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척하면 척
“형님, 이거 이래도 되는 걸까요?”
“아. 몰라. 우선 하라는 대로 해.”
“일단 진행할게요.”
“후… 이렇게 갑자기 일을 벌일 줄은…….”
“진짜, 살다 살다 정부를 들이받는 아티스트를 보게 될 줄이야.”
“뭐,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이제 공연 딱 하나 남았는데…….”
“별일이야 있겠냐? 설마 진짜 들이받겠어?”
“어… 그게 진혁이라서… 좀.”
서동구의 말에 윤석준의 표정이 더 심각해졌다.
맞다.
음악에 관한 한 얼마나 또라이인지는 경험했지 않은가.
“근데, 또 믿어 보라고 하면 왠지 든든하기도 하고…….”
“아오. 씨! 이랬다 저랬다야, 새끼가!”
“아니! 왜 또 나한테!”
“후우. 제발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
석준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모니터를 노려봤다.
* * *
“그러니까, 불법의 여지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화기애애한 인사를 나눈 후, 문체부 장관 곽채군은 최근 두 번의 공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묘하게 빙빙 돌린 말속의 요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는 진혁의 대답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끄덕거렸다.
그래도 다른 딴따라들보다는 꽤 눈치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뭐, 아티스트들이 좋은 취지로 벌인 일이고, 사람들에게도 굉장한 선물이지만, 이 공연법이라는 것이…….”
곽채군이 말꼬리를 늘이며 상대의 눈치를 살짝 봤다. 저 방긋 웃는 표정은 결코 적대시하겠다는 표정은 아닌 듯 보였다.
“뭐, 법적으로 이것저것 들이밀면 한도 끝도 없지.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도와주려는 거 아닌가.”
사실 아직 법적인 근거를 확실하게 마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연법이라는 것은 워낙 많은 변수를 품고 있는 것이기에, 어떻게 끼워 넣느냐가 관건이었다.
“하하. 우리야 이렇게 계속해서 한국을 빛내 준다면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지만, 이 법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규칙과 같은 것이라서…….”
“도와주신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쉽게 넘어오나?’
곽채군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허허. 뭐 다 좋자고 하는 일 아닌가. 서로 돕고 그러는 거지.”
일단은 던져 놓고, 수습은 나중에 해도 될 터.
정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다른 당근이나 채찍을 내밀어도 될 것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상대에게 필요한 걸 줄 수 있다는 인상이 중요한 거니까.
“다음 공연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내가 힘써 줌세.”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도 우리를 좀 도와주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아, 저기 내 말뜻은…….”
“정확히 알아들었습니다!”
“이 친구 대답이 바로바로 나와서 너무 좋군.”
“감사합니다.”
곽채군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껄껄 웃었다.
노골적으로 얘기를 꺼내기가 조금 민망했는데, 저리 정확하게 짚으니 속이 다 시원했다.
진혁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참 대단하더군.”
“진짜 굉장해요. 수많은 사람이 제가 있는 무대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광경은 매번 볼 때마다 환상적이죠.”
“나도 유세 때문에, 한 번씩 연단에 서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는 서 본 적이 없어서 참 궁금하더란 말이지.”
“아. 장관님도 언제 제 무대에 한번 올라와 보실래요?”
곽채군의 눈썹이 살짝 까딱였다.
운만 띄웠을 뿐인데, 한술을 더 뜨다니. 이거, 생각보다 훨씬 더 눈치가 빠른 친구였다.
이번 서해 공연에 동원된 관객이 대략 총 15만 명 이상이라고 들었다.
그의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인지도는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었다.
“물론이지! 허허. 자네, 뭘 좀 아는 친구구먼.”
장관 앞에서도 전혀 얼지 않고 저렇게 여유로운 얼굴이라니, 물건은 물건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식사도 하고, 참 즐거웠습니다, 장관님.”
“허허. 나야말로 유쾌했네.”
세종 호수공원 바로 옆의 한정식 전문 식당은 고위층 관료들만 이용하는 별실이 따로 있었다.
가장 구석진 곳인 이 룸은 본래 노골적인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곳이었으나, 일부러 여길 잡을 필요도 없었을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다.
정치인도 아닌데, 척하면 척이라니.
준비했던 채찍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방긋 웃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곽채군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 이거 뭐지?]└갑자기 뜬 점은 뭐야?
└이번엔 이름도 적혀 있어, 조진혁?
└뭐야. 진혁느님이 단독으로? 왜?
└대박! 이렇게 점이 하나만 뜬 적은 없지 않나?
└평일에 이게 뭔 난리임?
└오! 우리 동네임!
└나도 근처임. 바로 뛰어야겠다.
└서울 지금 출발함.
└근데, 시간이 지금 당장?
└뭐지? 뜬금없이?
└우선 달리고 보자.
└진혁느님이라면 무조건이지.
└이런 게 진짜 게릴라지!
└아, 이런 뜬금없는 전개 너무 좋아.
└항상 짜릿해! 최고야!
└아, 좋겠다. 난 반대편임.
└나도, 지금 달려도 세 시간은 넘을 듯.
└난 우선 움직여 본다.
* * *
“어? 오늘 집회 잡힌 거 있었나?”
“아뇨? 뭐 없었는데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모이지?”
“그러게요?”
“우선 경찰 쪽에 먼저 연락하고, 청사 쪽으로 이동하는지 잘 봐.”
“네. 알겠습니다.”
청사 주변의 CCTV를 살피는 관제실이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이뤄지던 집회 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호수공원 쪽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철은 집회도 비수기였고 저런 대규모 인원이 모일 만한 이슈도 없었기에, 관제실장은 멍하니 모니터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뭔 일이야?”
딱히, 집회처럼 보이는 현수막이나 깃발도 없었고, 피켓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 * *
진백철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눈이 동그래졌다.
‘호수공원 B코스 주차장 근처에서 기다리세요.’
그가 얘기한 대로 차를 주차하고, 벤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이 늘어 버렸다.
아니, 그들은 그냥 지나다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세종 호수공원은 사람들로 바글댔다.
이 거대한 공원이 생긴 이래 이토록 많은 사람을 품은 적이 있었을까?
‘도대체 뭘 어쩌려고…….’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무언갈 간절히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얼굴들을 확인하자, 진백철의 심장도 뛰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같이 놀고 싶으면 올라오세요.’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뭐가 되었건, 재밌는 일이 될 것이 뻔했기에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두근거림이었다.
* * *
“아!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실래요?”
“응?”
“마침, 급하게 마련한 무대가 있어서요.”
“아, 내가 지금 멀리 이동하기엔…….”
“괜찮아요.”
“응?”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돼요.”
‘무슨 소리지?’
지금 이 근방은 공원 하나밖에 없었다. 이 동네는 공무원 동네였고, 지금 시간엔 한산할 것이 뻔했다.
뭐, 공원에서 혼자 공연이라도 하려는 건가?
곽채군은 일단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잡아먹으려 안달이었지만, 이젠 든든한 아군이 되었지 않은가.
“허허. 이 근처에서 공연할 만한 데가 있으려고.”
“음, 못해도 천 명 이상은 모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말도 되지 않았다.
아까 식당에 들어올 때만 해도 한산하지 않았던가.
곽채군이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허세가 조금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가 보지.”
“네! 재밌을 거예요.”
저 나이에 저런 해맑은 얼굴이라니, 철이 없는 건지…….
곽채군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허세가 있고, 철이 없을수록 더 다루기 쉬운 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흡족한 아군이었다.
* * *
“야! B코스 쪽에 무대 트럭 왔대!”
“진짜? 아오. 씨! 반대네!”
“얼른 뛰자!”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더니 달리기 시작했고, 그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뒤늦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 *
“이… 이게 대체…….”
식당에서 나온 곽채군이 멍한 얼굴로 수많은 사람을 바라봤다.
모두가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천 명?’
절대 그 정도 숫자가 아니었다.
“와. 생각보다 많이 왔네요.”
식당의 야외 주차장에 서 있던 윙바디 트럭 옆의 사람들이 진혁의 신호를 받고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럭이 방향을 틀어 공원을 향해 가로로 섰고, 곧 뚜껑이 열리더니 순식간에 간이 무대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은 B코스 주차장 쪽으로 갔을 거예요. 우린 여기서 준비하죠.”
“주… 준비?”
“무대에 오르고 싶으셨다면서요. 제가 보여 드릴게요. 진짜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니까요.”
“그… 그게.”
“다됐나 보다. 이쪽으로 오세요.”
뭔가에 홀린 듯 이끌려 간이 무대로 오른 곽채군이 저 멀리 가득한 인파를 바라봤다.
정말 엄청난 숫자였다.
“이제 이쪽으로 불러야겠다.”
어느새 기타를 멘 그가 사운드를 체크했고, 소리가 맘에 드는지 방긋 웃었다.
그리고 스탠드 마이크에 다가가서.
-이쪽이지롱!
아이처럼 신나 하며 소리쳤다.
설치된 간이 무대는 꽤 높았고, 저 멀리서부터 몰려오는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공원에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국가 행사에도 참여해 봤고, 그간 커다란 무대를 몇 번 경험해 본 곽채군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정돈된 군중만을 상대했던 그였기에,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압도적인 박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언젠가의 시위대를 연상시킬 정도의 거센 파도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뭔가 아차 싶어 무대를 내려갈까 고민했지만, 이미 수많은 관중에 둘러싸인 후였다.
* * *
‘교묘하게 말을 돌릴 거고, 상대가 원하는 건 두리뭉실하게 표현할 거야. 확답은 피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말을 바꿀 가능성도 크지. 정치인들은 그런 처세에 능하니까.’
진백철의 조언을 떠올린 진혁이 방긋 웃었다.
설마,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발을 빼지는 못하겠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든 진혁이 기타를 치며 뛰어올랐다.
진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세종시에 울려 퍼졌고,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주민들도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기타 하나로만 만들어진 무대였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박력의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를 마구 뛰어다니며 연주하던 진혁이 다시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고, 시선을 살짝 돌려 벙찐 얼굴의 장관에게 살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거친 샤우팅을 내뿜었다.
‘선생님도 같이 노시죠.’
진혁이 아직도 사람들이 덜 빠진 B코스 주차장 쪽을 바라봤다.
* * *
진백철은 멀리서 시작된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곡은, 50년도 더 전에 자신이 불렀던 1집 수록곡이었다.
한때는 금지곡으로 지정된 때도 있었던.
[가자 바다로]가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펼쳐지고 있었다.자신에게 돈 한 푼 벌어 주지 않은 곡이었지만,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그 노래가 정부 청사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저, 동네 친구들과 모든 걸 내려놓고 위대한 바다를 만나러 가자는 노래였는데.
수많은 의미가 덧씌워지자 어느 순간 선동 가요가 되어 있었다.
그저, 어릴 적 느꼈던 그 따스한 모래에 알몸으로 누워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지금껏, 그 많은 무대에 섰으면서도 단 한 번도 불러 보지 못했던 노래였다.
금지곡에서 풀린 지는 오래였지만.
당시의 공포는, 뼛속까지 스며들어 평생을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진백철은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텅 빈 주차장을 바라봤다.
그곳에 마련된 무대엔 어쿠스틱 기타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기타가 너무 외로워 보여서였을까.
천천히 걸어 무대로 향했다.
여섯 개의 계단을 올라 맞이한 무대는 꽤 높았고.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뛰어오르는 그가 보였다.
아마도,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으리라.
기타를 들고 천천히 마이크 앞에 섰다.
관객 모두의 등을 바라본 무대는 생애 첫 경험이었다.
머리칼을 묶은 끈을 풀어냈다.
하얀 백발이 헝클어져 내렸다.
머리칼을 자르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아무런 가치도 없을 일말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기타를 잡고 고개를 숙이니 머리칼이 흔들렸다.
주름진 그의 얼굴 근육이 꿈틀댔다.
-그 모래, 그 따뜻한 품, 날 부르는, 내가 그리는…….
아주 작게 읊조렸지만.
50년을 건너뛴 그 울림은 굉장한 것이었고.
등을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둘 뒤를 돌아보았다.
-나의 위대한 바다여.
사람들이 B코스를 향해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와. 이 노래 뭐지? 진혁느님 신곡 아니었어?”
“방금 그 목소리…….”
“저기다!”
“아까 그 무대!”
“누구지? 와. 백발 쩐다.”
“목소리 봐. 그냥 중얼거리는 거 같은데… 울림이…….”
“저쪽으로 가 보자.”
뒤늦게 움직인 바람에 무대에서 한참 떨어진 이들이 고개를 돌렸고, 하나둘 이동하기 시작했다.
“와! 진백철?”
“그 한라산 밴드?”
“저 할아버지 70 넘지 않았나?”
“와. 백발 흔들리는 거 봐. 분위기가…….”
“목소리 죽인다.”
노인의 기타가 더욱 격렬해졌고, 어느 순간 두 무대의 사운드는 합쳐져 있었다.
낮게 으르렁대던 그의 목소리는 점차 힘이 들어갔고, 조금씩 강해지던 음성이 힘을 다해 갈라지며 흩어질 즈음, 진혁의 목소리가 그 뒤를 받쳤다.
그에 힘입어 울부짖듯 토해 낸 그의 목소리는 처절하기까지 했지만, 사람들은 환희에 찬 그의 얼굴에 전율했다.
결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포효.
세월이 만들어 낸 진짜 목소리였다.
주름진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회한 가득한 그 눈빛에 사람들은 숙연해졌다.
기타 소리가 멎었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나의 바다여.
그의 꽉 잠긴 중얼거림이 엄청난 여운을 남겼다.
B코스의 주차장 앞에는, 진혁의 무대만큼이나 많은 관객이 모여 있었다.
* * *
긴급 출동한 경찰들이 공원 쪽으로 움직였다.
우선 관제실의 보고가 있었고, 상황을 보았을 때 무대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습적인 시위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던 때.
“어? 그 인간 밴드의 조진혁입니다, 팀장님.”
“아… 그럼, 공연인가?”
“그게, 신청 들어온 것은 없어서…….”
“하긴 무대 설치까지 했으니…….”
“주차장 점거도 그렇고, 관계 부처에 별다른 언질도 없었나 보던데요?”
“우선 진입하자.”
“네.”
노래가 흐르는 동안 경찰들이 진입했고,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끝날 즈음 양쪽 무대 근처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방금 끝난 무대는 경찰들도, 짙은 여운에 휩싸일 만큼 굉장한 울림이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운이 가실 즈음, 그가 소리쳤다.
-와. 갑자기 불렀는데 엄청 많이들 오셨네요.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오늘 여기서 공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해 주신 분을 소개합니다!
그가 손을 뻗었고, 조금 머쓱한 표정의 누군가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이십니다.
“어? 팀장님? 장관님이…….”
“아… 우선 무대 주변 안전 상황부터 체크하고, 일단 장관님 주최 무대였다고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문체부 장관이 등장한 이상, 불법의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박수로 환영하는 동안, 팀장은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칫하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를 제지해야 하는, 악역을 맡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진혁이 방긋 웃으며 장관의 손을 잡아 위로 올렸다.
‘어때요. 엄청나죠?’
‘그… 그렇군.’
얼떨떨한 표정의 그를 바라보는 진혁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장관님께서 저희 공연을 너무 좋게 봐 주셔서, 짧게나마 무대를 느끼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다음 저희 공연에 대한 법적인 부분도, 정부의 이름으로 책임져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진혁이 장관을 바라봤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관님!
곽채군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자, 진혁이 그의 손을 잡아 위로 번쩍 올렸다.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어 대며 환영했고.
‘어때요, 장관님? 엄청나죠?’
망연자실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