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38
멸망의 예언자 (4)
수류탄의 폭음과 비명이 울려 퍼지는 것과 함께 그는 상가 건물로 돌입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로 변한 사람들과 그들의 나뭇가지에서 열매를 채취하던 권속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습격자를 보자 당황스러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린 뒤 ‘포교’를 시작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사랑을…!”
재환은 그들이 입을 열자마자 K1을 단발로 한 발씩 끊어서 발사했다. 민첩으로 강화된 반사신경 덕분에 권속들이 허둥거리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덕분에 그는 20발의 탄환을 모두 명중시켜 권속 20마리의 머리에 모두 구멍을 낼 수 있었다.
“그만… 대체 왜 이런 짓을…!”
“그만하세요! 우리는 모두 사람들을 위해!”
그는 살아남은 권속들이 애원하는 것을 무시한 채 K1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철컥거리는 재장전 소리가 끝나자마자 그는 앞으로 걸어가며 K1을 발사했다. 뒤늦게나마 몸을 숨기려고 하거나 저항하려는 권속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재환은 그들에게 총알을 선사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약 60초에 걸쳐서 총기 난사를 하고 있을 무렵, 상가 건물에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변을 감지한 정원사들이 내려오는 소리였다.
“어머니! 어머니를 위하여! 자애로운 어머니와 낙원을 위하여! 이 땅에 강림할 구원과 천국을 위하여!”
재환은 우르르 몰려오는 정원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뒤 권총을 꺼냈다. 수류탄이 폭발하려는 그 찰나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 발의 탄환을 전부 쏟아낸 그는 허리춤에 매어뒀던 탈바꿈을 꺼내 상반신을 가렸다. 이제 슬슬 수류탄이 폭발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펑!
수류탄이 폭발에 휘말린 정원사들이 찢겨나갔다. 그는 돌풍과 함께 피와 살점이 쏟아지는 것을 견뎌냈다. 정원사들이 고기 방패가 되어준 덕분에 충격은 버틸 만했고, 충격에서 회복한 그는 탈바꿈을 쥔 손에 힘들 준 채 앞으로 뛰어들었다.
비틀거리는 정원사의 목에 탈바꿈이 박혔다. 그는 쓰러진 정원사의 목을 밟아 탈바꿈을 빼낸 뒤 다른 정원사의 허리에 꽂았다.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
그는 탈바꿈을 빼내는 대신 달려드는 정원사의 복부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그리고 꽂아뒀던 탈바꿈에 힘을 줘 정원사의 허리를 썰어냈다.
피 튀기는 살해 현장 속에서 그는 후련한 기분으로 괴물을 학살했다. 괴물의 피가 묻을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르고, 토막내고, 으깨버리며.
그는 수십 마리의 권속과 정원사들을 모조리 토막내어버렸다.
그리고 사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상가 계단에서 정장을 입은 권속이 내려왔다. 이전 생에 재환의 손에 죽음으로써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꽃가루를 퍼트렸던 그 권속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것입니까. 어째서 천국을 걷어차고 지옥을 택하는 겁니까…”
재환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그의 목에 탈바꿈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목이 썰린 자리에서 꽃가루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옷으로 꽃가루를 막아낸 재환은 땅바닥에 떨어진 권속의 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정장을 입었던 권속의 머리를 발로 밟아 터트렸다.
그 표정이 수도승이 순교하는 것처럼 경건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실이 괘씸해 견딜 수 없었다.
학살을 끝낸 그는 주변을 살펴 괴물이 더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주변에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장을 입은 권속이 마지막 괴물인 모양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상가 건물 전체를 수색하고 난 뒤에야 확신했다.
상가 내에 있던 권속과 정원사는 모두 죽었다. 수십 마리가 넘는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바라보던 그는 숨을 고른 뒤 머리에 뇌를 닮은 새싹이 돋아있는 권속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탈바꿈으로 목을 썰어낸 뒤 그 머리를 옷가지로 포장해 배낭에 담았다.
‘위대한 피’를 마신 사냥꾼들이 자신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권속의 머리를 포장해 배낭에 넣은 그는 건물을 나가기 직전에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까 두 개 더 가져가자. 하나만 그러면 우연 취급 할 수도 있으니까.’
결정을 끝낸 그는 머리가 온전한 권속의 목을 두 개 더 베어냈다. 사람은 사람. 괴물은 괴물. 이 둘을 구분해서 취급하는 익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 * *
3월 13일 오후 3시 50분.
사냥꾼들이 모이기로 예정된 경찰서 회의실에 도착한 재환은 익숙한 얼굴을 본 뒤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전 생에 그에게 샬롬을 소개했던 사냥꾼 한사랑이었다.
“안녕하세요. 윤재환입니다.”
“한사랑이예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분들이랑, 다른 시민분들 구조하셨다면서요? 좋은 일 하셨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재환은 사냥꾼에게서 느껴지는 거부감을 억누른 뒤 악수를 받았다.
“별일 아니에요. 걸음마 뗐다고 칭찬받는 기분이거든요.”
“그래도 잘한 일은 잘한 일이죠. 다른 사냥꾼들이 하는 꼴에 비하면 훨씬 사람다운 일이니까요.”
인사를 끝낸 두 사람은 각자 자리에 앉아 다른 사냥꾼이 오길 기다렸다. 그사이에 재환은 기억을 더듬어 다른 사냥꾼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떠올렸다.
‘한사랑은 자살했고, 설지훈은 도망쳤고, 강철우는 전사했다고 했지.’
다른 두 명의 사냥꾼이 어떤 인물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되면 사람의 민낯이 드러나는 만큼, 대략적인 인간상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설지훈은 믿을 게 못 되고, 강철우는 외골수겠지. 한사랑은 보기보다 유리멘탈인 것 같고.’
다른 사냥꾼에 대해 추측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젊은 남자 한 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아무리 많이 쳐 줘봐야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년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야~ 누나, 아직 안 죽으셨네? 잘 지냈어요?”
한사랑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그를 노려봤고, 소년은 씨익 웃으며 그 시선을 피한 뒤 재환을 향해 말했다.
“아, 처음 보는 분도 계시네. 설지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형님.”
“윤재환이에요. 잘 부탁합니다.”
인사가 끝나자 회의실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설지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고, 한사랑은 설지훈이 나타나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재환은 자칫 잘못하면 폭발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살피며 마태오 신부가 말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사냥꾼끼리는 상극이라더니. 명불허전이구만.’
싸늘한 정적이 회의실에 내려앉은 지 5분이 넘었을 무렵,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는 것과 함께 마지막 사냥꾼이 회의실에 도착했다.
회의실에 도착한 강철우를 바라본 재환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그가 중세 기사나 입을 법한 전신 갑옷을 입은 채 회의실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 괴물을 사냥하기라도 했는지 갑옷 곳곳에는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뭔가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게 이거였나?’
회의실에 모인 사냥꾼들이 황당해 하는 시선으로 강철우를 보고 있을 때, 강철우는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용건만 빨리 말해. 너희들이랑 친목질 하면서 시간 낭비할 생각 없으니까.”
강철우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냥꾼들의 시선이 재환에게 쏠렸다. 그가 다른 사냥꾼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거라고 경찰이 미리 공지했기 때문이었다.
재환은 강철우가 외형으로만 봤을 때는 40대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중년 남자라는 점에 위화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네, 그러면 바로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재환은 그렇게 말하며 배낭에서 권속의 머리 세 개를 꺼내서 늘어놨다. 머리를 포장했던 옷가지를 풀어내자 한사랑은 눈을 크게 떴고, 설지훈은 경악했다.
“미친… 사람 머리가지고 무슨…”
설지훈이 웃음기 잃은 목소리로 말하자, 재환은 곧바로 대답했다.
“괴물입니다. 사람 모습을 한 괴물.”
그 말에 순간 회의실에 적막이 흘렀고, 재환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페트병에 담긴 ‘위대한 피’를 배낭에서 꺼냈다.
채취한지 수 시간이 지난 ‘위대한 피’는 수은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희미하게 은색을 띤 피에서는 다른 괴물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함이 흘러나왔다.
“이 피를 마시면 사람 모습을 한 괴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 눈에는 이 머리통에 사람 뇌를 닮은 새싹이 돋아난 게 보이거든요.”
재환의 말에 다른 사냥꾼들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재환을 노려봤다. 미친 사람을 경계하는 눈초리에 재환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마태오 신부가 이런 기분이었나? 지랄맞군.’
하지만 재환은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설령 괴물 취급받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절차였기 때문이다. 그는 위대한 피가 담긴 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사람 모습을 한 괴물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면 다 끝장이고요. 진실을 확인할 자신이 있는 분만 이 피를 마시세요. 그리고 만약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게 밝혀지면…”
그는 권속의 머리통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때는 제 목을 자르면 됩니다. 이 괴물들처럼 말이죠.”
사냥꾼들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들이 보기에는 사람 머리통을 셋씩이나 탁자 위에 늘여놓은 저 남자가 괴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간 정적이 흐른 뒤, 강철우가 갑옷을 철커덕거리며 재환의 손에서 위대한 피를 낚아챘다.
“누가 경찰 좀 불러와 봐. 내가 뒤지면 너도 같이 죽어야 되니까. 불만 없지?”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사랑과 설지훈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을 부르기 위해 회의실을 나갔다.
한사랑과 설지훈이 경찰을 부르러 간 사이에 강철우가 말했다.
“내가 이거 먹고 뒤지면, 그땐 너도 죽는 거야.”
재환은 머리통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알고 하는 말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한 차례 대화가 오간 사이에 경찰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두 사냥꾼이 살벌하게 노려보는 것을 확인한 뒤 이들을 중재하려 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진정들 하시고…”
“일단 서로 떨어지십시오! 협조에 불응하시면 체포하겠습니다!”
강철우는 경찰들이 소란스러워하는 것을 훑어본 뒤 병뚜껑을 열어 위대한 피를 마셨다. 병에 담겨있던 세 모금 분량의 위대한 피를 전부 마신 강철우는 잠시 흐리멍덩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이내 두통이 일어났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기 시작했다.
‘실패했나?’
재환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위대한 피’라는 것이 미지의 물건인 만큼,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강철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철우는 재환을 죽이는 대신 경찰에게 말했다.
“기다려 봐. 뭐가 보일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강철우는 그렇게 말한 뒤 탁자 위에 놓인 세 개의 머리통을 바라봤다. 잠시 머리통을 응시하던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목숨을 건 도박에 성공하자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 그래… 이제야 좀 선명하게 보이네. 아주 잘 보여. 그래, 그랬던 건가. 그 새끼들이 거기 있었구만. 드디어… 그 새끼들을… 그 새끼들을 찾아서 죽일 수 있겠어..”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강철우는 어느 순간 웃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곧바로 머리통 하나를 들어 올린 뒤 정수리 부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눈에는 여기에 뇌처럼 생긴 고깃덩어리가 돋아난 것처럼 보여. 사람이 아니라, 괴물한테나 돋아날 법한 게 보인다고. 너는 어떻지?”
그 말에 재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연해 했다.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여 그 말을 긍정했다.
“네. 저도 그렇게 보여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증거죠.”
싸늘하게 침묵이 흐르는 회의실에서, 재환은 남아있던 위대한 피를 배낭에서 꺼냈다.
“자, 아직 두 병 남았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게 증명되면, 언제든지 처형하세요. 괴물보다 끔찍한 게 살인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