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48
사냥하거나, 사냥당하거나 (4)
검은 고양이는 두 번 죽는다는 이야기는 샬롬의 오래된 미신 중 하나다.
몽둥이로 맞아 죽은 검은 고양이가 다음 날 집 앞에 나타났다는 괴담부터, 죽은 고양이가 다시 살아난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알고 보니 닮은 고양이였다는 우스개까지.
검은 고양이가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미신의 영역에 머물러있는 기담에 불과했다.
하지만 샬롬에 푸른 달이 뜨고 괴물이 나타나면서 미신은 사실이 되었다. 분명 죽었을 터인 검은 고양이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샬롬의 자경단은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검은 고양이들을 생포해 사람들을 광장으로 모았다. 검은 고양이는 일개 짐승에 불사의 존재가 아니며, 일개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경단원이 고양이들의 목을 자르고 난 다음에는 모두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이 잘린 검은 고양이들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멀쩡하게 머리를 달고 도도하게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고, 자경단원들은 얼어붙었다.
되살아난 고양이는 결국 겁에 질린 자경단원들이 마구잡이로 쏜 총에 맞은 다음에야 영면했고, 제아무리 검은 고양이가 요물일지라도 두 번 살아날 수는 없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하지만 불사가 아니란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목이 잘려도 다시 살아나는 짐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가해했다. 결국 샬롬의 시민들은 검은 고양이를 두려워하고, 멀리했으며, 심지어 공경하기까지 했다.
이성과 미신의 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결국 고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검은 고양이를 미지의 요물로 여기고 있을 때, 신비 공방의 사냥꾼 에드거는 눈에 불을 켜고 검은 고양이를 찾아내어 수집했다.
애초에 신비 공방이 갈구하던 최후의 신비는 불사와 영생의 비밀이었으니, 이번에야말로 그 진리에 닿을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이 광적인 고양이 사냥에 신비 공방의 사냥꾼들이 협력했고, 에드거는 공방 소속의 학자들과 실험과 연구를 반복했다.
피를 뽑아내고, 산 채로 해부하고, 장기를 이식하는 기행이 매일 같이 반복되었지만, 결국 검은 고양이의 신비를 파헤치는 것은 실패했다. 하지만 연구가 아예 쓸모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에드거와 학자들은 진귀한 물건을 하나 발명하게 된다.
검은 고양이의 피와 심장을 수은과 함께 녹여내어 만든 ‘흑묘 보석’이란 물건이었다.
에드거는 이 보석을 몸에 지닌 자는 치명상을 입어도 되살아난다고 주장했고, 그는 샬롬의 시민이 모인 광장에서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눠서 이를 증명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렀으며, 흑묘 보석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머리가 터졌음에도 그는 살아남은 것이다.
부활의 신비를 두 눈으로 목격한 샬롬의 시민들은 경악과 탄성을 동시에 내질렀고, 에드거는 그날 이후 샬롬의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탐욕에 눈이 먼 샬롬의 시민들에 의해 검은 고양이의 씨가 말라버릴 거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는 부활의 신비에 도취되어 괴물 사냥을 나섰다.
그리고 에드거가 마지막 흑묘 보석과 함께 목숨을 잃는 것과 함께, 검은 고양이의 복수는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 * *
재환은 대전차 로켓을 두 번 더 발사하고, 샬롬의 사냥꾼을 두 명 더 살해하는 것에 성공한 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바로 괴물을 사냥하는 것과 사냥꾼을 사냥하는 것이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죽일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뒤, 기습으로 단번에 숨통을 끊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에 가까운 사냥 방법이었으며 가장 완벽에 가까운 살해 방법이었다.
그렇게 대전차 로켓 탄두를 모두 사용한 뒤, 그는 샬롬의 사냥꾼을 해치우고 얻은 세 가지 전리품을 바라보며 사냥꾼 사냥을 더 이어나갈 수 있는지 고민했다.
‘제일 쓸모 있는 건 이 반지긴 하지.’
그는 진주를 닮은 검은 빛깔의 보석이 박힌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잘만 쓰면 목숨이 하나 더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단점이 없는 물건은 아니었다. 부활 직후에는 빈사 상태가 되고, 고통으로 인해 한동안 움직일 수 없으며, 일회용이라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반지의 주인이었던 에드거 역시 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환의 후속 공격을 맞고 쓰러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맹신하기에는 모자란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불의의 일격으로 즉사하는 것은 면할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었다. 앞으로 어떤 상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죽을지 알 수 없는 이상, 치명상을 한 번 버텨낼 수 있다는 점은 현대의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잘만하면 아예 후유증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도 크고…’
그는 두 번째로 쓰러뜨린 사냥꾼에게서 얻은 주사기 속의 액체를 바라봤다. ‘전투 각성제’라고 불리는 이 약물은 진통 작용과 정신 안정, 그리고 반사 신경을 강화하는 마약이었다.
의존성이 강해서 남용할 경우 약물 중독자가 될 위험이 있기는 했지만, 죽음을 각오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을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아직 시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흑묘 반지와 연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부활했을 때의 반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강점이었다.
‘쓸 일이 없는 게 최선이긴 하지. 잘못하면 아예 폐인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는 사냥꾼의 기억을 통해 약물의 제조법을 알아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불행으로 여겨야 할지 고민하며 주사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냥꾼에게서 얻은 권총인 ‘핸드캐넌’을 들어 올렸다.
‘그나마 마지막에 이게 나와서 다행이야. 이거면 대전차 로켓이 없어도 사냥꾼들한테 한 방 먹일 수 있겠지.’
핸드캐넌은 권총의 모습을 한 대포였다.
괴물 사냥을 위해 사냥꾼 전용으로 제작된 이 대구경 권총은 총 길이만 600mm에 이르고, 무게는 어림잡아 6kg을 넘는 괴물 권총이었다.
장탄 수가 단 한발이라는 점과 전용 탄환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위력 하나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물건이었다. 이 총의 주인인 사냥꾼의 기억을 통해 코끼리만 한 괴물이 이 권총에 맞아 즉사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재환은 핸드캐넌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괴물 같은 권총을 어떤 심정으로 만들어냈을지 떠올리자 새 친구를 사귄 것만 같은 기분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 것이다.
‘그래, 괴물을 잡으려면 이런 죽창 같은 게 있어야지. 샬롬에도 뭘 좀 아는 사람이 있긴 있었네.’
가장 유용한 물건은 흑묘 반지였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은 이 권총이었다. 그동안 K1으로 쓰러지지 않는 상대를 만날 때면 답답한 기분이 들었건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간만에 미소다운 미소를 지어본 그는 샬롬의 입구를 바라봤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 샬롬식 권총이 이 정도면, 샬롬식 갑옷도 이 정도일 수도 있으니까.’
그는 강철우가 갑옷을 입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샬롬에 들어가길 망설였다. 사냥꾼의 근력과 내구력은 괴물이나 다름없었으니 갑옷을 입은 사냥꾼의 방어력이 탱크 수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핸드캐넌을 한번 쓰다듬은 뒤 샬롬을 향해 걸어갔다.
‘일단 한 번 쏴 보긴 해야지. 이런 걸 주웠는데 안 쏴 볼 순 없잖아?’
시간이 되돌아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감사히 여기며,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샬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샬롬을 나올 때까지 단 한발도 총을 쏴 보지 못했다.
* * *
샬롬에 도착한 그는 여느 때처럼 광장 중앙을 향해 달려가 미리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사냥꾼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를 얻었다고 해도, 기습과 엄폐라는 이점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샬롬의 망자들에 비하면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에 불과했다.
한참 동안 건물 내에서 안개의 벽이 좁혀지는 것을 바라본 재환은 초조한 심정으로 창문에서 대기했다.
‘왜 누가 오는 게 안 느껴지지?’
지력이 높아진 이후에는 괴물과 사냥꾼의 흔적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그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사냥꾼이 다가오는 것을 미리 눈치 챈 뒤 먼저 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참 동안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냥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결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속삭임까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자 그의 얼굴이 수심에 잠겼다.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안개의 장벽은 여느 때와 같이 모든 것을 으스러뜨리며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숨통이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이제 와서 나갈 수도 없고… 여차하면 자살하는 수밖에 없나?’
새로 사귄 친구인 핸드캐넌으로 처음 쏘는 게 자신의 머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울해 하던 그때, 안개의 장벽이 멈춰 선 것이 보였다.
그는 갑작스럽게 멈춘 안개의 장벽을 보며 의아해했지만, 적어도 안개의 장벽에 압사당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게 그가 안도하던 순간, 사방에서 낯선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여자인 것 같기도 했으며, 노인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인 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왔다! 왔어! 드디어 왔구나!] [간만에 사냥개다운 사냥개가 왔구나!] [저 탐욕에 전 눈빛! 물씬 풍겨오는 피비린내!] [마지막 사냥꾼! 최후의 사냥꾼이더냐!]그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혼란스러워했다. 그가 평소에 듣던 속삭임과 닮았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초대장, 어서 초대장을 주자] [도망치기 전에 도장을 찍어야 돼]요란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손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솟아오른 손을 보며 뒷걸음질 치는 것과 함께 솟아오른 손 중 하나가 초대장을 건넸다.
[더 많은 보물을 원하면] [더 깊은 지식을 알고 싶다면] [무덤으로, 사냥꾼의 무덤으로]그는 마치 강매라도 당하는 듯한 기분으로 초대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초대장을 받아들이자 손등에 금색으로 샬롬의 문자가 새겨졌다. 손등에서 화끈거리는 감각이 느껴졌고, 문자가 새겨지는 것이 끝나자 사방에서 건물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샬롬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소리였다.
[심연에서] [사냥꾼의 무덤에서] [사냥꾼의 종착역에서 피를…]사방에서 여러 목소리로 속삭임들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속삭임이 끝나자 건물의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 속으로 추락했다. 추락하는 감각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것과 함께, 그는 지하철에서 다시 깨어났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만 같은 몽롱함에 그는 비틀거렸다. 그는 비몽사몽 한 기분으로 손등을 바라봤다. 오른손에 새겨진 금색 낙인만이 그가 겪은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