장이 있던 꼭대기 자리는 아직도 포근했다.
일말의 희망이 보이자,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아졌다.
***
-지상 최강 드러머 : 야. 사진 봤냐?
-조진혁 : ㅇㅇ
-지상 최강 드러머 : 어때?
-조진혁 : 멋지네. 재밌겠다.
-지상 최강 드러머 : 그냥 적당히는 안 돼. 막 미친 듯이 사람들이 몰려와야 한다.
-조진혁 : 모일 거야. 재밌을 거니까.
까톡창을 보던 충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이 새끼는 진짜 머리에 꽃밭만 들어찼나? 세상에 이렇게 긍정적인 새끼는 또 없을 거야.”
“근데 그대로 되잖아.”
“아···. 그건 맞지.”
장하의 말에 충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상 최강 드러머 : 일정이랑 기획안 나오면 말해. 청강 물산에서 어느 정도는 투자가 들어갈 거야.
-조진혁 : 일정? 기획? 투자? 그냥 사람들한테 모이라고 하면 안 돼?
충기의 미간이 좁아졌다.
-지상 최강 드러머 : 아니다. 그냥 내가 대표님한테 연락할게.
진혁은, 음악 외적으로는 참 모자란 면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신은 참 공평한 것도 같았다.
***
진혁은 핸드폰 화면 가득한 초록 사진을 바라봤다.
원래는 스키장 슬로프라고 했다.
처음 리조트를 건설할 당시 고속도로 계획안이 있었고, 그랬기에 한국에서 가장 길고 높은 스키장 슬로프를 만들었었다.
하지만, 만들기로 했던 고속도로는 취소되었고, 단 2년만 운영한 뒤 문을 닫아 버렸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찍은 사진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사방이 모두 산이었고, 그 산에 구름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눈이 쌓이지 않은 쫙 펼쳐진 초록 슬로프에, 사람들이 가득한 상상을 했다.
심장이 두근댔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명? 만 명? 십만 명? 백만?
엄청나게 멋진 광경이었다.
심장이 떨릴 정도의 즐거움이 상상됐다.
진혁에게는 그거 하나면 됐다.
벽에 기대앉아 눈을 감은 진혁이 기타를 고쳐 쥐었다.
SJ 엔터테인먼트에 마련된 진혁만의 연습실에서 초원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주 넓고, 맑고, 높은, 꿈만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가족.’
세상 가장 안락한 곳.
가족이 모두 함께 놀면 어떨까?
머릿속에서 가상의 라인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뮤직 페스티벌.
그 초록의 무대 위에 오를 사람들을 상상하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역시, 놀 때는 다 같이 노는 것이 훨씬 재밌는 법이었다.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맞지. 숙소가 있구나.”
“그렇죠. 형님?”
“그럼 숙박 패키지 티켓도 가능할 테고?”
“리조트에서 중급 슬로프는 그냥 연결돼 있답니다.”
“와. 이거 잘만 짜면···.”
“문 닫은 골프장도 사진으로 확인해보니까 진짜 예쁘던데요?”
탁자 위에 펼쳐진 사진들 몇을 추린 서동구 대표가, 윤석준의 앞으로 내밀었다.
석준의 눈에 무대가 만들어질 장소들이 펼쳐졌다.
경영 악화로 스키장도, 골프장도 문을 닫고 리조트 하나만 근근히 운영하는 이 장소는, 거리상의 문제만 빼면 꽤 괜찮은 페스티벌을 기획할 만한 장소였다.
“그···. 진혁이가 라인업을 뽑았는데.”
“라인업?”
“그게···.”
동구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연필로 삐뚤삐뚤 적힌 글자들이 보였다.
“나비계곡, 임도유 밴드, 황지선, 테일, 차일드 애플, DJ 다온? 박재경? J.H, Box-43? 종탁? 엉덩이맨 출연진? 새끼 상어? 조은서 밴드?”
점점 고개가 삐딱해진 석준이 동구를 바라봤다.
“그게···. 가족 단위 페스티벌을 해보자고···.”
“‘조은서 밴드’는 뭐냐?”
“은서는 진혁이 딸이요.”
“응? 딸? 뭐, 학예회냐?”
“에이, 그래도 뭐 좀 하니까 적었겠죠?”
“그, 종탁이 요즘 행사 게런티가 얼마지?”
“2억쯤···.”
“Box-43은?”
“그건···. 어. 알아봐야 하는데···. 아마 스텝들까지 다 경비 처리하면, 못해도 20억은···.”
“미쳤네.”
“그쵸.”
“차일드 애플도 전에 12억 아니었나?”
“지금도 그쯤 할 겁니다.”
“나비계곡은···.”
“8억입니다.”
“때려 치자.”
“그쵸.”
대관료도 없었기에 무대 설치만 좀 신경 쓰면 됐고, 적당히 인디밴드들로 채우고, 몇몇 적당한 아이돌도 괜찮고, 뭐, 무대 오르고 싶은 뮤지션은 많았으니까 그만큼만 해도 적자는 나지 않겠다 싶었는데···.
여기 적힌 가수들 게런티만 해도 대충 50억 가까이 됐다.
“얘는 생각은 하고 이러는 거냐?”
“아니죠. 생각했으면 그 라인업이 안 나오죠.”
두 대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니가 적당히 설명했어야지.”
“했죠!”
“뭐래?”
“부르면 재밌어하면서 다들 올 거라고···.”
“아.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새끼. 나이만 먹으면 뭐 하나···.”
석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멀고 먼 산동네에서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페스티벌을 하겠다고···.
뭔가 윤곽이 잡히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 말자.”
“그럼 자기 혼자서 한다던데요?”
“아이고···.”
결국 두통이 올라온 윤석준이었다.
***
“헤이. 제니스 웬일이야? 파티엘 다 오고?”
창밖을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대던 제니스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이 새로 앨범을 제작하는 사이, 급부상한 ‘Red lizard’의 칼리였다.
“그냥. 앨범도 대충 끝났고 해서.”
“오! 드디어?”
제니스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칼리는 저 재수 없는 자신만만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엄청나게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정말로 부드러워진 제니스였다.
뭐, 예나 지금이나 건방진 건 여전했지만···.
부드러운 제니스의 음악이라니, 기대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날짜는 잡혔어?”
“아직.”
“흠. 우리도 긴장해야겠네.”
“긴장할 거 뭐 있나?”
“응?”
제니스가 저렇게 겸손한 말을?
“우리 앨범 나오면 그대로 고꾸라져야지.”
그럼 그렇지.
칼리가 고개를 저었다.
“참. 한국 밴드들 차트에 좀 보이던데?”
익숙한 나라의 이름에, 제니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디레이블 차트.
세계 모든 국가의 핸드메이드 음악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만 건씩 음원이 등록되었고, 거르고 걸러 그나마 들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이 모인, ‘PRO’ 탭.
사실 보통 사람들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그 많은 곡을 모두 뒤지지는 못했다.
유명한 곡들을 듣다 듣다, 결국 질려버려서 신선함을 찾는, 골수 리스너들이나 바닥을 기웃거릴 뿐이었다.
심해를 유영하는 그 리스너들은 워낙 고인물들이라서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고, 그런 그들을 만족시킨 몇몇 곡들이 200위 차트를 뚫고는 했다.
그 치열한 세계 최대 인디차트 200위 안에, 태극기가 달린 밴드가 몇 자리하기 시작했었다.
“그 나라는 워낙 잘 노는 나라니까.”
“흠. 아시안이?”
칼리는 얼마 전, 공연했던 일본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거긴 열정이 넘치는 나라야. 그곳에는 실력자도 많지.”
맙소사, 제니스가 누군가를 인정하는 말을 하다니.
아무리 유해졌다지만, 아직 건방짐은 그대로인데···.
“이번에 콜라보 하더니, 푹 빠졌나 보네?”
“종탁도 대단하지만, 그 나라 밴드 수준은 훨씬 더 대단해.”
“음. 몇 개 들어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던데···.”
“제대로 들어보질 않았겠지.”
“글쎄···. 별로던데? 일단 영어를 잘 안 써. 간혹 써도 발음이 엉망이고···. 작은 땅덩어리에 그 눈 찢어진···.”
제니스의 눈썹이 꿈틀댔다.
“빙시 새끼가.”
“비이시? 시애키가? 한국어야? 어감은 좋네?”
“응. 너 같은 애들 보고 하는 말이야.”
“괜찮네. 뜻은?”
“병신. 등신. 머저리. 바보. 뭐 많네. 역시 한국어는 대단하다.”
칼리의 표정이 살짝 찌그러졌다.
“한국 음악을 들으려면, 한국어부터 제대로 공부해. 빙시 새끼야.”
“아니. 갑자기···.”
“내 앞에서 감히 한국을 깔봐? 감히 신의 나라를?”
“와. 성격 변했다더니 그대로네. 뭔 얼토당토않게···.”
“꺼져 도마뱀 새끼야.”
“간다. 새끼야!”
“카악 퇘!”
칼리가 빨개진 얼굴로 씩씩대며 자리를 떴고, 제니스가 의자를 걷어찼다.
이대로는 안 됐다.
신의 나라에는 신의 품격이 깃들어야만 했다.
이를 부드득 갈던 제니스가 밖으로 향했다.
***
“잠잠하더니 또 왜?”
매니저가 씩씩대며 차에 타는 제니스의 표정을 살폈다.
“칼리 그 빙시 새끼가···. 아니다. 내 입만 더럽지.”
“후···. 이제 앨범도 나올 건데, 사고 치지 말자.”
“안쳐.”
“그보다 한국에 재밌는 거 하던데?”
“응?”
“밴드들끼리하는 경연이라던가?”
“줘봐.”
매니저의 핸드폰을 받아든 제니스가 천천히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간간이 모르는 단어는 검색까지 해가며 확인하던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저 그런 아마추어 밴드들의 대회인가 했는데, 그 꼬맹이도 출전한다니.
그날 옥상에서, 빨간색 깁슨 레스폴을 건네줬던 녀석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라 했고, 실제로 들어본 곡들도 대단했었다.
그 꼬맹이가 출전하는 한, 그저 그런 아마추어 대회는 아닐 터.
‘세상 모든 밴드를 환영합니다.’
모집 요강을 본 제니스가 갑자기 매니저의 덜미를 잡았다.
“윌큰! 앨범 발매 미뤄.”
“뭐? 왜? 갑자기 왜?”
“여기에 심사 넣을 거다.”
“심사?”
“예선.”
“야 이 미친놈아! 사고 안 친다면서!”
“사고 아냐. 어차피 그에게 들려줘야 했다.”
“아···. 빙시 새끼.”
“한국어 많이 늘었네.”
제니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윌큰이 고개를 저었다.
저 눈의 제니스는 절대로 말릴 수 없었다.
‘리버풀의 기적’당시에 일 년이나 준비했던 앨범을 엎었을 때,
바로 그 눈빛이었다.
‘에이 씨발. 때려치던가 해야지.’
갑자기 눈물이 왈칵 고인 윌큰이었다.
***
모두가 지쳐있는 ‘코리아 탑 밴드’ 기획실에 갑자기 비명이 울렸다.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고,
벌떡 일어나 그대로 굳어있는 ‘최봄’ 선임 작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또 왜?”
정태강이 짜증 내며 벌떡 일어났다.
“바···바···박스···.”
어라? 이 반응은?
이미 한 번 겪어본 그녀의 모습에, 정태강이 서둘러 모니터를 바라봤다.
“와! 씨발!”
“왜 사무실에서 욕은 하고 그래!”
때마침 빵을 잔뜩 싸 들고 등장한 국장이 성큼성큼 걸어왔고,
“국장님. 코리아 빼야겠는데요?”
“뭐?”
“더 월드 탑 밴드로 바꾸죠.”
“뭔 헛소리···.”
정태강이 모니터를 가리켰고,
“씨발! 이거 뭐야!”
영어와 어색한 한글이 적힌 메일을 읽던 국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국장과 정태강의 다리가 풀렸고, 동시에 주저앉았다.
할리우드급 블록버스터가, 우주급 블록버스터로 바뀐 순간이었다.
“야. 흘려.”
“네!”
***
[코리아 탑 밴드 예선 심사에 등장한 Box-43. 과연 진짜인가.]┗에이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뭔 말이 되는 소리를.
┗걔네가 왜 옴? 지금 새 앨범 준비한다던데?
┗어그로도 적당히 끌어야지.
┗나비계곡은 그렇다고 쳐도 이건 너무 갔지.
┗혹시 모름. 나비계곡도 구라라고 그렇게 물어뜯었는데 진짜였지 않음?
┗그거랑 이거랑 같나.
┗진짜 간다. 목씯꼬 기다려라. 나 제니스다.
┗이건 또 뭐지?
┗컨셉 더럽네.
┗아무튼 오면 진짜 대박임.
[코리아 탑 밴드 전무후무한 프로그램명 교체 예정.] [더 월드 탑 밴드로 교체된 프로그램명. 과연 Box-43의 등장이 사실인가?]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여하는 록밴드 경연은,
아직, 예선 음원 제출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