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2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11)
Chapter 223. 그 아저씨, 아줌마는 누구?
휘익! 싸아아!
등골을 시원하게 해 주는 바람소리, 투란은 곧바로 뭔가 자신의 뒷덜미를 덮쳐 온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야아! 아무것도 없었는데 뭐야아아!’
뒤늦게 소리 없는 외침도 터뜨리긴 했지만 투란의 몸은 이미 앞구르기를 하는 중이었다. 뒷덜미를 덮쳐 오던 것이 구르는 투란의 위를 지나갔고…….
쿠당탕.
이리저리 튕기며 정원 풍경의 탁자와 의자 몇이랑 부딪히며 요란하게 뒤엉키고 있었다.
구르고 앉아 그 상황을 살피던 투란의 입가가 실룩였고 눈가는 찌푸려졌다.
일단 자신의 눈과 귀로 상황을 살피는 채로 투란은 재빨리 묻는다.
‘야, 대체 뭐냐고!’
―바람의 길, 축소된 바람의 길이다. 정상적인 경우보다 단거리를 이동한다고는 하지만, 그 단거리가 일이 킬로미터는 거뜬히 돌파한다고.
‘평소 프로브 감지 거리가 얼마였지?’
―이런 도시 안에서 쓸모없는 정보가 많으니까, 근거리 오십여 미터를 주시하고 원거리 백여 미터를 경계하는 수준이었지.
‘젠장.’
투란은 자신이 느닷없이 기습당한 사정을 알았고, 짜증을 내려 했다.
하지만 투란이 습격자 쪽을 보고 뭐라 하기 전에, 힘차게 구르고 뒤엉킨 채로 바닥에 널브러진 듯했던 작자가 먼저 외치고 있었다.
“쳐들어와요!”
‘뭐?’
투란으로서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무슨 뜻인가 어리둥절해서 멈칫할 수밖에 없는 소리인데…….
―너한테 하는 말이겠냐!
드라고니아가 먼저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또 다른 이가 투란에게 그 으르렁거림에 겹치는 호통을 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비켜!”
멈칫했던 투란은 곧바로 두 번째 습격자의 조짐을 느끼고 더욱 옆으로 굴러 자리를 피해야 했다.
쿠쿵, 콰앙.
세 번째 습격자까지, 바로 투란이 있던 자리를 움푹 패어내며 떨어져 내렸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도 얼핏 그 모습이 섞인 듯하다고 투란이 곁눈질한 순간.
“이 미친년이 감히 누굴!”
퍼억, 끄억.
욕설이 섞인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두툼한 나무토막이 날아갔고 입을 열던 자가 비명과 함께 뒤로 굴렀다.
그 순간에 투란은 재빨리 프로브와 감각을 연계해서 주변 상황을 빠르게 되새김질하듯이 파악해 냈다. 이상한 일에 그냥 휩쓸려 가고 싶지 않으니까.
‘좋아, 간격은 충분하고…….’
수 미터 거리를 두고 폭력이 실현되는 자리에서 떨어져 나왔으니, 당장 또 누가 몇백 미터 밖에서 날아드는 것은 나중 일로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습격자가 다 날아온 듯한 분위기가 더 이상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싶어 보인다. 그리고 처음 날아든 습격자, 투란에게는 습격자이지만 나무토막을 던진 이랑은 한패이면서 이곳을 피신처로 삼은 듯한 이는 가냘픈 몸매임에도 씩씩하게 자신이 떨어지며 부순 기물을 밀어내고 팔딱거리는 몸짓으로 일어서고 있었다. 한데…….
“아저씨, 다 죽여 버려요!”
‘미친년인가?’
일어서자마자 외친 소리에 투란은 진심으로 이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저 괴상한 여자의 한편 말고, 쫓아온 적 말고 투란 자신도 있잖은가!
투란에게 조금 다행스럽게도 그 말을 들은 아저씨, 투란이 보기에는 그냥 건장하고 튼튼한 노인…… 헌터 길드의 펍에서 못 박힌 것처럼 앉아 노는 것이 일상인 은퇴한 베테랑 헌터를 떠올리게 하는 노인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신 차려라, 모처럼 손님도 오셨거든?”
말과 함께 노인은 투란에게 살짝 손짓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옆으로, 더 뒤쪽으로 물러서야 이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 주는 손짓이기에 투란은 냉큼 더 뒤로, 옆으로 물러섰다.
그사이에 나무토막에 맞고 쓰러진 자 주변으로 추적해 온 이들이 뭉쳐 들고 있었다. 노인에 대항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는 모습들이 어쩐지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이 썩을 늙다리가!”
나무토막에 맞고 반쯤 죽었나 싶었던 이가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서면서 고함을 터뜨리고 있었다.
한데 그 모습이 좀 이상했다.
코피를 콸콸 흘리고 있는데, 이마 양쪽으로 뿔이 불끈불끈 돋아난다!
조금 전에 거의 이마빡에서 정수리로 그어지듯이 나무토막에 처맞고 나뒹굴 때는 꿈틀거리며 죽는가 싶었는데, 일어나는 모습은 이미 반쯤 몬스터의 형상을 하고 있다니…… 그런데 코피는 또 왜 흘리는가?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미숙한 놈…….”
‘아, 그건가!’
투란은 금방 수수께끼를 풀었다.
노인이 가볍게 한 말 속에 저 기묘한 사내,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임을 그 모습으로 드러내는 사내가 보이는 까닭을 납득할 단서가 있었다. 몬스터의 형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조금 늦었고, 때문에 몬스터의 힘을 뒤늦게 끌어낸 것이다.
“이 썩을! 내가 아닌 딴 놈이었으면 대가리 쪼개져서 뒈졌잖아, 이 늙은이가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이려고 해?”
“여긴 변두리다만…….”
소 울음소리가 섞인 성난 외침에 대해 노인이 한가롭게 대꾸하고 있었다.
투란은 노인을 바라보며 ‘미친년을 돌보는 미친 늙은이인가?’라는 생각을 살짝 떠올렸다. 자신이 하는 일에 한없이 자신만만해 보이는 노인이지만, 지금 한 말은 그냥 상대방에게 무한한 도발을 시도하는 것일 뿐이고 이치에 맞지도 않잖나.
과연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 사내 또한 투란과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소머리에 목덜미까지 곰실곰실하게 털이 채워지는 채로 사내는 소 울음소리가 섞인 말을 거칠게 내뱉고 있었다.
“헛소리 집어치워음! 오늘 저년이 음므엇,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감히 우릴 가로막으려 하음? 제정신이냐고으음! 푸릇!”
“아르안, 무슨 짓을 했더냐?”
사납고 성난 말투, 변해 버린 괴물의 낯짝에도 노인은 매우 한가롭게 ‘다 죽여’를 외친 여자…… 아직 스물은 되지 못했을 듯한 외모임에도 미친 것처럼 보이는 소녀에게 묻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왠지 투란에게 살짝 낯익다.
‘아르안?’
어디서 들었던 이름이었던가?
하지만 투란은 기억을 더듬을 시간이 없었다.
눈앞에서 휙휙 지나쳐 가는 상황,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먼저 놓치지 않고 봐야 했으므로…….
“아저씨!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저것들이 괜히 나한테 덤터기를 씌울려고 하는 거야! 작정하고 마도구까지 준비해서 저 지랄하는 중이라니까!”
겉모습은 그럭저럭 소녀이지만, 말투는 불량한 아줌마로 여길 수밖에 없는 외침이었고 숨결 사이로 은근히 욕설까지 섞인 낌새가 무럭무럭 배어 나오는 중이었다. 그 태도와 말의 의미는 결국 누명을 써서 도망쳤고, 저들이 누명을 씌울 준비를 해서 마도구까지 써서 쫓아왔다는 것인데…….
“저런 미친년이! 바로 사람 앞에 두고 대놓고 거짓말을 씨부리나!”
콧김과 함께 부푼 어깨에서 옷감을 꿰뚫고 빳빳한 털가닥까지 내뿜으며 더욱 분명하게 타우루스의 형상을 드러내는 몬스터 로드가 이전보다 또박또박한 말투로 으르렁거렸다. 좀 전까지 타우루스의 본성에 휘둘린 듯하더니 이제 완연히 다스리는 듯한 낌새가 엿보였다.
투란이 ‘어라?’ 하며 그 까닭을 엿보려 할 때, 노인은 말하고 있었다.
“잔머리는 제법 굴리는구나? 동료에게 부적을 맡겨 둘 줄도 알고…….”
문득 투란도 알아차렸다.
몬스터 로드를 중심으로 늘어선 그 일행들, 그중 한 명이 슬그머니 몬스터 로드의 뒤에 붙은 채로 뭔가를 그 목덜미에 걸어 줬다는 것을…… 노인의 시야에서도 벗어난 행동이었지만 베테랑의 감각으로 간파한 듯하다는 것도 투란은 깨달았다.
―마도구의 탐지도 방해하는 부적인데?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인간들인데, 저런 부적을 갖고 있는 거냐? 이것 참…… 흥미롭군?
드라고니아도 조금 재미가 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 그런 부적이면…….’
투란이 살짝 놀라는 틈에 금방 노인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나? 아르안, 여긴 네 집이다. 네가 뭐라 해도 누가 어쩔 수 없는 곳이잖니? 솔직히 말해 봐라, 경매장의 가드들이 저렇게까지 따라붙을 만한 일을 지지른 거냐?”
“아저씨! 내 말 못 믿어? 그냥 저것들이!”
아르안, 소녀는 그 외모랑 어울리지 않는 삐딱한 표정과 말투로 부정하려고 했다.
덕분에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를 비롯한 경매장 가드라는 일행들이 한순간에 발끈하며 뭐라 하려는데, 노인이 한 박자 빠르게 잔잔하면서도 큰 목소리로 말한다.
“아르안, 저 녀석들이 네가 싫어하는 경매장의 일을 맡았다고 해도 제 몫을 다하는 가드인 것은 변함이 없단다. 가드이기에 여기까지 저 비싼 마도구를 써서 쫓아왔던 것일 텐데…… 가드가 그런 비싼 것을 소모해 가면서 이곳에 와서 내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있잖니. 분명히 네가 저렇게도 당당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해 준 것이란다. 자, 무슨 일이었니?”
조금 길게 늘어지는 물음이었지만 경매장 가드 일행들에게는 은근히 편들어 주는 듯해서 주춤하게 했고, 아르안은 발끈하게 했다.
“아저씨! 진짜 날 못 믿는 거네? 저 도둑놈들이 가드랍시고!”
“도, 도둑놈? 이런 미친…… 도둑질은 네년이 했잖아!”
앞으로 나선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가 입가에 세찬 입김을 뿜어내며 아르안의 말을 끊고 으르렁거렸다. 아르안 또한 소녀다운 외모랑 어울리지 않는 험한 표정과 말투로 바로 이를 되받아쳤다.
“우리 아빠 유품을 왜 너네가 멋대로 경매품으로 팔아 치우는데? 그게 도둑질이 아니라고? 주웠다는 더러운 변명이나 해 대면서!”
“누가 주웠다고 했어! 경매장에서 사들였다고 했잖아!”
“경매장이 장물(贓物) 취급하는 곳이냐? 남의 물건을 파는 놈한테 그걸 그냥 사들였다고? 어디서 개수작이야! 뻔히 우리 아빠 것이라고 알면서 훔친 도둑놈들이!”
“그딴 걸 알 게 뭐……!”
짜앙!
격하게 오가려던 말다툼은 강력한 소리에 파묻히면서 한순간에 멈췄다.
말문이 터질 때마다 눈알을 굴려가면서 구경하던 투란은 반사적으로 귀를 막을 뻔했지만, 결국 손끝으로 귀를 후벼내는 시늉만 하고 말았다. 한순간에 터진 그 소리는 노인이 박수를 쳐서 난 것인데, 단숨에 말소리를 잡아먹는가 싶더니 메아리도 없이 금세 사라져 버린 탓이었다.
‘뭐야?’
―이곳의 특성이군. 음파를 제한하는 구조물이다. 메아리 없이, 확산되지 않도록 음원이 진정되면 이차 파동을 일으키지 않고 소리가 멎게 되어 있어. 흥미로운 점은…….
‘응, 알았어. 여기가 특별해서군.’
늘어지려는 드라고니아의 말을 뚝 자르며 투란은 노인에게 집중하는 척했다.
마침 노인이 입을 열었고, 드라고니아도 발끈하는 낌새를 죽이며 그 모습을 관찰하는 듯했다.
“아르안, 뭘 가져왔는가 내놔 보거라.”
손까지 내미는 노인에게 아르안은 입술을 삐죽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섬주섬 허리춤에 두른 길쭉한 가죽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고 있었다.
‘단검? 그냥 막대?’
―제련된 완드로군. 단검도 내장하고 있기는 하다만, 마력을 증폭 확산시키는 기능이 세련되게 붙어 있는데?
투란과 드라고니아가 갸웃거리며 추측할 때.
“아르안의 아비가 무척이나 아끼던 것이로군. 그래, 누가 저걸 경매장에 내놨다고? 가드일 뿐이라서 모르는가?”
노인이 무겁게 목소리를 깔며 묻고 있었다.
더불어 은은하게 노여움이 배어 있는 표정, 서서히 치솟는 듯한 눈꼬리가 노인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음을 과장하는 듯이 보였다.
가드 일행이 그런 노인의 모습에 움찔할 때, 앞으로 나섰던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는 눈알을 붉게 물들이면서 한 걸음 더 나서며 으르렁거리는 대꾸를 하고 있었다.
“우리 경매장에 대해서 잘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나! 도둑질한 물품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 곳이잖아! 파는 놈에게 진실의 척도를 걸어서 확인하고 산다고! 신분 따위는 묻지 않아도 장물 취급은 아예 안 하는 경매장인 줄 알잖아! 나이 처먹고 정신이 나갔나? 고무쇠의 예르카란 사람이……!”
조목조목 따지던 말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따악 하는 타격음은 조금 뒤에 울려 나와 왜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가 뒤로 벌러덩 넘어가는 중인가를 알려 줬다.
“어?”
그 광경을 보던 투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드 일행은 앞에서 방패 노릇을 하던 몬스터 로드가 드러눕는 광경에 당황해서 뒤늦게 그 몸을 받쳐 주려 하는데…….
―흐음? 주먹이 부푸나 했는데 손가락 마디만 부풀고 단숨에 늘었난다? 투란, 저거 혹시 너 어릴 적에 봤다는…….
“고무쇠 아저씨?”
드라고니아가 소리 없이 중얼거릴 때, 투란은 소리 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노인, 고무쇠의 예르카는 눈살을 찌푸리며 투란을 향해 슬쩍 시선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