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3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22)
―특화(特化) 마법이잖아! 저런 것은 원래 탐색되질 않는다고! 로그메이지라면서 어울리지 않게 상위 마법을 쓰는구먼!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특화? 그게 뭔 마법인데?’
―이 자식이……!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마법 주문을 변화시키고 개조해서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 하위의 마법이라도 상위 수준의 효과를 발휘한단 말이다! 그러니까 특화한 시점에서 이미 상위 마법이란 말이다!
‘아하…… 그래서 어떤 마법인데?’
―그림자를 매개로, 그림자를 길잡이 삼고 길로 만들어서 지나다닐 수 있는 마법인 모양인데? 아르안이 저항하고 있군! 왜 늦추는 거냐?
얘기하던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지붕을 밟던 속도를 늦추는 것에 의아해 되묻고 있었다. 투란은 지붕 아래에서 바쁘게 달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 없이 대답했다.
‘로잭이 먼저 닿으면 저 로그메이지가…….’
“투란! 아르안을 지켜! 내가 잡는다!”
로잭의 우렁찬 외침이 지붕 아래에서 쩌렁쩌렁 울려 나오고 있었다.
‘내가 잡는 편이 낫지 않나?’
어정쩡하니 갸웃하면서도 투란은 입을 열어 마주 소리쳐 준다.
“알았어! 아르안, 지붕 뚫고 내려간다!”
다음 순간, 투란은 지붕에서 힘차게 도약했고 아르안이 콜록거리는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마자 투란의 손이 냉큼 아르안의 손목부터 잡았다.
“나야. 찌르지 마! 때리지도 말고!”
손에 든 완드에서 칼을 뽑아 찌르려다가 안 되니 바로 주먹과 발로 때리려는 아르안이 차분한 말에 멈칫하다가 겨우 멈추고 있었다. 그리고 투란이 가만히 손목을 놔주니 바로 아르안은 천장을 흘깃하다가 바로 묻고 있었다.
“안 뚫렸잖아?”
“안 뚫고 내려왔으니 더 좋잖아?”
살짝 어이없어하면서 투란이 대꾸했다.
아르안은 한층 더 어처구니없어하다가 고래를 젓고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듯이 말한다.
“지붕에 구멍 안 내고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내려오는 모습도 안 보이고 불쑥 내 앞에 내려와 있냐고! 당신 대체 뭐냐고!”
“아, 그거…… 몬스터 로드 투란, 방금 재주는 리틀 점프. 더 자세히는 묻지 마. 몬스터 로드에게는 원래 비밀이 많은 법이잖아?”
빙긋 웃는 시늉을 하며 투란은 손을 젓는 채로 대답해 줬다.
아르안은 낯을 구겼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투란의 손짓에 따라 문틈에서, 벽을 무너뜨릴 듯이 퍼져 가던 파열의 흔적에서 스며들던 검은 연기와 불꽃이 밀려 나가고 있었다. 아르안과 투란을 중심으로 멀어지려는 것처럼…….
푹.
뒤늦게 벽 한 귀퉁이를 째듯이 튀어나온 굵직한 꼬챙이가 있었다.
투란이 보니 밖에서 봤던 로잭의 석궁에 장전되어 있던 쇠뇌살 끝이었다.
바로 투란의 입에서 버럭 외침이 터져 나간다.
“야! 로잭! 방에 구멍 뚫지 마!”
“젠장, 이 새끼가아아!”
로잭의 대꾸는 짜증이 섞인 채였고, 곧이어 이곳저곳을 두들기고 뭉개는 듯한 거친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나왔다. 처음 큰소리쳤던 것처럼 쉽게 일이 풀려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고스란히 알려 주는 난동의 소음이었다.
한숨을 쉬며 투란이 아르안에게 묻는다.
“따로 나갈 길이 있어? 티아라는 늘 벽 한구석에 새는 문을 만들어 두고는 했는데…… 넌 없어?”
“엄마가 몇 살 때 얘기야?”
멈칫하다가 아르안이 울컥한 듯, 그래도 나직한 소리로 외쳤다.
투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해 준다.
“지금 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아오옷! 그런 퍼렇게 어린 얼굴로 로잭처럼 말하지 마!”
아르안은 한층 더 짜증이 난 듯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이 누웠던 침대를 번쩍 들어 밀어 올리는 모습이 투란의 짐작대로 티아라의 딸답지 않은가! 그런데 그 뒤집힌 침대, 그늘 아래에서 거뭇한 인간의 형상이 너울거리며 튀어나오기까지 했으니!
“꺄악?”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아르안은 단검을 내지르는 중이기도 했다.
거뭇한 형상은 곧바로 손을 휘둘렀고, 아르안의 손에서 단검과 칼집…… 합쳐지면 완드였을 것이 튕겨 나왔다. 한데 그 광경은 마치 아르안의 손바닥에서 거뭇한 손이 쥐고 있던 칼집과 단검을 밀어내는 꼴이잖은가.
이를 보던 투란이 곧바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셰이아.”
튕겨서 거뭇한 형상을 향해 날아가던 단검과 칼집이 공중에서 뭔가에 부딪힌 듯이 반대로 튀어 버렸다. 천장과 바닥에서 새록새록 스며 나오며 너울거리던 불꽃이 이리저리 드리운 그림자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한 광경이었다.
거뭇한 형상의 머리 언저리에서 놀란 소리가 바로 튀어나온다.
“뭐? 그, 그림자아아?”
소리는 말로 맺어지는 대신에 ‘아아악!’ 하는 비명으로 끝났다.
뒤집힌 침대를 관통해 산산조각 내면서 로잭이 뛰어든 탓이었다.
투란이 ‘우와?’ 하는 어이없음이 가득 담긴 감탄을 한 박자 늦게 터뜨릴 때, 로잭은 거뭇한 형상의 목줄을 움켜쥐고 바닥에 찍어 누르는 중이었다.
―놓친다, 투란.
드라고니아가 붙들린 거뭇한 형상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말했다.
‘응? 어라?’
투란도 바닥이 이글거리며 입체감을 지닌 검은 구멍, 땅굴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마력이 맴돌며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낸 듯한데, 로잭의 손발은 그 통로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저 바닥의 목재를 후려치며 거뭇한 형상이 마력을 머금은 통로로 잠겨 드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썩을 놈이이이!”
로잭이 울화를 터뜨릴 때, 투란이 조금 큰 목소리를 흘렸다.
“잡아 와.”
누구에게 시켰는가를 따질 필요는 없었다.
검은 통로의 마력이 색채를 바꿨고, 거뭇한 형상은 시커먼 껍질을 벗어 내면서 사내 하나를 토해 내는 중이었으니까.
로잭이 바로 그 사내의 목줄을 움켜쥐며 으르렁거린다.
“네놈이 다릴이냐!”
쿨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붙들린 사내가 입을 여는데, 로잭에게 대꾸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내의 눈길은 투란에게 고정된 채였고 입에서 나오는 말 또한 투란을 향한 것이었다.
“어, 어떻게…… 그림자를…… 어둠의 마력을 뒤트는…… 정령을…… 대체 어떻게…… 그건 에아본의…… 쿨럭! 커억!”
목이 졸리면서 낮은 비명과 신음으로 끝나는 소리였다.
로잭은 그렇게 사내를 졸도시킨 채로 아르안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본 적 있니?”
“핸슨인데요? 경매장에 나무 해다 파는 거지…… 비슷한 사람이에요.”
아르안은 머뭇거림 없이 바로 대답하고 있었다.
로잭에게는 넉넉한 말인 듯했지만, 투란은 어이없어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그게 거지란 말이야, 아니란 말이야?”
아르안은 입술을 삐죽였고 로잭이 대신 투란에게 툴툴거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야, 일단 나가자. 아르안, 부서진 것은…… 완드 어디 갔냐?”
“어? 아까 튕겨서…….”
뭔가 시키려다가 눈살을 찌푸린 채 묻는 말에 아르안이 어리둥절해 답하다가 투란을 바라봤다. 정신없이 부서지고 찌르고 깨지는 와중에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는 눈길에는 불안함과 의혹이 가득했다.
“튕기길래 받았지.”
혀를 차는 소리를 섞어 투덜거리는 척한 투란이 얌전히 단검을 꽂아 넣어 온전해진 완드를 내밀었다. 아르안이 급한 손짓으로 완드를 받아 들었고, 로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졸도한 사내를 질질 끌고 방을 나서는 채로 말한다.
“뒷정리할 수 있지, 아르안? 너도 엄마처럼 마법의 권한을 계승받았잖아?”
“할 수 있어요.”
아르안은 완드를 들어 벽을 두드리는 채로 대답했다.
그 두드림에 따라 벽이 출렁였고, 검은 연기와 불길이 잦아들었다.
더불어 깨진 벽의 조각들이 찰랑거리며 바닥을 기어 제자리로 움직이기도 했다. 아주 느릿했지만 충분히 시간만 주어진다면 부서지고 불탄 흔적이 모두 복구될 것처럼 보이는 광경, 이는 마법이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었다.
‘헤에…… 리스토어?’
―비슷하지만 달라. 마력이 나선(螺旋)으로 흐르면서 형상(形像)을 구축(構築)하는…… 복구(復舊)라기보다는 재구성(再構成)인걸.
투란이 문득 떠오른 마법을 되뇌니 드라고니아가 고개를 젓는 말투로 속삭였다. 무슨 뜻인가, 투란도 몸으로 느낀 마력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금방 납득할 수 있었다. 망가진 것을 원상회복하게 만드는 리스토어의 마법은 부서진 파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부터 시작인데, 이 나선의 마력은 원형을 기억하고 재료를 모아 다시 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법이라면 리스토어가 통하지 않는, 파편조차 남지 않은 폐허일지라도 이 장소에 다시 집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셈이었다.
‘이거 이사 갈 수 있으려나?’
새삼 색다른 쪽으로 투란이 생각을 돌려 보았다.
―완드가 마력의 핵이다. 마력을 거둬들였다가 다시 방출하는 곳에 새로운 집이 지어지겠지. 꽤 흥미로운 발상이야. 마치…… 홀시딘이 사냥을 위해 쉼터를 짓는 것과 닮았군. 아니, 거의 같다고 해야 하나? 홀시딘은 마법의 촉매가 필요하지만 이쪽은 그냥 저 완드만 있으면 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과정을 단축하고 발전시킨 셈이라 해야겠군.
‘호오? 그래? 어라?’
로잭의 뒤를 따라 다시 마당의 풍경 앞에 나선 투란은 아까와 다른 상황을 보며 살짝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마커스와 그 일행이 마당 안쪽으로, 문턱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며 늘어섰던 일 따위는 잊은 듯이 마당 한복판에 무릎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으니까. 예르카가 그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한쪽 무릎을 허벅지에 올린 채로 꽤 거만하게 내려다보기까지 하는 상황이었으니, 뭔가 아까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가 펄펄 휘날리는 셈이었다.
로잭이 거기에 다릴 혹은 핸슨이라는 마법사, 로그메이지를 끌어다 놓으며 묻는다.
“이놈, 기억하지? 뭐야, 왜 못 알아보는 시늉들이지? 이놈이 다릴 아냐?”
고개를 숙였다가 쳐든 마커스 일행 중 누군가가 슬슬 다그치려는 말투에 흠칫하며 재빨리 대답한다.
“그, 그 작자 나무 해다 파는 거렁뱅이랑 닮았소만…… 다릴인가는 잘 모르겠소. 다릴은 늘 로브를 두르고 아래턱 언저리만 보여 줘서 눈매라든가 이마빡은 봐도 잘 모르겠거든.”
“별 시답잖은…….”
로잭은 혀를 찼지만 더 추궁하지 않았다.
괴팍스러운 로그메이지가 얼굴 드러내지 않겠다 하면 캐묻지 않는 것이 보통이니까, 아예 말이 안 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로잭이 다음 말을 꺼내려다가 멈칫했다.
몇 걸음 뒤늦게 따라 나온 아르안이 티아라에게 ‘엄마, 괜찮다니까!’라고 크게 소리치는 쪽으로 저절로 모두의 눈길이 돌아갔다. 티아라는 그런 딸의 몸을 더듬으며 정말 다친 곳이 없는가를 살폈고, 겨우 심한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성난 목소리로 축 늘어진 로그메이지를 흘깃하며 로잭에게 묻는 말을 꺼낸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 작자가 어떻게 게르의 마법을…… 무시하고 안에 숨어들어서 이런 난리를 피울 수가 있었어? 이것도 로잭이 뭔가 한 탓이야?”
“아니야, 티아라. 로그메이지 녀석이 특성화 능력을 지닌 놈이었을 뿐이야. 연기와 불길이 만들어 낸 그림자를 통해 오고 갈 수 있더라고.”
로잭이 고개를 저으면서 들고 온 로그메이지가 제대로 졸도했는가를 다시 살피면서 대답했다.
티아라는 석연찮다는 표정을 짓는데, 예르카가 쓰윽 몸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돌리면서 칭찬한다.
“귀찮은 능력을 지닌 놈인데, 용케 잡았구나?”
“어, 투란이 반격할 수 있더라고요. 뭐, 녀석보다 상위의 능력 같던데…… 그보다 마커스, 저 녀석 설마 죽은 거예요?”
로잭이 적당히 대답하다가 갸웃하며 마커스 쪽을 턱짓하며 물었다.
무릎 꿇고 앉은 와중에 슬슬 이쪽 눈치를 보는 듯한데, 마커스는 그 맨 앞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입가에서 피와 침을 섞어 질질 흘려 내며 무릎 꿇은 채로 죽은 듯한 몰골이었다.
“안 죽었다, 안 죽였어.”
예르카가 불만스럽게 답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상태이며 자신이 저 꼴로 만들지 않았다고 우기는 듯한 노인의 말투였다.
“그런데 왜……?”
로잭의 눈초리가 마커스의 일행을 주욱 훑었다.
혹시 동료라면서 배반하고 일의 원흉을 재빨리 제거했느냐고 묻기라도 하는 듯한 로잭의 매서운 눈빛에 그 일행이 금방 반응해 왔다.
“아냐! 우린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목 언저리가 반짝하다가 저런다고!!”
“당신이 저주한 거 같은데?”
“징벌, 이라고 속삭이다 저 지경이라고!”
가만히 듣던 투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로잭의 목걸이에서 일렁이는 기묘한 마력이 마커스와 동조하며 계속 뭔가 하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예르카 또한 이를 알아차린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