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88
88화 세계인이 가장 즐겨 찾는 지도
첫 곡 이후에도 세 곡을 더 불렀고, 마지막 한 곡은 한라산 그룹의 곡을 선택해 진백철과 듀엣을 했다.
단 네 곡이었지만.
지도에 찍힌 빨간 점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에게는 값진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진백철의 세월이 담긴 음성은 사람들에게 묘한 감동을 일으켰고, 그 깊은 울림은 가슴속 어딘가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긴 백발이 출렁이며 흔들릴 때면, 그 포스가 엄청났다.
진백철을 모르는 이가 훨씬 더 많았지만, 그날 이후로 인터넷 게시판에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 * *
언론사는 사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를 좋아했다.
언제나 특종을 만들어 냈고, 이는 곧 조회 수를 올려 주기 마련이었으니까.
다만, 인간 밴드와 그 회사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바로 미디어 관련 협회 삼 대장이 그 방향을 정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그럼 플러스로 가는 거 맞죠?”
“장관까지 손을 들어 줬는데, 굳이 우리가 마이너스로 갈 필요는 없지.”
언론사들은 이미 그들에 대한 여러 정보를 확보했었고, 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보도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고심 중이었다.
베이시스트 유장하만 하더라도, 폭력 전과를 내세우면 범죄자로 보일 테고 – 팩트 체크 중 알아낸 – 동대문 사채업계를 정상화하며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전면에 보이면, 이는 또 영웅으로 보이게도 했기 때문이었다.
C2K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마약 수사가 중단되었었기에 온갖 의문점으로 도배할 수도 있었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당시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의 의견에 따르면, 사실은 음성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기사가 어떤 식으로 작성되느냐에 따라 판도가 확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언론사들은 정부의 방향을 먼저 파악하는 중이었고, 토막 기사 정도로만 내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인간 밴드와 연관된 가장 큰 기사가.
[한국 병원 뇌 의학과 성관중 교수 의사협회에서 제명하기로 결정.]-의사의 윤리를 저버린 언행은 의학계에서도 경각심을 일으켰으며, 대한민국 의사 역사상 의료법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여기며…….
그밖에는 그저 어디서 어떻게 공연했다는 정도가 다였다.
전 세계에서 한국 언론만이 그들의 기사를 축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무대로 인해 언론사의 기조가 확실하게 정해졌다.
바로 문화체육부장관이 그 밴드 리더의 손을 직접 들어 줬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진혁이 장관의 손을 들었던 것이었지만.
이는 정부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과 같았고, 그간 취재는 했으되 내보내지 않았던 수많은 기사의 방향이 정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인간 밴드, 또는 인간 회사의 기사가 서너 개씩 걸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언론사마다 부정적인 기조와 긍정적인 기조의 기사가 존재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사가 긍정적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은 대스타에게 안 좋은 프레임을 씌울 필요는 없었다.
다만,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도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궁금해진 그들이 결국 찾게 된 곳은 인간 회사의 홈페이지였다.
그곳이 아니면 그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음악을 좋아했던 시기는 있었다.
다만, 세월이 흘러가며 여유가 사라졌고, 음악 외적으로 즐길 콘텐츠가 너무나도 넘쳐났다.
그런 사람들이 그들의 영상을 보게 됐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대중음악을 멀리했던 이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은 것이었다.
그리고.
홈페이지 유료 회원 수가 2천만 명을 돌파하던 때.
[봄맞이 전국 공연]대한민국 지도에 붉은 점들이 올라왔다.
* * *
“야. 그래도 뭔가 딜이 있었을 거 아냐? 대가도 없이 뒤를 봐줄 리가 없는데?”
“당연히 있었죠.”
“하… 그래. 그래서 뭘 해 달래?”
“도와 달라던데요?”
윤석준의 미간이 좁아졌다.
정치는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되는 영역이었다.
정말로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누굴 지지해서도 안 됐고, 만일 곡을 넘겨야 한다면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져야만 했다.
그쪽 세계는 잘못 발 걸쳤다간 반대 진영 팬들을 모두 잃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지금 인간 밴드처럼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상황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일이었다.
사람들에게 정치란,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과 이념이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참 다양한 정치관을 갖고 있었다.
“후우… 그래서 도와준다고 했어?”
“뭐, 지금 제가 하는 게 우리나라 돕는 일 아닌가요? 우리 공연 보러 외국인도 엄청 많이 들어왔다면서요?”
“야. 그 뜻이 아니잖아?”
“음, 전 그 뜻이었는데?”
“응?”
“애매하게 돌려가며 말하길래, 확고하게 대답해 줬죠.”
“아?”
“장관이잖아요.”
“맞지.”
“그럼 정부죠.”
“그것도 맞지.”
“우리나라 국민들 잘살게 하려고 매일 머리 쓰는 사람들.”
“뭐, 그렇다고 치자.”
“그쪽 도와준다는 말인데요?”
“아…….”
석준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참 교묘하게 잘 피해서 대답을 한 모양이었다.
해맑게 웃는 저 얼굴을 보니, 노린 거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정치적으로 어느 진영의 손을 들어 준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놈이기는 했다.
“저는 한국을 돕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혼자 착각하고 있을 문체부 장관을 생각하니 뭔가 아찔했지만,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진혁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밀어준다고 다짐했으니, 쉽게 말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었다.
뭐가 되었건…….
“잘했다!”
“거봐요. 알아서 한다니까…….”
천연덕스럽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던 윤석준이 피식 웃었다.
“아. 그리고, 제니스 들어온다더라. 뭐 친구도 하나 온다던데…….”
“칼리?”
“아니, 칼리 말고. 다른 친구도 있다던데?”
진혁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제니스가 데려온다니 보통내기는 아닐 터.
“도착하면 바로 정선으로 보내 주세요.”
“알았다. 근데… 이번 무대 정말로 그렇게 진행하는 거냐?”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하죠. 정부까지 나서 줬는데, 더 크게 벌려야지!”
석준이 피식 웃었다.
“엄청 재밌겠죠?”
“당연하지, 이놈아.”
둘이 마주 보고 키득댔다.
* * *
태각시의 K2 리조트는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고, 손님은 받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본관 1층 노래방만큼은 언제나 떠들썩했다.
분명 간판은 노래방이었는데,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디 기획사의 스튜디오 같은 설비가 꽉꽉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각 방에선 합주 소리가 요란했다.
이미 이 노래방은 인간 회사의 공식 연습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도 땀에 범벅이 된 임도유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마침, 반대편 문이 열렸고.
“어이, 양장복! 잘돼 가냐?”
“후…….”
“너도 그렇냐.”
“바람이나 쐬시죠.”
인간 밴드 이전 한국 밴드들의 최정상에 있었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
터덜터덜.
“인간적으로, 스무 곡은 무리 아닌가요?”
“무리지.”
“와, 쉽게 넘어가는 곡이 하나도 없는데…….”
“없지.”
“퀄리티도 미쳤어.”
“미쳤지.”
“선배님은 할 만하세요?”
“뭐… 해야지.”
“아오! 진짜!”
“못 하겠으면 말해. 진혁이도 그러라고 했잖아.”
나비 계곡의 제이(양장복)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못 하겠지?”
임도유가 방긋 웃었다.
“그냥 해, 남 주기 아까우면.”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언제 이런 공연 해 보냐.”
“맞죠.”
“최선을 다하자. 이건 세계 역사에 남을 공연이야.”
“그 무대에 우리가 올라가는 거죠.”
“가슴이 막 뛰지 않냐?”
제이가 피식 웃었다.
“요새, 꿈꾸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진짜 신나고… 아, 물론 진짜 빡세긴 하지만…….”
“나도 그래, 인마.”
“어떻게 이런 곡들을 그렇게 빨리 만들죠?”
“세상에서 이놈 한 명뿐일 거야, 이 정도 천재는.”
임도유는 자신도 20대였던 당시 홍대를 떠올렸다.
그 열아홉의 미친 천재를 만나 처음 겪은 좌절과 그 좌절을 견디며, 한 단계 더 성장했던 그 시절.
한때 한국 밴드 역사상 세기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제이의 심정은 아마도 그때의 자신과 비슷할 것 같았다.
“도저히, 감도 안 와요.”
“너 아장아장 걸으면서 어린이집 다닐 때, 난 이미 겪었다, 그 기분.”
“아…….”
“누가 그랬어. 진짜 천재는 그냥 엄지 세우며 보내 주라고.”
임도유가 피식 웃었다.
저런 좌절을 느낀다는 것은 제이도 꽤 높은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저 감탄하며 따라가기만도 벅찼을 테니까.
이번 공연을 겪고 난 뒤, 또 얼마나 성장할지.
“젊어서 좋겠다.”
“형님이 그런 말씀 하시기엔…….”
제이가 연습실 방향을 바라봤다.
“아…….”
인간 회사에 가장 늦게 합류한 막내 그룹이자, 최고령 멤버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 놈이 투덜대냐?”
“그냥 푸념한 거죠.”
“아무튼… 신나지?”
“당연하죠!”
둘은 가슴을 부풀리며 깊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곳의 공기는 정말로 맑았다.
그렇기에 지친 몸이 이리도 쉽게 치유되는 것이리라.
어째서, 국가 대표 선수들이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건지 잘 알 것 같았다.
“들어가자.”
“넵!”
나올 때와는 다르게.
타박타박.
힘찬 발소리와 함께,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 * *
[와, 이번엔 남해가 아니네?]└남해보다 더 대박이지.
└이 정도면 제주 빼고는 팔도 다 들어가는 거 아냐?
└진짜, 이런 공연은 어떻게 기획하는 거냐.
└이번에도 신곡 나오겠지?
└근데 날짜가 왜 이틀로 나뉘어 있지?
└뭐, 두 번 공연하나 보지.
└오. 대박인데?
└뭐가 됐건, 그날 가 봐야 알아, 얘네 공연은.
└그건 맞지. 언제나 깜짝 놀라도록 만들었으니까.
└와, 진짜 기대된다.
└아! 봄이 뭐 이렇게 멀어.
여기까진 한국.
[다들 그를 만날 준비됐어?]└이미 항공권 예약은 끝냈고, 봄만 오면 된다.
└세상에, 내가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을 이렇게 기다리게 될 줄이야.
└동해와 서해는 진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었다.
└킹정.
└개꿀.
└야. 개꿀은 이런데 쓰는 게 아니야.
└아, 그런가?
└아무튼, 이번은 또 얼마나 엄청난 공연을 만나게 될까?
└진짜 한국은 미쳤어. 그런 수준의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공연을 위해 뭉치다니.
└하늘 아래 음악 축제 당시에도 엄청났지.
└그때와 지금은 차원이 달라.
└어떻게 했길래 몇 달 만에 저렇게 달라지지?
└그의 힘이지.
└인정.
└그는 신이야.
└제니스가 그렇게 말했지.
└아, 이번에 제니스도 끼지 않나?
└어? 제니스 공연 비자 낼 수 없지 않아? 소송 중이잖아.
└근데 저 공연은 유료 사이트 외에는 수익이 없잖아? 무료로 무대에 오르는데도 공연 비자가 필요한가?
└뭐, 알아서 하겠지.
└칼리도?
└당연하지. 걔 스타그램 보면 죄다 진혁느님으로 도배되어 있음.
└칼리가 한국을 그렇게 경외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만큼 그가 대단한 거야.
└난 오늘 동해 공연이나 보면서 자야겠다.
└나도.
└일주일에 두 번은 봐 줘야 할 듯.
└난 매일 본다.
└난 어떨 땐 종일도 봐.
└나는 서해가 더 좋아.
└서해도 전설이지.
└진짜 봐도 봐도 대단하단 소리밖엔 안 나온다.
└이건 거의 종교야.
└세계 공연 역사의 바이블이 될 거야.
└카폰 레코드는 반성해야 해.
└스테빈 사단으로 매년 우려먹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어? 근데, 일정이 조금 겹치네?
└그렇네?
└와, 월드 투어는 생각도 못 했다.
└그만큼 그들의 공연이 강렬했던 거지.
└이건 이거대로 기대되네. 사람들은 어딜 선택할까?
└난 한국으로 간다.
└나도.
└이미 항공권도 샀어.
└스테빈 황당하겠네.
└그러게, 언제나 세계 최고였는데 한국에 발리게 생겼어.
└뭐 뚜껑은 열어 봐야 알겠지만, 여기 게시판은 대충 견적 나오네.
└여러모로 재밌는 공연이야.
└맞아.
세계 여러 국가의 사람 역시.
한반도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지도의 동쪽엔 굵은 한글로 ‘동해’라고 쓰여 있었고.
울릉도 동남쪽 80Km 지점 작은 섬에 ‘독도’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최근 세계인이 가장 즐겨 찾는 지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