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7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66)
Chapter 214. 전설을 찾아서?
아옹다옹, 투닥투닥.
투란은 산 사람을 관짝에 집어넣고 뭔 짓을 하려 했느냐 칭얼거렸고 홀시딘은 안전을 위해 준비된 안락한 요람 같은 마도구를 어디 감히 시체 넣는 관짝에 비교하느냐고 포효했다.
그리고 이 생뚱맞은 말다툼을 곁에서 지켜보는 쪽에서는…….
―작작 좀 해!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에 으르렁거림을 꽂아 넣었다.
“그만 좀 하시죠!”
케이라는 차가운 외침과 함께 마력을 끌어올리며 둘을 한꺼번에 침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푸욱, 입술 사이로 아직 안 끝났다는 듯한 숨을 몰아 내쉬면서 투란이 멈췄다.
“……까지 반나절 안에 보내려면…… 응?”
혼자 계속 떠들던 홀시딘도 갑작스러운 고요함을 느낀 듯이 포효를 멈췄다.
두리번거리는 대신에 눈알을 굴리는 홀시딘, 그런 스승을 무시하듯이 케이라가 차갑고 높은 목소리로 열린 관짝 곁에 선 채로 두드리며 말한다.
“바로크의 상아탑이 수취하고 이곳에서 발송합니다만, 새로 갖춘 구름배는 아직 이 구형 전송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요. 이 전송관을 이용하면 바람의 길을 통해 길어도 두 시간 이내에 바로크의 상아탑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몇 가지 이견으로 인해서 시간이 지체된 만큼, 구름배를 이용해서 하루 걸리는 것보다는 전송관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는 편이 낫자는 결론이죠. 여기까지는 납득했지요, 투란?”
“어, 네…… 그니까 일단 전송……관이라고 불리는 관짝이 맞군요?”
움찔하는 채로 대답하면서도 투란은 슬쩍 꼬리를 길게 덧붙여 봤다.
홀시딘이 불끈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목소리는 한껏 낮춘 채로 투란에게 반박한다.
“네놈이 관짝, 관짝,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불러 주는 거야! 정신 명칭은 전송궤라고! 케이라, 얘한테 맞춰 주지 말라니까…… 어흠.”
노려보는 제자의 눈길이 서늘했기에 스승의 입은 헛기침과 함께 닫혔다.
투란은 재빨리 혼잣말처럼, 케이라를 피해 홀시딘만 노리듯이 ‘관짝이나 궤짝이나.’라고 웅얼거렸다. 홀시딘이 다시 발끈하는 듯했지만 케이라는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을 뿐이었다.
“기초 설계는 아기를 담을 수 있는 요람의 형태랍니다. 들어가서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면, 춤추는 산맥의 어느 곳에라도 도달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안전하게 말입니다, 안전하게! 하지만 현실적으로 춤추는 산맥의 중심을 관통하는 궤도를 탈 수가 없기에 외곽으로 빙빙 둘러 움직이다가 다시 안쪽으로 진입하는 궤도만이 준비된 채지요. 춤추는 산맥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상아탑이 지금 보유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인 겁니다. 이보다 더 빠른 것이라면…… 고대의 마법이거나 대마도사가 사용했다는 전이(轉移)의 계문(界門)이란 것이 있다는데 그건 열고 문턱을 넘으면 바로 목적지에 도착한다더군요. 상아탑에는 없는 수단이죠. 그러니 투란, 어서 누워요.”
탕탕, 관짝의 기울어진 뚜껑을 두드리며 이야기가 맺어졌다.
투란이 살짝 놀라서 홀시딘을 흘깃하며 말한다.
“에, 곧바로 가요?”
홀시딘도 이런 투란의 의아함에 공감하듯 말한다.
“잠깐, 케이라. 주기로 한 물품이랑, 그쪽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가야 하는 까닭은 몇 차례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그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람, 어쩌면 대범람에 준하는 사태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질 않았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 홀시딘이 준비한 몇 가지 물품, 보급품에 대한 설명도 조금 필요한데…… 케이라는 그냥 바로 투란을 전송관, 전송궤에 담으려 한다?
“목소리를 담은 마도구를 같이 넣어 둘 겁니다. 시각적인 정보는 필요할 때 투영도(投影圖)를 통해 바로 볼 수 있어요.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아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검토하고 남을 테니까, 가는 동안에 듣고 보면 됩니다.”
단호한 케이라의 말은 상황을 깔끔하게 끝내고 있었다.
투란은 이제까지 따진 일 없다는 듯이 얌전히 들어가 누웠고 홀시딘은 둥실거리며 주변을 떠도는 채로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 둘이 겨우 제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며 케이라가 가만히 그 곁으로 다가왔다.
“투란, 마법 배낭…… 블랙레온을 각인화해 뒀나요?”
“어? 아, 해 뒀죠. 그쵸, 마스터 홀시딘?”
투란이 잠깐 갸웃하다가 대답하며 홀시딘에게 한마디 던졌다.
홀시딘도 갸웃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채로 케이라에게 묻는다.
“이미 해 줬다만, 왜?”
케이라는 고요한 태도로 투란 앞에 손을 들어 올리며, 그 손바닥 감춰져 있던 무늬에 빛을 띠며 말한다.
“이걸 가져가요, 새로 알드바인 공방에서 제작한 헌터스 팩이에요. 그중에서 고급형이니까 어지간한 상황이라도 거의 대처가 가능할 거예요.”
“헌터스 팩……?”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블랙레온을 문신처럼 드러내며 받는 채로 투란이 되뇌었다.
홀시딘이 마법의 광채로 넘어가는 헌터스 팩, 돌돌 뭉친 배낭처럼 보이는 짐 덩어리를 확인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그걸 왜? 웬만한 것은 이미 다 갖고 다니는데…… 투란, 금전 세 닢……이다만, 이번에는 그냥 선물하마.”
투란은 홀시딘을 향해 곧바로 가느다란 눈길을 보냈다.
‘금전 세 닢’이란 말을 하는 와중에 ‘내놔’라고 덧붙이려다가 슬그머니 곁에서 노려보는 케이라의 눈빛을 깨닫고 말을 바꾸다니! 도대체 이 대마법사의 금전 탐욕은 언제까지 악착같을 것인가!
―너도 만만치 않잖아? 너랑 버금가는 호적수 아니었냐?
드라고니아가 냉랭하게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짧게 드라고니아에게 대꾸하며 투란은 케이라를 향해 살짝 묻는다.
“고급형이라면……?”
“헌터 길드의 상급 헌터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가장 필요한 것,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 담았다는 말입니다. 몬스터 로드라 해도 모든 상황, 시기에 몬스터의 힘만으로 대항할 수 없잖아요. 간략한 설명 도구도 담겨 있어요. 스승님의 마법 배낭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마법 배낭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럼, 스승님.”
케이라가 나지막하게 말하는 사이, 홀시딘은 전송관―궤―의 주변을 둘러보며 보낼 준비가 끝났다 신호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케이라가 말을 끝내고 부르니, 곧바로 홀시딘이 투란에게 더 깊이 누우라는 손짓을 하며 속삭인다.
“열어 보면 뭔지 대충 알 거야, 대도감도 갖고 있잖아? 자, 그러면 낮잠 한숨 잔다고 생각하고 몸 상태를 최고로 유지한 채로 도착하도록 해 봐. 저쪽 도착하자마자 한바탕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럼, 덮는다.”
마지막 경고, 혹은 주의 사항 같은 소리가 끝날 때 투란은 관짝 뚜껑이 덮인다 싶은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봐야 했다. 하지만 역시 진짜 시체가 되어 누울 관짝은 아니었다는 듯, 닫히자마자 투란의 주변으로 빛이 채워지며 홀시딘과 케이라가 물러서는 모습이 투명해진 관뚜껑 너머로 보였다.
―호오? 꽤 배려를 한 셈인가? 바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채로 날려 보내는 마도구가 아니구먼.
드라고니아는 감탄하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투란은 ‘아,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다 말고 흠칫했다.
‘야, 잠깐! 이거 바람의 길을 이용하는 거면……!’
화아악, 갑자기 천장이 구멍을 열고 길고 긴 굴뚝의 끝자락에 하늘의 파편이 걸린 듯한 광경을 드러냈다. 그 파편을 향해 투란은 주변이 당겨지며 자신이 담긴 전송관―전송궤―가 치솟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러면 어지럽잖아아!’
―네가?
피이잉, 시위가 튕겨 나는 듯한 미묘한 음향이 스쳐 가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위아래, 사방의 풍경이 뒤틀리며 축소되는 방향과 확대되는 방향을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송관이 바람의 길을 타고 가속하는 사이, 투란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과 그사이를 채운 온갖 풍경을 부릅뜬 눈으로 모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허공에 매달린 채로 빙빙 도는 상황이었다.
‘누굴 잡으려고 이딴 것을……!’
―헛소리 낼 생각 말고 진정해라. 궤도를 확보할 때까지 여흥으로 보여 주는 것뿐이니까. 정령막으로 안팎을 감싸서 몬스터 로드이든 뭐든 마력으로 간섭하는 것도 잘 차단해 놨군. 그래, 네 몸을 휘감는 정령의 힘을 느낄 수 있지? 너의 정령수랑 호응해서 방어 기능이 더 올라가기도 하는구먼. 흠, 우호적인 경우랑 적대적인 경우를 나름대로 분별하는 건가? 내부 공간이 적지만 부양도 시켜서 자세도 쉽게 바꿀 수 있어 보이고…….
투란이 징징거리려는 사이 드라고니아는 상아탑의 마법, 마도구를 흥미롭다는 듯이 분석하고 있었다. 뭔가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인지라 투란도 한숨을 뱉는 채로 자신이 놓인 관짝의 안쪽 풍경을 둘러봤다.
처음에는 등짝을 붙이고 누운 채였지만 지금은 무슨 물방울 속에, 물 대신에 바람으로 만든 듯한 물방울 같은 공간에서 둥실거리며 뜬 채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구를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이지만, 그 덕분에 어느 시점에서 멈출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날아가는 사이에 흘러가는 풍경을 어느 방향이든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해 둔 셈이었다. 더불어 그대로 하늘 보고 누운 자세로 눈을 감아 버리면 그냥 관짝을 침대 삼아 잠들 수도 있는 상태…….
이렇게 쏘아져 날아가는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고, 투란은 그중에서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한 가지 고를 수밖에 없었다.
‘나 잔다.’
―투란, 이거 예상보다 빠르다. 알드바인에서 바로크까지 초고위 궤도 비행으로 두어 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다만.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잔다고!’
―그래? 그럼, 자든가.
투란의 으르렁대는 선택에 드라고니아가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아무래도 최소한의 주의를 주고 나서는 그냥 마법의 탐구에 몰두하는 편이 좋다는 듯한 그 태도에 크게 한숨을 쉬면서 투란은 잠을 청했다. 문장이 여린 오러를 흘려 내며 곧바로 투란을 잠들게 했다.
* * *
‘이 냄새는…… 무쇠뿔 오우거 숲의 냄새?’
코끝에 걸리는 냄새, 투란은 금방 무쇠뿔 오우거의 본능을 통해 정령의 나뭇잎이 흘려 내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문득 투란에게 무쇠뿔 오우거가 한껏 그 힘을 발휘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작고 가벼운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무쇠뿔이랑 바헬키마랑 누가 더 힘셀까?’
숲을 누비던 강력한 폭군, 그런 무쇠뿔 오우거에게 바헬키마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서로를 강타하며 버티고 싸울 것인가? 그 싸움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흥, 하찮군.
어리광부리는 듯한 투란의 생각에 돌연 코웃음과 함께 비웃는 듯한 낌새가 찾아왔다. 투란이 의아해하며 그 낌새를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콰앙, 퍼억! 쾅, 쾅, 퍽, 퍽.
거칠고 사나운 바헬키마의 새파란 주먹이 짙은 어둠을 바탕으로 시뻘건 불기둥이 사방에 멋대로 치솟은 풍경 속에서 휘둘러지고 있었다. 그 주먹질의 목표물은 어깨부터 발끝까지는 화려하면서도 무겁게 보이는 철갑을 두른 자였다.
‘어?’
투란은 목 위로 훤히 드러난 머리, 하얀 머리카락을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며 빙긋거리고 웃는 얼굴의 한복판에서 송곳니를 입술 사이로 뿜어내는 자를 보며 궁금해졌다.
어떻게 바헬키마의 괴력을 쇠장갑만 낀 듯한 손으로 가볍게 쳐내는가?
짐승의 손톱 같은 건틀릿이기는 하지만 저건 분명히 마법을 갖춘 무장이 아닌데……?
‘응? 그걸 내가 어떻게 알지?’
곧바로 자신의 생각에 투란이 의아해질 때, 바헬키마의 비명 같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어지간한 짐승, 괴물이 흉내 낼 엄두도 못 낼 괴성은 바헬키마의 주변을 으깨는 강렬한 파동까지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은 철갑 입은 괴인의 손…… 바헬키마의 등짝을 긁어 낸 그 손은 그저 흉악한 모양의 건틀릿을 낀 것이 아니라 드라고의 형상을 끌어낸 것처럼 괴이한 힘을 갖춘 채!
“드라클레스의 저주를 머금고 사라져라, 저주를 견뎌 내고 돌아온다면 너를 드라클레스의 계승자로 맞이해 줄 수도 있다만…… 지능이 없어서 못 알아듣는가? 푸훗, 어쨌든 꺼져라, 엑사일!”
괴성을 질러 대던 바헬키마의 주변으로 압도적이면서 괴이한 힘이 몰려들었다.
바헬키마가 발 구르기를 하든 주먹질을 하든, 그 괴이한 힘은 바헬키마를 휘감고 둥근 구슬처럼 맺히더니 곧바로 쏘아졌다. 마치 투란이 전송관에 담겨 쏘아지는 것처럼, 어두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아 곧바로 어떤 곳을 목표로 삼은 듯이 쏘아져 나갔다.
‘추방? 춤추는 산맥으로? 어라? 아, 이건…….’
투란은 하얀 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철갑을 두른 자를 다시 봤다.
그 입으로 직접 말했지만, 이제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드라클레스, 이 풍경은 언더섀도우.
그리고 드라클레스가 외쳤다.
“바헬키마의 관점에서 바라본 내 기억이지. 흐흐흣, 드라클레스의 진실은 기억을 덮고 지운다고 해서 억압할 수 없다. 흐흐핫!”
‘그만, 꿈속에서 뭔……!’
* * *
―응? 뭐야, 깨우려 했는데 그냥 깼냐?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눈을 번쩍 뜨자마자 중얼거렸다.
투란은 퍼뜩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두어 시간 자고 깬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