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4)
—가장 강력한 이단의 마력을 지녔다는 막내라면 오러 몽거를 돌로 만들어서 박살 내 놨을 거다. 아니면…… 오러 몽거가 그 마력조차도 견뎌 내고 그 막내를 박살 냈든가.
‘이단……? 그건 또 뭔 소리야?’
—마력이라 부르기가 애매하지만 마력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힘이지. 솔직히 그 힘이 오러 몽거에게 통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돌은 또 뭔 소리야?’
투란은 돌로 만들어 박살 낸다는 부분에 대해 캐물었다.
곧 드라고니아가 끙끙대는 듯한 기척이 스며들었다.
뭔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꾸 설명할 것이 붙어서 짜증 나는 듯한 낌새였다.
—세 자매의 막내, 메듀시아는 그 눈에서 뿜어내는 섬광으로 생명을 지닌 존재를 그냥 돌로 만들어 버려! 설혹 그 생명이 조작된 것이고 악마처럼 뒤틀린 존재일지라도 말이지!
‘메듀시아?’
투란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제대로 알아들었군. 메듀시아, 그게 고르고니아 막내의 이름이다.
드라고니아의 한숨 같은 말투는 투란의 머리를 삐걱거리게 했고,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생각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거기서 태어난 의문이 바로 투란의 생각이 되어 흐른다.
‘생명을 돌로 만들면…… 오러는 생명력이잖아, 그러면 오러 몽거도 바로 돌이 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과연 그럴까?
갑자기 뭔가 차가운 느낌으로 드라고니아가 되묻고 있었다.
투란이 움찔할 정도의 차가운 말투가 이어졌다.
—생명을 갖고 노는 수많은 주문, 저주가 있다. 우리에게도, 악마에게도. 그 마법의 힘을 오러 몽거에게 써 보지 않았을 것 같나? 한번 나타나면 제 기분 내키는 대로 닥치는 대로 주변을 때려 부수고 다니는 몬스터를 그냥 구경만 했을까?
‘안 통했어? 하지만 메듀시아는 특별하다며?’
—그래서 모른다고 한 거야. 오러 몽거를 과연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가부터 알 수가 없고, 메듀시아의 그 마력 또한 불가사의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있다. 그러니까…… 몰라.
‘음…… 둘이 만나서 싸운 적은 없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메듀시아의 완승일 거다. 오러 몽거가 돌이 되어 박살 났다면 그게 오러 몽거였는지 뭔지 알 길이 없으니,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일이 돼 버렸을지도 모르고.
‘헤에, 그러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세 자매랑 오러 몽거 중에 누가 세냐고 하면 일단 세 자매 쪽으로 손을 들어 주겠다는 말이야?’
—둘째는 빼고.
‘응? 둘째는 왜?’
—세 자매는 서로 다른 속성의 힘을 지녔다고 했잖아. 맏이인 스테노아는 확실하게 오러 몽거를 관통할 수 있는 힘이지. 솔직히 그렇게 뚫어 놓은 것도 키린과 함께 본 것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다른 흔적이라면 남겨진 기록이 있으니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막내 메듀시아는 정확하게 뭐라 하기 힘들고. 그러나 둘째인 유렐리아는 분명하게 말해서, 오러 몽거를 이기지 못하고 오러 몽거도 유렐리아를 어쩌지 못한다.
‘서로 어쩌지 못해?’
—유렐리아는 날아다니거든. 힘의 속성은 철저하게 그 날개에 바탕을 뒀고. 우리는 아예 ‘범람하는 날개’라는 별명까지 붙여 놨지.
‘무슨 뜻이야?’
투란은 잠깐 이모저모로 상상해 보다가 포기하고 물었다.
물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닌 것이 범람을 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구석이 별로 없었다. 도대체 날개가 어떻게 하면 범람하는 것일까?
—유렐리아의 날개는…… 음, 아주 크게 부풀어 올라서 산도 통째로 덮을 정도가 된다고나 할까? 그 산을 통으로 떠내서 흙먼지가 되도록 부숴 버릴 수 있고 말이야.
‘그게 뭐야! 헛소리 하는 거야, 지금?’
—뭐? 웬 헛소리?
‘산을 퍼내는 날개라니! 그런 게…….’
—그래서 범람하는 날개라고 했잖아! 강이나 바다가 넘쳐흐르듯이 날개가 부풀어서 산을 쓸어 담을 정도가 된다고!
‘그런 게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 난 처음 듣는다고!’
꽥꽥, 투란이 항의하는 생각이 짙게 문장 속을 향해 퍼졌다.
살짝 짜증이 섞인 한숨처럼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새 나온다.
—아무 때나 그렇게 산을 퍼내는 게 아니니까. 아무튼, 유렐리아는 그 날개 아래에 가둔 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지작거릴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하지만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속성 탓에 오러 몽거처럼 똘똘 뭉친 형태라면 오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지.
‘그래서 서로 어쩌지 못한다고?’
—오러 몽거라고 해 봐야 그 날개 안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고, 유렐리아는 허우적거리는 오러 몽거를 어쩌지 못하니까.
‘흠…….’
뭔가 흐릿하지만 투란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몬스터 헌터들 사이에서도 종종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역경에 휩쓸린 경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는 했다. 그러니까 그런 역경에 처하면 정말 돌멩이 하나가 큰 도움이 되고, 주머니나 손목에 살짝 접어 넣어 뒀던 작은 칼 하나가 엄청나게 절실해진다고.
투란은 세 자매라 불리면서도 완전히 다르다는 이상한 몬스터, 고르고니아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고 싶었다. 뭔가 이렇게 누군가와 계속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키린은 투란이 계속 혼자 허우적거리면서 산맥을 헤매는 것을 보다 못해 드라고니아를 넘기고 간 것일까?
‘에, 그건 아닌가?’
투란은 곧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혼자 남겨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 키린이라면, 그를 데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고니아만을 남긴 채 떠났다.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아는 것도 많지만 실제로는 투란이 써먹을 데가 있는가 아리송한 녀석!
대체 무엇 때문일까?
투란의 생각이 복잡해지려 한다.
위잉! 씨이잉!
‘헉!’
투란은 멍하니 보던 하늘을 단숨에 가로지른 뭔가에 움찔 놀라서 손발을 허우적거리다가 늪으로 푹 잠기고 말았다.
‘뭐야!’
눈을 깜박할 틈조차 없어서, 그 뭔가는 투란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그 모습을 비춰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너무 빨라서 그저 뭔가 휙 눈앞을 스쳐 간 것만 기억날 듯한 상황이었다.
두근.
놀랐을 때와 조금 다른 심장의 맥동이 투란의 뇌리를 파고들면서 아주 느리게, 방금 본 것이 눈앞을 스쳐 가는 광경을 투란은 ‘보고 알’ 수 있었다. 그저 스쳐 간 그것의 형상뿐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가깝게 스쳐 갔는가에 대한 간격마저도 순명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투구벌레?’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그 갑각에서 연상된 벌레였다.
하지만 갑각 이외의 것은 투구벌레와 전혀 달랐다.
한쪽이 뾰족한 타원형 머리, 보기에 따라서는 물방울의 뾰족한 쪽이 턱이 되어 있는 듯한 머리는 반쯤 투명한 녹회색이었고 그 속에서 눈알 무늬처럼 번져 가는 색이 보였다. 거기에 팔을 앞으로 비스듬히 뻗으면서 뒤로도 비스듬히 뻗은, 두 개가 아닌 네 개의 팔을 갖췄고 허벅지가 허리에 붙은 것처럼 보이는 하체는 뾰족한 엉덩이가 아닌가!
그 그림자에 길게 늘어진 투명한 막이 바르르 떨리면서 앞뒤로 휘젓는 기괴한 날갯짓이 겸해진 것, 대강 손가락 끝에서 손목을 조금 넘어설 정도의 크기였기 때문에 벌레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것이 투란의 손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위를 스쳐 갔다!
‘뭐야?’
투란은 전혀 본 적이 없는 괴상한 벌레 같은 것에 대해서, 드라고니아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곧장 아련하고 깊은 곳에서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나온다.
—감각 강화…… 오러도 아닌 몬스터의 능력이로군. 그 녀석은 사람의 감각을 오러의 강화 능력으로 확장시켜도 그저 희미한 잔상만 대강 파악하는 것이 고작일 테니까.
‘아는 거네!’
투란은 머리를 다시 위로 올려 늪의 표면으로 내밀면서 바로 손발을 휘저어 몸을 돌리면서 주변을 빙 둘러봤다. 아주 잠깐 늪의 위, 공중을 스쳐 간 녀석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 한순간에 번개처럼 눈앞에 번쩍했다가 사라져 버린 듯했다.
드라고니아가 황당해하면서도 한편으로 희한해서 호기심이 무럭무럭 새 나오는 투란의 기분을 느낀 듯, 재빠르게 속삭여 이야기를 전한다.
—엘만티스, 악마가 이 세상에 꺼내 놓은 조성 생명체란 거다. 작고, 빠르게 은닉하기 쉽고, 은폐 능력까지 갖춘 버그 타입의 살아 있는 병기지. 원래 고대의 전쟁에 사용되었는데, 아직까지 독립해서 살아남은 놈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명령하는 악마가 없어서 저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며 그저 본능에 순응한 채로 살아가는 위험한 벌레일 뿐이야.
‘생명체라니, 그럼 마수 같은 거야? 몬스터는 아니고?’
—몬스터다. 마법의 기교에 의해 악마의 마력을 품고 생명 활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것뿐인 괴물이야.
‘몬스터…… 그러면…….’
돌연 투란의 눈이 껌벅거렸고, 얼굴에 맺혔던 늪의 진액이 빠르게 흐릿해지며 실그물이 얽힌 살갗이 드러났다. 악마의 심장이 조금 더 세게 맥동하면서, 감각의 범위가 확장되는 듯했다.
‘어, 잠깐! 저 녀석을 오러로 강화된 감각으로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갑자기 투란이 짚는 말에 조금 쓴웃음을 짓는 듯, 그러면서 어딘가 차게 웃는 듯한 낌새로 드라고니아가 바로 대답한다.
—그래, 저건 원래 인간 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니까. 인간의 마법, 인간의 능력을 기반으로 한 지각 능력에 대해서 철저하게 적대하는 놈이기도 해서 그렇다.
‘사람 죽일 목적?’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를 얻기 위해 악마가 꺼낸 수단이었지. 애초에 목적과 목표가 분명한 놈이라 그런 면이 더 심해. 그래서 저놈은 주로 몬스터 헌터 쪽에서 대항해야 했다. 인간의 감각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와 싸우는 것이 몬스터 헌터의 특기 분야니까.
‘너네 일족은?’
—우리 일족은…… 저걸 감지하는 것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의 낫, 네 개의 팔에 손 대신에 달린 그 칼날은 어지간한 물질 구성은 그대로 파괴하는 ‘절단’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맞서 싸워 잡는 것은 문제가 많았지. 저건 우리에게 너무 작고, 너무 날카로웠다고나 할까? 그래서 도구를 만들었다. 악마가 특별한 목적으로 생명체를 조성해 낸 것처럼, 우리도 그에 대항할 도구를 만들어 낸 거야.
‘별일 없이 막아 낸 거네?’
—그 도구가 완성될 때까지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어? 음…….’
투란은 잠시 눈을 가늘게 하면서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이곳이라면 저 엘만티스도 혼자 날아다니는 대신에 무리 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탓에 투란의 눈과 귀는 보다 예민해져 있었다. 하지만 정말 빠르게 스쳐 간 그 한 마리조차도 제대로 흔적을 남긴 것이 없고, 다른 엘만티스의 기척 따위는 전혀 없었다.
‘포기.’
투란은 다시 늪의 표면에 몸을 깔면서 팔다리를 저어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되었다.
—포기? 저걸 잡아 삼킬 궁리라도 했냐!
‘어…… 뭐 그냥…….’
따지고 드는 드라고니아에게 투란은 어정쩡하니 대꾸했다.
딱히 저걸 꼭 삼키고 말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저리 빨리 날면 어디 들이박고 떨어져 있지 않으려나 했을 뿐. 혹시 저걸 얻게 되면 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거나 꿀떡꿀떡 처삼킬 생각 따위 하지 마! 자기가 삼킨 몬스터를 감당 못해서 망한 놈들, 몬스터 로드에서 그냥 몬스터 꼬락서니가 돼 버린 놈들의 이야기를 읊어 주랴?
버럭 성질을 부리는 드라고니아의 외침이 투란을 웃게 했다.
그저 이렇게 흘러갈 뿐인 상황에서 누군가 음유시인처럼 이야기를 해 준다니, 얼마 전의 투란이었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씨근덕거리며 시키지 않아도 해 줄 녀석이 자신의 안에 있다니!
‘이 정도면 쓸모 있네. 아, 그래서 키린이 나에게 넘겼을까? 아무래도 이 녀석은 키린이랑은 계약인가 맹약인가 하는 게 싫어서 제대로 말도 안 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한테는 말이라도 하는 건가?’
홀로 생각하면서 히죽거리는 웃음이 투란의 입가에서 더 짙게 맴돌았다.
그 자신도 드라고니아와 계약하지는 못할 듯했다.
이모저모로 드라고니아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몬스터 로드에게 힘이 돼 주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 산맥에 버려진, 죽으라고 내던져진 투란에게는 쓸모없는 헛소리라도 주절주절 늘어놓는 뭔가, 자기 안에 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은가!
‘왜 혼자 갔는지 궁금하기는 한데…… 고마워요, 키린.’
투란은 느릿하게 눈을 감으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경계하는 감각을 더욱 가다듬으며 흘러갔다. 저 먼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회색의 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