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9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83)
“어떻게 내가 회복되었나 안 되었나를 알 수 있죠? 내 느낌으로는 지금 그냥 완전히 회복되어서 멀쩡한 것 같은데…….”
돌리지 않고 바로 직격으로 묻는 말이었다.
쥴은 고기 한 점을 더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투란을 잠시 바라보다가 대꾸한다.
“카엘은 심술궂지. 대마도사이든 하이로드이든 심술궂어. 그리고 지금 심술궂은 짓을 너에게 하는 카엘은 대마도사야. 그 반지, 열흘 정도 계속 꿈속에서 다루는 법을 듣고 익히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어. 정신력, 자신의 정신력이 마치 항아리 속을 채우는 물처럼 느껴지고 그 항아리를 채우는 용량이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정신력의 크기라고 알게 되지. 뭐, 내 경우가 항아리를 채우는 물이었다는 말이고, 너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어. 아무튼 몬스터 로드를 위해 만든 탓에 그 반지는 자각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 몸과 마음 양쪽 상태를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통해 알려 준단 말이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 투란? 그게 나타나면 넌 준비가 된 거야.”
“아, 이건가? 쥴, 알 것 같아요. 한 절반 정도이네? 으음.”
투란이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가 느닷없이 말했다.
더 뭐라 하려던 쥴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투란을 바라봤다.
탈키오가 커다란 입가에 주름을 잡으며 노골적으로 웃는 소리를 섞어 말한다.
“허허헛, 빠르군. 그래, 빠를 만도 하지. 투란 자네는 마법에 대해 쥴보다 개방적인 사고방식일 테니까. 허허헛.”
“쳇, 드라코눔네 아칸에게 많이 감화당한 탓이네. 마법을 쉽게 받아들인다니…… 투란, 마법을 의심해라. 너무 믿지 마. 마법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해도, 그보다는 자신의 감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해. 뭐, 어쨌든 절반이라고 했지? 그러면……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더 있다가 출발하면 얼추 맞겠군. 잘래, 먹을래?”
쥴이 툴툴거리면서 떠들다가 불쑥 물었다.
떠드는 사이에 어디서 꺼냈나 모를 꼬챙이에다가 철판 위에 남은 고기 조각을 잔뜩 꿰어서 말꼬리와 함께 내밀고도 있는 쥴이었다.
투란은 그 꼬치를 받아 들면서 대답해야 했다.
“먹으면서 듣고 싶은데요. 쥴, 툴로쉬가 대체 어떤 괴물을 상대하려고 하이로드에다가 옛날 최강의 몬스터 로드가 남긴 힘까지 필요하다고 한 거죠? 어떤 몬스터가 로드 오브 몬스터가 된 거예요?”
물음을 마치고 투란은 바로 아삭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꼬치 끝의 고기를 물고 씹었다.
쥴이 다시 철판 위에 고기와 야채를 쏟아 내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로드 오브 몬스터가 난적이 되는 것은 휘하에 어떤 몬스터들을 감화해 두었느냐에 달렸지. 그리고 툴로쉬는…… 아마 이제까지 어떤 기록으로도, 어떤 경험으로도 예상이나 상상을 못 해 본 대난적을 만났다고 느끼고 있을 거야. 그리고 내 입장에서 말해 보자면, 툴로쉬의 염려를 한 백 배 정도 더 키워야 실제 상황이란 거지.”
“줄이는 것이 아니고 키우는 쪽인가?”
탈키오가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란 듯이 살짝 놀라 묻고 있었다.
투란의 드라고니아도 윙윙 울리는 소리로 더해 묻는다.
“이해할 수가 없군. 아무리 몬스터가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존재라 한다 한들, 이미 로드 오브 몬스터에 감화가 확인된 경우라면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일 텐데? 그것이 그렇게 지독한 위협이 될 수 있나?”
쥴이 살짝 어이없다는 듯이 마름모 광체를 보다가 투란을 흘깃하고는 탈키오에게 눈길을 돌린 채로 대답하듯, 그냥 혼잣말이란 듯이 입을 연다.
“아는 것이 많으니 편견도 심하잖아? 영감이랑 똑같네, 똑같아. 뭐,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가 멋대로 지껄이는 말은 아니니까 답을 해 보자면…… 음, 어디 보자…… 아, 그래 지금 위기는 옛날에 아바타 로드라던 악마종이 분탕질 치던 상황이랑 비슷하다고 하면 딱 맞겠네. 그 이야기라면 나보다 드라코눔 쪽에서 훨씬 잘 알지? 아칸이니 나처럼 건너 들은 것보다 상세한 기록도 얻었을 테고…… 암튼 툴로쉬는 칼로드의 힘으로 멸종시킬 수 없다 여겨지면 과감하게 대마도사의 금기 마법을 이용할 생각이야. 세계가 망하는 것보다는 흉터 좀 생기는 쪽이 낫다고 말이지. 영감, 이만하면 알아들을 만하지?”
“대강 알아들었네만, 듣고 나니 오히려 이상하군. 칼로드를 직접 만난 나지만 대체 어떤 몬스터의 능력이기에 아바타 로드와 비슷한 상황을 종결시키겠다고 하는 것인가?”
탈키오가 의아해하며 눈가에 짙은 주름을 자아내며 되묻고 있었다.
쥴이 다시 뭐라 하려는 듯한데, 투란은 재빨리 사고를 가속해 자기 안의 드라고니아에게 묻고 있었다.
‘야, 저 얘기 혹시……?’
―맞다, 대마도사의 금기 마법이라잖아. 틀림없이 아바타리안과 아케인 버스터 체인 이야기야. 그렇다는 것은…… 대체 칼로드가 얻은 몬스터의 능력이 뭔데 그 대용으로 먼저 사용한다는 말이지? 이건 나도 영감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긴데? 대체 어떤 몬스터를 얻었지?
‘이름은 잘 몰라. 하지만 대강 짐작은 가네. 굉장히 이상하고 무시무시한 눈이야. 품종 하나를 바로 멸종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구치는 눈이야.’
투란은 문득 보랏빛 허무 속에서 일렁이던 금빛 조각을 품은 괴이한 눈알 형태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사고 가속을 풀어 쥴의 이야기에 조금 더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게 무슨…….
“타르타로스의 문(門), 타나토스의 눈동자…… 아, 트하나토스라고 하든가? 암튼 대충 그런 이름으로 불린다던데, 영감 들어 본 적 있으시려나?”
쥴의 목소리가 투란에게 드라고니아의 말 위로 겹쳐져 들려왔다.
그리고 놀란 드라고니아의 외침에 일족 대원로인 탈키오의 말소리가 덧씌워졌다.
―뭐? 대체 무슨 말을?
“동화(童話)로 들어 본 적은 있네만, 그런 것이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는 없다고 알고 있네만? 무엇보다…… 명계(冥界)는 죽은 자의 영혼이 가는 곳이니 문의 존재를 따질 리가 없고, 죽음의 눈동자라니…… 죽음에 형상을 부여하는 시점에서 그저 동화일 뿐이잖나? 쥴,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가?”
투란으로서는 짧게 끝난 이야기 위로 길게 덧붙여지는 설명을 듣는 듯했다.
쥴은 그 설명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묘하게 웃더니 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난 다음에 다시 말문을 열고 있었다.
“명계…… 아니, 연금술서의 명칭이니까 명부(冥府)였나? 아무튼 다른 방식으로는 명부의 자금안(紫金眼)이라고 불릴 때도 있다더라고. 뭐, 뭐라 불리든 간에 그 실상에는 변함이 없기는 하지. 뭣보다…… 거기 이름 붙여 놓고 불러 대는 사람, 마도사는 달랑 한 명뿐이거든. 그래, 대마도사 카엘. 연금술사 노릇 할 때는 명부의 자금안, 마법사로서 활동할 때는 타나토스의 눈동자. 그렇게 불러 대더라고. 그때그때 자기가 맡은 역할, 꾸미고 있는 위장에 충실해서 떠드는 버릇이 있잖아. 아, 얘기가 이상해졌나? 아무튼 나도 그게 뭔가 찾아보다가 그 망할 대마도사가 이리저리 분장한 줄도 모르고 여러 사람 만났다고 착각했던 일이라…… 어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짜증 나네! 망할 대마도사!”
“종종 그런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그래서 대마도사가 여러 신분을 자네를 만나 들려준 이야기부터 해 보게.”
탈키오가 점잖게 타이르며 쥴을 재촉했다.
쥴이 살짝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잇는다.
“아주 복잡한 이야기인데, 내가 간신히 알아들은 요약한 요점은 간단해. 동화로나 전승될 허상(虛像)이 실상(實像)을 획득해서 이 세상을 걸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잔재로서, 어쩌면 그냥 그림자 같은 파편으로서 몬스터의 형상을 남겼다는 거지. 은밀하게 세상에 숨어 있는 그 몬스터를 칼로드가 사냥해 버렸고…… 유물로서 남겨졌다는 이야기야. 영감 말대로 동화 같잖아. 그래서 내가 꽤 오래전에 엘더 헌터랑 술 마시다가 흘렸는데, 그걸 그 녀석들이 잊지 않고 있었고 투란이 여기 오게 된 원인이 돼 버렸지. 대강 알아듣겠어?”
“대강 알아들은 바를 토대로 다시 묻겠네, 그래서 그 몬스터의 능력이 뭐란 이야기지?”
탈키오가 심각하게 다시 묻고 있었다.
투란도 덩달아 심각한 척하며 쥴을 바라봤다.
정말로 아케인 버스터 체인, 그 무서운 마법을 대신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후유증도 비슷할 것이 아닌가? 몬스터의 능력으로 남겨진 세계의 흉터는 어찌 대처해야 하는가?
이렇게 복잡해져 가는 투란의 생각은 쥴의 입이 다시 이야기를 흘려 낼 때 저절로 멈춰지고 말았다.
“뒤틀림을 지우고 바로잡는다, 칼로드는 그렇게 말했어. 대마도사, 대연금술사로서 카엘의 해석은…… 몬스터 로드의 역할과 마찬가지라더군. 영감, 무슨 뜻인가 어리둥절하지? 나도 그랬어. 그렇게 한참 뭔 소리인가를 가끔 생각하면서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지. 영감, 죽음이라든가 명계니 명부니 하는 이야기…… 어찌 보면 세상의 당연한 이치를 말하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고대, 한없이 까마득한 고대에는 이 세상에 신성이 직접 그 발자국을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지? 그럼에도 이 세상이 망가지지 않고 용케 버틴다는 말도 있고…… 아, 이제 눈치챘어?”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가 지닌 혼돈의 파편, 이 세상의 경계 너머에서 찾아온 침식을 제거하는 것처럼 타나토스의 눈동자, 타르타로스의 문은 섭리를 행사해서 사멸(死滅)을 부여한다는 뜻이라면…… 아바타 로드조차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로군. 만약 그 시절이었다면 아케인 버스터 체인처럼 험악하고 끔찍한 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없게 되었을 거란 의미로군.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말이네.”
한마디 한마디 짚고 더듬는 것처럼 탈키오가 주름진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쥴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태듯 말한다.
“정말로 그럴 수 있는가 없는가…… 솔직히 난 잘 몰라. 단지 칼로드가 그럴 수 있다고 했고,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뭐, 그냥 자신이 얻고 단련한 힘을 세상에 남겨 두고 싶은 욕심이었다는 말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두 번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유니크한 몬스터의 능력이니까 남겨 둔다고 했어. 툴로쉬는 옛 기록을 더듬고 내게 들은 말, 여기저기서 찾아낸 흔적을 통해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하나 봐. 그래서 과격하고 끔찍한 마법을 쓰기보다는 일단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쪽을 먼저 시도해 보자는 것이고. 칼로드가 남긴 조건, 거기 딱 맞는 투란이 나타나 준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뭐, 나도 칼로드의 계승자를 찾아 줄 약속을 하기도 했으니까.”
지글지글, 투란은 가만히 철판을 내려다보면서 타는 고기 한 점을 주시하는 척했다. 가만히 들은 바를 정리하면, 칼로드가 남긴 ‘힘’의 계승자가 과연 이번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엘더 헌터도 하이로드도 확신이 아니라 기대하는 정도. 그렇다면 투란도 그저 그 자리에 가서 해 보고 안 되면 바로 물러서면 된다는 뜻이었다.
‘부담은 확 줄기는 하는데…….’
―어떤 몬스터를 휘하에 뒀기에 저런 대책이 나오는가 모르겠다.
드라고니아 역시 투란처럼 의구심을 짙게 말하고 있었다.
곁을 흘깃하니 역시 대원로답게 탈키오 역시 비슷한 의문을 품은 듯한 눈길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쉬라는 판에 당장 뭘 더 따져 묻기도 애매한데…….
그륵, 그르르륵.
칼릭이 목젖을 울리고 있었다.
한껏 바닥에 배를 깔고 머리를 누인 채로 햇살을 즐기며 가끔 고기 구워지는 광경을 향해 콧김을 흘릴까 말까 하는 묘한 고갯짓만 하던 녀석이 느닷없이 고개를 쳐든 채로 목젖을 울리는 꼴은 당장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탈키오가 바로 그 상황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툴로쉬가 급한 모양이로군. 잠깐…… 음, 함께 들어도 되겠어. 전언이야.”
칼릭이 턱을 내밀 듯이 탈키오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 목 아래에 걸린 끈으로부터 바로 툴로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재촉은 하면 안 되는 줄 아는데 말이죠. 쥴 님, 좀 빨리 와 주시면 안 될까요? 투란에게 필요한 휴식은 이쪽에서도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할 테니까요. 당장 쥴 님이 힘 좀 써야 할 상황이 보여서 말이죠. 음, 그리고 상황 설명도 쉬는 동안에 바로 해 두는 편이 좋을 듯해요. 가능하다면 빨리 합류하는 편이 절대로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쥴 님, 얼른 좀 저 있는 대로 와 주세요. 다른 곳 들르지 말고, 바로 저 있는 곳으로 좀 찾아와 줘요! 부탁드릴게요. 진심으로, 정말로 부탁드려요.”
‘엄청 공손한 말투네?’
투란은 갸웃했다.
마지막에 봤던 툴로쉬는 쥴을 향해 미묘하게나마 협박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 흘러나온 전언은 너무 공손하지 않는가?
쥴도 투란의 의문에 공감하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녀석, 엄청 급해졌구먼!”
탈키오 역시 커다란 머리에 큰 주름을 그려 내는 채로 이 말을 잇는다.
“자네 말대로 툴로쉬가 예상한 것보다 백 배는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이제 알아차린 모양이로군. 어쩌려나?”
벅벅, 쥴은 대책을 묻는 말에 잠깐 머리부터 긁적이다가 투란을 봤다.
투란이 그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쥴이 말한다.
“가게 되면, 쉴 틈이 없을 거야. 휴식이라고 해도 계속 정찰하고 잠복하면서 전투만 피하는 채로 돌아다니게 될 테니까. 응? 아, 툴로쉬가 원래 좀 그래. 안 싸우면 쉬는 것 아니냐고 우겨 댈 때도 있거든.”
“아, 네…… 그래도 가야 할 상황이긴 한 모양인데요? 그런데 어떻게 가요?”
투란은 쓴웃음과 함께 물었다.
전언으로 봐서 툴로쉬는 아무래도 얌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부르는 것은 아닌 듯했으니까. 돌아와 달라는 말 대신에 찾아오라 말한 것으로 봐서 터무니없는 추측일 리는 없을 듯했다.
쥴 또한 이미 그런 상황을 아는 듯, 탈키오를 향해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