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70
70화 한국의 동요
“야! 여기 와서까지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어야겠냐? 우리 제치느님들 앞에서 그러고 있고 싶어?”
“좀 닥쳐 봐. 이 언니 심기 불편하니까.”
“뭐 교감 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네가 뭔 힘이 있냐?”
“후…….”
경혜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은서의 음악 활동으로 인한 결석과 관련하여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교감과 언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2년 전에도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간 아이의 대외 활동을 인정해, 유급하지 않도록 하지 않았던가.
‘그 애는 TOD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도 했고, 기획사에서 공문이 왔잖아요. 그런데 은서는 어디 기획사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응?’
비밀을 지켜 달라는 진혁느님의 부탁만 아니었으면, 그대로 다 말해 버릴 뻔했었다.
경혜가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건 아빠이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은서의 결과물을 확인하지 못했기는 했다.
‘아무튼, 다음부터는 누구나 이해할 만한 활동 기록이 있어야 처리해 줄 겁니다.’
대꾸할 어떤 말도 떠오르질 않았었다.
어차피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놀자.”
“잘 생각했어! 오늘내일 핸드폰 다 꺼 놔!”
두 ‘덕후’들이 힘차게 광장에 들어섰다.
-같이 놀자.
‘응?’
경혜의 고개가 돌아갔다.
* * *
마이크를 든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빠! 어떡해! 떨려 죽겠어!’
기타를 든 토끼 인형이 아이의 뒤에 섰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방긋 웃고 있을 것이었다.
‘괜찮아. 그냥 놀아.’
‘진짜 떨린다고. 지금 서 있는 것도 못 하겠어.’
‘노래가 시작되면 괜찮아질 거야.’
‘어떡해! 어떡해!’
‘애들이 빤히 보잖아. 네가 모은 애들이야. 네 목소리를 믿어.’
‘후! 후!’
‘손부터 흔들어. 그럼 괜찮아져.’
‘진짜지?’
‘응. 재밌으면 다 돼.’
숨을 가다듬은 은서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이 신나게 모여들었다.
‘시작해.’
아빠가 속삭였고.
-준비됐어?
네! 응!
악기의 세팅을 끝낸 동물 인형들이 은서의 옆에 모였다.
먼저 큰북과 작은북을 목에 건 표범 인형이 신나는 리듬으로 북채를 두드렸다.
곧 곰 인형의 키보드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사자 인형이 신나게 몸을 흔들며 손가락을 튕기자, 둥둥 낮은 소리가 심장을 때렸다.
그리고 토끼가 기타를 치며 은서를 재촉했다.
‘웃어. 그래야 다들 재밌게 놀지.’
동물 인형들이 내는 음악 소리에 떨림이 멈췄고.
은서가 방긋 웃었다.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고, 한 손을 번쩍 들었다.
-다 같이 놀자!
맑은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아이들을 환상의 들판으로 초대했다.
그저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되는 그곳이,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눈을 감은 아이도 있었고, 인형들의 경쾌한 몸짓을 따라 하는 아이도 있었다.
광장을 들어서 처음 만나는 메인 무대 앞.
가장 먼저.
아이들이 열광했다.
* * *
“와. 인기 장난 아니구나.”
“그렇죠?”
석준과 동구는 그 영상에 광고가 올라간 후, 사전 예약 티켓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 상대로의 영상은 그렇게 크게 소문나지는 않았었다. 아이들끼리만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무대에는 올라가더라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진혁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한다고 했기에 허락해 준 것이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고 해도, 첫 무대였기에, 능숙하게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잘하네.”
“진혁이 딸이잖아요.”
석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누굴 걱정했다는 말인가.
만일 재밌지 않은 무대였다면, 진혁이 먼저 고개를 저었을 것이었다.
“야. 근데, 이 음악…….”
“직접 들으니까 다르네요?”
영상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저 맑은 목소리를 듣다 보니, 철없던 어린 시절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 걱정 하나 없었던 그 시절.
60년 가까이 멀리 자리한 그때.
심장이 콩닥댔다.
딱 그때까지였던 것 같았다.
누굴 꼭 이겨야 하지도 않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저.
재밌게 놀 생각만 가득했던 그때.
하루하루가 신났고, 해가 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던…….
석준의 눈앞에.
노을 진 학교 운동장이 펼쳐졌다.
* * *
요새 아이들은 재밌는 게 많았다.
다만 대부분 핸드폰 안에 있었고, 혼자 노는 법에 익숙해져 버렸다.
간혹 친구와 함께 놀더라도, 그 핸드폰 속 숫자로 누가 더 나은지를 견주곤 했다.
재밌다고 여겼던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스트레스였을 수도 있었다.
-같이 놀자.
영상을 접한 아이들은, 더 이상 그 의미 없는 숫자에 연연하지도 않았고, 쓸데없는 경쟁에 감정을 소모하지도 않았다.
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상상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들판 놀이터에 서로를 초대하곤 했다.
결국 영상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상상만으로도 굉장한 놀이가 되었다.
직접 뛰어놀고 싶어졌고, 좁은 공간이나마 놀 수 있는 곳에서는 핸드폰을 두고 뛰어놀았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변화였다.
다만 어른들은 그 영상으로 뭔가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이는 굳어 버린 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와 화면은 그냥 누군가 만들어 낸 것일 뿐이었으니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어설프게나마 의심하는 단계의 아이들까지만 이 영상은 유효했다.
산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아이들부터는, 이 정도까지의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라이브를 듣게 된 어른들까지도, 그 맑고 예쁜 목소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광장에 들어와 처음 맞은 무대, 그 근방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무대를 향해 움직이려던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
어른들의 심장도 콩닥댔다.
이곳에 와서도, 아직 걱정을 비우지 못했던 어른들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왔으면 놀아야지! 재밌게!
그래, 생각 없이 놀자.
저 무대 앞에서 신나 하는 아이들처럼.
어른들의 표정도 해맑게 풀어졌다.
* * *
“와. 들으셨어요? 따님 목소리 진짜 예쁘네요!”
정해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블릿 화면을 바라봤다.
자신도 조카를 돌볼 때 틀어 주곤 했던 그 영상 속 주인공이 저 아이였다니…….
어느새 초등학생들 사이로 유모차들이 들어섰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가들도 분명 꺄르륵대고 있을 터였다.
헤드폰과 함께 연결된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는, 해원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들어 줬다.
신디사이저로 넣어 주는 효과음들이 어우러지자 청량함마저 느껴졌다.
이어폰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직접 듣게 된다면 어떨까?
현장의 분위기가 상상되기 시작했다.
‘아냐! 나는 지금 훨씬 더 숭고한 일을 하는 거야.’
또다시 시무룩해지기 전에 얼른 고개를 젓던 해원이.
화들짝 놀랐다.
‘어? 움직였나?’
환자의 손가락이 살짝 모인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관찰했지만, 또다시 움직이지는 않았다.
바이탈 사인도 별 변화가 없었고, 동공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기대했던 반응은 없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해원이 미소 지었다.
“재밌어 보이죠? 얼른 일어나서 같이 놀아야죠.”
해원이 환자의 손을 꼭 잡았다.
광장의 무대 이후로는 몇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해원은 핸드폰을 꺼내 팬클럽 카페 창을 열었다.
‘아…….’
첫 화면에 걸린 앨범에는 현장에서 찍은 회원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얼른 공식 팬 카페 창을 닫았고, 홈으로 빠져나오자 최근 가입 신청을 했던 카페가 눈에 띄었다.
물론 무조건 J.H느님들에게 충성할 생각이었지만, 이들의 노래도 너무 좋았기에 궁금해져서 가입한 카페였다.
이름부터 ‘Hb 공식 팬클럽’.
분명 소속사에서도 공식으로 인정했고, 부회장이라는 사람도 그때부터 열심히 활동했다.
다만, 카페지기의 권한은 없는지 보기 싫은 광고 글도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회장은 누구지?’
게시판을 열자, 몇몇 익숙한 별명이 보였다.
앞에 ‘연필’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이지.
분명 J.H 카페에서 봤던 별명들이었다.
아마도 바로 갈아탄 것일 터.
뭐 덕질의 세계에선 흔한 일이었으니까.
‘연필이라… 어울리기는 하네.’
처음 이 카페를 발견한 해원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카페가 만들어진 시기였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2년 전에 만들어진 카페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페명이 변경된 흔적도 없었다.
Hb가 그 당시부터 활동했던 밴드인 걸까?
아니면, 그 이전부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봐도 그런 밴드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번 앨범이 발매된 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카페였고, 그 이전에는 회원 수나 게시판의 글도 몇 되지 않았었다. 지금에 와서야 새로운 게시물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팬클럽의 회원들도 태각시에 꽤 있을 터.
‘흠.’
문득, 예전 게시물이 궁금해졌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로 넘기다 보니, 22년 전부터 작성된 게시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옛날, 첫 페이지에 도착했다.
[당당한 짝사랑에 대한 고찰.]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운영자의 첫 게시물이었다.
‘당당한 짝사랑?’
익숙한 단어에 해원의 손가락이 올라갔다.
* * *
“잘했어.”
토끼 인형이 방금까지 초등학생들을 열광시킨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실수 엄청 했는데?”
“상관없어. 전부 다 재밌게 놀았잖아?”
“와… 무대가 이런 거였구나.”
“재밌지?”
“응!”
“다음에 또 같이 놀자.”
“넵!”
은서가 활짝 웃었다.
* * *
몇 분 전.
“제니스도 여길 왔다는 말이지?”
“맞을걸? 나 전세기 띄울 때, 제니스네 전세기도 이륙 허가를 받았었거든. 그쪽 기장이랑 우리 기장이랑 친구야.”
‘Red lizard’의 칼리가 인상을 썼다.
감히, 그런 허접한 경연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퇴짜 놓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한 이메일이 왔지만, 이미 기분은 상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 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 열린 최근의 록 페스티벌 중에, 자신에게 컨택을 넣지 않은 페스티벌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물론, 일본을 빼고는 대부분 거절했었고, 이번에도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감히 출연 제의조차 하질 않은 것이었다.
최근 여러모로 ‘Korea’는 거슬렸다.
신경이 쓰인 탓이었을 것이다.
그 알지도 못하는 언어로 된 노래들을 하나씩 찾아 듣게 된 것은.
그런 와중에, 빌보드에 올라온 음악을 발견하게 되었다.
‘Human being’이라는 밴드였는데.
제목도 한글이었고, 가사도 한국어였다.
아니, 세계에 알릴 노래라면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로 부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호기심에 플레이 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친구인, 할리우드 스타 ‘척 크라운’의 전세기 안이었다.
“그나저나 한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지 않았나?”
“별로야.”
“근데 왜 따라왔어?”
“몰라.”
“아무튼 왔으니까, 그냥 즐겨.”
“즐겨져야 즐기지.”
“자꾸 그렇게 죽상이면, 떼 놓고 나 혼자 간다.”
“거기까지 하고, 여긴 죄다 산뿐인가?”
“그러게, 어? 다 왔나 보다.”
그들이 탄 차가 진입로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가야 하나 본데?”
“쳇. 역시 시작부터 짜증 나는군.”
페스티벌이 열리는 저 위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였다.
투덜거리며 차에서 내린 칼리가 씩씩대며 사람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힘들면 그냥 차에서 쉬어도 돼. 다른 데 가서 놀아. 이 옆에 카지노도 있대.”
“아냐. 직접 봐야겠어. 도대체 이 나라가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짜증은 있는 대로 부리면서도 굳이 직접 봐야겠다는 친구의 모습에, 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마 전부터 한국의 음악을 꽤 찾아보던 그였고, 예전부터 한국 아이돌과 친분이 있었던 자신에게 이것저것 물어왔었다.
그리고 ‘응수동 축제’를 본 그가 있는 대로 성질을 냈었다.
‘아니! 제니스가 저긴 왜 가서 조롱거리가 되는 건데?’
그 누구도 ‘조롱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 혼자 열을 낸 이유는 알 것도 같았다.
항상 – 뭐, 지극히 주관적인 거였지만 – 제니스와 동급이라고 여겼던 그였기에,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처음 보는 가면 밴드에게 굽신거린 모습이 꼴 보기 싫었던 것이었다.
‘관중들 동원된 거 아냐? 그래! 물론 음악은 좋아. 그건 인정해. 그런데 저 사람들 모두가 저렇게 열광한다고? 그 제니스까지? 이해가 안 돼. 직접 보기 전엔 못 믿어.’
그랬던 과거의 대화가 떠올라서 전세기를 띄우는 김에 전화한 것이었는데, 그대로 달려올 줄이야.
오르막길의 경사가 상당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축제 현장이 이렇게 불편한 줄 알았으면, 미리 차일드 애플 측에 연락이라도 넣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야! 괜히 구두는 신고 와서!”
씩씩거리면서도, 걸음은 더 빨라진 칼리의 모습에 실소가 나왔다.
참, 화가 많은 친구였다.
* * *
“후아. 여기부터 시작이야? 뭐야. 순전히 애새끼들뿐이잖아? 놀이공원이야? 록 페스티벌이라면서?”
땀을 훔치며 칼리가 첫 감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자세히는 못 봤는데, 뭐 장르가 다양한 거 같더라.”
“나야 머리 내리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지만, 너도 다 됐나 보다. 아무리 선글라스로 가렸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네.”
“흠. 때마침 인천공항에서 온 버스랑 겹쳐서 그래. 넌 아시아인이 뭉쳐 있는데 딱 보면 누군지 구분이 되나?”
“그래도 할리우드 스타가…….”
달려가던 아이들이 칼리를 툭 치고 지나갔다.
“아오! 씨. 저건 또 뭐야.”
저쪽 무대의 새끼 상어는 칼리도 알고 있었다. 조카가 줄기차게 틀어 대던 곡이었으니까. 동요 주제에 자신의 유투부 조회 수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딴 단순한 멜로디가 뭐 그렇게 좋다고…….
저 엉덩이 씰룩거리는 인형은 또 뭐란 말인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이 놀자.
갑작스럽게 아이들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 꼬맹이는 또 뭐야? 이 나라 아이들의 스타라도 되나?”
“음. 모르겠는데?”
“벌벌 떠는데? 재롱 잔치야?”
칼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환하게 웃고는 있었지만,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고, 손은 어떻게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안절부절 떨리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인형들이 악기를 챙기는 걸 보니, 공연을 하긴 할 모양인데 저렇게 떨어 대서는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대단한 축제라더니, 저런 아마추어가…….
“저런 애도 올라가는 무대야? 여기가?”
“목소리는 예쁘네.”
축제의 수준이 빤했다.
입구부터 이 모양이라니, 도대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차일드 애플한테 연락해 볼게. 저쪽으로 이동해서…….”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시작된 악기 소리가 척의 목소리를 집어삼켰고.
칼리는 서둘러 척의 옷깃을 붙잡았다.
맑은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고.
불만만 가득했던 그의 입이 벌어졌다.
‘동요 따위에 이런 연주가? 저 우스꽝스러운 인형들이 내는 소리는 대체 뭐지? 아니, 그렇게 떨어 대던 꼬맹이의 노래는 또 뭐냐고.’
멍하니, 아이들이 열광하는 무대를 바라봤다.
‘이 나라는 아이들이 듣는 동요의 수준도 이 정도인가?’
비록 한국어로 된 가사가 주는 언어적 의미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저 완벽한 연주와 어우러진 목소리에는.
어린 시절.
공 하나에 즐거워했던 그 뒷골목이 담겨 있었다.
누구를 부러워하지도,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떠올리며 불안해하지도 않았던.
아무 생각 없이.
재밌는 하루하루만이 전부였던 나날들.
“와… 노래 좋네. 그렇지 않아? 칼리……?”
고개를 돌린 척이 화들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보는 친구의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 했었다.
누군가를 경외하는 표정에, 눈동자를 반짝이는 칼리라니…….
턱까지 떨리고 있지 않은가. 가만뒀다간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 버릴 기세였다.
“어이! 칼리! 노래 끝났어.”
“어… 어?”
화들짝 놀란 칼리가 서둘러 눈을 비볐다.
그제야 그동안 쓰고 있었던 색안경이 벗겨졌고, 자신이 서 있는 곳부터 펼쳐진 축제의 광경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뛰어놀았고, 더 어린 아가들은 엄마의 품에 안겨 꺄르륵댔다.
젊은이들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조금 더 위에 있는 무대로 향했으며, 나이가 많은 이들은 유일하게 의자가 마련된 무대 앞에 모여 있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다 함께 모인 축제는 본 적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공간에는 훨씬 더 대단한 무대들이 있을 터.
입구부터 이런 굉장한 무대라니…….
그것도, 애들이 듣는 동요인데…….
“가자! 저기부터 보자!”
“응? 차일드 애플한테 연락한다니까? 기다려 봐.”
“기다릴 시간 없어. 난 먼저 간다.”
멈칫하는 순간, 또 어떤 엄청난 무대를 놓치게 될지 몰랐다.
칼리가 서둘러 젊은이들의 행렬에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