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7)
거리는 거의 6, 70미터 정도를 사이에 둔 채였다.
하지만 투란은 그 미세한 금빛 털의 하늘거리는 형체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 뿔 또한.
‘우와! 저거 금이야?’
언젠가 투란이 본 적이 있는, 그 주인이 광낸다고 엄청나게 닦아 댄 금전도 저렇게 반짝거리며 밝지는 않았다!
금덩이로 심을 만들고 그 위에 겹겹이 덧씌운 금박이 조금씩 벗겨져서 나풀거리는 듯한, 오래된 느낌과 함께 괴상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하는 형상의 뿔이었다. 두 가닥으로, 얼굴이라고 여겨지는 빛바랜 흰 가면 같은 것의 눈가 옆으로 돋아난 뿔의 형상은 앞으로, 옆으로 대각을 잡아 뻗어 나온 다음에 그 끝이 굽어져서 뒤편 높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금빛 몬스터가 머리로 여겨지는 부분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움직임 속에서 투란은 녀석의 얼굴, 가면이라고 가볍게 여겼던 생김새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래쪽으로 뾰족하게, 위로는 두꺼운 원을 그리는 거꾸로 치솟는 물방울 같은 모양, 그 눈언저리는 불퉁하니 타원으로 자리한 눈꺼풀이 꽉 닫힌 채로 봉제 인형에나 있을 법한 꿰매 놓은 실 가닥의 흔적 같은 두툼한 무늬를 품은 채 자리 잡고 있었다.
‘진짜로 꿰맸나?’
샤오콴 마을에서 옆집 여자애가 인형 달라고 조르자 그 엄마가 마구잡이로 천을 깁고 꿰매 만들었던, 한쪽 눈이 그냥 꿰인 실 자국인 채로 애꾸눈처럼 만들어진 인형. 투란에게는 딱 그 인형처럼 보였다.
금빛의 몬스터는 그런 독특한 머리 모양을 드러낸 채로 온몸에서 아지랑이처럼 금빛이 맴도는 털을 흩뿌리고 있었다. 가면 껍질 같은 얼굴 위편으로 흘러넘치는 금빛 털이 목부터 어깨라 짐작되는 부분으로 흐르면서, 온몸을 덮어 그 금빛 장막 속의 몸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싸아아아아!
‘어?’
다시 한 번 일제히 꽃봉오리 무리가 잎을 열고 움직이는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 투란은 제대로 온몸이 오싹하고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드라고니아도 이 느낌에 완전히 호응하며 동참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젠장!
그 의미는 분명하게 투란에게도 전해졌고, 곧 다음에 터진 상황이 이를 완전히 설명해 주는 듯했다.
번쩍!
섬광의 폭풍은 단 한 번, 요란하게 제멋대로 쏘아지는 것 없이 단 한 번에 터져서 금빛의 몬스터를 덮쳤다. 마치 세상의 한쪽을 새하얗게 물들이려는 것처럼 짙은 백색의 섬광이 겹쳐지며 일렁거리는 채로, 금빛의 몬스터가 어슬렁대는 늪 속의 작은 터를 휩쓸며 덮친 광경이었다.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 일제히 그렇게 터져 나가는 눈깔꽃이 스러지고 흩어지는 광경을 느꼈지만, 그보다 먼저 투란은 섬광의 폭풍이 일으키는 압력에 살갗이 조여들며 눌리는 촉감을 깨달아야 했다.
‘뭐 이래, 이거!’
놀라면서도 엉겁결에 준비했던 작은 돌의 힘을 몸에 두른 채로 투란은 버텼다.
그러면서도 드라고니아를 향해 투덜거릴 수가 있었다.
‘세 송이면 산을 뚫는다며? 그 중첩 효과인가가 저렇게 한꺼번에 터지면…….’
—시꺼! 무한한 중첩 따위는 되지 않아! 아홉 송이까지 중첩될 뿐이다! 열 송이째는…… 그저 범위만 늘어나지.
‘늘어나? 아니, 그게 더 무서운 것 같은데!’
화아아아아!
투란은 금빛 몬스터가 있던 자리에서 하늘 높이 치솟는 하얀 빛의 기둥을 보며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말 거기 뭐가 있건 간에 다 저 색으로 변해서 스러지고 사라질 듯한 느낌이 절실하게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는 곧 의혹을 품게도 했다.
도대체 저 금빛의 몬스터가 뭐기에 눈깔꽃 무리가 이리 몰려와서 한꺼번에 드라고니아를 경악시키는 파멸의 섬광을 중첩시켜 쏟아 내는가?
촤아아!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투란은 새로 밀려오는 압력을 느꼈다.
빛의 거대한 기둥이 퍼지면서 무슨 커다랗게 솟은 벽이 일제히 주변으로 밀려오듯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압력은 그 하얀 빛의 장벽이 주변을 향해 뿌려 내는 것이었다.
—이거 뭐야! 왜 튕겨나?
‘응? 튕겨?’
—젠장, 숨어! 늪 속으로! 어서!
드라고니아의 다급한 외침은 투란의 몸을 반응하게 했다.
가능한 한 몸을 뒤로 눕히면서, 투란은 하얀 빛의 장벽이 뿜어내는 압력을 견뎌내려 했다. 그리고 봐야 했다.
하얀 빛의 장벽을 으스러뜨리는 금빛의 아지랑이!
주변에서 스러져 가는 눈깔꽃들은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그걸 보다가 투란의 눈알도 하마터면 함께 으스러질 뻔했다.
악마의 심장이 강력하게 쳐 둔 투명한 덩굴줄기가 눈알 속에서 단단히 뭉쳐 감기며 버텨 내지 않았다면 그리되고 말았을 것이다!
‘저놈…… 멀쩡한데.’
투란은 견뎌 낸 눈동자로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금빛의 몬스터는 아주 한가하게, 처음 보였던 그대로 어슬렁거리는 자세로 섬광의 폭풍을 무시했다. 그 주변이 빛이 이뤄 낸 폭풍의 압력에 거세게 흔들리든 말든, 늪이 세찬 파문을 일으키며 주변에 퍼진 눈깔꽃의 잔해를 다 밀어내고 거기에 함께 휩쓸린 투란도 신나게 밀려가든 말든!
금빛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어슬렁거리면서 다시 자기가 발 디딘 터를 밟고 움직이고 있었다.
저항하지 않고, 최대한 압력을 흘려 내면서 떠내려가다가 투란은 들을 수가 있었다. 신음하는 듯하고, 몸서리치는 듯도 한 드라고니아의 한탄 같은 말.
—젠장, 듣던 것보다 더 끔찍하군!
‘에? 듣던 거? 너…… 저게 뭔지 알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투란이 바로 추궁했다.
—뭐냐니? 금빛 모피에 금빛 뿔, 고르고니아잖아. 저게 스테노아라고.
‘저게!’
투란으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에게는 아닌 모양이었다.
—여태 저거 찾는다고 거슬러 와 놓고서, 보고도 몰라?
‘아니, 본 적도 없는 놈을 처음 보고 어떻게 알아!’
—설명은…… 안 했나?
‘뭔 설명!’
—흠…….
촤아아!
늪의 파문에 흔들려 떠밀리며, 투란은 제대로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 알도록 설명 따위는 전혀 없던 드라고니아가, 제 딴에는 이미 설명한 것이라고 주절대다니! 이건 순전히 골탕 먹이려는 수작 아닌가!
‘야!’
—그럼…… 딱히 할 일도 없고, 떠내려가는 중인데 정신은 멀쩡한 것 같으니 지금 설명해 주도록 하지. 들을래?
‘말해.’
정말 시원하게 늪의 파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기에, 그러면서도 주변을 냉정하게 관측하는 악마의 심장이 있었기에 말 그대로 멀쩡한 정신 상태인 투란은 왠지 심술궂은 드라고니아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거부하기에는 들끓어 오른 호기심이 가라앉지를 않을 테니!
아련하게, 아늑하게 멀고 깊은 곳에서 지식을 파내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테노아, 고르고니아 세 자매 중에서 맏이로 꼽힌다. 왜냐고는 묻지 마! 그 유래가 된 신화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그러려니 해! 특성은 강인하다는 점이다. 이름도 신화의 언어로는 그런 의미라고 하더군. 봤던 그대로 찬란한 황금빛 모피를 두르고 있고, 그 모피는 뚫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법도, 괴물의 발톱도, 제아무리 단련되고 정련된 오러의 비술도 뚫지 못해. 반대로 녀석의 뿔, 두 개의 황금 뿔 사이에 숨겨진 별빛 뿔은 거의 모든 것을 꿰뚫는다고 한다. 허상이 아닌 것은 모두 뚫지. 유령이나 망령 같은 것이 아닌 한, 실재하는 형체로는 그 별빛 뿔이 뚫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 뿔이 하나 더 있다고?’
투란이 놀랐다.
조금 한숨 쉬는 듯한 말이 바로 드라고니아에게서 배어 나온다.
—오러 몽거를 그걸로 뚫었다고 얘기했잖아.
‘아, 그랬지! 그래서…… 그다음은?’
—그게 전부야.
‘전부라고?’
—딴 얘기가 뭐 필요한데?
촤르르르르.
늪이 거의 숲가에 닿으면서, 투란은 떠밀리던 몸이 서서히 멈추는 것을 느꼈다. 덩달아 드라고니아를 향해 거의 머리가 마비되는 듯한 부글거리는 기분은 하늘 높을 줄 재겠다는 듯이 치솟았다!
퉤에엣!
“아오오!”
성난 김에 입안에 밀려든 늪의 진흙을 뱉으면서 투란이 꽥 소리까지 토해 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숲가에서 호응하는 소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애애앵!
순식간에 날아드는 주먹만 한 파리!
바포플라이가 투란의 입을 향해 쏜살같이 쳐들어오려 했다.
그 광경이 투란에게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게 했다.
‘아니, 이놈들 영역까지 떠내려왔어! 저 늪을 가로지르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다고! 이 파리 새끼가!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지!’
각각 따로 움직인 생각 속에서 투란의 손도 빠르게 반응했다.
늪에 잠긴 채였던 탓에 잔뜩 늪의 진액을 휘감은 손이 바포플라이를 후려잡았고, 그대로 늪에 담가 버린 것이다. 손짓은 꽤나 빨랐고, 한편으로는 바포플라이를 제대로 나포하는 동작이었다.
투란은 짧은 순간에 두 손으로 한순간에 몇 마리를 늪에 담가 버렸다.
한데 바포플라이가 늪의 표면에 반쯤 담가지는 순간부터 연이어 터져 나온 괴상한 소리.
사륵, 앵, 뿌득!
그리고 눈에 보인 괴상한 늪의 반응.
“헐!”
투란은 다시 한 번 입으로 더듬거리는 소리를 냈다.
앞서 돌격해 온 몇 마리 다음에 주변을 맴돌 듯했던 바포플라이 몇이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투란도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세심하게 다시 손짓을 했다.
빠른 동작, 가능한 한 바포플라이를 터뜨리지 않고 잡아 늪에 담그는 움직임이 연이어 이뤄졌다.
애앵! 사륵, 쁘득.
역시나 늪은 아까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바포플라이를 채색하듯이 휘감고, 눌러 으깨서 완전히 담가 버린다!
잠시 후, 투란은 바포플라이가 잠겼을 부분을 슬쩍 두 손으로 떠올려 봤다.
감각적으로 그 자리가 분명하고, 바포플라이의 잔해가 있다면 분명히 두 손에 떠올렸을 곳이었지만…… 나온 것은 걸쭉하고 짙은 검은 갈색과 붉은 갈색이 범벅이 된 늪의 진액뿐이었다.
‘이 녀석, 그냥 늪이 아니었나?’
—그냥 늪이기를 기대했나?
어이없어하는 드라고니아의 핀잔이 바로 투란의 마음을 울렸다.
‘음, 나도 꽤 둔해졌구나.’
투란은 숲가에서 사라진 동족을 잊은 것처럼 애앵거리며 나무 사이로 새로운 먹잇감이라도 찾듯이 떠도는 바포플라이 무리를 흘깃했다. 두 손이 저절로 반응해서 떠올린 늪을 그리로 뿌렸다.
늪의 진액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쭉한 물방울처럼 날려 다가가…… 공중에서 크게 확산되며 바포플라이 몇 마리를 덮쳤다. 가늘게, 얇게 살짝 몇 방울 튄 것 같은 꼴이었지만 거기 맞은 바포플라이는 바로 고꾸라지는 모양새를 보이며 휘청거리며 날다 떨어졌다.
그 꼴을 보면서 투란은 작은 돌의 힘을 통해 이 늪이 몇 번 맛을 바꾼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여기 맛도 이미 봤다.
‘가는 길에 몇 번씩 다른 늪이었으니까, 전부 다른 괴물이었던 셈인가?’
작은 돌의 민감한 성향이 새삼 투란의 마음에 와닿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호기심이 곧 투란을 움직였다.
조용히 두 손을 모아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면서, 투란은 작은 돌을 염원했다. 심장에 자리 잡은 ‘작은 늪’의 근원인 작은 돌…… 손바닥 사이에 은근한 반점인 것처럼 그 형상이 작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 작은 돌이 뭉클거리며 토해 내는 늪은 작지도, 적지도 않았다.
한순간에 투란의 두 손 사이에서 피어오른 크고 웅장한 늪의 폭포가 숲가를 휩쓸어 갔다.
“으엣!”
우선 투란이 그 광경에 놀란 소리를 냈다.
손목에서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고, 느닷없이 피어난 폭포의 무게가 어깨까지 시큰하게 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런 투란의 놀람보다 숲가에서 맴돌던 바포플라이, 크고 굵은 파리 떼의 경악은 더 심했다. 심지어 나무마저도 부들거리는 듯한 잔떨림을 보이는 듯했다.
한순간에 파리 떼가 몰살당하며 녹아내리고, 나무가 잘게 껍질을 곤두세우는 듯한 풍경이 투란의 앞에서 펼쳐졌다.
—뭐, 뭘 하는 거야!
그리고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경악하고 당황한 기척을, 너무 심해서 한 박자 늦게 토해 내고도 있었다. 곧 생각을 정리한 투란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실은 손목을 달달 떨고 그 바람에 몸도 살살 떠는 꼴로 대답을 한다.
‘어, 간단한…… 실험. 늪을 맛보면…… 늪을 토하는 돌을 삼킨 적이 있어서…….’
—이 자식아! 그게 뭔지 모르면 건드리지를 말라고! 사고 친 다음에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드라고니아가 다시 절규하듯 외치고 있었다.
떨떠름하니, 그러나 가슴 한쪽에서는 아주 냉정한 생각을 다듬으며 투란이 대답을 한다.
‘여기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 여기니까.’
소리 없는 말 속에서 투란은 돌연 금빛의 고르고니아를 떠올렸고, 희미한 옛날에 들었던 사냥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