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Hunter of Destroyed Seoul RAW novel - Chapter 96
공방과 신비의 도시 (2)
공방 거리는 먼저 도착해 작업을 하고 있는 사냥꾼들로 가득했다.
외지에서 온 사냥꾼들은 샬롬의 장인들이 흥미를 보이는 기술을 전수하고, 현지인들의 기술을 개선함으로써 은화를 받았고, 이렇게 받은 은화로 공방의 시설을 대여한 뒤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데 쓸 재료를 확보하려 하고 있었다.
“아는 게 많은 사람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 법이죠. 몇백 번을 죽으면서 샬롬에 대해 빠삭해진 회귀자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여기서 오래 지낸 회귀자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걸 능숙하게 구할 수 있게 되거든요.”
공방 거리의 입구에 도착한 한사랑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방 중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사냥꾼 한 명이 장인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가져온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재환 님도 지하철에 다녀오고 난 다음에 가지고 계신 무기에 대한 지식을 얻으셨죠? 저분이 설명하는 건 그 지식을 연구하고, 개선한 내용이에요. 아무리 기계공학이나 연금술에 무지한 사람도, 자기가 쓰던 장비에 대해서라면 자세히 알게 되기 마련이라 가능한 거죠.”
한사랑은 그렇게 말하며 공방 거리의 중심부까지 걸어간 뒤 세 갈래로 나뉜 공방의 거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샬롬에는 크게 세 종류의 공방이 있어요. 기계공학에 특화된 태엽 공방, 화학공학에 특화된 화약 공방, 그리고 신비에 대해 연구하고 신비를 활용한 물품을 만드는 신비 공방이 있죠. 어떤 공방으로 가서 어떤 지식을 판매할지, 그리고 어떤 공방으로 가서 어떤 물품을 구매할지는 여기서 갈린다고 보면 되요.”
한사랑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인 ‘총검’과 ‘총검’의 탄환을 보여줬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총을 만들고 총알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태엽 공방이나 화약 공방에 먼저 가는 게 좋죠. 태엽 공방에서는 총기 제작에 관한 기술을 팔고, 총기를 개조할 수 있는 시설을 대여받을 수 있는 게 좋고, 화약 공방에서는 특수한 총알을 만들 때 쓰는 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총검의 총알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뒤 신비 공방을 가리켰다.
“그렇다고 해서 꼭 태엽 공방이나 화약 공방부터 갈 필요는 없어요. 신비 공방에서는 태엽 공방이나 화약 공방에서는 보기 힘든 지식이나 기술을 팔거나 구할 수 있으니까요. 워낙 비밀스러운 곳이고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 지인이나 인맥이 없으면 성과를 내기 힘든 게 문제지만, 수완이 좋고 아는 게 많다면 회귀자들도 알아내기 힘든 지식도 구할 수 있다고 해요. 이것도 결국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죠.”
공방 거리에 대해 설명을 끝낸 한사랑은 재환이 지닌 무기인 탈바꿈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처음 오신 거니까 태엽 공방부터 먼저 가 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아무래도 다들 무기를 받고 시작하다 보니 처음 샬롬에 오면 태엽 공방부터 가거든요. 장비를 강화할 시설도 많고, 주고받을 수 있는 지식도 폭넓은 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사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태엽 공방 사람들이 그나마 상식적이거든요. 화약 공방에는 폭파광이나 사격 중독자들이 넘쳐나고, 신비 공방은 음침하고 음습한 기술들을 연구하는 걸로 악명이 높거든요. 특별히 찾는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샬롬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도 태엽 공방에 먼저 들르는 게 정석에 가깝기는 해요.”
태엽 공방에 대해 말하던 한사랑은 신비 공방과 화약 공방 쪽을 가리켰다.
“그래도 다른 곳부터 가 보고 싶으시면 존중해드릴게요. 화약 공방은 화력을 보충하기 좋고, 신비 공방은 특이한 지식을 주고받기에 좋거든요. 샬롬이 신비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는 신비 공방의 역할이 크기도 하고요.”
할 말을 끝낸 한사랑은 시계탑을 흘끗 바라봐 시간을 확인한 뒤 말을 이었다.
“밤이 머지않았다 보니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깐 고민하고 결정하시는 게 좋아요. 재환 님이 무슨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지는 재환 님만 알고 있는 거니까요. 결정은 재환 님 몫이고, 저는 세 공방 전부 여러 번 가 본 적 있다 보니 어디부터 먼저 가도 상관없거든요. 그러니까 잠깐 생각 좀 하고 결정하셔도 괜찮아요.”
공방 거리를 훑어본 재환은 한사랑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말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아낼 수 있었다. 아직 괴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만큼 지금이 샬롬의 인프라가 가장 건실할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환은 시계탑을 흘끗 바라본 뒤 한사랑에게 말했다.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5분 안에 결정한 다음에 어디부터 갈지 말해줄게요.”
“전 여기 근처에서 흥정 좀 하고 올 테니, 천천히 결정하셔도 돼요. 여기서 산 시간이 서울에서 산 시간보다 길다 보니, 샬롬에 대해서는 나름 빠삭하거든요.”
한사랑의 너스레에 재환은 쓴웃음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본 한사랑은 미소를 지은 뒤 근처에 있던 태엽 공방 소속의 시설을 향해 들어갔다.
‘어떤 공방을 먼저 갈지 정하려면, 어떤 지식을 먼저 팔 지부터 정해야겠지. 나는 임현아나 이미래처럼 뭘 열심히 배우거나 연구하지는 않았고, 가지고 있는 지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의 제작법이랑 응용법 정도가 전부니까.’
괴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살아왔던 25년을 포함하더라도, 재환은 인생의 대부분을 괴물을 사냥하면서 보내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피로가 쌓이는 게 아니라면 쉬거나 자는 시간마저도 아껴가면서 괴물을 사냥했고, 설령 쉬거나 잠을 자야 할 때가 오더라도 최소한의 시간만을 휴식한 뒤 괴물을 사냥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임현아처럼 연구소를 세울 정도의 지식을 배우기는커녕 이미래처럼 신비가 담긴 기술을 배울 시간마저 없었다.
‘기초 교육이나 대학교에서 지식을 파는 방법도 있기야 하겠지만… 돈이 될 만한 지식이나 기술 같은 건 솔직히 자신 있다고 보긴 힘들지. 원래도 공부를 특출나게 잘한 편은 아니었고, 웬만한 것들은 괴물을 사냥하는 동안 다 거의 다 까먹었으니까. 그러면 남은 거라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던 재환은 자신이 샬롬에서 받은 물건들을 살피며 결론을 내렸다.
‘샬롬에서 장비를 받으면서 배운 지식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는 거지. 내가 받은 것들은 전부 다 괴물이 나타난 뒤에 개발된 물건들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미래의 기술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니까. 다른 사냥꾼이 먼저 비슷한 기술을 팔아치우는 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돈이 될 거야.’
그가 샬롬에서 받은 물품은 총 네 가지였다. 탈바꿈, 전투 자극제, 핸드캐넌, 그리고 흑묘 반지까지. 그는 괴물을 사냥하는 동안 이 네 가지의 물품을 유용하게 사용해왔고, 이 물건들을 개발하고 만드는 법 역시 알고 있는 만큼 이 물건들을 개발하는 기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고 있었다.
‘탈바꿈은 태엽 공방에서 환영할 테고… 핸드캐넌은 화약 공방에서 환영하겠지. 전투 자극제랑 흑묘 반지는 신비 공방에서 관심을 가질 테고. 결국 어디를 가도 기술을 파는 것 자체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니… 뭘 구하러 갈지만 정하면 되겠군.’
자신이 지닌 기술에 대해 생각하던 재환은 태엽 공방 쪽을 바라봤다. 샬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한사랑이 추천했던 곳인 만큼 가장 먼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태엽 공방에 가면 탈바꿈을 강화하거나 탈바꿈을 대신할 무기를 구할 수도 있겠지. 아무리 탈바꿈이 쓸 만한 무기라고는 해도, 여러 기계장치가 달려 있는 만큼 무거운 건 확실하니까. 칼날 형태로 분해하게 되면 내구도가 떨어지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고.’
탈바꿈은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 만능에 가까운 무기였지만, 기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느 한쪽에 특화된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워낙 잘 만들어진 무기인 데다가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좋다는 장점은 확실히 무시하기 힘들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을 때는 이에 걸맞은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그 역시 익히 알고 있는 탈바꿈의 단점이었다.
‘한사랑도 그래서 태엽 공방을 추천한 거겠지. 어떤 무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고 있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 테니까. 무난하면서도 쓸모 있는 건 팩트라고 봐야지.’
태엽 공방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던 재환은 화약 공방으로 향하는 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골목의 초입부터 피어오르는 폭연을 보면서 그는 화약 공방이 폭파광 집합소라는 한사랑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폭약을 연구한다니… 까딱 잘못하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 잘도 공방까지 만들어놨군. 그만큼 도시 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뜻일 테고, 능력도 있다는 거겠지.’
샬롬에 오게 되면서 현대의 총화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만큼, 화약 공방에서 폭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시하기 힘든 강점이었다. 아무리 사냥꾼의 신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단이나 지형지물을 부술 수 있는 폭약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현저하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신비 공방인데… 여기는 지금 당장 가기에는 리스크가 크지.’
화약 공방에 대해 생각하던 재환은 신비 공방으로 향하는 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신비 공방으로 향하는 길에는 공방이라기보다는 학원이나 대학을 닮은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샬롬에서 기술이 비싸게 팔린다는 건… 그만큼 기술에 대한 보안이 철저한 편이라는 뜻일 테니까. 지금 당장 궁금한 게 많기는 해도, 그걸 첫날부터 다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신비가 신비롭지 않으면 신비 취급 당할 리도 없는 거고 말이야.’
샬롬에 대한 의문점은 적지 않았다. 이 도시와 지구의 관계는 무엇이고, 이 도시와 사냥꾼 성자의 관계는 무엇이며, 서바이벌의 끝에는 무엇이 있고, 신비 공방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까지.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비 공방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 기댓값이 높은 선택지였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변수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만큼 신비 공방에 방문하는 것은 가장 리턴이 큰 선택지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가는 건 소용이 없겠지.’
재환은 신비 공방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뒤 시계탑을 바라봤다.
이제 조금 뒤면 한사랑에게 말했던 5분이 다 되어 간다는 걸 알아챈 재환은 두 눈을 감고 예지력을 사용했다. 미래의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예지력으로 봐도 별로 다를 건 없군. 그만큼 내 생각이 확고하다는 뜻이라고 봐야겠지.’
예지력은 그가 겪게 될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힘이었고, 이 미래가 보여주는 결과에는 재환의 의지 역시 개입된다.
그렇기에 재환은 예지력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의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선택을 끝낸 그는 한사랑이 들어갔던 공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고른 선택지를 얘기했다.
“오늘은 화약 공방부터 갈게요.”
그는 공방에서 용무를 마치고 나오는 한사랑에게 말했다.
“여기서든 거기서든, 지금 제일 필요한 건 폭약일 것 같았거든요. 폭약이 있으면 괴물 사냥이 쉽기도 하고…”
그는 사냥꾼들에게서 느껴지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에 하나 사냥꾼들이랑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하기 쉬울 것 같거든요. 상황에 따라서 괴물보다 위험해질 수 있는 게 사냥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