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2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18)
“야, 이 자식아! 너 때문이잖아! 너 때문에 인생이 꼬여서 내가…… 쿨럭!”
로잭이 강렬하게 반발하며 외치다가 센 기침과 함께 입가에서 핏방울을 흘려 냈다. 이런 모습을 보자마자 아르안이 다시 로잭의 등짝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뭔 바보짓을! 왜 갑자기 흥분하고 난리예요! 엄마, 그냥 먹여야겠어! 안개로 희석되어서는 완전히 낫질 않나 봐!”
조금 전까지 자기 손이 부어 아프다고 떠들던 짓은 완전히 엄살이었다는 듯하잖나.
때문에 티아라가 한숨부터 쉬면서 로잭을 향해 묻듯이 말한다.
“로잭, 진정해. 진정 안 되면 정말 포션을 마시게 할 수밖에 없잖아. 투란, 옛날 모습 찾기 힘들긴 할 테지만 로잭 맞아. 그러니까…… 자리부터 옮기자.”
이에 예르카가 다시 불평불만을 옹알거리려는 듯한 투란의 표정을 몸으로 가리고 말문을 봉하면서 먼저 응하고 있었다.
“그래, 여긴 이러쿵저러쿵 떠들기에 적당하지 않으니까. 로잭의 상처도 제대로 돌봐야 할 테니까. 가볍게 여기지 마라, 로잭. 그 상처, 몬스터의 형상에 당한 거잖아? 독이 있을지도 모르고 없더라도 염증이 번질 수 있어. 할 때 제대로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후우, 알았다고요. 야, 투란! 얘기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고!”
로잭이 끙끙거리는 채로 다시 몸을 곧추세우면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몸에 제대로 힘을 주고 버틸 수가 없었던 듯, 로잭이 비틀거렸고 바로 아르안이 곁에 붙으며 지지해 줘야 했다. 티아라가 혀를 차는 와중에 로잭은 부축받은 채로 움직여야 했고, 예르카가 넌지시 물러서며 길을 터 줬다.
함께 한구석으로 비켜서던 투란의 입가에 문득 기묘한 웃음이 맺혔다.
예르카만이 그런 투란의 웃음을 눈치챘고, 슬쩍 낮게 묻는다.
“왜?”
“얼굴은 이상한 아저씨인데…… 말투는 로잭처럼 들렸거든요. 티아라도 그냥 눈 흘기는 아줌마 모습인데 꼬맹이 때랑 이상하게 겹쳐지고요.”
나직하게 속삭여 투란이 대답하니, 예르카가 피식 웃고 가만히 투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그래, 낯설겠지만 진실이니까. 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투란은 예르카의 뒤를 따랐다.
로잭의 방은 지상이 아닌 지하에 있었다.
쉬기 위해, 한편으로는 치료를 한다며 로잭의 방으로 움직인다 했는데 지상층으로 나갈 생각을 않고 계단을 잠시 돌다가 바로 지하층으로 옮겨 도착한 것이다. 이는 바로 투란을 투덜거리게 했다.
“참호 같은 방은 질색이라면서 꼭 나무 위에 집을 지을 거라더니.”
조금 목소리를 크게 낸 탓에 로잭이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곧장 침상에 몸을 누이면서도 투란을 향해 눈길과 함께 으르렁거림을 토해 내고 있었다.
“지을 거야! 너랑 엮인 이 빌어 처먹다 뒈질 일만 끝장내면 곧바로!”
“헤에…… 꼭 로잭처럼 말하시네요, 아, 저, 씨.”
대놓고 놀려 보는 투란이었다.
로잭은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투란을 부릅뜬 눈으로 잠깐 노려보다가 예르카를 향해 홱 고개를 돌리며 가득 무게를 잡는 표정으로 묻는다.
“영감님, 저거 진짜 투란 맞는 거죠? 몬스터가 투란 골수를 빼먹고 저렇게 나타났다거나, 망령이 된 채로 죽어서 돌아다닌다거나, 그런 일 아닌 거죠?”
듣던 투란이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데, 티아라나 아르안은 흠칫하며 예르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때문에 투란은 그런 둘을 향해 ‘엥? 아니, 갑자기 그건 무슨 표정인데!’라고 툴툴거려야 할 지경이었다.
이 소란스러워질 듯한 분위기를 억누르는 듯이 예르카가 입을 여는 순간, 방 안에 있는 모두가 예르카를 바라봐야 했다. 갑작스럽게 실내를 꽉 채우는 기괴한 느낌, 예르가 가득 차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투란이 신기해하며 예르카를 보니, 노인의 입은 무겁고 엄격한 말을 토해 내고 있었다.
“로잭, 티아라, 아르안. 내가 하는 말에 거짓은 없다. 이 녀석은 진짜 투란이다, 샤오콴 마을에서 살다가 죽어 혼돈의 늪에 떨궈졌다고 하는 바로 그 녀석이야. 살아서 마경을 넘어 돌아왔고, 이럴 경우에 대해 로잭 너와 내가 예측했던 그대로…… 최소한 상급 몬스터 로드의 수준에 이르러 있기도 하지. 그래, 이 녀석은 우리가 오랫동안 해결 못 한 일을 해결해 줄 열쇠인 투란이란 말이다. 그러니 의심하지 마라, 로잭. 티아라, 아르안도 알아들었지?”
“뭐, 영감님이 그 정도로 말한다면 가짜라도 믿어 줘야죠.”
로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심드렁한 말투로 대꾸하고 있었다.
그리고 티아라와 아르안은 ‘별로 의심하지도 않았는데 뭘…….’이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덕분에 투란은 난데없이 실물, 진짜로 검증받아 버린 자신의 상황에 어이없어 새는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투란의 마음속에서는 드라고니아가 꽤 심각하게 떠들고 있기도 했다.
―위압(威壓), 몬스터 로드가 고유 마력으로 사용하는 그 기술 맞지? 대상이 마법적인 특성을 지녔거나 몬스터라면 탐지도 겸해서 그 실상을 엿본다는…… 단순히 늙은 몬스터 로드가 실려 있네 할 일이 아니잖아! 웃지 말고 조심해라! 넋 놓고 있다가 크게 당할 수도 있어! 아무리 호의적이라 해도, 높은 수준이라 해도 몬스터 로드가 언제 어떻게 발작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너 꽤나 적대적이다? 왜 그래?’
듣다 보니 살짝 심각하게, 상황을 아주 흉험하게 보는 말이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투란이었다. 그래도 그런 속내를 감추며 투란은 어깨를 으쓱한 채로 예르카를 비롯한 모두에게 ‘믿거나 말거나!’라는 듯이 웃음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로잭이 그런 투란을 보더니 쓴웃음을 흘리며 말을 더한다.
“저 태평한 꼴이라니, 딱 미친 꼬맹이 그대로잖아요. 생긴 것도 내가 떠날 때보다 덩치만 조금 커진 채인데 저러니…… 하아…… 도대체 세월의 마경에는 왜 기어들어 갔냐고 따지고 싶지만, 소용없는 짓이겠죠? 그래서 영감님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예르카는 대답보다 먼저 티아라에게 고갯짓부터 했다.
티아라는 금방 그 의미를 알았다는 듯이 방 한구석에서 상자를 꺼내 여는데, 상자 안에는 짙은 냄새를 풍기는 약물과 붕대, 바늘과 실 따위가 어지럽게 담겨 있었다. 그 상자를 보며 티아라가 툴툴거린다.
“정리 좀 해 놓으라니까! 어린애도 아니면서! 하아…… 어디 보자, 꿰맬 자리는 사라졌어? 칙칙이로 더 뿌려 줘? 아니면 여기 이 고약한 포션?”
칙칙이란 말에 투란은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샤오덴 할배가 끊임없이 실패하는 와중에 뭘 만드냐고 묻던 꼬맹이 티아라, 그에 대해 주름과 짜증이 가득한 얼굴에서 나온 대답이 ‘칙칙하는 거 만든다.’였으니까. 그 추억 속의 풍경에서 로잭은 지나가다가 혀를 차며, 소년이면서도 할배를 한심스럽게 보고 있었다.
“그냥 상자째로 이 옆에 놔 줘.”
현재의 로잭은 누운 침상 한쪽을 두드리며 대꾸하고 있었다.
바로 아르안이 티아라를 도와 상자를 옮겼고, 내친김이란 듯이 이것저것 꺼내서 로잭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옷이 거의 찢기다시피 해서 벗겨지는 광경 속에서 로잭이 예르카에에 눈짓으로 재촉하니, 예르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 자리 비운 사이에 큰일은 없었다. 어젯밤까지는…… 어젯밤에는 갑자기 낮에 나갔던 아르안이 경매장의 경매품을 들고 와서 경매장 경비인 녀석들까지 끌고 오는 일이 있었지. 그때 투란도 여기 도착했다. 너랑 티아라가 기억했던 것처럼, 이 도시의 이 방향에 제법 묵을 만한 여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르안이 날뛰는 사이에 투란을 내가 알아봤고…….”
“잠깐만요, 무슨 경매품 이야기죠?”
로잭이 상처를 덮는 손길 사이로 손짓하며 물었다.
잠깐 이야기가 끊겼지만 예르카는 곧바로 대답해 준다.
“게르민의 완드였다. 어째서 그게 경매장에 넘어가 있는가는…….”
“완드를 아르안이 되찾았는데 마침 투란도 왔다는 말인가요?”
로잭은 조금 성급하게 다시 말을 자르며 묻고 있었다.
조급한 그 표정을 보며 예르카는 갸웃하면서도 대답해 준다.
“그래, 딱 그런 상황이었다만……?”
“성공했어! 영감님, 게르민의 마법이 성공했어! 그 망할 운명의 어쩌고가 성공한 거라고요!”
로잭이 환한 낯짝이 되어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듯이 외쳤다.
티아라와 아르안이 벗겨 놓아 맨살이 드러난 로잭의 상처를 살피다가 흠칫하며 눈길을 돌렸다.
예르카는 쓴웃음과 한숨을 섞어 내쉬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듯이 로잭에게 묻는다.
“나도 그렇다고 여겼다만, 로잭…… 완드랑 투란이 무슨 관계라도 있다는 말을 하는 거냐? 투란은 어제 막 이 도시에 도착했어, 완드가 경매장에 넘어간 일은 투란이랑 전혀 상관이…….”
“그건 내가 넘긴 거예요. 게르민이 그러라고 했어요. 그 완드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올 때, 마법으로 인도된 운명의 존재가 함께 도달할 것이라고 했죠. 완드를 넘긴 지가 일 년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경매품으로 나왔던 건가? 어? 아르안? 티아라? 야야, 왜 그래? 으아앗!”
“이 아저씨가 미쳤나! 아빠 유품을 나랑 상의도 없이!”
아르안이 로잭의 아문 상처를 다시 찢을 듯이 꼬집으며 으르렁거렸다.
티아라는 상자 안에서 굵은 가위를 껀 거꾸로 잡고서는 로잭의 머리통을 북처럼 두드리며 속삭이는 중이었다.
“이 망할 인간아, 게르민이 뭐라 시켰으면 나한테는 말을 했어야지! 멋대로 저지르고 한마디도 않고 훌쩍 나돌아다니고……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왜 내 남편 물건을 맘대로 나돌게 했는데! 엉? 억울해? 뭐가 억울해!”
모녀가 잠시 소동을 피우며 로잭을 학대하는 사이, 그 풍경을 보며 슬쩍 뒤로 물러선 예르카가 투란에게 속삭인다.
“게르민이 죽은 지가 거의 일 년 되는 것 같구나. 아마 그때 유언으로 따로 전한 말이 있었던 모양이야. 로잭 녀석, 이것저것 떠맡은 일이 꽤 되는데 유품 관련한 일도 부탁받았나.”
“로잭이 부탁받은 일은 잘하죠. 몰래 동료 장비 팔아먹던 아저씨들이 꽤 좋아했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어떤 고무쇠 아저씨도…….”
투란이 마주 속삭이고 있자니, 바로 예르카가 커흠 하는 소리를 내면서 재빠르게 입을 다물라는 시늉을 했다. 투란도 굳이 예르카가 못된 동료들의 장비를 몰래 처분해서 무모한 사냥을 막아 낸 일을 마저 다 짚을 생각은 없었기에 낄낄거리는 웃음 짓는 표정만 남기로 말을 멈췄다.
―기괴한 작자들이로군.
드라고니아가 지난날과 현재를 오가는 투란의 마음이 이리저리 다채롭게 흔들거리는 것을 감상하듯 중얼거렸다. 뭐가 기괴하다는 것인가를 묻지는 못했지만 투란에게는 이 상황이 이미 충분히 기괴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모녀의 작은 소동을 로잭이 겨우 진정시키고 좀 더 말을 이었다.
“하아, 아무튼 나는 게르민이 원하는 대로 해 줬을 뿐이라고. 뭐, 어쨌든 그때 상황이 이것저것 따질 수 없었다는 것은 알잖아? 그리고 오늘까지 둘이 무사하니까, 게르민도 아내와 딸을 위해 그런 것이니까 이해해 달라고. 아르안, 아빠한테 여러 번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잖아? 그만 용서하라고…… 야, 나 말고 네 아빠! 그만 꼬집어! 투란이 처웃는 꼴 보고 싶지 않거든?”
씩씩거리던 아르안은 그제서야 이 자리에 평소와 다르게 외부인이나 마찬가지인, 로잭이나 티아라에게는 과거에서 불쑥 튀어나온 유령이나 망령 같지만 자신에게는 아주 낯선 사람인 투란이 있음을 알아차린 듯이 손을 멈추며 한구석으로 한 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티아라는 그런 딸을 보며 한 대 더 쇠가위 손잡이로 로잭을 두드리고 말한다.
“게르민이 그러더라도 일단 내게 상의부터 하라고 했잖아! 한두 해 그런 것도 아닌데…… 꼭 마지막까지 그랬어야겠냐고!”
“그거 미안하다고 하더라. 아무튼 이제 완전히 끝장을 낼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그 망할 두룩칼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 아, 투란은 두룩칼이란 이름이 낯설지? 그거, 알킨 아비야. 너에게서 보석을 뺏어 미친놈 만들고 제 아들에게 걸어 준 그놈이 우리가 자기 정체를 눈치챌까 두려워서 이름까지 바꾸고 이십 년 넘게 우릴 괴롭혔지!”
로잭은 후욱 숨을 몰아 내쉬면서 눈빛을 번뜩였다.
그 모습에 티아라와 아르안은 살짝 낯을 구기며 지난날을 되새기는 듯한데, 예르카는 예리하게 바로 묻는 말을 꺼냈다.
“큰소리치는 걸 보니, 어디 숨어 있나 정도는 알아낸 모양이구나?”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로잭이 답한다.
“물론이죠. 놈이 여태 그렇게 날뛰도록 도와준 배후가 어디인가, 누구인가도 알아냈어요. 덕분에 배가 왕창 찢어지는 꼴이 되고 말았지만, 게르민이 준비해 둔 구명(求命) 마법으로 이렇게 살아왔죠. 뭐, 이것도 게르민이 걸어 둔 운명 마법이 길잡이 해 주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누구냐?”
예르카가 다시 묻는데, 그 말투가 스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투란이 살짝 목을 움츠리며 예르카를 보고 로잭을 바라봤다.
둘은, 몬스터 헌터와 몬스터 로드는 다른 인간을 떠올리며 성난 낌새를 감추지 않았고 거기에 모녀까지 비슷한 태도를 더해서 분위기가 꽤 사나워졌다.
로잭이 그 분위기를 더 심화하듯이 말을 이었다.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