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3)
—여성이었다고 해서, 세 자매다.
‘여성? 여자란 말이야?’
—그렇다.
‘그런데 몬스터?’
—그래. 옴파레온 신화에 따르면 지혜와 투쟁의 여신을 섬기던 사제들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굉장히 깊은 신앙을 지닌 사제이기도 한 세 자매였고, 여신의 사도로 꼽히기도 하면서 때로는 여신의 화신이란 소리까지 들었다는 세 자매다.
‘몬스터라며?’
—그런 세 자매가 여신의 징벌을 받아 변했단 말이다! 고르고니아란 원래 세 자매의 가문 이름이었고…… 고르고니아의 세 자매, 그래서 몬스터 고르고니아라고 불리게 된 거다.
‘으아아아! 고약한 여신이네! 자기 사제들을 그렇게 몬스터로 바꾸다니! 마법사의 저주 따위는 정말 상대도 안 되겠는데!’
—신화에서는 이를 성스러운 징벌이라고 하지. 그리고 신화를 해석하는 이들은 이를 세 자매 스스로 요청한 거란 말도 한다.
‘엥? 미쳤어! 스스로 괴물이 되겠다고 했단 말이야? 어떻게 미치면 그런…….’
—몬스터 로드 같은 거라고! 여신의 적과 싸우기 위해서, 세 자매는 괴물의 형상조차 마다하지 않겠노라 맹세했고 여신이 이를 들어줬다는 말이다!
‘엑! 아니, 뭔 여신이 자기 사제를 괴물로 바꿔서 적이랑 싸워!’
—야, 이……! 나중에 옴파레온 신화를 따로 들어 보든가 해라! 거긴 그런 이야기가 수두룩하니까! 아무튼, 고르고니아는 그 신화 속에서 행적을 찾을 수 있는 괴물이었고 원래는 이 세상이랑 관계가 없었다.
‘흠? 흐음…….’
촤아악!
투란은 살짝 머리까지 늪에 담그고 손발을 저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뭔가 쉽게 이해가 갈 듯 말 듯 한 이야기였다.
‘관계가 없는데, 있는 몬스터?’
애매하다 못해 앞뒤가 어긋난 말 아닌가?
한숨을 쉬는 듯한,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투란에게 스며든다.
—대초현술(大招現術)이라고 하는 극마법이 있다. 환상, 몽상, 신화 속의 존재에게 이 세상의 실상을 부여하는 마법이지. 쓰다 걸리면, 거의 대부분의 신전에서 멸살하겠다고 날뛰는, 몇 안 되는 금단의 마법이다.
‘뭐야, 그게?’
뚱하니, 잘 알아듣지 못한 투란은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이를 가는 듯한, 투란을 향해 ‘그만 좀 무식해라!’라고 외치고 싶은 듯한 드라고니아의 부글거리는 기분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런 명백한 짜증과 울화 뒤에 결국 포기한 듯한 설명이 한숨처럼 투란에게 전해진다.
—간단히 설명하지. 누가 너한테 ‘내일 뛰어다니는 망치가 널 찾아가서 막 팰 거야.’라고 말했다고 치자.
‘망치가 뛰어? 발 달렸어?’
—들어! 발이 달렸든 날개가 달렸든, 그냥 어떤 놈이 신경질이 나서 너한테 악담을 퍼부은 거라고!
‘아, 정말 뛰어다니는 망치가 있는 게 아니고?’
뭔가 아쉬운 듯이 투란은 웅얼거리는 생각을 했다.
드라고니아가 바로 으르렁거리는 격한 기분을 쏟아 낸다.
—그래! 누가 들어도 헛소리인 것을 주절대며 너한테 화를 낸 거야! 너도 그게 헛소리인 줄 뻔히 알기에 콧방귀를 뀌며 무시한, 그런 상황이라고.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는 그런 말다툼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여기까지 이해하냐?
‘흐흥…… 알겠어. 그런데?’
—극마법, 대초현술을 습득한 마도사가 옆에서 이 소리를 듣고 그 마법을 쓰면, 정말로 다음 날 아침에 네 머리통을 두드리면서 뛰어다니는 망치를 보게 된다는 거다.
‘엥? 야, 헛소리라며? 그런 일 있을 리가 없……! 어? 헛소리도 정말 있는 걸로 만드는 그런 마법이란 거야?’
—그래.
푸핫!
투란은 머리를 늪 표면으로 내밀면서 숨을 한껏 뱉어 냈다.
악마의 심장 껍질이 덮은 얼굴이 곧 달라붙은 늪의 진액을 흡수하고 흘려 내며 투란의 얼굴 위에 엷은 실그물의 막을 남겼다. 늪에 머리를 박고, 코와 입을 다 처박고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다시 고개 내밀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좀 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 상쾌한 바람을 쏘이고 싶다는 느낌이 짙게 투란을 찾아왔다.
늪 위를 스쳐 가는 느리고 여린 바람, 높이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
“헛소리가 진짜가 돼?”
입을 열고 확인하듯이 소리를 내 보는 투란이었다. 그러다 돌연 머리를 갸웃거린다.
‘아니, 근데 마법은 다 그런 거 아닌가? 헛소리처럼 보이는 걸 진짜로 만들어 내는 거, 그게 마법 아니야?’
—뭐? 어디서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들었냐!
‘허황된 이야기였어!’
투란은 흠칫 놀랐다.
샤오콴 마을에서 대부분의 몬스터 헌터, 몬스터 로드 들이 마법사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은 다 그랬다! 뭔가 없는 것을 쑥 뽑아내고, 불씨도 없이 불을 일으키고, 뜨거운 곳에서 얼음덩이를 쏙 끄집어내고…… 그게 마법사가 하는 짓 아닌가?
—넌 정말…… 교육이 필요한 놈이구나!
크르렁거리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맹렬한 한탄이 터졌다.
투란은 하늘을 보며, 드라고니아를 향하듯이 혀를 날름 했다. 순간, 입가에 살짝 남아 있던 늪의 잔해가 혀에 얽히면서 맛이 느껴졌다.
“우엑! 이거 뭐야, 쓰고 시고…….”
—그걸 왜 맛보는데!
투란의 혀 놀림이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는 듯, 드라고니아의 기막혀하는 기분이 바로 전해졌다.
‘이것저것 체험해 보는 거지, 뭐.’
시치미 뚝 뗀 채로 투란은 늪 표면에 몸을 누이고 천천히 팔다리를 저으면서 그 느린 흐름을 거꾸로 타고 움직였다.
촤아아!
여리고 느릿한 늪의 흐름이 갈라지며 투란은 쑥쑥 미끄러지듯이 부유해 나아갔다. 천천히 가볍게 젓는다고 생각했지만 투란의 팔다리에는 이미 이전보다 더 센 힘이 얽혀 있는 듯이 강한 움직임이 되었다.
‘그런데…… 고르고니아 이야기 하다 말고, 왜 마법 이야기를 하지?’
기분 좋게 늪을 부유하고 거슬러 가는 동작을 반복하며, 투란이 내놓은 물음이었다.
—뭐? 여태 그 이유를 모르고 들었냐!
어처구니없어하는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의 입술을 삐죽거리게 했다. 그러나 투란의 가슴은 쉼 없이 맥동하며,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의 중요한 낱말을 하나로 엮었다.
‘환상, 신화. 헛소리. 이 세상에 없는 것. 대초현술…… 극마법. 있을 리가 없는데, 있는 것!’
돌연 투란은 명확하게 마음에 새겨지는 바를 알아차렸다.
멍하니 하늘을 보는 눈길로, 몸이 늪을 부유하며 거슬러 가는 감각 속에서 투란의 입이 속삭임을 토해 냈다.
“신화 속의 괴물을 어느 미친 마법사가 금단의 마법으로 불러냈다, 그 괴물이 이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런 이야기야?”
스쳐 가는 바람결처럼, 희미하면서도 분명한 읊조림으로 투란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메아리쳤고, 마음 깊은 곳으로 흘러갔다.
드라고니아가 발끈했던 기척을 누그러뜨리면서, 고요하고 담담한 태도로 대답한다.
—그래. 그렇게 된 거다.
‘대체 왜 그랬는데! 세상에 괴물이 모자라기라도 했나?’
이번에는 투란이 어이없어하면서 이름 모를 마법사를 향해 묻는 듯한 외침을 마음속으로 터뜨리고 말았다. 한데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는 오히려 아주 신중하고, 어딘가 정중한 듯한 기척을 품고 대답을 한다.
—세상을 지키고, 싸우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는…… 투란,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고대에 이 세상으로 소환되었던 악마들이 엄청나게 풀려난 적이 있다. 그 악마들과 싸우기 위해서 금단의 힘마저 써야 하는…… 아니, 그조차도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참혹한 상황이라 했다. 그때, 백마법의 소환사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맞바꿔서, 여신의 사도라 불리면서도 괴물이 되어 여신의 적과 싸운다는 신화 속의 괴물을 이 세상에 불러내고 말았지.
‘악마랑 싸웠다고? 괴물이 아니고 악마?’
투란으로서는 맹하고 멍한 생각만이 흐를 뿐이었다.
이에 대해 곧 드라고니아의 씁쓸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 대부분의 인간은 잊어버린 전쟁이다. 고르고니아는, 세 자매는 그렇게 이 세상에 거하게 되었고…… 괴물이 되어 남았지.
‘얼레? 불러낸 마법사가 돌려보내면…… 아, 불러내느라 죽은 거지? 아니, 죽었다고 해도 다른 마법사가 돌려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투란, 악마와 싸우기 위해 불러낸 거다. 악마의 기술은 대부분 마법이고, 그 비술은 인간이나 정령이나…… 이 세상의 섭리에 조율되는 존재가 사용하는 마법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누군가 불러내 돌려보낼 수 있는 걸로는 싸울 수가 없어.
‘헐!’
투란은 아까보다 훨씬 더 머리가 멍해진 느낌이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다.
—투란, 고르고니아 세 자매는 괴물이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냈던 괴물이고, 이제는 낯선 세계를 헤매는 미아가 되었지. 그리고 인간은 잊어버렸다. 이런 악몽 같은 마경에 떠넘긴 채로…….
‘아, 잠깐! 그 악마랑 싸운 전쟁인가 하는 거, 대체 언제 이야기야? 무지하게 오래된 이야기 아냐?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고르…… 세 자매가 죽지도 않고 사냥당하지도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어떻게! 몬스터도 수명이 있는 거 아니었어?’
—여신의 괴물이라고 했잖아. 고르고니아에게는 수명이 없어.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 자신의 본성대로 말이다.
‘……안 죽어?’
잠깐 뒤에 투란은 겨우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수명이 없다, 곧 불사의 괴물이란 뜻 아닌가?
그러나 드라고니아가 바로 부정하는 답을 던진다.
—죽는다. 파괴하면.
‘응? 파괴?’
—그래, 철저하게 회복 불가능하도록 고르고니아의 에센스를 파괴하면…… 죽는다고 해야겠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테니까.
‘그런데 여태 멀쩡하다고? 전쟁했다며?’
—했지. 그 전쟁 속에서 악마들이 세 자매를 파괴…… 그러니까 죽이기 위해서 엄청난 수단을 수없이 동원했다. 그러나 세 자매는 여전히 이 세상에 건재해.
‘그게 뭐야, 대체!’
투란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뭔가 섬뜩하고, 뭔가 아찔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 있었는지도 모를 악마와의 전쟁, 그 전쟁에서 악마를 이기기 위해 불러낸 괴물…… 그것들이 여태 버텨 왔다!
침착하고 냉정한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살짝 덧붙여지듯 이어진다.
—투란, 오러 몽거는 악마도 씹어 먹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나?
‘엥? 그건 또 뭐야! 없어, 그런 소리 처음 들어!’
—오러 몽거, 그 이름대로 오러를 마구 휘둘러 대는 괴물은 악마의 마법으로도 어쩔 수가 없는 녀석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마법비술을 지닌 악마라도, 오러 몽거와 싸우기 위해서는 맨몸이랑 똑같았지. 그래서 오러 몽거를 만난 악마는, 뭔가 해 보기 전에 붙들려서 씹어 먹혔다.
‘진짜야?’
—그래, 진실한 기록이다. 그래서 악마들은 오러 몽거를 알게 되고 나서는, 한 마리에게 수백의 악마가 박살 난 채 씹어 먹힌 다음이지만…… 허겁지겁 우리 일족을 흉내 내서 자신들의 마력을 동력으로 삼는 마법 갑주를 만들어 냈지.
‘오러 몽거도 누가 그 이상한 마법으로 불러낸 거야?
—아니, 오러 몽거는 어디선가 발생한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몰라. 그저 발생한 다음, 수백 년을 버티면서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꽝 하고 사라진다.
‘지금 겁주려고 하는 거야?’
투란이 머리에 살랑이며 부딪쳐 오는 늪의 잔물결을 느끼면서 삐딱하니 되물었다. 오러 몽거의 ‘어비셜 볼텍스’를 투란이 흉내 내는 꼴에 꽤나 민감했던 드라고니아이니, 괜히 겁 한 번 더 주겠다고 그런 소리를 할 수도 있으므로!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그의 물음을 무시하듯 혹은 그냥 넘기듯이 자기 이야기를 잇는다.
—그런 오러 몽거도 단숨에 가슴을 관통시켜 죽인 녀석, 분명히 세 자매 중에서 가장 강인하고 견고하다는 맏이일 거다. 헤아릴 수 없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파괴되지 않고, 파괴할 수 없는 존재로서 세상을 거니는…… 스테노아를 네가 겁 없이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스타……노아?’
—스테노아!
‘흠, 셋이나 되는데, 꼭 그 맏이인가 하는 걸로 확신하는 이유는?’
투란이 돌연 진지하게 팔다리를 저으며 물었다.
전혀 가는 길을 포기할 낌새가 없는 채로!
—세 자매가 지닌 힘의 속성이 다르니까. 오러 몽거의 그 무지막지한 오러 방호력을 관통할 수 있는 속성은 견인강고(堅忍强固)의 맏이, 스테노아가 지닌 별빛 뿔이다.
‘다른 둘은…… 오러 몽거를 못 죽여?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죽여?’
호기심 가득한 채로, 물장구치듯이 늪을 부유해 가는 투란의 물음이 바로 이어졌다.
한숨처럼, 드라고니아가 대답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