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5)
위잉…….
‘아오, 귀찮네!’
입을 꼭 다문 채로 투란은 날아든 파리를 후려쳤다.
팡, 퍽!
바람결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파리는 거칠고 삐죽대는 나무껍질에 부딪치더니, 그대로 몸통이 터지면서 달라붙은 얼룩이 돼 버렸다. 잠깐 뒤, 얼룩에서는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나무껍질이 더욱 삐죽대듯 꿈틀거리면서 얼룩을 밀어내는 듯한 무늬가 피어났다. 하지만 파리가 터져 달라붙은 얼룩은 결국 나무에 살짝 파인 흔적을 남긴 채로 증발했다.
그 꼴을 보며 투란의 꼭 다문 입술 위로 콧김이 거세게 흘러나온다.
파리의 크기는 손바닥 반, 제대로 된 파리 따위가 이곳에 있을 리가 있겠냐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컸다! 그리고 이놈들, 생살을 파먹겠다고 달려드는 마수였다.
투란은 처음 이 괴상하게 큰 파리를 보면서 설마 악마의 심장으로 덮은 거칠고 단단한 살갗인데 별일 있을 리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놈들이 입에서 뱉어 내는 침은 어이없게도 살갗을 뭉개면서 녹이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바늘처럼 처박히는 입술이라니!
화들짝 놀라서 후려쳤더니, 그 침보다 더 독한 파리의 희멀건 피가 증발하면서 살갗을 포를 뜨듯 도려낸 꼴이 되어 증발해 버렸다.
—바포플라이, 처음 보냐?
그리고 뚱하니 들려온 말은 투란의 눈가에 힘줄이 돋게 했다. 투란은 바로 꽥 소리를 질렀다.
“처음 보……!”
입에서 말이 튀어 나가는 중간에 바포플라이인가 하는 이 쥔 주먹만 한 파리 녀석들이 입안으로 돌격해 들어오려 한다!
반사적으로 투란의 위장 속이 불끈하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폭풍이 목구멍을 넘어 쏟아져 나간 듯한 괴성 지르기, 육왕의 비전에 속한 기술이었다. 날아들던 파리는 그 음파의 충격에 투란의 앞에서 터져 버렸고, 뒤늦게 날아들던 동족까지 희멀건 피로 휘감으며 터뜨리고 말았다.
덤으로 투란은 그 자잘한 흰 핏방울을 몇 개 몸에 맞아야 했다.
그 뒤로 투란의 입은 꼭 다물렸다.
적어도 이 늪가의 한쪽, 한적한 곳을 찾아 늪에서 기어 나온 이곳에서는 당분간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투란이 입을 다문 채 마수 파리, 바포플라이에 대해 경계심을 잔뜩 품고 있자니, 드라고니아가 설명을 늘어놓았다.
—바포플라이. 생긴 대로 파리를 닮았지만 마수 계열의 반생명체다. 반은 살아 있는 몸이지만, 반은 그냥 단단한 껍질이 맞물린 채 움직이는 수레바퀴 같은 놈이지. 바포플라이의 체액은 봤다시피 붉지 않다. 피라고 부르기 애매한 저 흰 체액은 놈의 몸 밖으로 노출될 경우, 접촉한 물체를 증화(蒸化)시켜 버리지. 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증화란 거는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며 사라지게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바포플라이는 몸이 터뜨리지 않고 저 체액을 뿜어내는 주둥이를 지녔지. 그 외에는 덩치가 아주 큰 파리다. 빠르게 날지. 아참, 내가 저놈 마수 계열이라 말했나? 몬스터 아니니까 몬스터 로드라도 못 삼킨다. 알았지?
‘미리 좀 말해 줘도 되잖아!’
설명을 멍하니 듣던 투란이 버럭 따지고 들었다.
—설명 듣다가 저걸 삼킬래? 저놈에게 뜯어 먹히면서 설명을 듣겠다고?
뭔가 야유하는 듯한, 어딘가 삐진 듯한 대꾸가 돌아왔다.
투란은 뭔가 좀 억울했다.
드라고니아가 지적한 부분이 틀린 바는 아니지만, 그 전에 먼저 주의 사항을 말해 주거나 할 수도 있었잖나?
하지만 그 부분을 파고들어 으르렁거릴 수는 없었다.
이 늪가의 한쪽에 오기까지 걸린 이틀 동안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쉬지 않고 하던 말, 괜히 고르고니아의 맏이 스테노아를 향해 가지 말란 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으니까.
다른 한편으로, 이 바포플라이의 느닷없는 꼴에 놀라기는 했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바포플라이의 저 이상한 피, 증화시키는 체액은 위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애매한 느낌은 금방 명확해졌다.
악마의 심장은 녀석이 살갗을 증화,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으로 사라지게 할 때 그 닿은 체액의 일부를 삼켰다. 증화되어 피어나는 하얀 김도 삐죽거리며 잘게 뻗어 낸 실그물의 줄기 끝으로 흡수했다.
그다음 이뤄진 한 번의 맥동, 심장에서 퍼져 나온 새로운 피가 바포플라이의 증화시키는 체액에 대한 저항력, 그 증화를 막는 힘을 지닌 채로 투란의 몸에서 맴돌았다.
거기에 살그머니 잿빛바위 그랑츄의 살갗이 돋아나니 바늘 같은 주둥이도 더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바포플라이 떼가 그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달려드는 것은 금방 귀찮은 일이 되었다.
애애앵, 앵!
그냥 둘까 했더니, 이 녀석들이 온통 떼로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일단 투란은 쳐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 나무가 껍질에 바포플라이의 얼룩을 묻히며 저항하는 꼴을 구경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정작 봐야 할 것은 그 얼룩이 아닌지라, 투란은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여기서 뭘 그리 보려 하지?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바포플라이가 자리 잡은 이 늪가의 한쪽에서 나가지 않는 것을 물었다.
‘눈깔꽃.’
짧게, 귀찮다는 손짓으로 여전히 바포플라이를 쳐 내면서 나온 대답이었다.
—늪에 가득 흘러 다니는 저거? 저걸 왜? 이틀 동안 밤낮없이 그냥 떠다니는 꼴을 보지 않았나?
‘늘고 있다고, 저거.’
—숫자 말인가? 한번 터를 잡으면 그 주변을 다 말려 버릴 때까지 늘어나는 게 눈깔꽃이다만?
‘아니, 나처럼 거슬러 올라가는 눈깔꽃이 늘고 있다고.’
—뭐?
‘저거, 떼로 몰려다니면서 똘똘 뭉쳐서 무슨 짓을 하기도 하나?’
—눈깔꽃이? 없어, 그런 일!
‘그렇지? 그런데…….’
—그러고 있단 말이냐!
‘응. 저 아래, 내가 거슬러 올라온 쪽에 눈깔꽃이 많기는 했지만…… 한 곳으로 몰려가는 꼴은 없었어. 한데 이 근처에 있는 눈깔꽃은 그러더라고. 게다가…… 이것들, 전부 번쩍 눈깔꽃이야.’
애앵, 파앙!
이제는 반사적으로 몸 주변에 근접한 바포플라이를 쳐 내면서 투란은 심란한 기분으로 머리도 긁적이고, 몸도 긁적이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번쩍? 설마…… 파멸의 섬광을 뿜어내는 눈깔꽃이라고! 이 근처에 흘러 다니는 것들이 전부?
드라고니아가 한 박자 늦게, 투란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고 되새기듯이 물었다. 투란은 그 속에 담긴 한마디에 어리둥절했다.
‘파멸? 그 번쩍하는 거? 그거 그렇게 불러?’
—그래! 파멸의 섬광을 피워 내는 눈깔꽃은 엄청난 희귀종이라고! 그 섬광에 버텨 낼 수 있는 물질은 아주 희귀하다! 그런 것들이 떼로 몰려? 그런 일이…….
‘오러 몽거도 못 뚫던데.’
—뭐?
‘심장이 없는 오러 몽거도 못 뚫었다고.’
—뭐! 너, 투란 너……?
‘둥둥 떠다니면서 겪었어. 흠, 오러 몽거도 몸이 그런 희귀한 물질인가?’
—모르겠군. 애초에 오러 몽거의 살점을 떼다가 뭘 연구해 봤다는 기록은 없으니까. 오러 몽거가 뿜어내는 오러에 뭉개지고 갈려 버린 경우는 있어도 말이야. 하지만…… 가능성이 있기는 하군. 투란 네가 겪었다면, 분명하겠지. ‘어비셜 볼텍스’의 오러에 의해서 오러 몽거의 몸은 상상할 수 없는 물질 상태를 지녔을 테니까.
‘아니면…… 여기 있는 번쩍대는 눈깔꽃이 뿜어내는 그 파멸인가 하는 거는 위력이 약한지도 모르지. 너무 많잖아, 희귀종이란 주제에! 희귀종이란 것이 대체 떼로 어딜 가는 거냐고.’
투란이 투덜거림을 흘려 냈다.
곧 드라고니아가 쓴웃음을 흘리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파멸의 섬광은 모두 동일한 위력이다. 한 송이가 뿜어내는 섬광의 위력은 범위에 차이만 있을 뿐이야. 그리고…… 아니, 그보다 투란…… 눈깔꽃이 떼로 몰려간다는 것을 알고 여기에 올라와서 이 파리 떼의 귀찮음을 참고 있는 거냐?
‘오러 몽거의 몸을 꺼내 놓고 떠내려가기도 그렇잖아. 심장 뚫은 고르고니아가 보고서 딴 데 또 뚫어 버리겠다고 하면…… 언제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호오? 생각이 있기는 있구나?
뭔가 놀리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투란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사실 지금 투란에게 가장 강한 몬스터의 몸은 오러 몽거의 것이다. 만약 이 거슬러 가는 늪의 위에 뭐가 있는지 몰랐다면, 이제 꺼냈다가 다시 챙겨 넣을 수 있는 오러 몽거의 형상을 유지한 채로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란은 이 늪의 흐름을 거슬러 가면, 오러 몽거가 애초에 떠내려왔던 곳으로 가게 되면 그 심장을 도려내듯이 뚫어 버린 괴물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생각하고 주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오러 몽거의 형상을 바로 해체할 수가 없으니.
‘이번에는 심장이 아니라 머리통을 뚫겠다고 할 수도 있잖아. 보자마자 죽였는데 어딜 또 와, 하면서.’
반쯤 농담하듯이 투란은 생각을 전했다.
드라고니아는 이를 꽤 흥미롭게 받아들인 듯, 돌연 아주 진지하고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투란, 네가 눈깔꽃을 피한 걸로 봐서는 녀석들이 터지는 조건이나 상황에 익숙해 보이는데…… 왜 여기 멈춘 거냐? 늪 깊숙이 파고들어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눈깔꽃의 섬광에는 안전하다는 걸 아는 것 같은데?
‘음…… 그렇기는 한데, 쟤네들 그 번쩍이는 거…… 늪 밖에서 늪을 향해 뿜어내면 늪도 갈라지거든. 그냥 한 송이, 두 송이, 제멋대로 떠다니면 그냥 이 부근에는 희귀종이 좀 많구나 했을 텐데, 아무래도 저거 뭔가 꿍꿍이로 뭉쳐 가는 것 같다고. 뭐랄까…… 눈길 딴 데 안 주고 곧장 간다고 해야 하나?’
애앵! 파팡!
투란은 살짝 몸을 긁적대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오러 몽거의 형상에 숨기 곤란한 상태인 채로 함께 떠내려가는 것이 꺼림칙해서 멈췄다. 그 바람에 이 바보 같은 큰 파리 떼랑 주먹질하는 꼴인 채였고, 늪가에서 늪의 곳곳에 찰랑거리며 한쪽을 향해 몰려가는 눈깔꽃 무리의 상태도 더 잘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눈깔꽃이란 것이 저렇게 떼로 어디를 향해 몰려가는 것일까?
‘다 같은 번쩍이라면 저렇게 간다고 뭐가 되지도 않을 텐데…….’
이런 의아함도 투란의 가슴에서 툭 튀어나왔다.
—어…… 그건 아니다, 투란.
혼잣말 같은 생각이었지만 드라고니아에게 전해진 듯, 묘한 대꾸가 나왔다.
‘응? 아니라니, 뭐가?’
잠깐 주저함, 망설임 같은 낌새.
그리고 할 수 없다는 듯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아까 말하려다 말았다만, 파멸의 섬광은 어떤 놈이 뿜어내건 성질이 똑같다. 꽃송이의 크기에 따라 섬광의 범위가 제멋대로라는 것뿐이지. 그런데…… 이게 중첩 효과가 있어서 여러 송이가 함께 터지면 위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첩 효과?’
—그래. 두 송이가 함께 한 방향으로 파멸의 섬광을 뿜어내면, 그 위력은 네 배가 된다.
‘엥? 두 배가 아니고 네 배?’
—그래. 그게 눈깔꽃, 파멸의 섬광을 피우는 놈들이 희귀종이라 다행이란 말이 나오게 된 이유지.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어? 이 근처에 와서 저것들 모아다가 해 본 거야?’
황당하다는 느낌에 투란이 물었다.
—미쳤냐, 그런 실험을 하려고 여기 오게! 저렇게 몰려다니는 꼴도 상상 못 해 봤다고!
‘음…… 그러네. 아니, 그럼 대체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정말 신기한 거잖아, 그거?’
투란은 이제 다가올 낌새를 보이려는 바포플라이 쪽에 미리 손짓을 하면서, 드라고니아에게 원했다. 좀 더 알려 주기를, 좀 더 생각할 단서를 주기를!
그 마음이 통한 듯, 드라고니아는 조금 빠르지만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검은 강 근처, 춤추는 산맥의 북방 경계에 닿은 그 지역에서 산처럼 거대한 몬스터가 등장한 적이 있었어. 그런 큰 놈이 대체 어떻게 갑자기 거기 떡 하니 나타났나 어이가 없었지만, 산맥 경계 안쪽이 아니라 거의 바깥쪽에 나타났기 때문에 드라코눔의 수호자들은 바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새카만 산이 다른 산을 뭉개고 다니는 꼴을 보게 생겼다고, 대응하기 전에 한탄부터 하고 갔다고 기록해 놨더군. 그런데 그때…… 드라코눔의 수호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한 채로 구경만 하다가 왔지.
잠시 정적이 드라고니아의 기척 속에서 배어 나왔다.
투란은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왜? 어째서?’
—그 거대한 놈을 상대하려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수호자들의 기척에 몰린 희귀종 눈깔꽃, 파멸의 섬광을 품은 것들이 어쩌다가 그 거대한 놈의 앞으로 몰려가게 된 거야. 수호자들은 녀석을 유도해서 좀 더 주변에 피해가 덜할 곳으로 옮기려 했지. 눈깔꽃은, 한자리에 몰려 있던 희귀종 세 송이가 그놈에게 위협을 느끼고 섬광을 뿜어냈다. 그 섬광들이 중첩되면서 제대로 거대 몬스터의 핵심을 뚫었지. 수호자들은 그 뒷정리만 하고 왔다더군. 착실한 관측 기록도 물론 챙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