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36
멸망의 예언자 (2)
‘인육 창고 수색’ 작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실종된 마태오 신부가 괴물이 됐는지 확인하고, 괴물이 되었다는 물증이 확보될 경우 즉각 사살한 뒤 그 피를 채취할 것.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형사 2명과 군인 6명, 그리고 제보자인 재환이 팀을 이뤘고, 이들은 달빛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뒤 안개가 사라진 거리를 걸어갔다.
“확실히 음침하네요. 이렇게 사람이 아예 없을 수가 없는데.”
고참 형사 한 명이 권총집에 손을 얹으며 말했고, 인솔을 담당한 소대장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아무리 다들 피난을 갔다곤 해도, 이렇게 사람이 적은 건 이상하죠. 근처에 우리 쪽 말고 대피 구역이 더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재환은 두 형사 중 고참인 형사가 소대장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괴물이 된 마태오 신부의 피를 마신 직후에 보였던 ‘불가해’가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온몸이 날개로 뒤덮여있던 그 수백 미터 크기의 괴물이 이 지역을 이렇게 만든 원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재환은 불길함을 느꼈다.
사실 그 괴물이 보이지 않는 이유 자체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괴물이 된 마태오 신부의 피를 마신 뒤 ‘지력’이라는 능력치가 올랐고, 그 능력치가 오른 직후에 ‘그 괴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력’ 능력치가 없는 상태라면 그 괴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조심하는 게 좋겠어. 그 많은 사람들을 마태오 신부 혼자서 다 죽였을 리는 없으니까. 그 괴물이 지금까진 얌전했어도,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거고.’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 세상에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속셈을 가늠할 수 없는 이상, 그는 텅 빈 거리를 걷고 있음에도 쉽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소대장님… 저기 저거, 사람 아닙니까?”
부대원 중 한 명인 일병이 어느 건물의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5층 건물 정도 되는 상가에서 사람 형상의 실루엣이 대형 식칼로 무언가를 후려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리창 너머를 살펴보던 재환은 그 실루엣의 정체를 짐작했다. 이 시점에서 활발하게 ‘사냥’을 하고 있을 법한 존재는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정체를 짐작한 재환은 고참 형사에게 말했다.
“공포탄 한 발만 쏴주세요. 제 짐작이 맞으면, 저건 실종됐던 마태오 신부님일 거예요.”
그 말에 먼저 대답한 것은 고참 형사가 아닌 소대장이었다. 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그의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럼 바로 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대로 두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공포탄부터 쏘겠습니다.”
소대장의 말에 고참 형사가 대답했다.
“물증이 없으면, 대화부터 해 보는 게 원칙이니까요. 괴물 같다고 해서 아무나 마구잡이로 죽이면 우리가 괴물이랑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게 진짜 괴물이지.”
고참 형사의 단호한 말에 소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반론이 없자 형사는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낸 뒤 허공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큼직한 총소리와 함께 분대원들은 총을 쥔 채 사주경계를 실시했다. 총소리를 듣고 다른 괴물이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사주경계를 하고 있을 때, 실루엣이 보였던 유리창이 깨지면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는 환호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들을 반겼다.
“경찰! 군인! 군부대랑 경찰서에서 오신 거죠! 아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제야 한시름 놓겠네요!”
상대의 목소리와 모습을 확인한 재환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태오 신부님이에요. 이미 괴물이 됐을 가능성이 높으니, 겉모습에 속지 마세요.”
군인과 경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어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는 동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누가 괴물이 될지 모르는 시대인 만큼, 이들은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사람이 괴물이 되는 현상을 ‘괴물병’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만큼, 외형이 멀쩡해도 그 속은 이미 괴물이 되어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마태오 신부는 창밖으로 몸을 내뺀 채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마태오 신부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환대받지 못했다. 군인과 경찰이 그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지, 정지, 정지! 두 손 들고 정지하십시오! 움직이면 발포하겠습니다!”
소대장이 큰 목소리로 경고하자 마태오 신부는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따로 무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비무장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왜, 왜 이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마태오 신부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고참 형사는 재환을 흘끗 쳐다봤다.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재환은 마태오 신부를 노려보며 말했다.
“적당히 둘러대 주세요. 일단 물증을 확보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아서요. 제가 미친 건지, 아니면 마태오 신부가 미친 건지, 그때가 되면 확실하게 알 수 있겠죠.”
그 말에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 제보자가 헛소리를 할 뿐인 광인일지, 아니면 저 신부가 정말로 인육을 냉동고에 보관 중인 살인마일지는 직접 확인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형사는 권총을 겨눈 채 신분증을 꺼내며 말했다.
“최성찬 마태오 신부님 맞으시죠? 최근에 다량의 육류를 냉동고에 보관 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육류의 출처가 불분명하니, 수사에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마태오 신부는 그 말을 듣자 환하게 웃었다.
“예! 기꺼이 그래야죠! 제가 안내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죠. 자, 이쪽입니다!”
마태오 신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육류’를 보관해 둔 대형 마트를 안내했다. 그를 뒤따라가던 재환은 형사에게 질문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괴물을 먹어도 되긴 하는 거예요? 사냥꾼 말고 일반인들이 말이에요.”
“그럴 수 있으면 식량 걱정을 뭐 하려 합니까. 그냥 다 같이 괴물 잡아먹고 살면 되지.”
“…부작용이 심한가 보네요.”
“식중독으로 죽으면 양반입니다. 미치거나 괴물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은 말을 아꼈다. 마태오 신부가 떠드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가 ‘육류’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마태오 신부가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할수록, 일행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리고 지하의 냉동고에 도착했을 때, 소대장과 분대원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 * *
“이건… 이건 대체 뭡니까… 왜 괴물이랑 사람이 같이…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소대장이 냉동 창고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토할 것만 같아 보이는 표정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표정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재환은 그 모습을 훑어보며 말했다.
“사람이 아니니까 가능한 거겠죠. 미치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짓을 하면, 그게 더 무서운 거기도 하고요.”
“저기… 다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마태오 신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두 손을 든 채 자신에게 겨눠진 총구들을 바라봤다.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기 있는 건 다 괴물…”
마태오 신부는 말끝을 흐렸다. 주변을 둘러싼 군경이 당장에라도 총을 쏠 기세였기 때문이다.
재환은 총을 쏘는 것을 말리며 말했다.
“아직 쏘지 말아주세요. 본체는 옥상에 있거든요. 여기 있는 건 껍데기니까, 쏴 봐야 총알만 아까울 겁니다.”
“그냥 지금 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정말 괴물이면, 죽여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전략적으로 생각하면 소대장의 말에 따르는 것이 옳았다. 위험한 괴물을 상대하기 전에 불안 요소를 없애두는 것은 당연한 선택지였으니까.
하지만 재환은 마태오 신부를 상대했을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지금 마태오 신부를 죽이면 ‘크로드의 후예’라는 괴물이 각성하여 알을 깨고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 죽이는 게 더 위험할 거예요. 괜히 본체를 자극할 수 있으니까요. 본체를 먼저 죽이고, 처형은 그다음에 처리하는 거로 하죠.”
소대장은 망연자실해 하는 마태오 신부의 모습을 훑어본 뒤 고뇌했다. 아무리 지금은 얌전하게 굴고 있다곤 해도, 마태오 신부는 사냥꾼이었다. 괴물을 상대하는 것도 위험한 와중에 미쳐버린 사냥꾼까지 상대하는 것은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그쪽 말은, 괴물의 본체부터 상대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말이죠?”
소대장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드의 후예’의 신체 능력 자체는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 괴물이 보여주는 환영은 끔찍했다. 지혜가 충분한 상태에서 봐도 끔찍한 이미지였으니, 평범한 사람들이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소대장은 재환의 말을 곱씹으며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우리 수류탄 많이 챙겨왔으니까, 그 본체라는 거랑 같이 한 번에 터트리는 걸로. 어때요? 이건 될 것 같아요?”
이견의 여지는 없었다. 어쨌든 둘 다 죽여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한 번에 처리하면 그만인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재환은 옥상으로 향하면서도 불길함을 느꼈다. 일반인들이 ‘불가해’를 직면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하는 것이 내심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싸울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진다면, 그는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태오 신부를 이끌고 옥상에 도착했을 때, 군인과 경찰은 알 형태의 ‘무언가’를 본 뒤 시선을 빼앗겼다. 그 ‘무언가’를 보게 되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재환은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마태오 신부를 알 쪽으로 가도록 협박한 뒤 군인들이 차고 있던 수류탄을 수거한 것이다. 수류탄을 충분히 확보한 그는 열 개의 수류탄을 일제히 던졌다.
* * *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난 뒤, 알 속에 들어있던 크로드의 후예와 마태오 신부를 동시에 폭발시키는 계획은 결국 성공했다. 알 형태의 ‘무언가’와 마태오 신부는 10개의 수류탄이 일제히 폭발하자 그대로 폭사했다.
하지만 알 속에 있던 ‘크로드의 후예’는 죽어가면서 단말마를 내질렀고, 단말마를 듣게 된 군인과 경찰들은 모두 게거품을 물며 탈진했다.
그들은 우주의 비밀을 머릿속에 강제로 주입 당했고,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이들은 자신이 봤던 것을 부정하기 위해 흐리멍텅한 눈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못 봤어! 난 아무것도 못 본 거야! 못 본 거야.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말도 안 돼… 별들이… 우주가… 왜 알 속에…”
“여기! 여기가 서울이 맞긴 한 겁니까? 여기가 우리가 알던 서울이… 맞아요? 말도 안 돼… 서울이 어떻게 그릇에… 그릇 속에 담겨 있을 수가…!”
재환은 한순간에 팀원들이 모두 정신병자가 된 모습에서 시선을 돌렸다. 괴물의 단말마가 유해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자 참담한 심정이 든 것이다.
‘직접 공격당하면, 이런 식으로 반격당하는 건가. 이래서 다른 군부대도 속수무책이었던 거겠지.’
그는 그렇게 추론한 뒤 다른 문제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혜가 적게 필요한 크로드의 후예도 이 정도인데 암브락사스를 상대할 때는 어떻게 될지 상상하자 수렁에 빠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경 쓰지 말자. 다음에 더 잘 하면 되는 거니까. 다음에는 군인 경찰 없이 혼자 오는 거야. 애초에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놈이었으니까. 그래… 신경 쓰지 말자.’
억지로 생각을 끝낸 그는 탈진한 형사들과 군인들을 뒤로한 채 지하에 있는 냉동고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있었다. 처음 크로드의 후예를 상대했을 때는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제 지력이 올라갔으니까 뭔가 다른 게 보일 수도 있겠지.’
속삭임은 말했다. 지력이 높아지면 괴물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그 말은 지력이 없을 때는 볼 수 없었던 것이 지력이 생기면 보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지력이 없을 때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 지력이 높아진 뒤에는 괴물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력이 높아진 뒤 냉동고의 문을 다시 열었을 때, 그는 괴물이 된 신부의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신들에게서 괴물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시신에서는 날개가 돋아있었고, 덩굴이나 촉수가 돋아난 시신도 있었다.
‘돌아버리겠네, 진짜…’
마태오 신부 역시 무결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력이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사람처럼 보이는 시신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더 많았다.
하지만 그는 저 ‘사람’들이 정말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력’이 더 높아지고 나면 무엇이 더 보일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확인한 재환은 옥상 위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수백 장의 날개가 달린 ‘불가해’가 고고한 자태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대한 피’를 마셔서 지력을 얻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괴물이었다.
그 까마득한 괴물을 올려다보던 그는 담배 연기를 내쉬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죽일 괴물이 더 많아진다는 건, 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하자.’
그는 불가해한 괴물에게서 시선을 뗀 뒤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자정을 넘겨서 12일이 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달빛이 내려앉은 거리를 내려앉은 거리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맨정신으로 보내기에는 가혹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