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긴급 상황
공연 역사상 두 팀 이상의 릴레이 공연, 또는 다른 무대와의 합동 공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전자기타와 신디사이저를 위시한 록 밴드가 이런 방식으로, 그것도 여러 밴드가 모여서 공연을 성공시킨 적은 없었다.
2000년대 초, 홍대 모 클럽끼리 시도했던 두 팀의 합동 공연은, 한 곡을 겨우 마쳤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사실 엉망이었기에,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이 정도의 대형 축제에서 다섯 개의 밴드가 동시에 합주하는 일이 벌어지다니.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무대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었지만.
사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당사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즐겁기는 했다.
누구에게나 ‘최초’란 흥분되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연주가 이어질수록 점점 여유는 바닥나기 시작했고, 공연을 즐기기보다는 틀리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 바닥의 베테랑인 임도유 밴드도, 이런 큰 무대가 처음인 박재경 밴드도, 예외 없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귀에서 들려오는 마스터 볼륨에만 집중하기엔 소리가 너무 많이 섞여 버렸고, 순간순간 자신의 포지션을 놓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많은 악기가 한꺼번에 같은 곡을 연주하는 소리는, 그들에게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악보로는 이해되었지만, 단 하룻밤 만에 완벽하게 만들어 낼 난이도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연습도 하지 못했고, 리허설도 없었지 않은가.
평소 공연에서는 자신이 실수했을 때, 뒤에 있는 팀원들과 맞춰 가며 적당히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살짝 삐끗하기만 해도 나머지 네 개의 팀이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 뻔했다.
진정, 잘 벼려진 칼날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
첫 곡의 합이 의외로 잘 맞았고, 세 번째 Box-43과의 합주도 적당히 잘 넘어갔다.
‘오? 이거 되는데?’
그래서 신나졌고, 긴장감도 많이 풀어진 것 같았는데.
나비 계곡이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셋까지는 적당히 서로 조율이 가능했는데.
넷이 되자 그들에게는 지휘자나 다름없었던 마스터 음향 자체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신나게 끼어들었던 나비 계곡 역시, 갑작스럽게 범람한 음표의 홍수 속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워낙 꽉꽉 들어찬 사운드들 때문에 눈치를 채지는 못했지만, 연주자들은 아슬아슬한 마지노선에서 고군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즐거운 표정은 그대로였다.
정말로 대단한 경험이었고, 적당히 ‘공연’이라는 단어에 어울릴 만한 무대이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 긴장감은 무대를 살짝 경직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옮겨 가기 직전이었다.
그때.
그들에게 이 험난한 합주를 지시한.
그의 밴드가 등장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맹신하는 몇몇을 제외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스크린에 나타난 해맑은 얼굴을 살짝 노려봤다.
* * *
“와. 대단하긴 한데?”
“음… 그래도 넷은 좀 힘들어 보인다. 무너지기 직전이잖아?”
“베이스가 살짝 밀리긴 하네.”
“이미 드러머들은 꼬인 상태야.”
일반인들은 처음으로 듣는 그 사운드에 감탄하느라 느끼지 못했지만, 전문적인 음악인들에게는 조금씩 틀어지는 연주가 확연히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 저 정도만 돼도, 성공적이긴 하다.”
“그런데 제니스까지 저 틈에서 같이 연습했다고? 하루 이틀 연습해서 될 곡들이 아닌데?”
“못해도 2주 이상은 맞춰 봤겠지.”
“하하. 제니스가 다른 팀이랑 2주나 맞췄다고? 난 그게 제일 대단해 보이는데?”
“난 편곡자가 가장 궁금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가장 미스테리군.”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도 이 공연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고.
얼마 후 시작되는 ‘월드 슈퍼스타 페스티벌 투어’에 참여하는 그룹들이 모인 사전 미팅 장소의 컴퓨터에서도, ‘하늘 아래 음악 축제’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 시도는 좋았다.”
“색다르기는 하네.”
“워낙 쇼를 잘하는 나라이지 않나?”
“기획은 인정해야지.”
“연주도 저 정도면 기본은 되네.”
“한국 밴드들 수준도 제법 들을 만은 한데?”
“뭐, 아직 고만고만하지만 말이지.”
“유리! 첫날 공연은 꽤 괜찮았다면서?”
사실 이들에게 있어서는 차일드 애플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제니스의 밴드가 깜짝 등장했다는 것과 칼리와 척이 관객석에서 나타났다는 이슈 정도만 들었을 뿐이었다.
척이야 워낙 예전부터 차일드 애플의 팬이었으니까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았다.
제니스도 한국의 아티스트와 컬래버를 하기도 했고 언젠가부터 한국어까지 배운다고 했으니, 저런 축제에 끼어들 만했다.
다만, 칼리의 등장은 조금 놀라웠다.
그는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참 싫어했으니까.
인종차별적 발언만 없었다 뿐이지 은연중에 나타난 한국 음악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는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였다.
“어이. 유레이시?”
“응?”
“물었잖아? 첫날 공연도 괜찮았냐고.”
세계적으로 제법 이름있는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구석에서 태블릿을 노려보는 여자에게로 모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어제 공연을 영상으로 확인한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직접 봐.”
열아홉에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던 싱어송라이터 ‘유레이시 비올린’은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가 나타나면 뒤집힐 거니까.”
“그?”
“뭐, 제니스가 그렇게 칭송하던 그 초식동물이 나오기라도 하나?”
“그럴 수도 있고.”
“그럼 Human being 말하는 건가? 그나마 괜찮은 밴드는 그 밴드 하나던데?”
“흠, 그나마?”
앳된 그녀의 얼굴이 살짝 찌그러지면서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귀여운 얼굴에 어울릴 만한 표정이 아닌데? 유리?”
“좀 닥쳐 줄래? 감상에 방해가 되는데?”
“워우!”
“레이햄! 한 방 먹었는데?”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이번 주 빌보드 1위에 오른 레이햄의 눈썹이 꿈틀댔다.
‘건방진…….’
“어? 밴드가 하나 더 추가되나 본데?”
“와! 지금도 무너지기 직전인데, 하나 더?”
“Human being이겠지.”
“그들이 나온 대도 이 공연은 망했어.”
“뭔가 소리를 빼든가 하겠지. 생각이 있다면 말이야.”
“기네스에는 올리겠네.”
“동양 애들이 그거 하나는 잘하지.”
스크린에 또 하나의 밴드가 등장했고, 저마다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유레이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최대로 올려 버렸다.
그리고 지금 막 등장한 무대 영상을 확대하자.
방긋 웃는 그가 기타를 치며 뛰어올랐다.
눈이 동그래진 그녀가, 방금까지 야유를 던지던 아티스트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럼 그렇지.’
“어? 이거 뭐지?”
“잠깐! 조용히 해 봐!”
작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던 아티스트들은 갑자기 돌변한 공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팀이 합류하게 되면 당연히 무너지리라 여겼는데.
아슬아슬하던 네 팀의 연주가 그의 등장과 함께, 완벽하게 들어맞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경악한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유레이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둘러 다시 태블릿을 바라봤다.
“볼륨 올려!”
“잠깐, 저기 스크린에 연결해 보자.”
“서둘러!”
모두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화면을 바라봤다.
‘이 빌어먹을 미팅만 아니었어도…….’
7번 영상의 배경.
건너편 산 위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사람들을 확인한 그녀가 입술을 살짝 물었다.
* * *
‘어라?’
순차적으로 먼저 시작했던 팀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편안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소리는 더 늘어났고, 태블릿 화면의 음표들은 더욱 빽빽해진 상태였는데…….
귀에 들리는 마스터 사운드는 점점 안정되고 있었다.
메인 보컬을 차지하던 제이와 임도유 그리고 백 보컬의 황지선과 박재경이 마이크에서 입을 떼자, 진혁의 강렬한 샤우팅이 산 전체를 울려 댔다.
거기에 제니스가 코러스를 넣었고, 어느새 등장한 차일드 애플의 티안이 랩을 시작했다.
다섯 대의 기타는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않았고, 저마다의 포지션을 찾아갔으며.
다섯 대의 베이스는 무대들의 허리를 훌륭하게 받쳤다.
안정된 리듬이 만들어지자 드러머들의 스틱이 자신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뭣보다, 다섯 대의 신디사이저가 내는 제각각의 효과음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흩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음악들이, 마지막 밴드의 등장과 함께 하나의 음악으로 뭉쳤다.
‘아… 이런 거였구나.’
제니스가 가장 먼저 뭔가를 깨달은 듯 입꼬리를 올렸다.
결국 그들은 자신과 상대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틀린다면 무조건 무너질 것이라 여겼으니까.
저마다 자신의 악기에 수많은 시간을 쏟은 사람들이었다.
‘조금 틀려도 전혀 상관없을걸?’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돌 애들은 이미 그걸 알아챘던데…….’
악기에 몰두하면 할수록 더 정교해야 했고, 더 완벽해야 했다.
결국, 완벽함이 정답이라면.
‘컴퓨터로 찍으면 되지.’
컴퓨터로는 뭐든지 가능하니까.
다만, 컴퓨터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
라이브.
어째서 이 수많은 사람이 이곳까지 와서 저리 열광하는가.
집에서 편안하게, 훨씬 더 완벽한 음원을, 금전적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 낸 음악을 직접 현장에서 듣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 음악에 담긴 감정만큼은 결코 컴퓨터가 흉내 낼 수는 없을 테니까.
진혁의 등장 전까지.
어쩌면 자신들이 컴퓨터를 흉내 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정확하지 못하면, 무너질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코러스를 넣던 제니스가 무대 구석을 바라봤고, 잔뜩 달아올라 들썩거리는 칼리에게 턱짓했다.
칼리가 후다닥 달려 나와 제니스의 마이크를 차지했고, 제니스는 기타의 목을 틀어잡아 악보에도 없는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에드립이었지만.
다섯 밴드의 합주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 * *
방긋 웃는 그가 높이 뛰어오르자, 다른 무대들 위에서도 모두가 뛰어올랐다.
베이시스트가 머리를 흔들자, 그와 박자를 공유한 모두가 저마다의 몸짓으로 화답했다.
드러머들이 스틱을 돌려 동시에 잡아채는 퍼포먼스는 환상적이었다.
양손을 바삐 움직이던 키보디스트들이 한 손으로 연주하며, 반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까딱이는 간단한 동작도, 동시에 움직이자 제법 멋졌다.
‘와! 연습 진짜 많이 했겠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바로 어제 기획되었다는 것을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
저 딱딱 맞아떨어지는 동작들이, 그저 흥에 겨워 움직이다 보니 맞아떨어졌다는 것은, 그 당사자들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인간 밴드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던 곡이 끝을 향해 달렸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무대 앞에서 같은 음악에 열광했다.
마지막 소절을 끝낸 진혁이 손을 들며 뛰어올랐고.
현장을 가득 메운 인파가 한꺼번에 들썩였다.
‘오빠! 세상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점프하면, 우주 속에서 지구의 위치가 조금 달라질까?’
갑자기 떠오른 얼토당토않은 물음에, 진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니다. 대륙별 인원수도 체크해야 하고, 아무래도 태양을 등졌을 때, 그쪽 사람들만 뛰어야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나?’
쓸데없는 공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고등학생의 모습은 참 귀여웠던 것 같기도 했었다.
‘봐 봐. 지구 반대편의 생방송을 여기서도 시청할 수 있어. 그럼 전 세계를 상대로 공연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마흔셋 진혁에게는 아주 먼 기억이었지만.
열아홉 진혁에게는 고작 며칠 전의 기억.
음악을 잃어버린 그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공연을 마친 후였다.
‘내가 봤을 때, 오빠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아티스트가 될 거거든. 그럼! 해 볼 수도 있겠다.’
박수를 짝하고 친.
열일곱의 그녀가 해맑게 웃었었다.
* * *
“야! 얼른 준비해!”
“네?”
“그 환자 남편이 유명인이었으면 먼저 말을 했어야지!”
한국 병원의 뇌 의학과 치프 이선민은 갑작스러운 과장의 호출에 서둘러 달려온 상태였다.
“내가! 어? 이런 내용을 기자 통해서 들어야겠어? 응?”
“그때, 보호자가 가수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유명하다고는 말 안 했잖아?”
한국 병원 뇌 의학과장인 성관중 교수는 이를 악물고 선민을 노려봤다.
뭔가 들었던 기억은 났다.
하지만 간혹 직접 면담 때 봤었던 그의 행색으로 보아, 그저 그런 무명 가수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대단한 가수였다니.
매스컴의 집중을 받게 된 이때,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했다.
환자를 방치했다느니, 적당히 숨만 붙여 놨다느니, 하는 억측 따위가 흘러나와서는 절대로 안 됐다.
“수술방 어디 비었지?”
“네?”
“아, 일단 VIP실부터 확보해 놔.”
“교수님, 수술이요?”
“어제부터 semicoma 상태야. 열어서 자극을 좀 주면 눈꺼풀이 살짝 움직일 수도 있어!”
물론,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 뇌였다. 그것은 의사인 자신이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관심이 집중된 이때, 급하게라도 가시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의학 교수로서 대중적인 매스컴을 탄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이력이었다.
얼마 후 신경외과를 개원할 계획이었던 그였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뭐 해? 얼른 안 뛰어?”
기적을 행한 의사.
이 얼마나 대단한 타이틀이란 말인가.
기자들의 예상 질문을 떠올리던 성관중 교수가 입꼬리를 올렸다.
* * *
-긴급 상황. 갑자기 수술 집도한다는데요. 회장님? 제가 예상했을 때, 신경 자극으로 눈을 뜨게 하려는 작정인 것 같은데, 억지로 그러다가 뇌가 더 상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의 손을 꽉 잡고 환상적인 공연을 감상하던 해원이 문자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일단, 시간 좀 끌어 주세요!
-넵! 우선 휴일이라서 마취과가 밀릴 거예요. 최대한 순서 더 밀리게 해 놓겠습니다.
-네. 저는 바로 작업 들어갑니다.
-뇌 의학과는 청강병원이 최고로 쳐 줍니다. VIP 병동도 시설이 가장 좋습니다.
-수술은 절대 안 돼요. 드러누워서라도 막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해원이 서둘러 JH 팬클럽 카페에 긴급공지를 올렸고, 스타그램 창을 열었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2년간 한국병원에 입원해 있던, JH 그리고 인간 밴드의 리더인 진혁님의…….]x청강병원 xJH x제치느님 x갓끼님 x인간 밴드 xHumanbeing x청강의료재단이사장 x진봉구 x토끼밴드 x동물가면밴드 x응수동축제 x하늘아래음악축제 x태각시축제 xSJ엔터테인먼트
피드를 올린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서둘러 이 사실이 이슈화되어야만 했다.
자신이 판단했을 때 그리고 – JH 팬클럽 회원인 – 이선민 치프의 전문적 의견까지 더한다면, 절대로 성관중 교수가 수술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전문의의 판단으로 긴급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의료적 행위를 보호자가 미리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연명 치료에 관련된…….
자신이 사인받았던 그 서류가 기억났다.
보통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받는 동의서였다.
‘아… 제발…….’
지금 한창 공연 중인 태블릿 화면을 바라봤다.
무대 위에 있는 그에게 직접 알릴 방법이 없을까?
‘아… 여기도 올려야지.’
얼른 카페 메인 창을 열고, 얼마 전 가입했던 Hb 팬클럽에 들어갔다.
공지는 쓸 수 없으니.
‘에잇! 도배다!’
서둘러 복사-붙여 넣기를 시전했다.
* * *
총 여섯 곡의 릴레이 공연이 끝났고, 관중들의 환호에 태각산 전체가 흔들렸다.
메아리인 줄 알았는데.
이곳을 둘러싼 건너편 산들에서도 함성이 울려 퍼졌다.
스크린에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테일과 두 명으로 이루어진 JH가 등장했고, 상급 슬로프 쪽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각 무대의 기타리스트들이 동시에 기타를 고쳐 잡았고.
-하나, 둘, 셋.
진혁의 카운터가 끝나자.
모든 밴드가 동시에 연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