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사전 예약
SJ 엔터테인먼트의 전 직원이 기획 팀에 모였다.
이른 시간도 아니었는데, 다들 퀭한 눈을 한 것을 보면, 밤을 새운 모양이었다.
사전 예약이 성공하는 것은, 바로 첫날의 티켓 구매 수에 달려 있었다.
특전이라고 넣은 것은 축제가 열리는 바로 그 리조트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였다.
선착순이었고, 골프장 글램핑까지 합쳐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초반에 달려 줘야만 했다.
그 이후에 사는 티켓부터는 그 리조트 아래쪽으로 펼쳐진 배추밭에 설치될 글램핑장이었다.
조금 걸어야 하긴 했지만, 그 규모도 상당했다. 골프장의 네 배 가까이 되는 부지를 빌린 것이었다.
그다음이 셔틀로 20분 거리에 있는 선수촌이었다. 이곳은 각지의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는 곳으로 유명했고, 그 이유로 선수촌의 객실도 숫자가 꽤 되었다.
편의 시설이 잘되어 있었기에, 그곳에도 난방이 되는 야외 취침 천막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딱 5만 명을 수용할 정도였다.
그다음부터는, 사실 대책이 없었다.
시내의 숙박 시설을 잡거나, 그도 되지 않으면 근방의 도시로 움직여야만 했다.
규모에 따라 셔틀을 붙일 생각이었지만,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사실 많은 불편을 초래할 것이 자명했다.
우선.
무조건 첫날 3만은 찍어야만 했다.
원래는 몇 가지 특전을 더 넣고 싶었지만, 줄어든 예상 수익에 창천의 실무 팀이 반대했다.
빠르게 티켓을 살수록 무대와 가까워진다는 무기 하나로 시작한 사전 예약이었지만, 교통이 불편하다는 특수 상황은 그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이었다.
티켓 예매가 오픈되었고.
윤석준과 서동구를 중심으로 모든 직원의 시선이 모였다.
아마도, 오늘만큼은 모두가 이 상태로 지새울 기세였다.
* * *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래.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입장이 있는 법이니까.”
TOD 기획사의 사장실에서는 태철민 대표와 대표 프로듀서 낙준이 박재경을 앞에 두고 열심히 설득 중이었다.
사실 설득은 아니었다. 조금 강압적이었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도 재경의 뜻대로는 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다른 기획사의 페스티벌에 나간다니, 그것도 SJ가 주최하는 그 떠들썩한 축제였다.
“어른들이 얘기하면, 들어야지. 응? 그렇게 맘대로 움직이면 안 돼.”
“너 인마, 계약서 썼으면…….”
“그래서 꼼꼼히 읽어 봤는데요.”
“응?”
“비영리적 목적으로 노래하는 것은 계약이랑 상관없던데요?”
“뭐?”
“그냥 제가 노래방에서 노래하든, 길에서 노래하든, 어디 무대에서 노래하든, 돈만 받지 않고 품위를 손상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도 해석된다고…….”
“누가 그래? 응? 회사가 반대하면 말이야!”
“우리 아빠가요.”
“응?”
낙준이 깜짝 놀랐다.
“그… 태진 로펌의…….”
“네! 우리 아빠요.”
박재경이 방긋 웃었다.
역시 어른을 상대할 때는 어른이 필요한 법이었다.
태철민이 이마를 짚었고, 낙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아빠가 데려다주신다고 했으니까, 매니저 형이 붙을 필요도 없고…….”
“아… 그래도, 그… 그건 아니지.”
“맞지. 회사 차원에서 도와줘야지.”
어차피 가게 될 거라면, 개런티라도 듬뿍 받아 내는 것이 옳았다.
“아뇨. 저 혼자 갈게요. 회사 입장이 있다면서요.”
“아냐. 아냐!”
“그럴 수야 있나. 우리 대표 가수를…….”
박재경이 벌떡 일어났다.
“개인적인 행사를 진행할 때는, 회사의 도움을 거절할 권리도 있다.”
“응?”
“저 혼자 갈게요. 계약서 조항 좋아하시잖아요. 그대로 움직이는 거예요.”
그렇게 그 축제에 끼고 싶다고 졸랐는데도 계약서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거절했던 그들이었다.
SJ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서에서 허점을 알려 준 사람도 이들이었고, 아이의 약해진 마음을 이용해 도리에 어긋난 선택을 하게 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이 재밌어 보이는 축제에 자신이 빠질 수는 없었다.
재경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스카이 언더 페스티벌에 대형 라인업이 하나 더 추가된 순간이었다.
* * *
“와. 여기가 카지노구나.”
“들어가진 말자.”
“재밌어 보이는데?”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 진혁의 몸을 잡아서 끌고 나왔다.
재밌는 건 절대 ‘적당히’가 없는 리더였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산속 거대한 리조트를 걸었다.
본래 그들이 머무는 K2리조트와는 그 규모 자체가 달랐다.
그렇게 걸어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시야가 확 틔었다.
사방이 산이었고.
“어? 저기가 우리 지내는 덴가?”
저 멀리 산꼭대기에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맞을걸? 차로는 40분 거린데, 직선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아.”
“이건 뭐지?”
진혁이 이곳에서부터 저 멀리 K2리조트로 향하는 기다란 선을 발견했다.
“그러게? 전깃줄은 아니고…….”
충기도 고개를 저었다.
* * *
“그기 그러니까네. 케이블. 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요?”
“여기 하이로원 리조트에서 스키를 타다가, 저쪽 K2로 넘어가서 또 그 기다란 슬로프에서도 타고, 뭐 그런 취지로다가 연결은 했는데, 저쪽 스키장이 망해 버려 가지고는, 뭐 간혹 물건 옮길 때만 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가동은 되는 거네요?”
“지난주에도 저쪽으로 세탁물을 옮겨 갔지요.”
밤톨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고.
케이블카 승강장을 바라본 진혁의 눈빛이 빛났다.
재밌는 것을 발견한 그 눈빛이었다.
“우리 앞으로 이거 타고 다니자!”
입구에 선명하게 찍힌 ‘청강’의 이름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핸드폰을 들어 ‘청강 재단 이사장 진봉구’를 찾았다.
* * *
“형님…….”
“후…….”
“이거… 이대로면…….”
아무래도 홍보 기간이 너무 짧았다.
유투부부터 고글까지 그리고 녹색창에도 메인 광고란에 올렸지만, 노출된 날은 고작 삼 일이었다.
보통 통상적으로 열흘은 노출해야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법인데, 이번은 좀 급했다.
그나마 입소문을 탔고, 라인업이 역대급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할 줄 알았다.
첫날 성적 1만…….
쉴 수 있는 장소를 선점할 수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성적이었다.
장르를 초월했기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석준은 뚜껑을 열고야 알게 된 가장 큰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장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구심점이기도 했다.
국내에 록 페스티벌만이 굳건하게 자리한 이유가 있었다.
유명하고 잘나가는 음악만을 모았더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스테이지가 필요 없었고,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저 위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매주 편안한 방청석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아이돌을, 그 먼 곳까지 가서 추위에 떨며 볼 필요도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축제가 부담될 수도 있었다.
뭣보다 그분들에게는 이런 정보가 빠르게 퍼지질 않았다.
뚜껑을 열고 깨닫게 된 것은.
그나마 몇몇 대형 라인업이 있었기에 이런 성적이라도 거뒀다는 것이었다.
“후… 내가 너무 들떴었나 보다.”
“아직 첫날이지 않습니까? 좀 더…….”
“일단… 상황은 알려야지.”
석준이 힘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원래 ‘동물 가면 밴드’를 대놓고 라인업에 넣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렇게 등장하면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참, 그놈의 재미는…….
그래도‘Human being’이 주목받고 있었기에, 적당한 때 사람들이 눈치채 주길 바랐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추측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토끼’란 신과 다름없었고, 그런 그들의 ‘신’이 아이돌이나 키우는 ‘SJ’에서 데뷔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추측성 글을 썼던 이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추방될 정도였으니까.
통화가 연결되었고.
“어… 상황이 조금… 그래. 그래서 말인데… 그 토끼 밴드… 야. 지금 축제가 엎어질 판이라니까? 뭐? 네가 무슨 수로! 하… 이 사업이라는 게…….”
석준이 멍하니 끊어진 전화기를 바라봤다.
“에이… 씨발… 진짜.”
듣지 않아도 뻔했기에 동구는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너 이 새끼! 남 일이지?”
“아니죠.”
“근데 표정이 새끼야!”
“뭐 울까요?”
“이 멧돼지 새끼가! 진짜!”
“아오! 왜 또 나한테!”
“너밖에 더 있어?”
“아… 그건 그렇네.”
“후…….”
“그… 아까 전화 온 박재경 넣으면 조금 나아지지…….”
“차일드 애플도 안 먹히는데, 박재경은 먹히냐?”
“후…….”
“그냥 가면 쓰고 딱 등장하면 얼마나 좋아!”
“뭐라는데요?”
“자기가 알아서 한다네?”
“뭐 수가 있겠죠.”
“그 산골에서 뭔 수가 있어!”
“아! 좀! 성질 좀!”
“우리… 어디로 도망가지?”
늙은 너구리와 중년 멧돼지가 고개를 푹 숙였다.
* * *
“어?”
“왜?”
“이거 봤어?”
“응?”
학원 차를 기다리던 초등학생들이 핸드폰 하나를 두고 머리를 모았다.
요새, 아이들의 핸드폰에서 게임을 지워 버린 그 영상의 채널이었다.
-우리 더 재밌게 놀까?
맑고 예쁜 목소리로 시작된 영상에는, 너무나도 멋진 초원이 펼쳐졌다.
“야. 이거 뭐지?”
“진짜 이 목소리 주인공이 나온다고?”
“오… 근데 여기가 어디야?”
“태각시? 어디지? 충청돈가?”
“와… 가고 싶다.”
“이건 진짜 대박인데?”
“크리스마스 선물 걸고 졸라야겠다.”
“나도!”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초등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 * *
소파를 정리하고 거실을 청소하던 유영은 문득 시계를 바라봤다.
가족들이 집에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서둘러 국을 덥히고, 어제 먹다 남은 불고기를 꺼냈다.
인덕션 앞에서 잠시 짬이 나자,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었다.
‘아… 나비 계곡, 테일… 거기다 J.H느님들까지…….’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비싼 티켓값이 걸렸다.
게다가 가족여행도 아니고 자기 혼자만 쏙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남편은 그다지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았고, 아이 역시 크게 흥미를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새끼 상어는 세 살 때 뗐고, 뽀로리는 다섯 살이 지나자 지겹다고 했다.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에는 엉덩이맨도 끊었다.
아들이 좋아할 만한 무대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이라도 신나게 놀 수만 있다면, 슬쩍 남편을 설득해 볼 수도 있었는데…….
유영은 종일 계속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 * *
‘에이… 오늘도 자리가 없네…….’
아파트 생활은 참 이게 짜증 났다.
매일같이 주차 전쟁의 연속이었으니까.
적당한 곳에 이중 주차를 한 영수가 핸드폰 거치대에서 핸드폰을 떼어 냈다.
오늘의 마무리는 ‘핑크 케이스’로!
상큼하고 발랄한 그녀들의 영상을 재생했다. 얼마 전 음악 방송에서 찍힌 영상이었다.
마흔 넘은 아저씨의 은밀한 취미 생활이었다.
‘아… 직접 보고 싶다.’
아내의 앞에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이유는 뭐, 뻔했다.
태각시에서 열린다는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핑크 케이스’뿐만이 아니라 ‘레드 주얼’과 ‘아윤’도 나온다고 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취미는 조금 늦게 생겼고, 단 한 번도 ‘직관’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후… 가고 싶다.’
화면 속 ‘핑크 케이스’의 무대는 상큼발랄했지만, 영수의 마음은 더 무거워만 졌다.
‘친구들이랑 낚시라도 간다고 할까?’
비상금을 털면, 티켓값이야 치르고도 남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들놈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자전거의 가격이 꽤 비쌌기에, 아내는 사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고개를 젓고는 밖으로 나오려는데.
‘오! 자리 났다.’
바른 생각을 해서 그런가?
오늘의 주차 운은 제법 좋은 편이었다.
* * *
“어? 태… 태각시? 네가 그걸 어떻게…….”
유영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너무 당황하는 바람에, 남편의 입이 살짝 벌어진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 나 요즘 게임도 안 하잖아.”
“그렇지?”
최근 꽤 바른 생활을 하는 아들이었다.
“그게,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영상이 하나 있는데… 그 영상에서 노래하는 누나가 거기 축제에 나온대.”
“어… 그… 그래?”
유영이 살짝 남편의 눈치를 살피자.
‘어라? 뭔가 화들짝 놀란 거 같았는데?’
“나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거기 가면 안 돼?”
“그… 산타 할아버지한테 물어볼까?”
“어! 아빠가 전화해 볼…….”
“누가 앤 줄 아나.”
‘너 애 맞아.’
두 부부의 심장이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여… 여보? 애가 가자는데…….”
“뭐… 별수 없지. 근데 티켓값이 40만 원이면 좀… 비싸지 않나?”
“40만 원짜리는 마감됐고, 글램핑이 35만 원인데… 뭐… 내년 제주도 여행 당겨서 간다 치고…….”
‘잠깐? 티켓값을 어떻게 알지?’
유영의 눈썹이 꿈틀댔고.
‘응? 리조트 마감됐어?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저렇게나 정확히 알지?’
영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진짜 가는 거야?”
아이는 폴짝 뛰었다.
* * *
“형님!”
정선에서 올 때 가지고 왔던 커다란 가방에 옷가지를 주섬주섬 넣던 윤석준이, 갑자기 들이닥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어? 혼자 튀시려고요?”
“아냐! 인마. 그냥 옷 정리하는 거야.”
“아닌 거 같은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뭐, 튀시려면 튀시고.”
“응?”
“난 혼자 대박 칠 테니까.”
“뭐?”
“얼른, 창천 회장이나 만나러 가야겠다.”
“뭔 소리야?”
멧돼지가 제법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새끼가! 뭔데 그래?”
“직접 보시죠.”
서동구가 핸드폰을 내밀었고.
[판매 현황: 68,763]석준이 눈을 비볐다.
“갑시다, 호랑이 코털 뽑으러.”
“가자!”
멧돼지와 너구리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 * *
“야. 그럼 우리가 무대를 두 개나 뛰어야 하는 거야? 그것도 하나는 풀로?”
“그래서 지금 운동하잖아.”
하, 저 해맑은 새끼를 어쩌지?
장하가 살짝 주먹을 쥐자, 충기와 상정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무대가 세 개야.”
진혁이 방긋 웃자, 장하의 주먹이 조금 풀어졌다.
“너는… 참… 대책은 있어?”
“야. 넌 쟤한테 대책이 있을 거 같냐?”
“무리지, 생각하고 움직이는 놈이 아니니까.”
해맑게 끄덕이는 진혁을 바라보며 세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재밌으면 다 하게 돼 있어.”
친구들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피식 웃었다.
저렇게 대책 없이 해맑기만 해도.
결국 다 되곤 했으니까.
다가오는 축제가 너무나도 기대됐다.
* * *
서울 경기 최대 규모의 맘카페에 누군가 링크 하나를 올렸다.
[이 노래 혹시 그 여기저기 산부인과에서 틀어 주는 그 노래 아닌가요?]└어? 맞는 거 같은데요?
└그러네요? 우리 아가 태교로 계속 들어서 정확히 알아요.
└약간 더 웅장한 거 같기는 한데, 맞네요!
└저도 그 생각 나긴 했는데.
└저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이 노래 Hb 노래 맞죠?
└아. 그 밴드?
└와. 그럼 그 곡이 이 밴드 노래네요?
└진짜 고마운 밴드네.
└태각시 축제에 나온대요.
└아. 저도 그 축제 광고 봤는데. 거기 같이 놀자. 영상 속 주인공도 나온다던데요?
└와! 우리 첫째 진짜 좋아하겠는데.
└새끼 상어랑 뽀라라도 나온대요.
└근데… 거기는 추워서.
└맞죠. 아가들 데리고 가기에는…….
└아쉽다. 유명한 가수들 다 나오던데.
└그러게요.
└추위만 좀 어떻게 되면 좋겠다.
아가 엄마들과 예비 엄마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 * *
“흠… 길이 좀 험하군.”
“네, 형님. 그래도 국도가 조금 정비 돼서 이 정도지, 전에는 정말로 구불구불했지요.”
“저기 저 위에 저건 청강이지?”
김충석 회장이 정선을 지나며 보인 산 위의 거대한 리조트를 가리켰다.
“예. 지분은 강원도에도 조금 있고요.”
부회장 김충호의 대답에 충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군.”
“네. 크죠.”
“우희는?”
“아마 정선에 들렀다가 오지 않을까요?”
“흠… 카페를 한다고?”
“재밌어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카지노는 가지 않았답니다.”
“재미? 수익이 없는데, 재미가 있을 리 없지.”
“하하. 뭐 우리와는 다르지 않습니까?”
“가끔 너도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김충호 부회장이 살짝 미소 지었다.
“형님, 결국 같은 피입니다. 누가 누굴 닮았건, 피가 섞인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흠…….”
미간이 좁아진 채 눈감은 형님의 얼굴을 바라보던 충호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어머니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고.
호랑이 같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지셨었다.
재벌의 총수로서는 젊은 40대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고,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을, 너무 이른 나이에 홀로 상대해야만 했다.
자신이 무너지면 창천이 무너지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제대로 된 가정도 이루지 못한 채 그룹을 지켜 왔고, 그에게는 창천이 전부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형님의 가족은 ‘창천’일 수도 있었다.
철저한 수익에 대한 원칙은, 험한 정글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본능과도 같았다.
그 과정을 평생 옆에서 지켜본 동생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 * *
“네! 이쪽입니다! 회장님!”
석준이 활짝 웃으며 최고의 ‘투자자’를 맞았다.
직접 둘러보고 설명을 듣겠다는 말에 서둘러 준비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기는 했다.
어쨌든.
투자가 결정 났으니.
모든 것은 ‘돈’이 해결해 줄 것이었다.
막막했던 공사 현장에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