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8
8화. 영등포역의 기적
“어···. 어이. 음악 병신.”
“와. 유장하 늙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말이 심하네.”
“말투도 늙었네?”
진혁이 장난스럽게 눈살을 찌푸렸고,
“오! 안치킨!”
“오랜만이다.”
상정이 손을 번쩍 들었다.
갑작스러운 친구들의 등장.
장하가 활짝 웃으며 양팔 벌려 두 친구를 반겼다.
“온다는 소리는 없었잖아?”
“어. 그렇게 됐어.”
“여기 금방 마무리되니까···.”
장하가 상정에게 말하는 사이 진혁이 스피커로 다가갔다.
“야. 저 새끼 상태 왜 저래?”
“그··· 그게···”
스피커에 기대어 세워진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진혁이 장하를 바라봤다.
“이거 만져도 돼?”
장하가 화들짝 놀라 상정을 바라봤다.
음악이라면 질색하던 ‘음악 병신’이, 시끄러운 트로트가 울리는 스피커 앞에서 기타를 가리켰다.
“뭐야. 저 새끼···?”
“맞아.”
“뭐?”
상정의 대답에,
장하의 커다란 손이 부들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어제 알았어.”
멍한 눈으로 진혁을 바라보던 장하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다시 하자는 건···.”
“맞아.”
“안돼.”
“응?”
“난 못해.”
상정이 동그란 눈으로 장하를 바라봤다.
고민 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단번에 거절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트로트가 멈췄고, 잭을 바꿔 끼우는 잡음이 들렸다.
지이잉.
싸구려 스피커에서 조잡한 기타 음이 흘러나왔다.
굳은 표정의 장하가 성큼성큼 걸어 진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진혁이 들고 있는 기타를 빼앗았다.
“일단 돌아가. 나중에 얘기하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시선이 모였고, 신부님이 다가왔다.
“형제님들은···.”
“아! 안녕하세요. 신부님. 장하 친구입니다.”
진혁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신부님이 진혁과 상정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예전에 밴드 했다던?”
“네! 맞습니다.”
“오! 환영합니다.”
강 요셉 신부님이 활짝 웃으며 둘에게 소리쳤다.
장하는 그런 신부님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
스피커에서는 다시 트로트가 흘러나왔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된 테이블에 모두 모여 앉았다.
“왜 못해?”
“나 신부님 될 거야.”
“이눔아. 너 나이가 몇 살 인데, 미사도 빼먹는 놈이. 말이 되는 소리를···. 그리고, 머리 나쁘면 신부도 못 해. 에잉, 핑계를 대도···. 쯧쯔.”
“에이씨! 영감은 저리 가.”
신부님이 끼어들자 장하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정확하게 말해봐. 날 이해 시키면 다른 사람 찾을게.”
진혁이 장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 얼굴 팔리면 안 돼.”
“이유는?”
“암튼 그런 게 있어.”
“그럼 얼굴만 안 팔리면 돼?”
“어?”
“이유는 나중에 듣고···.”
진혁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토록 원하던 악기들이 저 앞에 있는데, 이렇게 얘기나 나누고 있다니···.
어서 빨리 친구들과 연주하고 싶었다.
진혁이 벌떡 일어나 호두과자를 파는 상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거 쓰면 되겠다. 시간 얼마 안 남았네. 딱 한 곡만. 응?”
“어?”
상정과 장하의 손에 종이봉투가 하나씩 올려졌다.
진혁이 탁자 위에 굴러다니던 수저를 들어 봉투에 구멍을 뚫었다.
“이러면 얼굴도 안 팔리고 좋네.”
진혁이 구멍 두 개 뚫린 봉투를 얼굴에 뒤집어썼다.
“야···. 저 새끼 진짜 돌아왔네?”
“그치?”
“와. 또라이 새끼.”
음악에 관한 한, 무조건 직진이었던 어린 날의 진혁이 떠올랐다.
“쟤 지금 그 상태야.”
“그런 거 같네.”
장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봉투를 노려봤다.
이걸로 가리면, 괜찮지 않을까?
“후···. 가자.”
“어? 진짜?”
장하도 봉투에 구멍을 뚫었다.
그런 장하를 보며 상정이 우물쭈물했다.
커다란 친구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확연히 보이는 손끝의 굳은살.
아마도, 최근까지 베이스를 만졌을 것이다.
상정이 자기 손가락을 쫙 펴봤다.
예전에 비해 완전히 굳어버린 손가락은 원하는 대로 펴지질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악보라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정이, 자기 몫의 종이봉투를 노려봤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 떨리는 손가락으로 봉투에 구멍을 뚫었다.
얼굴에 뒤집어쓰자, 뭔가 용기가 생기는 것도 같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장하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가자.”
둘은 이미 기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진혁에게 다가갔다.
“드럼 없이 가나?”
“별수 없지.”
“내가 발 베이스라도 두드릴···.”
베이스기타를 어깨에 맨 장하가 고개를 돌리자,
“왁! 씨! 깜짝이야!”
신부님이 방긋 웃으며 드럼 의자에 앉아있었다.
“영감? 뭐 하는 짓이지?”
인상 쓴 장하를 옆으로 밀며 진혁이 활짝 웃었다.
“와! 신부님 드럼도 치세요?”
강 요셉 신부님이 능숙하게 스틱을 돌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신부 나이 이 정도쯤 되면 못 하는 게 없는 법이지.”
신부님이 씩 웃었다.
“여기 악보가 전부 성가뿐이네?”
“성당에서 왔으니까.”
악보를 넘기던 진혁의 손이 멈칫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친구와 연주할 생각에만 집중되어 있던 들뜬 감정을 내려놨다.
지금은,
이 공연을 봐줄 관중의 감정을 살필 때였다.
트로트에 흥겹게 놀다 흥이 깨져 인상이 굳은 노숙인들이 보였다.
자리를 뜰 만도 한데,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아직 흥미는 있는 듯했다.
종이봉투 속 진혁의 눈이 감겼다.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 그 사이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공간.
그리고,
세상 속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 채 자신들만 제자리에 멈춰있는 이들.
이 무대는 그들을 위한 것이건만,
흐르는 시간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한다.
모든 원인은 그들 탓이다.
망가진 인생의 표본.
최악의 삶.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도시의 쓰레기.
도시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소외된 사람들.
‘후···.’
진혁이 눈을 떴다.
펼쳐진 성가 악보를 바라봤다.
‘이 곡은 부활절에 부르는 곡인데, 그레고리안 성가라고 불려.’
수녀님께서 들려주셨던 음악.
“259쪽.”
진혁이 나지막이 말하자, 각자의 악기를 세팅하던 멤버들이 악보를 펼쳤다.
진혁은 악보를 노려봤다.
‘정말 좋은 곡이야. 하지만···.’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울리는 경적, 2분마다 지나가는 지하철. 뭣보다 소리를 울려줄 벽과 천장이 없었다.
이 성스러운 곡은, 공간의 울림으로 완성되는 곡.
이곳에서는 절대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곡이었다.
진혁이 두 친구에게 다가갔다.
“여긴 좀 세게 갈 거고···, 이 부분은 쾅쾅. 알지? 그리고······, 여기는 대충 기타 맞춰서 따라와. 상정이는 이 부분에서 사운드 이걸로 가고···. 음···.”
진혁이 신부님을 바라봤다.
‘과연, 저분은 이 편곡을 이해하실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지시하는 것을 유심히 보던 강 요셉 신부님이 방긋 웃었다.
“이 곡으로 락을 한다고?”
“신부님?”
그가 긴 머리칼을 앞뒤로 흔들며 말하자, 진혁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영어는 까먹었어도, 50년대 영국 출신이야.”
“아!”
“맘껏 두드리면 되겠지?”
“네! 분위기 보시고 그냥 때리세요.”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
이곳의 멈춰있는 이들은 ‘부활’할 것이다.
“아. 아.”
마이크 상태를 확인한 진혁이 눈을 감고, 기타를 잡았다.
“다들 주목!”
싸구려 스피커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번엔 자네가 좀 양보하지.’
세 번째, 강요에 의한 양보.
세 번이나 진급에서 누락 되었다.
티 내지 않는 아내의 표정이 더욱 두려웠다. 차라리 비난이라도 하던가.
설상가상으로,
구조조정 명단에 올랐다.
‘이거 확실해! 여기다 넣어.’
퇴직금을 모조리 주식에 넣었다.
작은 자영업이라도 하려면 지금 받은 퇴직금만으로는 무리였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휴지 조각이 되었다.
‘괜찮아. 당신 성실하잖아. 다시 시작하면 돼.’
위로하는 아내의 말이, 더욱 가슴을 후벼팠다.
마음의 병이었을 것이다.
주변 모두가 자신을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아내의 모든 위로가 가식으로만 들렸다.
머릿속 무언가가 툭 끊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대로 현실의 시간에서 도망쳤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 속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자,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겐 이곳이 천국이었다.
그래도 된다고,
서로를 정당화하며 모여있는 집단이었다.
오랜 시간, 인류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테두리 자체를 부정하는, 다른 세상 속 사람들.
그렇게, 하루하루.
숨은 쉬지만, 죽어있는 상태로 지내왔다.
모든 감정은 잘게 쪼개져 흩어 놓은 지 오래였다.
그런데···.
왜 눈물이 멈추지 않지?
어째서 마지막으로 들은 지 2년이나 된, 아내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거지?
가슴은 왜 이렇게 먹먹하지?
떨리는 입술이 진정되질 않았다.
‘여보···.’
갑자기 밀려든 감정은 퍼질러 있던 몸을 일으키게 했다.
무심코 몸을 털다가,
먼지를 털어내는 행위를 한 지, 너무나도 오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팔에 힘이 들어갔고,
켜켜이 쌓여있던,
멈춰있던 시간의 먼지를 털어냈다.
마구 때리듯, 강하게.
‘집에 돌아가야 한다.’
멍하니,
종이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쓴 우스꽝스러운 밴드를 바라봤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단지, 잠시 병에 걸렸던 거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뿌연 시야 가득 그들의 힘찬 몸짓이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먼지를 털어내고 있는,
멈춘 시간 속 동료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눈가를 훔치며,
멈춰있던 자신만의 시계태엽을 감기 시작했다.
사회의 시간을 따라잡기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는 달라질 것이다.
조금 늦었지만,
째깍째깍.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쩌면,
이들은 세상과 다툰 사람들일 것이다.
모두와 같은 방향을 달리다, 잠시 뒤처진 것으로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들.
그런 그들이 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단절.
사회가 인정하는 시스템을 극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으로 반항하는 것만이, 그들에게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진혁의 미간이 좁아졌다.
모든 이의 사연을 알 수도 없고, 그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도 없다.
절대로, 제각각 가지고 있는 아픔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흔셋 진혁의 기억과 경험으로도,
절대 이들을 짐작할 수 없다.
병.
이들은 마음에 병이 있다.
‘그래 모두가 병에 걸린 거야.’
그 병을 인정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진혁은 ‘O Filii Et Filiae’에 자신의 염원을 담았다.
잔잔하게 흘러야 할,
신의 부활을 기리는 성스러운 곡은 강렬하게 바뀌어 그들에게 전해졌다.
분노를 느꼈다.
도망치고 싶은 심정을 이해했다.
세상과 단절된 그 세계를 인정했다.
그러자,
멈춰있는 ‘그들만의 시간’을 볼 수 있었다.
제멋대로 뿜어낸 진혁의 감정에 노숙인들이 하나둘 일어나 옷을 털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바삐 움직이다 멈춰선 사회의 구성원 모두,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을 억지로 따르며 남과 다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언제, 어느 순간 뒤처지게 될지 모른다.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위로해 줄 이가 없다면,
언제든 마음의 병이 찾아올지 모른다.
모두가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성당에서 자랐지만,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믿음으로 이어져 온 종교음악의 가치는 실로 엄청났다.
제멋대로 편곡했지만,
단순한 멜로디가 조합된 원곡의 위대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급하게 편곡한 부분 부분과, 주어진 시간이 조금 아쉬웠지만,
마음이 잔뜩 흔들린 그들을 다독이며,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진혁이 뒤를 돌아보며 종이봉투 속에서 방긋 웃었다.
‘어때?’
손을 떨고 있는 장하.
키보드를 멍하게 바라보는 상정.
유일하게 표정이 보이는 신부님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름진 눈가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알렐루야.”
진혁이 고개 숙여 신부님에게 답했다.
그리고,
“이래도, 안 할 거야?”
베이스를 움켜쥐고 있던 장하의 손이 ‘툭’하고 떨어졌다.
***
“내가 보호관찰에 관한 보증을 서 주면 활동에는 문제없는데···.”
신부님은 장하의 음악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무엇보다,
직접 함께했기에 이들의 음악이 어떤 기적을 일으켰는지 확실히 경험했다.
연주가 끝난 후, 멍한 표정으로 ‘미라클’만을 몇 번이고 외쳤던 신부님이었다.
“법적인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어. 다만, 다른 사소한 문제는···.”
신부님이 장하를 바라봤다.
“됐어. 영감. 나머지는 내가 친구들한테 설명할게.”
“그러는 게 좋겠지.”
신부님이 성호를 그었다.
“종교를 떠나서···.”
진혁이 신부님의 말에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서두였다.
“자네의 음악은 기적이야.”
신부님은 연주가 끝난 뒤 몰려든 노숙자들을 떠올렸다.
저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갈 차비를 걱정하기에, 약간의 여비를 챙겨주기도 했다.
성금 바구니가 꽉 찼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눠줄 돈은 충분했다.
아직 남아있는 노숙인도 꽤 있었지만, 대충 보아도 반수 이상이 각자 떠나온 시간으로 돌아간 듯했다.
노숙인뿐만이 아니었다.
길을 가다 멈춰선 많은 이들이 그 기적의 울림에 동참했다.
그렇게 나눠주고도 아직 가득한 성금 바구니가 그 증거였다.
“많은 사람이 그 기적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하겠네.”
“감사합니다. 신부님.”
“혹시···. 돌아가신 아가타 수녀님을 알고 있나?”
익숙한 세례명에 진혁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어린 시절, 주문진 성당에서 지냈었습니다.”
강 요셉 신부님의 주름진 눈이 다시 촉촉하게 젖었다.
“그분의 말이 사실이었군.”
다른 수녀님들에게 신앙인으로서 옳지 않은 얘기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주장했던 기적의 아이.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세례를 거부했다는 사실 때문에, 종교적 관점에서는 기적이라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 아이가 이렇게 나이 들어 눈앞에 나타나다니···.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뿌옇게 번진 눈으로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
그들이 떠난 후,
뒤늦게 도착한 성당 밴드의 멤버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오늘의 기적을 전해 들었다.
자원봉사자가 찍은 동영상을 보던, 그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먼저, 편곡이 예술이었다.
이 성스러운 곡을 이렇게 해석하다니···.
분명, 악기들은 제각각 놀고 있었다.
어제 아르바이트에서 억지로 경험했던 연주처럼.
하지만,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의 울림이 너무나도 강해서, 그 엉망진창인 연주를 아슬아슬하게 이끌고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라이브를 듣지 않았던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말하는 그 기적까지 느낄 수는 없었다.
“오늘 막곡 레드제플린 하려고 했는데.”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제 아르바이트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야! 이거 봐봐.”
“응?”
핸드폰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쇼팽의 에튀드가 흘러나왔다.
“뒷모습이···.”
“어. 그 아저씨다.”
“맞지? 장소도 거기 앞이고.”
“와. 피아노도 예술이네···.”
천재 피아니스트 신유정 유투브 채널에 오피셜 영상이 업로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