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76
76화 회사 설립
광장 곳곳에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바람이 거셌고,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그렇게 거대한 캠프파이어는 할 수 없었지만, 이 차가운 기온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불꽃이었다.
1인당 1매씩 받은 쿠폰의 반쪽으로는, 곳곳에 자리한 푸드트럭에서 다양한 재료로 꼬치를 만들 수 있었다.
소시지며 채소, 육류, 과일, 수산물 등을 직접 꽂아서 만든 꼬치를 들고 모닥불로 향하다 만난 가판대에서는, 쿠폰의 나머지 반쪽으로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성인들은 맥주나 와인 또는 소주, 위스키 종류를 한 컵 가득 받을 수 있었고, 아이들은 무제한 리필이 가능한 컵으로 교환하여, 각종 음료가 나오는 디스펜서로 달려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광장 중앙의 그랜드피아노에 누군가 다가갔다.
저마다 자신의 앞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매료되어 있던 중이었기에,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한 등장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무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한 여자가 그랜드피아노의 뚜껑을 열고, 손가락을 사뿐히 올려놓았다.
“어? 피아노 소리다.”
“뭐지? 아… 아리랑이네?”
“와, 소리 진짜 맑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광장 중앙을 향했고, 시선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녀의 손가락은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곧 처음 시작되었던 아리랑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곡조가 사람들의 심장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리랑이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굉장히 오래된 민요였다.
어느샌가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어 버린 음악.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한국인이라면.
이 짧은 구절에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랫말을 넣어, 누구라도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인에게 있어서 ‘아리랑’은 모두의 노래였다.
완벽한 ‘오픈 소스 뮤직’이었기에, 밭을 매던 여인들도, 빨래터의 아낙네들도, 주막의 사내들도,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곡의 수는 얼토당토않은 것들을 빼더라도 6,000수가 넘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느껴지는 감정의 종류는 다를지라도, 모두가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음악.
그렇기에, 한국인에게는 아리랑을 느낄 수 있는 DNA가 따로 있다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경기 아리랑으로 시작해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끝으로 정선아리랑까지 때론 거칠게, 때론 온화하게, 때론 아련하게, 때론 구슬프게, 때론 경쾌하게 그녀의 피아노가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을 표현했다.
“어… 어? 신유정!”
“진짜네?”
“와! 대박! 신유정이었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별로 없던 이들에게도,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그녀의 이름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대중음악의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요 몇 달 사이, 소리 소문 없이 ‘한국을 빛낸 젊은이’로 선정된 이름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피아노 국제 콩쿨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던 그녀의 기사가 인터넷을 달궜던 것은 불과 1주일 전이었다.
사실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세계 유명 클래식 콩쿨 수상자의 20% 가까이가 한국인이었기에, 그녀의 수상은 큰 관심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상 단골 곡인 베토벤이나 쇼팽의 곡이 아닌.
바로 지금 흐르는 이 ‘아리랑 메들리’로 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전통 민요를 완벽하게 편곡하여, 그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 엄청난 곡이 ‘하늘 아래 음악 축제’의 밤에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리조트 전 객실의 사람들이 모두 나왔기에 창문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사람들이 모닥불 근처에 자리를 잡자 광장을 비추던 가로등과 조명들도 하나씩 꺼졌다.
주변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흔들리는 모닥불만이 사람들의 얼굴에 일렁였고.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나지막한 스피커 소리에 고개를 들자.
완벽하게 어두워진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수많은 별을 만나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빛 공해로 인해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지금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10분의 1도 볼 수 없는 나날들이었기에.
이 환상적인 우주 쇼를 맞이한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사람들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에 푹 빠져들었다.
몇 분간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고개가 조금 뻐근할 즈음.
대형 천막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Let’s party!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천막 특성상,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EDM은 광장 끝까지 울려 댔다.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였기에 더욱 크게 들리는 그 음악은, 아이고 어른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어깨를 들썩이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나자.
깜깜하던 광장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자연 속.
국내 최대의 야외 클럽이 개장된 순간이었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DJ 다온이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3대가 어울린.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 * *
이번 축제에는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수도 엄청났다.
아이돌 그룹만 해도 서른 팀이 넘었으니, 평균 4명씩만 쳐도 120명이었다. 거기다 트로트 가수와 발라드 가수, 밴드들, 또 따로 구경 온 연예인들까지, 지금 이 광장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 사이사이에 그들이 끼어 있었다.
춤을 추다 어깨가 부딪쳐 사과하려고 바라보면 연예인이었다.
그렇게 셀럽들이 많이 간다던 ‘킹덤 오브 스타’에서도, 이렇게 많은 연예인을 한 번에 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처음엔 엄청나게 신기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는 ‘연예인’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는데,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이렇게 놀 수 있는 상황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유를 담보로 잡히고 인기를 빌려 왔던,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까지도, 편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광장이었다.
그렇게 마련된 서프라이즈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노인에게도, 연예인에게도, 환상적인 밤을 선사했다.
* * *
“진짜 기억에 남을 축제겠네요.”
“기획을 담당한 사람들이 고생을 조금 했지요.”
광장을 바라보던 김충석의 시선이, 입김으로 손을 녹이는 진봉구를 향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진봉구 이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그거 꽤 재밌겠던데요?”
“뭘 말씀하시는지?”
“청강 법무 팀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더군요.”
“음…….”
“테일이 소속된 회사가 저희 자회사라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아…….”
실무 팀이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런 자잘한 것까지는 알지 못했던 진봉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같이 끼고 싶은데…….”
“그게… 제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말씀은 전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충석이 희미하게 미소 짓자, 진봉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정도로 조사했다면, 지금 자신이 추진하는 것이 절대로 수익이 나는 일이 아니란 것을 확인했을 텐데도 저런 표정이라니.
‘같이 노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재밌어요! 이건 진리죠!’
문득, 그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후원사가 하나 더 느는 것은 그의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리 쉽게 끼워 줄 수는 없지.
진봉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셋째 아우분, 드럼이 무대 앞까지 나왔던데…….”
“흠…….”
“회장님 입김입니까? 무대 제일 앞에서 조명을 받는 드러머는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크흠…….”
“거참. 우쭈쭈도 적당히 하셔야지요.”
“창천의 셋째가 가장 뒤에 있는 모습은…….”
“앞으로도 이렇게 관여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 그건…….”
진봉구의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가 반짝였다.
“딱, 지원만 하는 사업입니다. 영리적 목적도 없고, 회사 운영도 그쪽에서 주체적으로 하게 될 겁니다. 그냥 돈이 줄줄 새어 나가는 공익사업이나 마찬가지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후원사에 이름을 올리고, 후원만 하는 것. 그것 이외에 일절 참견할 수 없습니다.”
“네.”
“셋째 아우분이 그 밴드에서 잘린다고 하더라도 관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진봉구가 아는 한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기는 했다.
다만, 지금 저 떨리는 눈동자를 보기 위해서 던진 말이었을 뿐이다.
진봉구의 입술이 웃음을 참지 못해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인지하셨으면… 크흡.”
결국, 웃음이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흠. 적당히 하시지요. 말씀 잘 알아들었고,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짐짓 언짢은 표정이었지만, 진봉구의 아이 같은 모습을 보며, 입술이 살짝 올라간 김충석이었다.
“그럼. 이제 파트너네요.”
“끼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재계의 거물이 견제의 악수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서 두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정말 잘릴 수도 있습니까……?”
“푸흡!”
긴장한 듯 나온 충석의 말에, 결국 진봉구 이사장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 * *
출연자와 그 가족들만 들어올 수 있는 트레일러가 가득한 주차장에도, 모닥불은 피어 있었다.
광장으로 나가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그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 컬래버 무대에 있었던 이들이 모두 함께한 자리가 되었다.
진혁이 통기타를 꺼내 들고, 단순한 코드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곧, 임도유의 걸쭉한 허밍이 그 기타 소리 위에 내려앉았다. 그 옆에 앉은 황지선도 목소리를 더했다.
충기는 어디선가 작은 북 하나를 들고 와서 두드리기 시작했고, 임도유 밴드의 드러머와 나비 계곡의 드러머도 후다닥 달려가, 스네어와 심벌을 챙겨와 연주에 동참했다.
기타를 칠 줄 아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트레일러로 가서 기타를 꺼내 왔고, 몇몇은 굴러다니는 장작으로 바닥을 치며 소리를 만들었다.
차일드 애플의 티안이 프리스타일 랩으로 흥을 더했고, 진훈과 추지훈도 저마다의 목소리로 화음을 넣었다.
테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지자.
계획에도 없었던 환상적인 즉흥곡이 완성되어 갔다.
잔잔하게 시작되었던 곡이 마구 날뛰기도 했고, 침울하게 가라앉기도 했으며, 하늘의 별과 어울리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금 이 연주에 동참하는 모두가 서로의 청중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성사된 – 관객 하나 없는 – 이 무대는 정말로 굉장한 열기를 뿜어냈다.
이 모든 것이.
진혁의 리드로 시작된 것이었기에.
그의 기타가 잦아들자.
모두의 소리도 멎었다.
“한꺼번에 노니까 재밌죠?”
그가 방긋 웃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다 같이 놀고 싶은데…….”
현세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들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마지막 컬래버 무대를 경험하며, 이미 그 즐거움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이 아니었다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었을까.
그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길, 참을 수 없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던가.
지금껏.
더 거대한 무대에 섰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즐거운 무대는 처음이었다.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그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목적은 잊은 채, 그저 재밌게 뛰어놀기만 했었다.
어디서 이런 공연을 또 맛볼 수 있단 말인가.
“여러분들도 그런가요?”
그렇기에.
진혁의 말이 들려오자마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만약에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고 하면…….”
아티스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대형 스타일수록 계약의 존재는 더욱 거대한 것.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 말을 꺼낸 남자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그들을 설레게 했다.
“계속 같이 놀래요?”
누군가는 피식 웃었고, 누군가는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며, 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사를 하나 세울 거예요. 오로지, 공연만을 위한 회사.”
진혁이 달빛에 은은하게 비치는 슬로프 무대를 바라봤다.
“오늘 아마 20만 명은 됐을 거예요.”
단어 하나로 표현된 엄청난 숫자가 주는 웅장함은 무대 위에서 이미 느꼈었다.
“그걸로는 부족한데…….”
무슨 소리지?
한국 역사상 최대 인원을 동원한 축제인데?
“한국 인구가 오천만이었던가?”
슬로프에서 시선을 거둔 진혁이 주변을 훑었다.
마치, 세상을 훑듯.
“모두가 다 함께 즐기면, 더 재밌을 거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게 가능한 얘기인가?
모닥불에 비친 동그란 눈들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줬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지만.
어째서 심장은 쿵쾅대는지.
“음… 전 세계 인구는 80억이 조금 안 됐던가?”
진혁이 입꼬리를 올리자, 사람들의 눈이 더 커졌다.
“어때요?”
뭐가?
뭐가 어때?
뭐, 세계 사람들 전부랑 놀자고?
“망설이게 하는 일들, 전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진혁이 일어나 엄지를 세웠다.
“지칠 때까지 같이 놀 사람.”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기 여기 붙어라.”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말과 행동이었기에, 사람들이 반응해 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저 해맑은 미소만 아니었다면…….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떼며 몸을 움찔거린 사람들이,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자신만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쟤가 여기 왜 있어?’
진혁의 엄지손가락을 가장 먼저 잡은 것은, 갑자기 나타난 제니스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 빠?”
정말 유창한 한국어였다.
“umm…….”
“넌 이 빠야.”
“그런데, 이게 뭐 하는 거지?”
“같이 놀 사람 정하는 거야.”
“아. 무대?”
“뭐, 그렇지?”
영어로 대화하던 칼리가 서둘러 제니스의 엄지를 잡았다.
“난 삼 빠!”
종탁이 서둘러 움직였고.
“재밌겠네.”
임도유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저도 같이 놉시다. 우리 기획사에는 이미 법무 팀이 접촉했던데요?”
테일도 피식 웃으며 임도유의 뒤를 따랐다.
“우리도 붙어야 합니까, 선생님? 같은 소속사는 그냥 그대로 가는 거 아니에요?”
“룰은 룰이야.”
단호한 말에, 진훈과 추지훈 그리고 황지선이 피식 웃으며 다가섰다.
이미 진혁의 모습은 엄지를 이어 잡은 사람들에게 가려진 후였다.
“우린 뭐, 독립 레이블이라 법적으로 문제도 없고…….”
나비 계곡의 제이가 방긋 웃으며 선배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법적으로 확실하게 책임만 져 준다면… 아니지, 위약금 그까짓 거…….”
티안이 차일드 애플 멤버들을 돌아봤다.
잔뜩 흥분한 표정의 멤버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굉장한 놀이에서 자신들이 빠질 수는 없었다.
티안도 서둘러 엄지끼리 맞물린 탑에 손을 뻗었다.
“지금 광장에서 피아노 치는 애는 벌써 계약서 도장 찍었고, DJ도 하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멤버는 더 추가될 거예요.”
진혁이 방긋 웃으며 엄청나게 가까워진 얼굴들을 바라봤다.
“내일부터 다 같이 놀아요, 우리.”
엄지를 잡고 있느라 서로의 어깨와 몸은 달라붙어 있었고, 옆 사람의 입김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도 가까웠다.
그랬기에.
서로의 심장이 얼마나 크게 뛰고 있는지.
숨소리가 얼마나 거칠어져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세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정말 전국의 모두를 들썩이게 할 수 있을까?
저 해맑은 미소는 어째서 이렇게 든든한 거지?
혹시라도 놓칠세라 서로의 엄지를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는 그들이었다.
‘휴먼 컴퍼니.’
‘인간 회사’의 첫 단추가 끼워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