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101
와일드 헌트 (4)
삶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냥꾼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류는 괴물이 창궐하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에 급급한 이들이었고, 두 번째 부류는 끝없이 반복되는 회귀를 끝낼 방법을 찾으려는 이들이었으며, 세 번째 부류는 끝없이 반복되는 회귀에 적응해 삶을 즐기려는 이들이었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자는 구호 아래에 모인 약탈자들.
탐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악착같이, 원초적인 본능에 몸을 맡겨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폭력 집단.
그들에게 와일드 헌트는 사방에 널린 물자와 귀중품을 수확하는 기간이었고, 지금처럼 전 도시 규모로 행동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냥꾼 파벌에게 방해를 덜 받으면서 마음껏 날뛸 수 있는 황금기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창 ‘수확’을 하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불청객을 경계했고, 이 불청객이 자신들이 ‘수확’한 물품을 모아두는 곳으로 향하자 총과 칼날을 사용하여 불편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번에 못 보던 얼굴이 들어왔다기에 인사를 하러 보냈는데, 설마 성격까지 더러울 줄은 몰랐군.”
약탈자 집단 카르페 디엠의 보스, 레오나르도는 물자와 보물을 쌓아놓은 무더기에 앉아 말을 걸었다. 그가 말을 거는 남자는 총과 날붙이를 사용한 습격을 뚫어냈고, 지금은 자신의 부하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으며, 그 남자의 손에 질질 끌려오는 부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총알받이를 보내놓고 환영 인사라…”
피투성이가 된 사냥꾼을 끌고 온 남자, 재환은 그렇게 말하며 산송장이 된 약탈자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이 약탈자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물품 저장고로 향하는 재환을 향해 총구를 겨눴지만,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방아쇠를 당길 틈도 없이 팔에 총을 맞고 제압당했다.
“겉치레는 적당히 합시다. 감시자를 붙여서 미행한 것도 알고 있으니까. 당신들 전부가 이 정도로 수준이 낮았으면, 나도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사냥꾼으로 이루어진 약탈자 집단의 우두머리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보스인 레오나르도를 만나러 오는 길에 총 4번의 습격을 당했고, 습격당할 때마다 자신을 감시하는 자들이 서너 명 정도 붙어있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총알받이여도, 사냥꾼들이 기습하는 걸 네 번이나 버티는 건 신기한 일이지…”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총을 꺼내 재환을 향해 겨눴다. 그리고 재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재환이 내팽개친 자신의 부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예언자처럼, 공격당할 걸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재환은 숨이 끊어진 사냥꾼 약탈자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레오나르도가 이 약탈자를 향해 총을 쏜 것은 숨통을 끊어 고통에서 해방시키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재환이 정말 예언자인지 가볍게 시험하려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움찔거리긴 커녕, 미동 하나도 없군. 아직도 미심쩍긴 하지만, 이 정도면 자네가 예언자든 아니든 상관없어.”
레오나르도는 물자와 보물을 쌓아놓은 무더기에서 내려와 키득거렸다.
“충분히 유능하고, 담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업자가 되기에는 충분한 법이니까. 사람을 반만 죽여놓고 태연하게 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
반쯤은 모욕이나 다름없지만, 재환은 레오나르도의 비아냥을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습격한 약탈자들을 해치는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봐도 동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는 이쯤 하면 된 것 같으니, 이제는 일 얘기를 해 보자고. 보아하니 자네도 우리 사업에 관심 있어 보이니까 말이야.”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에 쌓인 물자와 사람을 가리켰다. 춤추듯 제자리를 돌며 샬롬의 각지에서 모은 물자와 보물, 그리고 시민이었던 노예들을 가리키는 그 모습에는 노골적인 과시욕이 담겨있었다.
“웬만한 것들은 뭐든지 구할 수 있고, 뭐든지 가질 수 있지. 돈, 보물, 신비. 그리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미남미녀가 모여있는 곳을 검지로 가리켰다. 반쯤 헐벗은 차림새로 구속당한 노예들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샬롬의 시민이었던 자들이었다.
“사랑이랑 사람도, 못 구할 건 없는 거지. 공방에서 애지중지하는 핵심 기술만 아니라면, 못 구할 건 아무것도 없어. 적당한 대가를 치를 수만 있다면, 뭐든지 구해다 줄 수 있지.”
재환은 구속당한 노예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와일드 헌트가 한창인 와중에 저들일 실외로 데려왔다는 것은, 새로 온 불청객을 환영하기 위한 ‘연출’에 가까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강철우처럼 자경단을 만들 게 아니면, 지금 당장 저 사람들을 풀어주는 건 의미 없는 짓이야.’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재환은 상대 역시 회귀자라는 것을 떠올리며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이런 일을 끝내려면, 최대한 빨리 이 악몽을 끝내는 수밖에 없지. 하다못해 회귀 현상이라도 없어지면, 저런 쓰레기들이 언제까지고 깽판 치는 일은 없어질 테니까.’
괴물이 나타나기 전에도 범죄는 있었고, 악마나 다름없는 흉악범 역시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생을 누리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은 선악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찾아오는 법이었고, 죽음이 있기에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며 죽음을 두려워했다.
따라서 재환은 삶도 죽음도 무의미해진 이 세상보다는 아무도 회귀할 수 없었던 예전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었음을 실감하고 있었고, 최대한 빨리 이 악몽을 끝내는 것만이 이 악순환을 끝내는 길이라 여기고 있었다.
“대포. 아니면 미사일.”
재환은 시꺼멓게 구름 낀 하늘을 가리키며 레오나르도에게 말했다.
“저 빌어먹을 괴물을 떨어뜨릴 수 있을 만한 걸로. 아주 크고, 화력 좋은 게 필요합니다. 일단 땅에 떨어뜨려야, 죽여 볼 수라도 있는 거니까.”
하늘 끝을 가리킨 재환의 모습을 본 레오나르도는 잠시 표정을 굳혔지만, 그는 이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재환의 말을 비웃었다.
“다들 그럴싸한 계획이 있지. 호러를 직접 보기 전까진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등 뒤에 쌓인 물자와 보물 무더기에 걸터앉았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크고 작은 원정대가 50번 번 넘게 준비됐었어. 제일 큰 규모는 천 명 가까이 모인 적도 있었지. 전 세계에서 모인 사냥꾼들이 머리를 싸매고 계획을 세웠고. 그때 미사일도 한 번 만들어봤지. 그리고 결과는?”
레오나르도는 보물의 무더기에 등을 기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제일 크게 구성된 원정대가 제일 크게 실패했지. 그 빌어먹을 괴물이 비명 한 번 지르니까 열에 아홉이 발광해버리더라고. 나머지도 멀쩡한 꼴은 되지 못했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호러가 괜히 호러가 아닌 거야. 보기만 해도 미쳐버리는 괴물을 무슨 수로 죽이라고? 미친 짓이지. 미친 짓이야.”
레오나르도의 너스레에 재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성공한 기록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유야 간단하지.”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보물 더미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 같은 놈들을 보고 있으면 재수 없거든. 여기가 뭐 하는 곳인 줄도 모르면서, 미친 척하는 놈들 말이야. 진짜 미친 것들 앞에서는 잠잠해지는 게, 유사 광기가 아니고 뭐겠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던 레오나르도는 재환에게 물러나라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간만에 재밌는 얘기 해 줘서 고마워, 예언자 양반. 나는 그 빌어먹을 호러 사냥에 동참해 줄 생각 없으니까, 이쯤하고 그만 가보라고.”
손사래를 치던 레오나르도는 재환이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향해 검지를 뻗었다.
“좀 있으면 다시 비가 내릴 테니까 말이야. 빌어먹을 거머리들 쏟아지기 전에, 다른 공방이나 찾아가 보라고.”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한 뒤 주변에 있던 사냥꾼들에게 노예들과 귀중품을 실내로 옮기라고 지시했고, 사냥꾼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샬롬의 별명 중에는 신비의 도시라는 이름도 있더군.”
보물과 물자 더미에서 일어나려던 레오나르도는 재환의 말이 들려오자 움직임을 멈췄고, 재환은 보물 더미에서 내려온 레오나르도의 등을 향해 말했다.
“신비 중에서도 으뜸가는 신비가 바로 예지의 신비지. 그 신비를 품고 있는 건, 바로 저 호러처럼 끔찍한 괴물들이고.”
그 말에 레오나르도는 고개를 돌렸다. 회한과 탐욕, 두려움과 열망이 동시에 담겨있는 표정이 레오나르도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호러를 사냥하는 걸 도우면, 성공했을 때 저 괴물의 피를 나눠주지.”
아무리 약탈을 하고, 도시를 뒤져도 구할 수 없는 보물에 관해 얘기하자 레오나르도의 눈가에 생기가 돌았고, 재환은 그가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샬롬에는 예언자가 여섯 있었고, 지금은 일곱 명이 있지. 그리고 호러의 피를 마시면, 당신이 여덟 번째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야.”
이전에도 호러를 사냥한 기록이 있음에도 예언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위대한 피에 신비를 일깨우는 힘이 있더라도 한두 번 마셔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었고, 별의 힘을 담고 있는 정도가 저마다 달랐으며, 아무에게나 나눠주기에는 지나치게 귀중하면서도 위험한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예언자가 되든지, 말든지. 별로 관심이 없어. 예전에 있었던 원정대의 대장들과는 다른 점이지.”
샬롬에 나타난 일곱 번째 예언자로서, 재환은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넸다.
“당신은 적당한 대포만 준비하면 돼. 저 괴물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당신은 제 몫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마침내 원하는 말이 나오자 레오나르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예언자가 맞기는 한가 보군.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했는지 정확히 아는 걸 보면 말이야.”
레오나르도는 재환을 향해 다가오며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한 발 정도라면 준비해 줄 순 있어. 저 1,000m 넘는 높이에서 날아다니는 호러를 맞추는 건 자네 몫인 거고. 그래도 좋다면, 쓸 만한 대공포 하나는 준비해 줄 수 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약탈당해 엉망진창이 된 화약 공방의 거리를 다른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가 바로 샬롬의 화약고인 화약 공방이니까 말이야. 터트리고, 쏘는 거라면 거의 뭐든 준비돼 있지.”
재환은 그가 내민 손을 잡는 대신 은화 한 닢을 꺼내 레오나르도에게 던졌다. 그러자 레오나르도는 씨익 웃으며 악수를 건넨 손으로 은화를 낚아채며 말했다.
“이걸로 확실하게 믿어주지.”
레오나르도는 은화를 쥔 손을 펴면서 말했다. 그의 손에 닿은 은화는 까맣게 변색되어있었다.
“예언자라고 사칭하는 놈들이 지금까지 한둘이 아니었거든. 진짜배기 예언자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레오나르도의 칭찬에도 재환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저 인간이 기회만 보이면 언제든지 독을 쓰거나 함정을 설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 정도는 예지력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