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1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08)
―안 찾는다.
‘누가 뭐래?’
드라고니아가 단언했고 투란은 뚱한 대꾸를 했다.
야생의 골렘 이야기를 끝으로 가게 주인은 말을 멈췄다.
마침 가게 안쪽의 문이 열리면서 파리한 안색의 청년이 좁은 폭의 손수레를 밀고 나오는 중이었다. 청년은 가게 주인 투란을 향해 바로 툴툴거리는 몇 마디를 뱉어 냈다.
“또 그 망할 골렘 이야기? 그만 좀 해요. 아프지도 않아요? 남들은 다리 절단 나고 망가진 이야기하면서 환지통이라도 느끼는 모양이던데…….”
“다 만들었냐?”
“그랬으니까 나왔겠죠?”
말이 잘린 청년 마법사의 대꾸는 매우 삐딱했다.
가게 주인 투란이 피식 웃고 투란을 보며 말한다.
“옛날에는 상냥하고 착한 애였는데, 마법사가 되더니 저 모양이라네. 그래도 솜씨는 꽤 쓸 만하니까…… 야, 손님께 만든 장비 설명을 해 드려야지!”
손수레를 놓고 슬슬 뒷걸음치던 청년이 바로 낯을 구겼다.
투란은 문득 청년의 눈길이 자신을 훑는 것을 알아차렸고, 미묘한 마력의 잔행도 느꼈다.
―그냥 탐색이다, 마법으로 널 건드린 것은 아니고 자신의 감각을 강화해서 탐색한 것뿐이야.
‘그래, 알 만하네.’
드라고니아의 설명은 투란이 느낀 바에 같았다.
직접 마력을 방출해 접촉하지 않고 오롯하게 자신에게만 걸어 자신의 강화된 감각을 믿고 판단하는 것.
청년이 꽤 건실한 마법사란 증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건실한 청년 마법사는 조금 퉁명스럽게 가게 주인을 향해 말한다.
“솜씨 좋은 손님이잖아요. 대충 보면 뭔지 다 알 것 같은데…….”
가게 주인은 이 말을 냉큼 잘라 버렸다.
“압축 농도니 뭐니 하는 얘기를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떻게 알아? 장비 사용법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잖아. 재료에 따른 특성을 얘기해 달라고! 제작자가 직접 말해 줘야 하는 일이잖냐!”
“골렘 얘기 말고 그 얘기를 하고 있었어야죠! 가게 주인이!”
툴툴거리는 대꾸가 바로 청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투란은 둘이 서로 미루면서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성실하기는 하지만 가능한 귀찮은 일은 떠넘기려 노력하는 꼴이라니…… 그냥 보기보다는 한마디 거드는 것이 더 쉽잖은가!
“어느 분이든 어서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주인 어르신이 해 줄 거요! 난 하던 일이 남아서!”
재빨리 대꾸한 이는 청년 마법사였다.
가게 주인이 잠깐 당황하는 순간, 청년은 신속하게 다시 나왔던 곳으로 숨듯이 사라져 갔다. 결국 가게 주인이 투덜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놔! 뭔 녀석이…… 다른 마법사 보면 자기가 만든 것 자랑하느라고 가라 해도 남아서 떠들드만!”
킥킥 웃는 표정을 짓다가 투란이 헛기침으로 웃음을 지우는 시늉을 하면서 다시 묻는다.
“그래서 압축 어쩌고가 뭔 얘기래요?”
“플라스티콘은 원래 연하고 부드러워. 하지만 꽉꽉 눌러 뭉치면 단단해지지. 그걸 측정하는 것이 압축 농도야. 어느 정도 압축했고 짙은가에 따라서 바위나 쇠처럼 튼튼해지기도 하고 고무처럼 말랑거리면서 질기기만 하기도 하지. 여기 팔목이나 발목에 차는 놈들은 안쪽이랑 바깥쪽이 압축 농도가 다르게 되어 있어. 안은 부드럽게, 밖은 단단하게. 만져봐, 알기 쉽지? 그리고 이쪽 부분은 보는 그대로 칼인데…….”
가게 주인의 설명은 길었다.
투란은 처음에는 집중해서 듣다가 나중에는 반쯤 흘려들었다. 그리고 가게 주인의 이야기가 멈출 때쯤 해서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되묻는다.
“골렘과 만날 때는 이런 장비가 없었나요?”
“음, 없었지. 그때는 벌써 십 년 전이고 이건 삼사 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고 했잖나.”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것은 확실한가요? 길드에 가 보면…….”
“안 잡혔어. 현상금도 제법 걸려 있고, 열흘에 한 번은 길드에서 주문한 물품을 건네주러 가며 확인하지. 왜, 잡아 보고 싶나?”
“어디서 얼쩡거리나 정도는 알고 싶잖아요. 괜히 지나가던 길에 만났는데 ‘어, 이게 그때 그 가게에서 들었던 골렘? 근데 어떻게 피하고 숨어 가는지는 못 들었는데.’라면서 어리바리할 수는 없잖아요?”
투란은 자연스럽게, 몬스터 헌터답게 너스레를 떨며 되묻는 시늉을 했다.
가게 주인은 낄낄거렸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표정을 가다듬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길드에 가서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다녀온 것이 한 나흘 전이었으니까 딱히 달라질 부분도 없으려나? 뭐, 친절한 상인으로서 물건 사 주는 손님에게 상냥하게 대답해 주자면…… 녀석의 활동 범위는 저 대방벽 안쪽이야. 대방벽이 저렇게 자리 잡기 전에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보한 놈이니까. 그리고 몇 달에 한 번씩, 굳이 인간 쪽을 습격하지 않더라도 모습을 간간이 보일 때가 있어. 주로 짐승을 사냥하거나 숲, 산속 어딘가를 떠돌다가 말이야. 여기서 서남부 쪽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왕의 대로가 좁아지고 숲이 짙어지는 곳이 바로 그 녀석이 지난 십여 년간 맴도는 영역이지. 아까도 얘기했지만, 군단병이 그 지역을 열심히 순찰하고 녀석의 뒤를 쫓았어도 잡지 못했어.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것은 모두 길드에 전해졌는데, 딱히 헌터들이 알아낸 것이랑 다르지 않았지. 우연히 마주친 헌터들이 가끔 있는 것으로 봐서는 짐승이나 연약한 몬스터와 다투면서 숲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모양이야. 아, 그리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인데, 녀석이 떠도는 영역의 경계 한쪽이 크랙으로 가는 길목이거든. 그 경계 어딘가에서 다른 놈들 틈새에 숨어서 잘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도 하더군.”
“크랙을 오간다고요?”
“그래, 그렇게 의심하지. 그쪽에는 녀석보다 크고 시끄러운 짐승이 한가득하니까 거기 어딘가에 보금자리를 꾸몄나 하는 거야.”
“으흠, 골렘도 보금자리를 꾸민다는 이야기인가요?”
“어? 글쎄, 그 부분은 잘 모르겠군. 발견된 적은 없고, 골렘이라면 하염없이 떠돌 거라는 마법사들의 이야기도 있기는 하니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지. 풀려난 오우거처럼 녀석도 뭔가 먹어 치운다는 것. 그 먹잇감이 인간이나 짐승, 어쩌면 몬스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애초에 로그메이지가 무슨 수작을 부려 만들었나도 애매하니까 추측은 멋대로 가능해. 그중에서 뭘 믿고 거를 것인가는…….”
“듣는 사냥꾼이 고를 일이겠죠.”
한숨처럼 투란은 흐릿해지는 가게 주인의 말끝을 받아 이었다.
다시 낄낄거리면서 가게 주인이 투란에게 손가락 다섯을 펴 보이며 말한다.
“은전 다섯 닢, 지금 꺼낸 물품 가격이랍니다. 손님, 모두 구매하시겠습니까?”
“좋은 이야깃값이니 치러야겠죠?”
쓴웃음과 함께 투란은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게 주인이 껄껄거리며 더 큰 웃음과 함께 손바닥을 내밀면서 말한다.
“자넨 좋은 사냥꾼이로군. 아마 지금보다 더 나은 사냥꾼이 될 것이라고 과감하게 예언할 수도 있겠어.”
“당연히 그럴 거예요.”
피식, 새삼스럽게 새는 웃음으로 답하는 투란이었다.
은전을 건넨 투란은 작은 배낭 안에 늘어놓은 플라스티콘의 물품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작은 배낭 속에 쑥쑥 빠져드는 물품은 그 크기와 부피가 사라지는 듯했지만 가게 주인은 놀라지 않았다. 마치 당연히 투란이 그 정도 마도구는 갖추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는 듯이…….
―속임수가 늘었구나?
드라고니아는 배낭 안에 손을 담그면서 반지로 물품을 챙겨 넣는 투란의 손놀림을 이렇게 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투란은 가게를 나섰고, 가게 주인은 좋은 손님 배웅한다며 문턱에서 손까지 흔들어 줬다.
* * *
―안 잡는다며?
‘응, 안 잡아.’
도시를 나서서 텅 빈 듯이 인적이 드물어진 갈림길에 도달해 투란이 고른 방향을 놓고 드라고니아가 살짝 빈정거렸지만, 투란은 당당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태도는 어딘가 겁먹은 모습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그럼, 왜 그쪽을 탐색하는 거냐?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드라고니아였다.
‘응? 당연히 이야기 듣고 왔으니까 조심하는 거지. 아, 너 그런 소문 모르는 거야? 도시를 나서기 전에 인상 깊게 들은 몬스터 이야기가 있다면 항상 조심해라, 전혀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 이야기 속의 몬스터가 널 덮칠 테니……라는 사냥꾼 사이의 흔한 소문, 들은 적 없냐?’
―이 주변 수 킬로미터 이내에 골렘 따위는 없다만?
역시 핀잔하고 빈정거리는 말투로 대꾸하는 드라고니아였다.
입술을 삐죽이고 투란이 되묻는다.
‘사람도 없어? 그 골렘, 여태 안 잡혔다는 걸로 봐서는 마법 탐지에도 잘 피하거나 숨을 줄 아는 것 같던데…… 어때?’
―없다. 시각, 청각…… 아무것도 안 걸리고 냄새도 없어. 위장색이라든가 형태 변환으로 숨은 놈도 없어. 지금 탐지와 탐색에 안 걸린 놈이라면, 지나온 도시 몇 곳이 여태 멀쩡하게 냅뒀을 리도 없지. 대방벽 안에 그런 놈이 자리 잡을 수도 없어. 먼저 자리 잡았다고 해도 대방벽의 힘에 강하게 반발하다가 튀어나올 테니, 헌터 길드든 군단이든 벌써 파악해 냈을걸?
‘흐음, 그러면…… 당분간 조용히 혼자 걷는 여행인가?’
―정말 쫓을 생각이 없는 거냐?
‘그럼. 조용히 가던 길 갈 거야.’
투란은 상단이라든가 따로 마차를 이용하지도 않은 채, 도시를 벗어날 때 마지막으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확인한 길을 따라갈 것을 확고하게 말했다.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말과 다르게 가는 길에 골렘이 튀어나오길 기대한다며 투덜거렸는데…… 그 뒤로 이틀 동안 툭툭 튀어나와 지나가는 산짐승 몇을 빼고는 매우 고요한 여로가 이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틀이 지나고 사흘로 접어든 날의 정오가 될 무렵,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 한숨처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왔네, 이거 기대한 대로냐?
‘돌 갑옷을 입은 오우거, 로 착각했다더니! 사 미터짜리란 말은 안 했잖아, 그 아저씨!’
평온한 오후를 기대하던 투란은 툴툴거렸다.
그 툴툴거림을 인정한다는 듯이 길 한복판을 가로막고 나타난 괴물,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다리, 몸통과 머리를 갖춘 형상 위로 돌 가죽을 둘러쓴 모양이 가히 완전무장을 갖춘 중갑병사처럼 보이는 녀석이 입을 열었다.
“응?”
―뭘 토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몰골에 투란이 흠칫할 때, 드라고니아도 갸웃하든 말했다.
불벼락이 그 순간에 길을 채우고 확산되며 뿜어 나왔다.
투란이 뭘 하기 전에 즉각 정령수가 반응했다.
에어로가 바람을, 테트라가 길바닥을 움직여 불벼락을 마주한 것.
불길과 섬광이 소리를 지우며 터졌고, 투란은 높이 뛰어올랐다.
발판이 되어 주는 바람결을 밟으며 투란은 십여 미터를 뛰어올라 골렘을 바라봤다.
쇠구슬 같은 눈알이 흉흉하게 투란을 마주 봤고, 상자처럼 아래로 열린 입에서 다시 한번 빛과 불길이 소용돌이치며 맺혔다. 동시에 돌 가죽을 두른 팔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며 콰득콰득 쿵쾅거리는 울림을 토해 냈다.
두 번째 불벼락은 움직이는 골렘을 따라 허공을 가르는 장막처럼 투란을 향해 뻗어 나오고 있었다.
에어로가 이번에는 파이로와 뒤섞이며 바람결로 불을 인도하는 장막을 펼쳐 냈다. 불길이 분산되었고 섬광이 장막을 가득 채우듯이 퍼져 나갔다.
―이거 진짜 번개와 불길이 섞였구먼!
드라고니아가 감탄했다.
‘야!’
투란은 울컥했다.
―결합 부분이 약하다, 동강 낼까?
피식 웃는 듯한 말투로 드라고니아가 물었다.
‘한 대 칠 때!’
투란은 주먹을 뒤로 빼며 대답했다.
투란의 주먹이 억세게 쥐어졌고 검붉은 형상으로 변해 내질러졌다.
드라고니아가 그 움직임에 맞춰 에어로를 지휘하며 마법을 일으켰다.
검붉은 형상에 휩쓸린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사이에 골렘의 무릎이 절단되었고, 허리가 뒤틀렸다. 검붉은 형상은 커다란 손아귀가 되어 골렘의 머리부터 상체를 움켜쥐어 갔다. 골렘의 허리가 티끌과 불꽃을 이끄는 바람결에 휘말리며 빙빙 돌다가 끊어져 버렸다.
골렘의 허리 아래가 땅바닥에 뒹굴 때, 용암을 머금은 거인의 손아귀가 골렘의 상체를 으스러뜨렸다.
부스스 떨어지는 잔해, 그 안에 뭔가 단단하게 걸리는 파편 하나를 당기면서 투란은 팔의 형상을 되돌렸다.
―흐음? 그게 불벼락의 발출기였나?
파괴된 골렘의 나머지 잔해를 프로브로 탐색하며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손에 들고 이리저리 뒤집어 보는 파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마석이…… 마력이 다 소모된 마석이지, 이거?’
투란은 그 파편의 한구석에 회색으로 물든 보석을 짚으며 물었다.
―맞다, 충전(充塡) 방식이…… 인간의 마력을 이용하는 것이군. 그래서 사람을 덮치고 있었군. 제작한 로그메이지가 죽은 까닭도 대강 알겠군. 마력 불어넣다가 탈진 온 상태에서 제어력을 잃은 채로 어찌해 보려다가 자동 방어 기능에 걸려 맞아 죽은 모양이야.
‘뭔 추측이 그리 자세하냐?’
―이런 충전형 마석을 장착한 골렘이 대부분 그런 사고를 쳤거든. 그래서 이젠 이 방식 안 쓰게 된 것이니까.
‘아, 네…….’
어이없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