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98
98화 그의 우주를 위하여
“야야. 거 똥폼 잡지 말고 맥주나 더 가져와. 얼른!”
“여기 과자 떨어졌다!”
“거 무대 치우고 테이블이나 더 놓으라니까.”
막간을 이용해 통기타를 메고 무대로 걷던 강대균이 인상을 팍 썼다.
“다 나가! 장사 안 해.”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허. 저 자슥이!”
“배가 불러 터졌어.”
“야야. 그만해. 아, 진짜 삐졌다.”
“너는 사장이 장사를 그따구로 하면 되나?”
각 테이블의 손님들이 저마다 야유를 보냈다.
“또 삐졌다, 저 새끼.”
“내 들어 줄게. 한 곡조 뽑아 봐라.”
“그래, 오랜만에 한 곡 듣자.”
무대를 향해 몸을 돌려 씩씩거리던 강대균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워! 주문진이 낳은 최고의 가수 강대균!”
“강대균! 강대균!”
야유가 응원으로 바뀌자 못 이기는 척 무대로 올라간 그가 마이크를 켜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통기타의 현을 맑게 튕겼다.
잔뜩 장난치며 야유하던 관객들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졌다.
낮게 깔린 중저음으로 시작된 90년대 발라드는 뭔가 모를 간질거림을 만들어 냈다.
요새는 가사들이 참 직설적이었다.
알아듣기 쉬웠고, 그렇기에 나이 든 이들에게는 유치한 느낌이기도 했다.
“역시 발라드는 옛것이 최고야.”
“그러게, 강씨 형님 표정 좀 보소.”
“허허. 그래도 노래 하나는 기똥차게 잘해, 저놈이.”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듣다 보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곤 했다.
마치 20대의 어느 날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아직 풋풋했기에 서툴렀던 당시가 떠오르자 심장은 더욱 두근댔다.
간혹 이런 기분을 느껴 보고 싶어서 유투부를 통해 옛 노래들을 들어 보긴 했지만.
주문진 유일한 라이브 카페의 사장 강대균의 목소리로 펼쳐지는 무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여기 모인 사람들은.
간혹 그가 올라가는 저 무대를 바라며 모인 이들이었다.
“어때? 좋았어?”
저 능글맞고 재수 없는 표정과 멘트만 아니면 백 점 만점이었다.
“다 불렀으면 얼른 맥주나 내와.”
“여기 과자 달라고!”
“허허. 골뱅이는 아직도 까고 있나.”
박수가 튀어나와야 할 타이밍에, 핀잔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의 능력이었다.
“확! 진짜 가게 문 닫고 강릉으로 가? 어?”
“문은 제 맘대로 닫나. 가게가 팔려야 이사를 나가지.”
“있는 거라곤 다 쓰러져 가는 건물 하나 있는 놈이 어디서 있는 척이야?”
“쥐뿔도 없는 놈이…….”
“거, 맨날 되도 않는 소리나 해 대고…….”
“그러게 말이야.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그 대단한 사람이 퍽이나 형님한테 배웠겠소.”
그의 뒤 무대 벽에는.
[인간 밴드 조진혁을 가르친 강대균 단독 콘서트]…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얼른 맥주나 주고 한 곡 더 뽑아! 이거나 쳐 받고!”
맨 앞에서 아까부터 맥주 타령하던 아저씨가 5만 원 지폐를 꺼내 팔랑거리며 흔들었다.
한마디 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강대균이 인상을 팍 쓰면서, 후다닥 달려가 지폐를 낚아챘다.
“에이 씨. 진짜라니까… 내가, 어? 기타도 가르쳐 주고. 응? 같이 공연도 하고! 어?”
“알았으니까, 얼른 맥주나 가져와, 새끼야.”
투덜거리던 강대균이 각 테이블을 돌며, 만 원짜리 지폐들을 수거했다.
간혹, 비자금이 필요할 때면 흥을 냈고, 이는 꽤 짭짤한 공연 수익이었다.
춘삼 형님이 5만 원을 꺼낼 줄이야.
대충 세어 봐도 오늘은 열다섯 장을 넘긴 모양이었다.
미간은 좁혀져 있었지만, 입꼬리는 자꾸만 실룩거렸다.
근데 이거 하나는 참 억울했다.
“내가 진짜, 지금 연락이 안 돼서 그렇지! 기타 코드부터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키운 애가…….”
-딸랑.
이 동네는 어차피 뻔했다.
오늘 모일 사람은 다 온 거 같은데, 입구에서 나는 종소리라니.
그 때문일까?
모두의 시선이 입구를 향했다.
그리고.
어라. 어디서 봤는데?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와. 여기도 그대로네?”
“어… 어… 어?”
강대균이 손에 든 지폐를 후두둑 떨어뜨렸다.
* * *
-뭐? 네가?
“어. 노래한다니까?”
-어. 알았어. 멋지네.
“진짜야!”
-누가 뭐래? 노래는 다 해. 예전에 너 성가대도… 큽. 아무튼, 알았어.
“에이 씨. 자기가 요즘 뭐 하냐고 물어봤으면서…….”
-아. 알았다고.
“그…….”
-뭐.
“라현이 누나는…….”
-야. 그 누나 완전히 떴어. 드림캐쳐로 들어간다고 하더라.
“연락은 안 되지?”
-되겠냐?
“후…….”
-뭐냐? 웬 한숨? 너 아직도 그 누나 좋아하냐?
“뭐! 그러면 안 되냐?”
-아서라. 요새 한강 여신이다. 정 보고 싶으면 지도 잘 보다가, 어디 다리 밑으로 후다닥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아… 너 아직 바닷가지?
“에이 씨…….”
-너도 빨리 서울로 올라와. 형님이 지하철 타는 법 알려 줄게.
“나도 알아!”
-아무튼, 나 알바 간다. 나중에 또 통화하자.
희철이 끊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방금 입이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황당한 상황을 친구가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후아.”
벌떡 일어나 성당 방향을 바라봤다.
이제 막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한 손끝이 아려 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찡그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밝아졌다.
뭔가를 정말로 좋아서 해 본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 뜀박질을 잘한다고 들어갔던 육상부도 금방 나왔고, 발재간이 좋다며 선배들에게 끌려 들어간 중학교 축구부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잘한다고 하니 그저 해 봤을 뿐이었다.
훨씬 더 잘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없었고, 무난한 시골 삶에 길들어져 큰 꿈을 꾸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잘해 보고 싶은 게 생겼었지만, 테스트 첫날 퇴짜를 맞았었다.
사실 성당 성가대는 불순한 의도가 끼어 있기는 했지만.
그러다 보니 별다른 목표도 없이 시간만 죽치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이었다.
정말 굉장할 정도로 별일이 없는 동네였다.
매일 똑같은 나날들.
‘군대나 후딱 갈까?’
그러던 차에 만났던 북양양 나들목의 공연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날은 성가대 이후로 노래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자신이 통기타를 샀을 정도였으니까.
뭐, 며칠 하며 다시 좌절하기는 했지만.
그런 그에게 찾아온 엄청난 인연.
‘우리랑 같이 놀래?’
한 이틀쯤 지나고, 그제야 꿈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될 정도로 비현실적인 사건이었다.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자신이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정말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시판에선 매일같이 그들의 행방을 찾는 글들이 넘쳐 났다.
그럴 때면, 미친 듯이 외치고 싶었다.
그 아저씨들 지금, 이곳 방파제에서 낚시 중이라고.
그리고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고.
하지만 첫 번째 규칙이 비밀 엄수였기에 절대로 발설할 수 없었다.
방긋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오늘의 숙제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 * *
인간 회사 본사는 SJ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5층을 모두 쓰고 있었다.
원래는 사장실과 회의실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파티션을 제거한 채 일반적인 사무실이 되어 있었다.
급하게 만들어진 회사였고, 실질적인 업무는 가입을 원하는 가수들을 선별하는 것이 다였다.
서버와 사이트 관리도 외주로 주는 상태였으며,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기에 상주 직원은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직원이 두 명뿐인 회사의 매출은 이미 중견기업 수준을 넘어선 후였다.
명목상으로 SJ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였지만, 기업적 가치는 이미 SJ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와… 그냥 돈이 막 쌓이네?”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이번 달 순 매출을 확인한 윤석준과 동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무런 홍보도 필요가 없네요.”
“그놈들 자체가 마케팅이니까.”
“지금 대기 뮤지션들만 2백 팀이 넘는다네요.”
“난 외국에서 계속 들어오는 게 더 신기하다.”
“그러게요.”
“진짜 이런 날이 오는구나.”
“크으. 그쵸!”
“근데, 이 새끼는 또 뭘 하려고 거기서 뭉개고 있다냐?”
“제가 아나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말이야.”
“그런 거 생각하고 움직이는 놈이 아니죠.”
“뭐, 그건 그렇지.”
“우린, 이대로 꿀이나 빨죠.”
동구가 매출 서류를 검지로 툭툭 두드렸다.
살짝 찌그러졌던 석준의 이마 주름이 쫙 펴졌다.
역시 얼굴 다림질은 돈으로 하는 것이었다.
헤벌쭉해진 석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구가 방긋 웃었다.
* * *
대한민국 국민의 50% 이상이 서울, 경기도에 몰려 있었다.
기업들 역시 모두 서울에 본사를 뒀고, 대학교, 직장, 정치, 문화, 모든 것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었다.
각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조금 있었고 고령화, 인구 절벽,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은 점점 작아지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고 있는 곳이 강원도였다.
본래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행정 구역을 이곳저곳 합쳐야 할 정도까지 다다랐다.
대한민국에서 경기도를 제외하고 ‘북도’와 ‘남도’로 나뉘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그리고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개척이 힘든 산악 지대가 많았고, 대한민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대도시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모 전문가는 이대로라면 가장 빨리 소멸하게 될 지방은 강원도가 될 것이라는 견해까지 내놨다.
젊은이들은 머리가 크면 당연하다는 듯 서울로 향했고, 어느 순간부터 아기 우는 소리도 귀해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그랬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지방 사람들에게 있어서 ‘서울’은 성공을 의미했다.
가장 대단한 대학교들이 서울에 있었고.
가장 대단한 대기업들도 서울에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 남은 이들은 점점 늙어 가는 도시를 바라보며, 함께 소멸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한철 반짝하는 관광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지자체들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어쩌면 중심에서 가장 동떨어진 곳.
그곳이 강원도였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인간 회사라는 존재도,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와도 같았다.
언제나 같은 사람들과 큰 사건도 별로 없는 무미건조한 동네.
그리고 항상 같은 풍경이었던 호프집이 술렁였다.
“와, 진짜네?”
“확실히 아는 사이는 맞는 거 같은데…….”
“히야, 저런 유명인이 저렇게 막 다녀도 되나?”
“근데 저러고 다니면 진짜로 못 알아볼 수도 있겠다. 그냥 낚시하러 온 사람 같은데?”
“이런 촌구석에 대스타가 오기도 하는구나.”
어느새 한 테이블에 몰려 앉은 이들이, 동떨어진 테이블의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인상 하나만큼은 주문진에서 먹어 주는 강대균이 헤벌쭉한 얼굴로 쩔쩔매는 꼴이라니.
대스타의 등장보다 더한 즐거움이었다.
* * *
“라현이 소원 성취하겠네.”
“그러게, 꿈에 그리던 그를 직접 만나는 거잖아.”
“실물도 멋있겠지?”
“당연하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록 밴드 대형 레이블인 ‘드림캐쳐’의 응접실에서 라라미용실 멤버들이 꺄르륵대며 들떠 있었다.
스물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그들의 공연을 만났었고, 그때부터 쭉 팬이었다.
지금이야 인간 밴드니, 나비 계곡이니 더 유명한 밴드들이 많이 나왔지만.
라현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레몬티 차일드뿐이었다.
이 레이블의 수장은 그들이었고.
오늘 자신들과 미팅하게 될 사람은 바로 그 밴드의 리더 창명이었다.
그가 저 멀리서 걸어왔고, 라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 * *
“에이. 아무리 제가 촌놈이라도…….”
“에? 진짜야. 한강에도 갈매기 있어.”
“맞아. 새우깡도 줬지.”
“아, 진짜 자꾸 놀리지 마세요. 갈매기가 바다에 있지 한강에 왜 있어요!”
장하와 상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너 서울랜드는 어디 있는 줄 아냐?”
“에이! 누굴 바보로 아세요? 당연히 서울에 있죠.”
두 중년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쌈이나 먹자.”
“그래.”
희철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젓가락을 들었다.
“왜요. 서울랜드도 서울에 없어요?”
둘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 *
성당의 강당은 언제나 비어 있었고, 그곳은 희철의 개인 연습실이 되었다.
리듬감도 제법 좋아졌고, 기타 실력도 엄청나게 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에게 시범을 보인 사람은 진혁이었고, 처음부터 아득히 완벽한 표본을 만났기에 성장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기준이 진혁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달성할 수밖에 없는 성과였다.
무엇보다 연습량이 엄청났다.
원래도 목청은 좋았었다.
목이 터져 나갈 정도로 발성을 연습했고, 탁 트인 그의 목소리는 제법 괜찮은 색을 가졌다.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보쌈이 소화되자마자 연습을 시작한 청년을 바라보던 두 중년인이 방긋 웃었다.
“진짜 열심히네.”
“맞아. 대단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서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뭐… 난 일단 시도해 보고 싶긴 한데…….”
장하가 먼저 말을 꺼냈고.
“나도 그래.”
상정이 대답했다.
충기는 인간 회사의 각종 실무 처리를 위해 서울로 간 상태였는데.
아마 그도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일 것이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한 다른 아티스트들이 각각 새롭게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옆에서 봤기에,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심장에 새싹이 돋아난 것이겠지.
상정이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다른 무대에서 공연했음에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될 정도인데.
바로 옆에서 진혁을 바라봐 온 멤버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 거대한 진혁의 우주를 직접 몸으로 느낀 그들이었다.
저항하지 않고 그저 끌려다녀야만 길을 잃지 않을, 그 아득한 공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되면, 그저 수긍해야 하는 것일 텐데…….
“이게 진정이 안 되네.”
상정이 가슴 언저리에 손을 대었고, 장하가 피식 웃었다.
어째서 더 벌컥대며 자신의 세계를 보여 주지 못해 안달이 난 거지?
진혁이 머리를 식히는 동안, 멤버들 모두는 터질 듯한 심장을 달래는 데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모두의 창작욕이 들끓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었다.
진혁의 옆에선 만들어 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자신들을 배려하려는 그는 분명 그 거대한 우주를 멤버들의 세상에 맞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는 안 됐다.
그는 훨씬 더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야만 했으니까.
이번 공연을 겪으며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렇게 같이 놀아도 엄청나게 재밌었지만, 멤버들 모두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진혁은 결국 이번에도 자신의 우주를 맘껏 펼치지 못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나눴고, 마구 뻗어 나가려는 우주를 억눌렀다.
모든 무대가 돋보이도록 자신은 절제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진혁의 옆을 지키는 한.
아마도 계속해서 벌어질 상황이었다.
“난 내일 움직이려고.”
“정선?”
“충기랑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 넌?”
“뭐, 일단 서울. 그리고 전에 봤던 은서 친구들 만나 보게.”
“아… 그것도 재밌겠네.”
연습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우리 없어도 재밌긴 할 거야.”
오늘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기타를 알려 줬다는 선배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 저런 훌륭한 제자도 얻었다.
언제나 재밌는 건 잘 찾는 친구이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재회부터 정신없이 달려왔던 몇 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그만큼의 욕심도 차올랐다.
“굉장했지.”
“맞아.”
둘이 피식 웃었다.
“앞으로 더 굉장할 거야.”
“우리도.”
주먹을 맞댄 두 중년인이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