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4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39)
“붉은 그랑츄가 변이해서 파이로몽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죽어나갔지만 계속 변이를 시도하는 습성을 보였다? 저 시퍼런 그랑츄 떼랑 닮은 괴물이고 함께 다니는 꼴로 봐서는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지? 그러면 네 경험 말고 다른 근거란 것은 뭐야?”
홀시딘이 두서없이 앞뒤 뒤섞인 채로 나온 투란의 이야기를 요점만 뽑아서 정리하는 채로 묻고 있었다.
한참 고개를 끄덕끄덕한 투란이 갸웃하다가 기억을 더듬듯이 중얼거린다.
“대도감이었나? 거기 그 이야기 있던 것 같은데?”
―켈 데릭의 상점에서 산 도감이었잖아.
드라고니아가 곧바로 핀잔했다.
홀시딘은 울컥한 듯이 투란에게 으르렁거리는 중이었다.
“없어! 상아탑의 대도감에 그딴 부분 없어!”
“어, 내가 가진 도감에 켈 데릭 상점에서 추가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아마 거기 있을 거예요. 뭐, 거기 없더라도 내가 봤다니까요!”
흉내 내듯이 울컥한 시늉을 하면서 투란이 잔뜩 삐쳐버린 듯한 대꾸를 했다.
그 모습에 제란드가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듯한,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이 한숨이 나온다는 듯한 묘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에스탄은 점잖고 진지하게 상아탑의 대마법사와 언더섀도우의 구원자 사이에 끼어드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그 도감, 나도 봤소. 언더섀도우에 대해서도 많은 기록을 담고 있었지. 투란이 언더섀도우에서 꺼내서 참고한 적이 있었지. 출처를 알 수 없지만 거기 담긴 이야기는 확실히 신뢰할 수밖에 없는 참고가 되었지.”
“켈 데릭네 가게의 도감이라니, 상아탑에서는 접근도 할 수 없는 마도서였단 말이잖아.”
홀시딘이 멍하니, 투란의 입에서 ‘켈 데릭’이란 이름이 나올 때부터 당혹스러워하다가 에스탄이 더해주는 말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알드바인 마스터의 모습은 투란을 움찔하게 했다.
‘그런 거였나?’
―그런 거였다. 너, 그거 보고 메듀시아 잡겠다고 뛰쳐나와서 겨우 돌아온 거잖아. 그 기억은 멀쩡하지 않았나?
‘아니, 뭐…… 상아탑 도감이랑 섞였잖아! 어디 있고 어디 없는 이야기인지 알 게 뭐냐고!’
―그런 얘기 해봐야…… 홀시딘은 화만 낼 듯하군.
‘그야…… 그렇겠지? 좋아, 모르는 척하자! 마법인데 뭘!’
재빨리 표정을 정리하면서 투란은 홀시딘이 다음에 뭐라 할지 한껏 궁금하다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에스탄이나 제란드를 곁눈질해보니 둘 또한 투란처럼 대마법사의 생각과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홀시딘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가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잠시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사이에 슬쩍 드라고니아가 투란에게 속삭인다.
―문제 생기면 답은 마법사에게 구하라, 참 재미난 짓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구나.
‘너넨 당연하게 마법을 쓰니까 각자 알아서 하는 거겠지!’
투란은 드라코눔의 일족, 드라고니아의 특성을 짚으면서 툴툴거렸다.
인간은 마법을 전혀 쓸 줄 모르기도 하기에, 쓸 줄 아는 자에게…… 보통의 경우 보다 현명하고 영리한 이들이 마법을 쓸 줄 알기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훌렁 떠넘기는 것을 선택한다. 무책임하지만 자신보다 똑똑한 이에게 판단을 맡기는 셈이었다. 물론 그러고 나서 일의 진행과 결과에 대해 불평하기는 하지만!
그런 마법사에 대한 상식, 편견에 부응해주듯이 홀시딘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어느 정도 대책이 갖춰진 듯했고 거기에 필요한 것을 추스린 듯한 말이 나왔다.
“일단 파이로몽거부터, 투란 네가 겪어봤다는 그 놈에 대해서 몇 가지 확인부터 하자. 붉은 그랑츄, 그 화산일족이라고도 하는 녀석들이 파이로몽거가 되기 위해서 한없이 달려들고 있었고 했지? 정작 파이로몽거는 어슬렁거리는 사이에 말이야.”
“넵, 그랬죠.”
“그리고 지금 저 파랑이들이 보이는 꼬라지가 투란 네 느낌에는 완전히 그런 것이랑 비슷하고?”
“네…… 좀 많이 닮았죠.”
“살이 출렁출렁하면서 온갖 해괴한 저항력을 드러내는 놈들이 출렁출렁 미쳐 날뛰는 호수를 향해 돌격하는 상황인데, 그 호수에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안개를 몰고 다니고 물을 미쳐 날뛰게 하는 괴물이 있고…….”
“네…….”
홀시딘의 말에 때론 힘차게 때론 엉거주춤, 때론 슬그머니 빼는 듯한 답을 투란은 척척 내놓고 있었다. 그런 투란을 조금 얄밉다는 듯이 살짝 노려보면서도 홀시딘은 다음 말을 이었다.
“한 가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말이야. 네가 조금 전에 가두고 으깨버린 괴물 녀석은 언더섀도우에서 날려진 것이라 했잖아. 그런데 그게 이 춤추는 산맥에 와서는 저렇게 퍼런 놈들을 어떻게 끌어모으고 이쪽으로 밀어내는 꼴이 되는 것. 이건 뭐 짐작 가는 것…… 에스탄 씨?”
돌연 에스탄이 헛기침과 함께 가볍게 손을 들었기에 홀시딘은 말을 멈췄다.
누가 봐도 할 말이 있다는 신호를 한 셈이었고 그냥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에스탄은 투란을 흘깃한 다음에 아주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섀도우아우터…… 아, 실례했소. 언더섀도우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인 모양이라서…… 투란은 언더섀도우를 경험했지만 조금 전 마물의 경우는 겪질 못했고 잘 모르는 처지이니 내가 말해야할 듯하군요. 저 바키마…….”
“바헬키마.”
투란이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에스탄이 잠깐 어리둥절한 채 보니, 투란이 ‘어?’ 하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을 보탠다.
“잘 모르겠는데, 자꾸 그런 이름이 떠올라서…….”
“드라클레스의 기억인가. 좋아, 적당한 이름이겠지. 저 바헬키마란 마물을 뱀파이어의 여러 혈족이 끔찍하게 싫어하고 힘을 합쳐 사냥하려 했던 까닭은 단지 강하고 사나운 때문이 아니었소. 그보다 더 포악하고 지랄맞은 라바 비스트가 잔뜩 있었지만, 바헬키마처럼 힘을 합쳐 사냥하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하란 분위기만 넘쳐났지. 하지만 미친 물결이란 뜻의 바헬키마가 만들어낸 난장판은 뱀파이어 혈족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놈들은 힘을 합쳐야 했소. 그 난장판의 원인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녀석이 만들어 내는 웅덩이요.”
“웅덩이?”
투란과 홀시딘이 동시에 되뇌었다.
제란드가 한편에서 갸웃하면서 ‘무슨……?’이라고 의아함을 함께 드러냈다.
에스탄이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여전히 진지하게, 슬쩍 손짓까지 섞어 설명을 더한다.
“쉬어야할 때가 되면 저 바카…… 바헬키마는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앉아버리오. 뭐, 누울 때도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 몸을 완전히 담글 구덩이를 파는 거요.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새어 나온 땀방울로 가득 채우지. 아마 그래서 미친 물결이라고 불렀나 싶을 정도라 했소. 그리고 휴식이 끝나면 아무 생각 없이 떠나는데, 그 웅덩이는 유지되는 거요. 문제는 그 웅덩이에서 무르팍에 겨우 닿을 정도의 쪼그만 괴물들, 바헬키마의 자식이라고 불러야할 것들이 기어 나온다는 것이지. 시간으로 치면, 대략 사십여 시간 언저리면 나온다고 하더군. 그야말로 넘쳐나는 생명력으로 나오자마자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날뛰는 쪼그마한 괴물들…… 언더섀도우의 몬스터들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별미를 갖춘 먹잇감이오만…… 그걸 잡아먹겠다고 하바 드레이크까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드라클레스가 나설 무렵에 들려온 소문에 따르면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그 냄새를 맡고 들이닥친 경우도 있다더이다.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니, 바헬키마가 주변에서 얼쩡거리게 되면 뱀파이어 혈족으로서는 굉장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고…… 뭐, 우리 인왕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소. 그래서 재빨리 황제폐하가 나서서 유인하고 떠넘겼지. 떠넘기면서도 뱀파이어 혈족이 전멸하는 일은 설마 없겠지, 하고 조금 불안할 지경이었기는 했지만 드라클레스까지 나서서 훌륭하게 해결하는 바람에 많이 실망하기도 했소.”
문득 추억을 떠드는 지경에 이르렀던 에스탄은 이런 자신을 깨달은 듯이 이야기를 멈추었다. 이 정도가 되면 대강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몸짓으로 느긋하게 등을 뒤로 젖히는 모습이었다.
제란드와 투란은 눈을 깜박이면서 바헬키마가 엄청 귀찮은 놈이었구나 하는 공감을 하는데, 홀시딘이 낯을 잔뜩 구긴 채로 묻는다.
“그 쪼그만 괴물은 계속 쪼그만 채로 싸돌아다니고 날뛰는 것이오? 이 근방에서 그런 놈들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는데…….”
“아, 웅덩이에서 기어 나올 때는 무르팍 높이지만, 한 사나흘 지나면 허리춤까지 닿을 정도로 커지오. 잘 먹고 잘 자란 놈은 그 시간에 가슴팍까지도 자란다더군. 하지만 못 먹은 놈이라도 열흘 정도면 사람의 목이나 턱에 닿을 정도가 되지. 그 몸 두께는 웬만한 사람 두엇을 뭉쳐 놓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툼해지고 말이오. 그 이후로는…… 다 잡아먹히는 탓에 어찌 되는지 알 수 없었소. 웅덩이에 나와서 버티면 열흘, 그게 그 녀석들의 정해진 수명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음, 이런 자리에 앉게 된 내 의견을 말하자면……사실 아까 그 성벽을 공격하던 놈들, 퍼런 그랑츄가 그 웅덩이의 꼬마 괴물이 다 자란 모습이 아닐까 싶소만…… 그냥 그래 보인다는 말이오.”
에스탄은 어딘가 능청스럽게 보였다.
제란드와 투란은 ‘헐?’ ‘헉?’ 하면서 에스탄을 황당하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이야기 듣고 있자니, 저 말투처럼 느긋한 내용이 전혀 아니지 않은가!
홀시딘은 보다 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곧바로 자신의 한쪽 팔목을 들고 손끝으로 그 손목 언저리를 누르는 시늉을 하면서 급하게 외치니.
“케이라, 들었지? 수색이다! 당장 웅덩이를…… 에스탄, 그 웅덩이 특징은 뭡니까? 색이나 모양에 특징이 있소?”
“퍼렇소. 흙먼지가 덮여 있을 때도 간간이 요동치면서 퍼런 바탕을 드러내오.”
에스탄도 이번에는 아주 빠르게 홀시딘의 말에 대답해주고 있었다.
홀시딘은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태도와 함께 다시 자신의 손목을 향해 되뇌니.
“케이라?”
“들었어요, 수색 파티를 구성하겠습니다. 대상은 푸른빛 웅덩이. 아, 거기 제란드 함께 왔나요?”
케이라의 목소리가 홀시딘의 손목 언저리에서 울려나오고 있었다.
그 신기한 대꾸에 투란이 맹한 표정을 지었고, 제란드는 익숙한 듯이 곧바로 목청을 울려 대꾸하고 있었다.
“마스터 케이라, 저도 합류할까요?”
“네, 수색할 범위가 넓어요. 내려와요. 스승님, 상공에서 경계를 부탁드립니다. 수색 파티가 몰려나가면 루바인의 경계망이 느슨해질 테니까요.”
다시 케이라의 목소리가 빠르게 답하며 요청하고 있었다.
빠르게 요점만 오가는 대화는 그 뒤로 두어 번 더 오가다가 금방 끝났다.
투란은 멍하니 이를 듣고 보면서 딴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뭐냐, 저게…….’
―전언 마법을 완전한 대화용으로 개조했군. 문신 형태의 마도구를 개발한 모양이다. 홀시딘 손목에 살갗 색과 맞춰진 채로 문신처럼 마도구가 덮여 있어. 사용하기 전에는 전혀 드러나지도 않았다. 마력을 머금으면 그제서야 살가죽과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꽤나 공들였는걸. 적당히 마력을 공급해줄 도구만 있다면, 마법사가 아니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보인다.
‘미친!’
놀라움이 바로 투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적당한 마력, 지금 투란의 느끼는 바에 따르면 저 괴이한 문신 마도구는 그야말로 극소량의 마력만으로도 충분히 그 효과를 드러내는 중이었다. 반지라든가 귀걸이 정도가 품을 수 있는 마력이면 충분히, 아주 넉넉하게 쓸 수 있을 듯한!
몬스터 헌터에게, 파티나 팀을 이룬 몬스터 헌터들에게 저런 것이 주어진다면 오래 손발을 맞추고 수신호를 단련하는 과정이 싹 사라지거나 최소한으로 단축될 수가 있잖은가!
네 남매와 투란이 모두 마법을 익혀서 겨우 해낸 것을 몬스터 헌터 누구나 해낼 수 있게 된 일이었다.
도대체 몇 년 못 보는 사이에 홀시딘은 뭘 만들어낸 것인가…….
―홀시딘이 아닌 것 같다만, 내 보기에는 저 형태는 케이라 쪽의 취향인 것 같거든. 그리고 투란, 너 지금 중요한 것 하나 그냥 넘기고 있다만?
드라고니아가 슬쩍 더하듯, 미묘하게 경고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마도구를 사냥에 어찌 쓸 수 있는가, 깊은 망상에 빠져들려다가 투란이 움찔했다.
‘중요한 것?’
―바헬키마의 웅덩이는 홀시딘에게 맡겨도 되겠지. 그래, 그건 그렇다만…… 너, 그림 투아란의 용을 느꼈잖아? 네가 한 몇 마디에 따르면…… 그건 아무래도 수룡, 수룡좌가 아닐까 싶다만. 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마음을 좀 가다듬어야 했다만…… 아무튼 이 화이트 레이크에 수룡이 맴돌고 있는 상황이지. 어쩔 거냐? 홀시딘에게 말해야 하지 않아?
신중하게 이어져 나온 드라고니의 말, 투란은 울컥한 듯이 이에 대꾸한다.
‘젠장, 그랑츄가 태어나는 웅덩이 봐야 하는데!’
―얀마!
바로 드라고니아가 울컥한 듯이 으르렁거렸다.
‘농담이야.’
살짝 빼는 대꾸를 하며 투란은 숨을 고르고 정신을 집중했다.
놓칠 수 없다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대꾸가 바로 나온다.
―진담이란 거 다 느껴지거든!
‘시꺼요, 조용히 해봐.’
시침 뚝 떼고 투란은 로열클래스의 징표에 집중해서 남모르게 홀시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그림 투아란의 수룡좌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