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1)
Chapter 21. 고르고니아를 찾아서!
“우헤헤헤헷! 우하하핫!”
투란의 입에서 신나는 웃음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파팟, 파파팡!
그야말로 ‘처웃던’ 투란의 손발이 허공을 패듯이 움직였고, 허공이 무슨 악기처럼 쩌렁거리며 울리는 소리로 호응해 줬다.
—그만해, 이 멍텅구리야!
투란의 내면 깊은 곳에서 드라고니아는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괜한 것을 가르쳐 줬다고 후회라도 하는 듯했다.
“음? 으흐흐, 음하하하하핫!”
하지만 투란이 처웃는 소리는 조금 더 괴팍하고 세차졌을 뿐이다.
결국 포기하고 한숨을 쉬는 듯, 드라고니아가 묻는 말을 꺼내고 만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 거냐? 내가 설명한 말을 알아듣기는 했어?
“어? 알아들었…… 헤헤헷! 알아들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잖아!”
파팡, 파팟!
다시 허공을 향해 투란의 손발이 움직이며 힘찬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말한 거잖아!
포기를 잊고 드라고니아가 다시 버럭 외치는 말이 투란의 골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정신이 띵하니 울리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지만 투란은 여전히 쫑알거리며 반박한다.
“왜? 이보라고, 엄청 강해졌다고!”
온전한 사람의 형상인 손발을 향해 눈길을 던지면서 의기양양해하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깊은 숨을 들이쉬는 듯한 낌새가 드라고니아로부터 뿜어져 나오더니 벼락이라도 치는 듯이 쩌렁거리는 외침이 아늑하게 깊은 곳에서부터 투란의 내면을 물들이며 퍼졌다.
—내가 뭔 말을 했는가 전혀 이해를 못하는 거냐? 그렇게 오러 몽거의 오러 형태를 반복해서 유지하게 되면, 결국 네 몸이 파괴된다고! 네 심장은 오러 몽거의 심장이 아니라서, 놈이 자신의 오러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인 ‘어비셜 볼텍스’를 감당 못한다고 했잖아! 자살하고 싶냐? 그런 거냐!
‘아오, 엄청 시끄럽네. 그러니까 알아들었다고! 하지만 너도 말했잖아. 오러 몽거의 오러가 어떤 식으로 형태를 갖추고 구성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이야. 알자마자 그렇게 위험하다든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든가 하는 소리는…… 너무 심하잖아?’
살짝 조리 있게 반박할 말을 골라내고 추려서 던져 보는 투란이었다.
그러면서도 살짝 팔다리를 꿈틀거리며 오러의 흐름을 느끼고, 히죽거리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 놓은 채였다. 사람의 손발, 팔다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오러는 거의 그랑츄의 괴력, 붉은 늑대의 빠름, 샤머닉 트롤의 강인한 생명이 고스란히 간직한 듯이 강대했다.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 바로 오러의 흐름과 구성, 드라고니아가 알자마자 깜짝 놀랐던 그 ‘어비셜 볼텍스’였다.
원래 오러 몽거라는 몬스터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식은 거의 없다는 점은 춤추는 산맥을 누비는 몬스터에 대한 전문가나, 오랜 지식의 보고(寶庫)를 지닌 드라코눔 쪽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오러 몽거는 그 굴강(屈强)한 생명력, 믿기 힘든 괴력만이 널려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 뿜어져 나오는 막강한 오러로 인해서, 마법의 탐지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제대로 사냥된 적도 없는 탓에 오러 몽거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단단하고 힘센 괴물이란 점만 분명했다!
그나마 드라코눔의 경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지워지지도 잊히지도 않은 기록 덕분에 오러 몽거가 죽음에 이르면 그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대파괴의 참사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 좀 들어! ‘어비셜 볼텍스’는 존재의 심연에서 일으키는 파동을 역류시킴으로써 자신을 끝없이 한 점에 집중시키는 끔직한 소용돌이 현상이라고! 존재의 임계점을 넘어설 때까지 반복되는 그 소용돌이는 결국 너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만을 불러온다! 오러 몽거의 죽음은 그래서 대파괴를 일으키게 되는 거야! 네 주변, 네가 축적시킬 오러의 양에 따라서는 산 몇 개라도 통째로 날아갈 수가 있다고!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
‘안 터졌잖아.’
뚱하니 투란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그러나 아주 신중하고 진지하게 되받아치는 생각을 드라고니아에게 전했다.
침묵이 잠깐 이어졌고, 아늑한 곳에서 울려오는 것과 다른 드라고니아의 짧은 반문이 튀어나온다.
—무슨 소리야?
‘내가 삼킨 오러 몽거, 죽어 있었다고. 터지지 않고 죽어서 둥둥 떠내려온 놈이라고.’
—이 자식아! 그건 놈의 심장이 없었기 때문이지! ‘어비셜 볼텍스’의 핵이 되는 부분이 결여되어 있으니까 터질 수가 없었던 거라고! 넌 그 흐름을 이용해서 네 심장에다가 ‘어비셜 볼텍스’의 핵을 새로 구성하는 꼴이라서 터진단 말이다!
‘흠, 그러니까…… 핵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오러 몽거의 능력은 발휘 못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이 흐름을 적당히 유지하면 터질 일은 없다는 거잖아?’
갑자기 조리 있게 흐르는 투란의 생각이었다.
이 생각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바로 극단적일 정도의 차가운 비웃음을 흘리는 낌새가 곧장 투란의 골수로 스며들었다.
—‘어비셜 볼텍스’는 이계의 악마들이 자폭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비술의 근본 원리였다. 그 흐름을 유지하는 한, 결국은 네가 일으키는 오러는 한 점에 무한히 수렴하려 할 테고 그동안 너는 계속 강해질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힘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 꽝 터져 죽는 거야. 네 주변의 모든 것을 휘감고 말이다. 그러니까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고!
뼈를 비틀듯이 독하게 전해지는 드라고니아의 강한 상념이 잠깐 투란의 손발을 움찔하게 하며 멈추도록 했다.
아무래도 드라고니아는 ‘어비셜 볼텍스’에 대해 아주 지독한 경험이라도 한 것 같잖은가?
‘무슨 일이 있었어? 악마의 비술이라면, 너네 도시에서 그걸 연구하다가 터지기라도 한 거야?’
차갑던 드라고니아의 기척이 돌연 곤혹스러움과 씁쓸함으로 변했다. 몬스터 엠블럼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그 기척은 투란의 지적이 완전히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딘가 솔직하게 느껴지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 터뜨렸지. 악마가 이 세상에 와서 간혹 상상을 뛰어넘는 강대한 마력을 손에 넣는 경우가 있었다. 그 방식을 찾아내서 봉쇄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알아냈지. 아주 먼 옛날의 일이다. 그때, 그 방식이 섭리에 부합하는 것을 깨닫고 우리도 써먹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마력의 강화를 위해 실험하다가…… 터드렸다. 무고한 희생자가 드라코눔의 일족은 물론이고, 인간 마법사 쪽에서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말았다. 그 참혹한 결과를 통해서 우리는 ‘어비셜 볼텍스’의 위험에 대해 배웠고…… 금기로 삼았다.
‘흠…… 그랬구나.’
투란은 손발의 힘을 빼고 천천히 오러의 기세를 멈추면서 머리를 벅벅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그런 식으로 희생된다면, 드라고니아처럼 말리는 것이 정상이기는 했다. 사람이라면 다들 그러지 않는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느낌에 결국 투란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확인하겠다는 듯이 묻는 소리를 냈다.
“아, 그런데…… 오러 몽거는 터져 죽을 때까지 얼마나 살아?”
—응? 그건…….
당혹스러움과 함께 드라고니아가 허둥거리는 낌새가 투란의 눈매를 치켜 올리게 했고, 눈썹 사이를 좁히게 했다.
‘얼마나 살지?’
보다 침착하고 단호하게 투란은 생각으로 자신의 안을 향해 물었다.
—그, 글쎄…… 정확한 수명은 오러 몽거의 탄생 시기를 모르니 알 수가 없다고 했는데…… 어, 대충 발견 후 존재하다가 터질 때까지는…… 어…….
‘얼마나 걸렸냐고!’
대답을 회피하는 듯한 낌새에 투란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오러 몽거의 독특한 오러의 흐름을 재현하겠다는 시늉을 하며 세차게 다시 묻는 생각을 던졌다. 역시나 아주 마지못한 듯한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슬그머니 나온다.
—어, 한…… 200년?
‘……뭐?’
—에, 230…… 240년……?
‘300년이 안 된다고?’
불끈, 투란이 으르렁거리는 듯이 입을 꽉 다문 채로 강한 생각을 자신의 문장 안을 향해 뿜어냈다. 순간 몬스터 엠블럼이 투란의 깊은 곳에서 맥동하는 기척을 드러냈다. 악마의 심장만을 형성해서 나머지는 모두 사람의 몸인 채였던 투란의 형상이 은은하고 세찬 오러의 막에 얇게 휩싸이며 일렁이는 듯 보였다.
그리고 드라고니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꺼낸 대답이 아련하게 투란의 뇌리에 울린다.
—젠장…… 대략 500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발견하고 관측 시작해서, 오러 몽거가 대파괴를 일으키고 소멸할 때까지. 하지만 그거 어디까지나 오러 몽거가 멀쩡한 상태에서의 이야기라고! 오러 몽거의 심장은 그 어떤 부위보다도 높고 강인한 오러의 집약체이며, 그에 걸맞은 극한의 내구성을 지녔다. 인간의 심장 따위로는…… 훨씬 더 빨리 터져! 저 대단한 샤머닉 트롤이나 지금 꺼낸 악마의 심장도 오러 몽거의 심장이 지닌 튼튼함에는 어림없다!
뭔가 자포자기한 듯이 나오는 이야기에 투란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입이 저절로 열리고, 한숨인가 웃음인가 알 수 없는 소리만 실실 새 나오기도 했다.
“아하하…… 하아…… 500년 걸린단 말이지. 그래, 500년. 오러 몽거의 튼튼하고 단단한 심장이면…… 내가 얻지 못한 그 심장이면…… 하하, 하아아…….”
사람이 100년을 살면 주변에서 ‘얼른 죽지 않고 뭐 하시나요?’ 소리를 아침 인사처럼 듣게 된다는 말을 해 줘야 할까? 사람이 100년을 살면 주변에서 대체 언제까지 살아 있으려고 저러나 하는 눈초리를 보내기 마련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야 하는가?
자연스럽게 투란이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가슴에서 짧고 세차게 일어나는 심장의 고동과 함께 투란은 다른 생각을 했다.
‘하지 말자. 이놈은 뭔가 감추고 있다. 우리를…… 투란을 강하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아. 문장 속에서조차 자신의 형상을 감추면서, 전혀 투란에게 힘을 보태려 하지 않잖아.’
투란은 이 생각이 자신답다는 것과 함께, 악마의 심장 속에 담긴 ‘투란’이 이 상황을 얼마나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를 깨달았다.
—그래, 네가 그 심장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그러니까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 좋아!
슬그머니 기세를 올리는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새로운 감각을 투란에게 깨우쳐 주고 있었다.
드라고니아는 악마의 심장이 유지하는 의식에서 새 나오는 생각, 거기에 교류할 때의 투란이 품는 상념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잖은가!
‘뭐, 내 생각을 전부 알려 줄 기분도 아니었지만…… 괜찮네.’
따지고 보니, 투란이 드라고니아를 마음에 품고 뭔가 말을 걸 듯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드라고니아는 애초부터 알지 못하는 듯한 점도 분명히 있었다. 투란이 조리 있게 생각을 전할 때, 그 정리되어 가는 과정을 드라고니아는 모르는 듯했던 순간들…….
투란은 깔끔하게 생각을 털고 발딱 일어섰다.
주변은 조금 사납게 주먹질, 발길질을 한 탓인가 조용해져 있었다.
흙도마뱀의 거처인데 거길 차지한 키린 덕분에 다른 험악한 놈들이 없는지도 몰랐다.
‘좋아, 잊을 거는 잊고!’
자신을 향해 외치듯이 생각하다가, 투란이 불쑥 드라고니아를 향해 묻는 소리를 낸다.
“그런데 키린은 어떻게 오러 몽거의 심장을 꿰뚫었지? 불꽃의 힘으로 전부 태워 버리거나 하지 않고, 왜 달랑 심장만 뚫었대?”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의아한 듯이 대답을 내놓는다.
—키린? 키린이 하지 않았는데. 왜 키린이 했다고……?
‘헐! 불꽃 왕을 다루는 키린이 아니라면, 대체 이 근처에 뭐가 있어서 오러 몽거의 그 지독한 오러를 뚫고 심장을 제거한 건데?’
어이없어 입을 다문 채로 투란은 생각만 전했다.
—이 근처?
이번에도 드라고니아가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끙, 하는 표정으로 투란은 조금 더 조리 있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로 흘러오면서, 저 늪인가 강인가 호수인가 하는 흐름을 대충 감 잡아서 알고 있거든. 오러 몽거의 잔해를 만난 곳까지 이쪽에서 흘러간다고! 그러니까 이 근처 아니면 조금 더 거슬러 간 곳에서 오러 몽거가 꽥 하고 가슴이 뚫린 것을 안단 말이야!’
—그건 오해로군.
‘어? 오해?’
—키린은 오러 몽거를 죽이지 않았다. 키린이 했다면, 잔해 따위를 남겨 둘 리가 없지. 키린도 그 녀석이 흘러간 꼴을 멀리서 보기만 했다.
‘어? 키린은 오러 몽거의 심장이 오러 몽거란 몬스터 에센스의 핵인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키린이 뻥 뚫어 놓은 거 아냐? 키린에게는 오러 몽거 따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어디로 가서 썩든 상관없었고…… 아냐?’
—키린이 그런 걸 알고 있었다고!
드라고니아가 놀라고 있는 탓에 투란도 덩달아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러 몽거 같은 엄청난 놈을 잡기는 했지만 필요 없어 버렸다는 말을 하는 게 쑥스러워서 그냥 얼버무린 줄 알았는데…….’
—잡지 않았다고! 심장 뚫지 않았다고, 키린이 한 짓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