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68
68화 하늘 아래 음악 축제
“와. 재밌겠다, 여기.”
“뭐, 재밌지.”
충기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었다.
“큰오빠 여기도 알고 있을걸?”
“응?”
“뭐, 다 알아. 국정원도 아니고.”
“근데… 왜?”
“그렇지? 나도 좀 궁금하네.”
당장이라도 외국으로 보내 버릴 듯하더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놔뒀다.
두 남매의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참. 장하랑은 인사 안 해?”
“어…….”
카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단둘이 만난 상태였다.
“통화도 했다면서?”
“나중에…….”
“흠… 옆에서 지켜봤는데, 여자는 없더라.”
“응?”
“남자는 많아. 살짝 의심이 갈 정도로…….”
우희가 살짝 쿡쿡댔다.
충기는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문득.
결혼을 앞뒀던 막내가 펑펑 울며 자신에게 전화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냐.”
“그러게.”
“너 더 먹으면 노산이다.”
“뭐래.”
“요새는 마흔 중반에도 애 잘 낳고 산다더라.”
“그만해라.”
“얼굴이라도 봐. 본 지, 십 년은 더 넘었을 거 아냐?”
“봐서 뭐 해.”
“뭐 모르지. 눈 마주치면 그때 생각나서…….”
우희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 충기의 배를 후려쳤다.
“아무튼 준비 잘해. 큰오빠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으니까. 만약에 공연 잘돼서 그놈의 ‘수익’에 도움이 되면, 더 이상 오빠한테 뭐라고 안 할 수도 있어.”
“흠. 큰형이?”
“분위기가 그래.”
“일단, 준비는 확실해.”
“그래?”
“차고 넘칠 만큼.”
충기와 눈이 마주친 우희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십 대 때.
담장을 넘어 밤새 밖에서 놀다가 돌아왔던.
그때의 그 표정 같았다.
마흔이 넘어서도 저러다니…….
“갈게.”
“응. 축제 때 보자.”
우희가 차에 타려다 문득 고개를 돌려, 그들의 카페를 바라봤다.
먼 거리였지만.
저 큰 덩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심장이 살짝 두근댔고, 그 느낌에 얼굴도 화끈거렸다.
오빠가 놀리기 전에 얼른 차 문을 닫았다.
* * *
“뭐래?”
“얼굴이 빨갛더라.”
“뭐?”
“카페 쪽 보더니 후다닥 도망가던데?”
“뭔 소리야?”
“뭐, 그렇다고.”
충기가 장하의 어깨를 두드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연습하자!”
상정과 당구공을 들고 놀던 진혁이 소리쳤고, 네 명의 아저씨들이 그들만의 무대로 모였다.
* * *
“이쪽이 보행로 공사 중인 곳이고, 저쪽은 안전 펜스가 쳐질 겁니다.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의자를 놓을 거고, 그분들은 위까지는 올라가지 않으실 테니…….”
“음. 어느 정도 연령대까지 자르셨습니까?”
“그… 아무래도 60대 중반부터는…….”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예순아홉입니다.”
“저는 다섯입니다.”
김충석 회장이 공사가 진행 중인 슬로프를 둘러봤다.
“미국에 있을 때, 헬로윈을 만난 적이 있었지요. 아! 메가데스도 좋아했습니다.”
“아…….”
“오지오스본은 최고였지요.”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전 저 위에 있는 무대도 보고 싶을 겁니다.”
충석이 가파른 슬로프 꼭대기를 바라봤다.
“나이로 장르를 가르다 보니, 그런 편견이 생기는 거지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트로트만 듣지는 않아요. 수익을 생각한다면, 틀을 깨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동을 많이 해야, 입점한 먹거리들도 많이 팔리죠.”
석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수익’이 걸리자, 저 꽉 막힌 줄 알았던 호랑이에게서 누구보다 더 자유로운 사고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김 실장.”
“네. 회장님.”
파견 나온 실무팀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이쪽에 무빙워크 추가해.”
“네. 알겠습니다.”
“저 아래 아이들이 놀 곳에는 초대형 천막 준비하고. 날이 쌀쌀하네.”
“네.”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곳곳에 대형 온풍기 놓고. 그맘때면 여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할 거야. 그 뭐지…….”
“바람막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 각 슬로프 주위로 둘러, 높게.”
“네. 알겠습니다.”
“그 놀이기구들 있지? 예전에 어린이날 행사했던 거.”
“네.”
“천막 하나 더 치고, 그것도 설치해.”
“네. 그리고, 그 숙소 문제가…….”
“응?”
“출연진들이 사용할 리조트가 부족할 수도… 거기다 일반인들과 섞이면 안전 문제가…….”
김충석이 윤석준을 바라봤다.
“참, 빈 곳이 많군요.”
“죄송합니다.”
인정 하나는 참 빠른 사람이었다.
변명하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그 뭐냐. 헐리우드 애들 움직일 때 쓰는…….”
“캠핑 트레일러 말씀이십니까?”
“그거 대여해서 출연진들마다 배정해 줘, 큰 걸로.”
“네. 알겠습니다.”
그저 온화한 미소만을 띠고 있었지만.
석준은 사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와. 방금 왔다 갔다 한 돈만 해도 얼마여.’
표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창천의 이름을 걸고 하는 거야. 모든 걸 최고로 준비해.”
“네. 회장님!”
김충석 회장은 오는 길에 본, 카지노 위의 리조트를 떠올렸다.
기왕 하는 거, 그 거대한 청강의 왕국보다 훨씬 더 주목받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사전 예약으로 열렸던, 일주일간 팔린 티켓은 이미 8만을 넘겨 버렸다.
이미 수익성은 증명된 상태였다.
만일 본 티켓 판매가 시작된다면, 그때는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 축제가 거대해진다면.
더 큰 리조트를 세울 수도 있었다.
상징성이란,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으니까.
충석의 눈에는 이 넓은 산에 솟아오를 창천의 건물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 * *
“저희 형님이 손대시면 아마도 더 커질 겁니다. 수익이 보인 이상, 뭘 더 빼거나 하시지는 않아요.”
“아… 네.”
도대체 이런 압박감을 받으며 어떻게 뻥카를 친 것인지…….
서동구가 바들바들 떠는 무릎을 움켜쥐었다.
“그… 혹시, 충기는 어느 무대에 오르는지…….”
“네?”
“우리 셋째 말입니다.”
“아… 그,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다 알고 있습니다. 아, 저희 형님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동구는 뻥카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제일 꼭대기에…….”
“다행이네요. 형님이 노하시지는 않으시겠습니다.”
뭐?
노하신다고?
비밀로 하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던 동구였다.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올라왔다.
“아무튼, 서로 좋자고 하는 거니 앞으로 잘해 봅시다.”
“아! 예! 그래야죠!”
그가 내민 손을 서둘러 잡은 동구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 밴드의 드러머는 좀 얼빵해 보였는데.
그를 제외한 창천은 죄다 호랑이들뿐이었다.
* * *
해외 최대 커뮤니티의 게시물에서는 최근 ‘Korea’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넘쳐 났다.
한 경연 프로그램 때문에 모인 시선이, 그대로 그 나라의 음악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비영어권 나라치고는 세계에 알려진 콘텐츠가 제법 되었기에, 사람들은 한국어를 들어 본 적이 꽤 있었다.
이례적으로 더빙하지 않은 드라마가 OTT에 서비스되기도 했었으니까.
물론 더빙판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그 언어를 들으며 자막을 보는 것이, 더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K-Pop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빌보드에 올라온 ‘차일드 애플’의 곡은 영어로 된 곡이었다.
한국어 가사도 몇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로 그 뜻이 전달되고는 했지만, 빠르게 감정을 전달해야 할 노래는 자막으로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1위를 찍고 지금은 아래로 내려온, ‘Keep up’은 처음부터 세계를 노리고 영어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시판의 사람들은, 한국어로 된 노래들의 정보를 서로 묻고 있었다.
-‘하얀 봄날’ 이거 해석이 제대로 된 거 맞아? 새싹이 올라오는 게 자라난 거야? 아니면 고개를 든 거야?
-이거 봐 봐. J.H 노래는 sided love. 로 해석하면 되는 거야? 이게 맞아? 이 분위기에?
-아무래도 한국어를 공부해야겠어. 이 나라 말들이 꽤 이쁘네.
-노래들도 괜찮아. 근데 그들의 가사가 어려워.
-이 나라 밴드들 왜 이렇게 잘해?
-아이돌만 있는 게 아니었어. 제니스가 인터뷰에서 극찬할 만해.
-그때 컬래버했던 종탁도 노래 잘했어.
-얘들아 ‘Human being’ 들어봤어? 환상적이야.
-오. 그 밴드 최고야. 이번이 첫 앨범이라던데?
-아직 얼굴도 안 나왔대.
-이번에 무슨 페스티벌인가 열린다던데, 거기서 나와.
-거기 차일드 애플, 테일, J.H, 종탁 뭐, 다 나온다더라.
-오. 재밌게 노네?
-그 나라 ‘응수동 축제’라고 봐 봐. 한국 애들 엄청나게 잘 놀아. 이 한글 그대로 복사해서 유투부에 검색하면 돼.
-와. 이 동물 밴드 미쳤는데?
-거기 제니스 봤어? 밑에서 올려다보는 거?
-미쳤다. 제니스가 서브 기타야. 그런데 토끼는 밀리지도 않아.
-이 노래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오늘부터 한국어 공부한다.
-나도.
-난 저 축제에 갈 거야.
-너도? 한국에서 보겠네?
-다들 인천공항에서 모이겠군.
-토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우선 나는 주최 측에 메일 넣었어.
-Human being이 더 잘하지 않나? 얘네가 더 미쳤는데? 내가 듣기엔?
-그건 앨범이잖아. 라이브가 진짜지.
-Human being도 라이브 잘할 수도 있지.
-그럼 인정해야지. 사실 완성도는 그들이 더 높으니까.
-아무튼 다들 한국에서 보자.
* * *
며칠 후.
본 티켓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인천공항의 셔틀버스 배차가 갑자기 150대로 늘어 버렸다.
지금도 계속해서 외국인의 티켓 구매는 이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국내 판매도 마무리되는 중이었고.
어느새 총티켓 판매 수는 14만에 바짝 다가섰다.
본 티켓 발매 삼 일 만의 일이었다.
일단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관계자들이었지만, 엄청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서울이나 경기도권에서는 억지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었지만.
이곳 강원도.
그것도 소도시가 띄엄띄엄 자리한 산속 지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인원이었기 때문이었다.
태각시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에, 정선, 영월, 사북 등 내륙뿐 아니라.
도계, 삼척, 동해, 심지어 강릉까지, 모든 숙박시설은 언더 스카이 티켓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해변 쪽은 비시즌이기도 했기에, 엄청나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태각시를 중심으로, 강원도 동남부에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었다.
* * *
청강 재단 이사장 진봉구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하이로원 리조트 말씀하시는 거죠?”
-네. 어쩌면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뭐, 본래부터 교류하려고는 했었죠. K2가 망하지만 않았다면 말입니다.”
-…….
상대방의 침묵에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갔다.
“이번 축제는 저도 기대가 큽니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음악 축제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쪽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네. 그래서 연락드린 겁니다.
아마도 다급했을 것이었다. 그랬기에 실무진을 제치고 바로 자신에게 연락했을 테니.
“이미 시범 운행을 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모를 것이었다.
진혁과 그 동료들이 그 케이블카를 발견하고는 신나게 타고 다녔으니까.
물론, 허락은 자신이 했고 협의 당사자는 K2리조트의 실질적 오너인 김우희 창천 물산 부사장이었다.
안전 테스트도 마쳤고, 사람이 많아지면 숙소를 함께 쓰자는 진혁의 말에, 이미 그 시기의 객실을 비워 놓은 상태였다. 콘도들도 계약된 회원들과 얘기가 진행 중이었다.
-음. 모르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저희도 숟가락은 얹어야지요.”
-과찬이십니다.
“하하. 이건 또 굉장한 일이네요. 창천과 청강이 손을 잡은 행사라… 이번엔 저희한테 빚지는 겁니다.”
사실 이미 연결되어 있던 케이블카를 가동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숙박비는 숙박비대로 수익이 생기는 것이라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다.
다만, 이걸 빌미로 저 중년 호랑이한테 큰소리를 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라?’
진봉구 이사장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고, 안면 가득했던 미소가 살짝 찌그러졌다.
‘이걸 참고 숙인다고?’
이건 조금 재미없는데…….
좀 발끈하길 기대했고, 어떻게 놀려 줄까 고민하던 차에 김이 빠져 버렸다.
그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호랑이한테 어떤 변화가 생긴 거지?
진봉구 이사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해 봐야 자신만 유치해질 뿐이었다.
“그럼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화를 끊은 진봉구가 허탈한 듯 웃었다.
‘하, 이제 누구랑 유치한 말싸움을 한단 말인가.’
재계 서열 1위인 그에게 바득바득 덤벼드는 이는 드물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자신의 앞에서는 감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랬기에, 창천이 간혹 보인 도전은 상당히 재밌었다.
그간 투닥거리며 제법 정이 든 모양이었다.
* * *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고유 번호가 발급되었고, 한 사이트가 링크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자.
자신들이 가게 될 축제의 현장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무대 설치하는 모습부터 각종 중장비가 움직이는 장면, 쌀쌀한 날씨에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삐 일하는 사람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선택하여 볼 수 있는 화면은 총 스무 개였고, 언제나 완성된 무대만을 봐 왔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재미뿐만이 아니었다.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하자, 지금껏 즐겨 왔던 무대들의 이면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저 많은 사람이 몇 날 며칠을 준비하는 모습들을 구경하며,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되었고, 제법 비싼 티켓값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축제였다.
종종 올라오던,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이 담긴 글들이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더 스카이 영상 혹시 보신 분 있으신가요?]-거기 보면 대형 천막도 있고, 커다란 온풍기들도 많던데, 저 정도면 그래도 덜 춥지 않을까요?
└전 그 영상 보고 바로 질렀어요.
└저도 저희 첫째, 둘째 데리고 가려고요.
└거기 트로트 무대도 상당히 잘돼 있대요. 저희는 삼 대가 모두 같이 간답니다.
└저도 저희 시부모님이랑 저희 부모님이랑 같이 가요.
└와. 뮤직 페스티벌에 삼대가 같이 가다니, 진짜 신기하네요.
└가서는 찢어져야죠!
└물론이죠!
└들리는 소문에 하이로원도 객실 비웠다던데요?
└오. 티켓 또 풀리겠네요!
└저도 노리고 있답니다.
망설이던 아기 엄마들도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형님?”
“어… 어?”
“영상 사이트 반응 최곱니다.”
“아… 그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야, 해외 라인업이 하나도 없어.”
“우리가 섭외를 안 했으니까요.”
“그래. 그렇지.”
“그게 왜요?”
“그동안 열렸던 록 페스티벌들은 어떤 세계적 스타를 모셔 오느냐가 관건이었거든.”
“그건 맞죠.”
“근데 지금 우리나라 애들만으로 무대가 만들어졌단 말이야.”
“네.”
“근데, 해외 반응이…….”
“막 두근대요?”
“넌 안 그렇냐?”
“전 지렸는데요?”
멧돼지와 너구리가 킥킥댔다.
“난 이번에 평타 치고, 두세 번 더 열어야지 그제야 관심이 좀 올 거 같았거든.”
“전 이번에도 평타는 칠지 걱정이었는데요?”
“해외에 팔린 티켓이 만 장이 넘었어.”
“그래서 버스도 늘렸잖아요.”
“야! 그 깐깐한 양키들이 한국 애들을 보려고 비행기를 탄다고! 세계적 스타라고는 차일드 애플 하난데!”
서동구가 피식 웃었다.
누구보다 지금 이 너구리 양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중간에 좀 쉬기는 했지만.
평생을 음악만을 위해 살아왔었다.
술만 먹으면, 해외 유명 페스티벌 얘기를 쉬지 않고 떠들었으며,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꿈을 꾸곤 했었다.
국뽕이 좀 있는 양반이었고.
언젠가는 우리의 음악을 듣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날이 올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곤 했었다.
“그때 꿨던 꿈이잖아요.”
“응?”
“우리 홍대 갔던 이후로.”
“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던 말이었다.
‘그 사고만 아니었다면…….’
술만 먹으면 지겹도록 중얼거렸다.
25년 전, 아직은 젊었던 그때.
두근댔던 심장이 떠올랐다.
“맞아. 진혁이가 해낸 거야.”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응?”
“걔는, 자기가 재밌는 거밖에 몰라요.”
서동구가 윤석준을 빤히 바라봤다.
“형님이 있어서 가능한 겁니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이었다.
* * *
티켓을 구매했건 하지 못했건, 전국은 축제의 날을 기다렸다.
원래부터 차일드 애플의 팬이었던 할리우드 스타가 셀럽들을 모아 전세기를 띄웠다는 말도 있었고, 세계적으로 전설적인 원로 가수가 입국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스타그램에 한국을 담은 사진들이 하나씩 걸린 것을 보면, 그들도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Human being’의 이름이 빌보드 핫 100에 올라간 것은, 또다시 전국을 들썩이도록 만들었다.
Human being (인간) – 산책
타이틀부터 한글로 되어 있었고, 영어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노래가 빌보드에 들어간 것은 최초였다.
그만큼, 그들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세계는 한국의 고원 도시에서 열리는 ‘하늘 아래 음악 축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 * *
“음절도 딱딱 떨어지네. 한글이 낫죠?”
축제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진혁의 한마디에 바뀌어 버린 이름이었다.
방긋 웃는 그의 모습에, 석준과 동구는 고개를 저었다.
한국 역사상 최대의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