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자연속 무대
“뭐? 제니스가?”
“미친 거지. 그 나라에 뭐가 있나? 여자 생겼나?”
“거긴 K-Pop만 유명하지 않나?”
“근데, 거기 밴드 문화가 꽤 괜찮았어.”
“응?”
“거리 여기저기가 공연장이야. 실력도 제법 되고.”
“그래?”
“옥상에서 공연하는 거리가 있는데, 영상 보면 진짜 재밌게 놀기는 하더라.”
“이거 뭐라고 쓰인 거지?”
핸드폰 화면을 꾹 눌러 번역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화면을 노려보던 ‘Red lizard’의 칼리가 미간을 좁혔다.
“뭐? 이 세상 최고의 밴드?”
“흠. 건방지네.”
“아니지. 저기서 공개적으로 제니스를 제끼면, 자연스럽게 최고의 밴드가 되기는 하겠네.”
“뭐?”
“우리 미공개 곡 풀자.”
“야. 그건 나중에 투어때···.”
“그 건방진 자식 콧대를 뭉개버릴 거야. 뭐? 비이시? 시애키? 정신 나간 놈이.”
칼리의 눈이 번뜩였다.
“우리도 가자.”
본래, 세상 모든 ‘관종’들은 또라이가 많은 법이었다.
***
“안돼.”
“예?”
“지금이야 사람들이 저렇게 불타오르지. 조금만 지나면 여론 박살 난다.”
KSB 방송사 예능 국장 박문철이 멍한 눈으로 KSB 사장을 바라봤다.
“본래 경연의 의미를 넘어서면 안 돼. 이건 공연이 아니니까.”
“그게···.”
“생각해봐. 나비계곡 애들만 해도 누가 평가할 수 있는 애들이야?”
“아···.”
온몸에 퍼졌던 아드레날린이 순식간에 차게 식어버렸고, 다리가 풀린 박문철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생각해봐. 임도유나 황지선이 Box-43을 평가해? 무대에 세워 놓고? 말이 되냔 말이야.”
“후···.”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의 연속이었고, 그랬기에 사고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한듯했다.
방송판에서만 몇 년짼데, 이 중요한 전제를 간과하다니···.
“그럼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입장문 내야지.”
“아···. 아깝다.”
“아까워할 건 없어. 일단 관심은 확 끌었으니까. 그것도 세계적으로.”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는 사장의 희망 섞인 말이었지만, 박문철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우리 입으로 직접 얘기한 적 있어? 없잖아?”
뭐 기자들한테 흘린 건 맞지만,
“그럼 프로그램명도···.”
“코리아 그대로 가.”
“후···.”
“야. 대박 하나 치고 방송 접을 거야?”
박문철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머리로는 완벽하게 이해했는데, 살아오며 이렇게 흥분한 적이 없었기에 자꾸만 미련이 남아서였다.
게다가,
이렇게 엄청난 관심을 끌어버렸으니,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나도 올라가 버렸을 것이다.
“감당 안 되는 돌발 대박은 아무리 아쉬워도 날려버려야 하는 거, 이 바닥 불문율인 거 잊었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얼마 전에 ‘황지선의 캔버스’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지 않았던가.
박문철은 사장의 말이 정답임을 알고 있었다.
“중박도 안 바래. 쪽박도 괜찮아.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아지면, 그다음은 더 쉬우니까. 그런데, 세계에서 받는 비난과 비웃음은 나라 망신까지 이어지는 거야.”
“그렇네요.”
“기껏 차일드 애플이나 임도유가 한국 음악을 여기까지 끌어올려 놨는데,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리는 거라고. 우리가.”
“네. 뭐···. 알아들었습니다.”
“우린 공영 방송이야.”
가장 무거운 말이었다.
지금 앞에 있는 사장도, 대통령에게 허가받았기에 저 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였다가, 급부상 중인 한국의 대중문화 컨텐츠들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후···.”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던 예능국을 떠올리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입장문 내겠습니다.”
“그래.”
박문철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
“야! 설레발치지 말라고!”
예능국 밖, 무거운 발걸음을 멈춘 박문철이 화들짝 놀랐다.
“최 봄! 지금 결정 난 거 있어? 정신 안 차려?”
박문철이 슬쩍 안쪽을 훔쳐보자, 케이크를 들고 고개 숙인 선임 작가가 보였다.
그리고, 잔뜩 성질난 정태강이 머리를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너 우리 처음에 만들었던 기획안 기억 안 나지? 꿈꾸는 애들에게 어쩌고, 니가 적은 거 아냐?”
“그··· 기억납니다.”
“우리가 지금 슈퍼 콘서트 기획해?”
“아니네요.”
“너 무대 위에 있는 제니스를 평가하는 임도유 대본 만들 수 있어?”
“무립니다.”
“지금 국장님이 어떤 소식을 가져올 줄 알고 케이크는 케이크야? 미쳤어?”
“지도 좋아했으면서···.”
“뭐?”
“아닙니다.”
사장실로 올라갈 때만 해도 잔뜩 들떠 있던 사무실이 싸늘해져 있었다.
“후···.”
낮게 한숨 지은 박문철이 고개를 저었다.
무거운 기운 가득했던 얼굴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나보다 낫네.’
주먹을 불끈 쥐고 파티션 벽을 쾅쾅 쳤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이미 가라앉은 분위기였기에,
얘기를 전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정태강에게 윙크를 살짝 해 줬다.
아, 그 윙크의 공격을 받은 총괄 PD의 얼굴은 똥 씹은 얼굴이었다.
***
비록, 세계적 밴드의 경연 참가라는 어마어마한 이벤트는 헤프닝으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이 짧은 사건은 세계 아티스트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제니스가 고작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상금이 걸린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었다니, 그것도 한국?
모두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렇게 궁금증을 갖고 한국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 많아졌고, 생각보다 음악 수준이 높음에 모두가 놀랐다.
뭣보다 유투부로 접한 이들은, 응수동을 위시한 각 도시의 버스킹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해봤던 이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아직 한국을 접하지 못한 이들은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열기에 놀라움을 표했다.
한국은 확실히 흥을 아는 나라였다.
잠시 반짝 주목받고 흩어졌을 수도 있었던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다음 투어에는 꼭 한국을 넣기로 결심한 이들이 생겨났다.
이번 제니스의 돌발 행동 덕에, 한국 음악은 K-Pop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
“형님. 저 딴따라 아저씨들 언제 쫓아버립니까?”
험한 인상의 빡빡이가 눈을 부라리며 전당포 입구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저들이 뚱땅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전당포로 진입하는 손님이 반으로 줄어버렸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분명 저 음악이 원인인 건 틀림 없었다.
자신도 얼마 전, 하우스를 가기 위해 움직이다가, 저 음악에 취해 발길을 돌리지 않았던가.
“분명히 저 소리에 뭔가 있다지 않소?”
“있어 보라지 않나. 새끼야.”
“아오! 진짜!”
“그럼 니가 가서 쫓아내던가!”
“그건 그러니까네 좀···.”
그 덩치 큰 아저씨는 좀 무섭긴 했다.
“새끼가. 지도 겁나면서.”
“아오! 겁이요? 하! 내가?”
“어···.”
“저 아재 키만 멀대 같이 컸지, 내가 주짓수 응? 퍼플! 응? 딸 뻔했던 사람인데···.”
“야···.”
“아오. 내가 오늘! 응?”
갑자기 드리운 그림자에 빡빡이가 흠칫했다.
“와. 주짓수 하셨어요?”
“네?”
“저도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아?”
“나중에 같이 운동하죠.”
“아. 네!”
“그···. 저희 수도가 안 나와서···. 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아! 네! 드려야죠!”
빡빡이가 커다란 물통을 받아들고 얼른 달려갔다.
방금까지만 해도 당장 덤벼들 듯하더니만···.
이 전당포 거리의 실세인 최대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방금 ‘밤톨’이 한 말이 맞았다.
저들이 저 앞에서 버티고 선 이후, 손님이 줄어든 것은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증거도 없는데 몰아붙일 수도 없고···.
굉장히 불법적인 골목인 듯했지만, 나름 준법정신은 투철했다.
밤톨이 친절하게도 ‘음악’가게까지 물통을 들어다 줬고, 최대금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장하는 방금 물통을 옮겨다 준 사내를 잘 알고 있었다.
간혹 산꼭대기에서 들리는 트럼펫 소리는 그래도 제법 멋있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정말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친해질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주짓수를 했다니.
‘언제 운동이나 같이해야겠다.’
장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야.”
“응?”
“진혁이 제천 지났대.”
“아···. 오늘은 얼른 접자.”
둘이 서둘러 ‘음악’가게 문을 닫았다.
***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리조트.
거창한 타이틀과는 달리,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곳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기에 엄청나게 깨끗했다.
주변 풍경이 굉장히 독특했는데,
인간이 건드려서 인공적으로 만든 지반에, 다시 자연이 덮어져 만들어진 풍경은, 뭔가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슬로프 옆, 숲을 따라 내려오던 고라니가 화들짝 놀라 다시 뛰어 올라갔고,
“지내는 건 어때?”
진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뭐 똑같지. 연습하다가 산책도 하고, 또 연습하다가 고라니도 보고. 또 멧돼지도 보고···.”
“카지노도 가고?”
“야. 딱 한 번 가봤다.”
“아무튼, 공기 진짜 좋네.”
차고, 청량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진혁이 눈을 감았다.
장하와의 대화가 멈추자, 자연이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뭇가지 부대끼는 소리부터, 마른 풀이 서로 비벼대는 소리, 그 사이로 부스럭대는 생명들의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
직접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는 곳이었다.
“올라가 보자.”
저 멀리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기다리는 충기와 상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이곳은, 비록 망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최대 길이의 슬로프를 보유한 곳이었다.
일반적인 리프트로는 중급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고, 제일 높은 곳은 케이블카로만 올라갈 수 있었다.
10분간 케이블카 안에서 둘러본 풍경은 정말로 예술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발아래 있는 것만 같았다.
사진으로 본 느낌과는 정말로 다른 세상이었다.
도착한 곳은 넓은 구릉지가 펼쳐져 있었고,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다보자, 저 아래 구름이 걸려있었다.
그래도 관광지의 역할은 하려 했는지, 곳곳에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천천히 인공 위를 덮은 자연을 만끽하며 걸었다.
승강장 옆의 쉼터에선 따뜻한 음식을 팔게 될 테고, 수많은 사람이 가족의 손을 잡고 줄을 서게 될 것이다.
텅 비어있는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 차 바글대고,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향해 움직일 테고,
슬로프의 가파른 언덕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까마득한 저 아래 무대가 설치되고, 사람들은 이 위에서 그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 갈래로 나뉜 슬로프를 따라 다른 무대를 찾을 수도 있고, 사이를 가로막은 언덕은 서로의 소리를 막아줄 터.
밴드들은 마음껏 자신의 무대를 펼쳐댄다.
그렇게 이 무대를 보다가, 저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또 다른 무대가 펼쳐지고 또 다른 음악이 들려올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을 누비며,
환상적인 무대들을 만나게 된다.
이 황량한 풀숲에 가득한 사람들이 보였다.
가족, 또는 연인이나 친구.
가파르고, 정돈되지 않은 땅이기에,
손을 잡아 서로를 이끌어주며, 경사면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그러다 다리가 조금 아플 때면 등장하는 무대.
어쩌면, 취향이 아니었을 그 무대 역시도, 그들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즐기고 즐기며 걸어가다 보니, 열정적이었던 하루의 피로를 풀게 될 안식처가 나타났다.
“와.”
진혁이 눈앞의 리조트를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여기 진짜 좋다.”
정말로 직접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혁이 뒤를 돌아봤다.
까마득히 높은 정상이 보였다.
방금까지 가득했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무대가 자리해야 할 공간들은 확실하게 보였다.
“이거 무조건해야겠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질 않았다.
“진짜 재밌겠다.”
진혁이 방긋 웃었다.
***
리조트 지하 노래 연습실에 모인 친구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었다.
그간 음원은 서로 주고받았지만, 직접 함께하는 연주는 오랜만이었기에 잔뜩 들뜬 표정들이었다.
곡도 정하지 않았고, 악보도 펼쳐놓지 않았지만, 가장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멤버들은 눈을 감았다.
케이블카로 꼭대기까지 올라가 슬로프를 걸어 내려오는 동안, 진혁이 흥얼거린 노래들이 떠올랐다.
꽤 먼 거리였지만, 그 노래를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리조트에 도착해 있었다.
진혁의 음악은 이미 축제를 시작한 상태였다.
기타 소리가 흘렀고, 진혁이 흥얼거렸다.
푸른 들판과 산으로 둘러싸인 무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텅 빈 들판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친구들은 조용히 진혁의 뒤를 따르며 각자의 악기를 두드렸다.
산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그들을 바라볼 테고, 도망치려던 고라니도 귀를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뒤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나무 여기저기 숨어있던 다람쥐들도 기웃거리는, 자연과 함께하는 무대.
그렇게 자연에 녹아든 그들의 연주가 계속되었다.
오랜만의 합주는 상당히 잔잔했고, 상당히 편안했다.
***
“이제 좀 할만하네.”
진혁이 방긋 웃었다.
사실, 오랜 시간 쉬었던 악기들을 다시 손에 익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버스킹을 준비하며 정말로 피나게 연습한 그들이었지만,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는 힘들었었다.
물론, 진혁의 리드가 있었기에 수준급의 공연을 펼칠 수 있었지만, 각자 떼어놓고 보면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았다.
그랬기에, 상정도 연습만을 줄기차게 해왔고, 지금 만난 친구들도 이곳에서 예전의 기량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나, 이제 제대로 날뛴다?”
진혁의 말에 친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간, 그들이 함께했던 공연들은 어디까지나, 천재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 자신들에게 맞춰진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다지 서툰 티를 내지 않고, 성공적으로 응수동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 진혁이 던진 저 말은, 친구들로서는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이번엔 전보다 더 재밌겠다.”
자신들에게 맞춘다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친구들이 활짝 웃었다.
***
······그에 방송사는 경연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꿈을 꾸는 아마추어 밴드들의 음원만을 심사하기로 했으며······ 이는 지원 자격란에도 기재한 사실이므로······.
KSB 방송사 예능국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입장문 발표 전 알게 모르게 지원 자격란에는 몇 가지 항목이 추가되었고,
워낙 작은 글자의 모집 요강들이었기에, 티도 나지 않은 변화였다.
***
“아니! 이 새끼는 자기가 뭐라고 사장을 오라 가라야?”
차창 밖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서동구가 투덜거렸다.
“쪼르르 달려가시면서 그만 좀 투덜댑시다.”
운전하던 진훈이 룸미러를 슬쩍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세 시간 내내 들은 소리였다.
“뭐. 이 프로는 이래서 싫다. 이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싫다. 노래만 잘하면 뭐 해! 얼굴을 알려야 할 거 아냐!”
“거참 시끄럽네! 진짜!”
“형님도! 그렇게 오냐오냐하니까 애가! 지맘대로 그러는 거 아닙니까?”
윤석준의 감은 눈이 꿈틀댔다.
“니가 뭐라고 하던가 새끼야!”
“내가 오늘은 진짜···.”
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이 사람들은 말만 바꿔가며 같은 뉘앙스의 대화를 세 시간이나 이어갈 수 있는 거지?
“저긴가 보네요. 사장님.”
산속, 우거진 숲 사이 거대한 리조트가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