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1
Advertisements
프롤로그 – 마모된 남자
사냥은 순식간에 끝났다.
재환은 거실에 널브러진 괴물의 모습을 바라봤다.
허그베어.
신장이 190cm가 넘는, 거구의 곰 인형 괴물.
보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던 괴물.
그에게 있어서 최초이자 최악의 난적이었던 괴물은 깔끔하게 토막 나 있었다.
이미 수백 번이 넘도록 겪어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솜씨였다.
그는 괴물의 털가죽에서 흘러나오는 시뻘건 피에 손을 뻗었다. 손을 모아 그 피를 받아 마시자 익숙한 속삭임이 들리면서 ‘상태창’이 보였다. 신기루로 이루어진 글자가 눈앞에 펼쳐졌음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지겹도록 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릇에 피가 가득 찼습니다] [피를 사용해 그릇을 강화하십시오] [문자를 읽어 강화 대상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레벨: 4] [강화 가능 능력치(+3)] [근력: 10] [민첩: 10] [체력: 10] [내구: 10] [재생: 10] [지혜: 10]그는 얻은 능력치를 모두 [지혜]에 분배한 뒤 괴물의 사체에 이불을 덮었다. 처음 이 괴물을 죽였을 때는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젠 익숙해진 건가.’
그는 모든 것에 익숙해져 갔다.
괴물을 죽이고, 그 피를 마시고, 힘을 기르는 것.
그 대가로 모든 일에 무뎌졌지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이 짓도 언젠간 끝나겠지.’
그는 싸늘하게 식은 사체에서 시선을 거둔 뒤 집 밖을 나섰다.
‘아니, 끝내야지.’
서울은 넓고, 괴물은 많다.
수백 번이 넘는 회귀를 거듭한 끝에, 이 괴물 역시 그에게는 많고 많은 괴물들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