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4)
—포톤 거스트(Photon Gust)! 망할! 이 자식, 광금룡(光金龍)의 일족이었나!
‘뭐……?’
투란은 갑작스럽게 선명하게 전해지는 드라고니아의 말에 움찔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자세히 물어볼 겨를 따위는 없었다.
드레이크가 입을 열고, 짙고 맹렬한 백색, 푸른 윤곽을 두른 하얀 빛을 토해 냈기 때문이었다. 마치 허공을 가득 메우려는 듯한 푸르스름한 광택의 하얀 빛이 바람결을 헤치듯, 구름처럼 바람결에 따라 일렁이듯이 뿜어져 나갔다.
작은 섬의 한쪽이 그 빛의 바람결에 휩쓸렸다.
기괴한 섬광이 늪 위에서 위아래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제멋대로 터져 버렸다.
드레이크의 푸른 눈이 그 섬광 속에 숨겨진 광경을 정확하게 포착했고, 이는 곧 투란에게도 전해졌다.
‘눈깔꽃이…… 무더기로 터졌잖아?’
드레이크가 입에서 뿜어낸 빛의 바람결이 눈깔꽃에 닿자, 눈깔꽃은 이지러지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으스러져 갔다. 그리고 그 바람결이 저지르는 짓은 바로 다음 순서로 이를 맞이하는 눈깔꽃 무리를 자극해서 제멋대로 섬광을 뿜어내게 한 것이다.
중첩할 겨를도 없이, 서로 뭉칠 여유도 없이 몰아닥친 거센 빛의 바람은 드레이크가 토해 낸 것이었다.
‘이게 포톤 거스트?’
투란은 문득 깨달았다.
이 드레이크의 능력이었다.
이놈은 그런 능력을 지닌 드레이크의 일족이다!
크르르!
드레이크가 목젖을 울리면서, 자신이 한 일에 만족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투란은 거기에 완전히 동의할 수가 없었다.
‘아직 많다고!’
작은 섬을 둘러싼 눈깔꽃의 무리였다.
한쪽을 어느 정도 폭넓게 쓸어 버렸다고는 하지만, 심지어 그쪽으로도 넓게 뒤편으로 늘어진 눈깔꽃 무리가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앞쪽의 으스러져 가는 눈깔꽃에 놀라 뒤편의 것들이 섬광을 뿜어내면서, 드레이크가 뿜어낸 빛의 바람결도 어느 정도 소모시킨 탓에 그보다 뒤편의 것들이 아직 잔뜩 남은 채였다.
그 광경을 보며 드레이크가 이를 뿌득 가는 듯했다.
겨우 투란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듯, 한 방에 저걸 다 쓸어 버리지 못해 분한 듯한 기분이 저절로 울려 나오는 것일까?
때문에 투란은 자신도 모르게, 냉정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무리라고. 그렇게 퍼져서, 멀리가지도 못한 채로 중간에 끊어지는 거면 이 섬을 포위한 놈들을 다 쓸어 내지 못해. 저놈들, 곧 더 가까이 와서 한꺼번에 파멸의 섬광인가를 중첩질 해서 뿜어낼걸.’
—투란, 멈춰! 뭘 하는 거야!
갑자기 다급하게 드라고니아가 쏟아 낸 외침이었다.
‘응? 뭘 하다니, 이 상황을…….’
—누가 생각을 하는 거냐! 드레이크에게 정신을 뺏기지 말라고! 놈에게 해답을 주지 말란 말이다!
‘해답이라니…… 그게 무슨?’
어렴풋이 피어나는 새로운 감각, 드레이크의 목에서 보석이 이지러지고 형태를 바꾸는 듯한 감각이 투란의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투란은 악마의 심장을 통해서, 드레이크가 뭘 하는가 선명하게 느끼고 알아차렸다.
목구멍 깊이 박힌 보석, 진짜 보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 방금 드러냈던 둥근 살덩이 같은 형상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세공된 듯한 쪽으로 변했다. 그리고 드레이크가 크게 열었던 입을 살짝 오므렸다.
‘에? 연초질 하는 거냐?’
투란의 기억 너머에서 할배라든가 지쳐 쪼그라진 어른들이 연기를 뿜어내는 말린 풀잎을 입에 무는 꼬락서니를 흉내 낸다!
카아앗!
드레이크의 입에서 조금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빛의 바람이 무슨 연기처럼 입 앞쪽에 피어났다.
잠시 빛으로 그려진 듯한 뭉클거리는 형상을 드레이크의 시퍼런 눈동자가 스산하게 훑어 냈다. 그리고 투란은 그 빛의 형상을 보며 눈깔꽃이 터질 때의 광경을 떠올렸다. 눈깔꽃이 활짝 피어나며 섬광을 펑펑 뿜어낼 때, 그 빛줄기가 어떻게 나왔던가를.
카앗, 카아핫!
드레이크가 입을 좀 더 열고 새로운 모양을 만들면서 목젖을 자극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온 빛의 연기 같은 형상은 고리를 만들며, 정말 연초 피우는 아저씨나 할배들이 만들어 내는 연기인 양 보였다!
‘엥? 이게 뭔……!’
—이 멍청아! 정신 뺏기지 말라니까!
드라고니아의 사나운 외침이 터졌지만, 투란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드레이크가 보다 크고 지독한, 주변을 쩌렁거리며 울리는 포효를 토해 낸 때문이었다. 이 포효에는 빛의 바람이 섞여 있었다.
목젖을 대신한 보석의 형상이 뿜어낸 빛의 바람은 이미 나와 있던 빛의 연기 형상을 향해 뭉쳐 들었고, 아까처럼 광범위하게 큰 원의 한 조각 마냥 확산되어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뭉친 채로 화살 같은 빛줄기가 되어 뻗어 나갔다.
—이런…… 망할!
드라고니아의 한탄이 무슨 뜻인가, 투란은 묻지 않았다.
악마의 심장이 덩굴줄기를 부르르 떨 정도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
스아아아아!
짙은 숲을 굵직하니 빠져나가는 바람 소리가 들렸나 싶은 순간, 섬광의 창이 작은 섬의 한쪽으로 쏘아졌다.
이번에는 뒤늦게 반응해서 터지는 눈깔꽃 무리 따위도 없었다.
단숨에 거의 수백 미터를 관통하는 섬광의 창이 흔적도 없이 그 사이를 관통해 버렸으니, 뒤늦게 무슨 일인가 보려는 듯이 눈알을 굴리는 눈깔꽃의 무리가 우왕좌왕하며 갑자기 비어 버린 자리를 보느라 바쁜 모습만 나타날 뿐이다!
‘이게 뭐야?’
투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드레이크가 지금 대체 뭔 짓을 하는 것인가?
몬스터 로드인 자신이 형성해 낸 드레이크인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니! 그런데 왜 그 하는 짓이 너무 당연해 보일까? 그리고 지금 그 광경에 당황한 것과 별개로, 투란은 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금 뿜어낸 것은 위력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집결된 채라서 저 무리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위력대로 좀 더 넓게 쓸어 냈다면, 제대로 저 눈깔꽃의 무리를 전부 쓸어 버릴 수 있잖을까? 그러면 이 작은 섬을 위협하는 섬광 따위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만하라고! 놈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란 말이다! 정신 차려! 투란, 너는 누구냐! 자신이 누구인가 명확히 되새기란 말이야!
드라고니아의 험악한 외침이 다시 투란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그런 외침에 담긴 의미가 뭔지 생각하기 전에, 드레이크의 흉흉한 울림이 먼저 투란의 정신을 후려치듯이 마음 깊이 번졌다.
크륵, 콰아아아!
드레이크의 입에서 연이어 작은 빛의 연기가 대롱처럼, 고리처럼 뿜어져 나왔다. 잠시 드레이크의 눈동자가 퍼렇게 번뜩거리면서 그 연기의 형태를 하나씩 훑어보며 가늠했다.
카앗! 캇, 캇!
작은 입김처럼, 드레이크는 빛의 바람결을 몇 차례 토했다.
허공에 맺힌 빛의 연기 형태를 스쳐 가며 바람결이 기묘하게 꺾이고 꼬이는 광경이 영롱하고 신기하며, 한편으로는 멋지게 소년의 가슴을 자극하는 빛의 선을 그려 냈다.
그리고 투란은 그 속에서 찾아냈다.
‘아, 저거다! 눈깔꽃이 중첩할 때, 저렇게 생겨 먹…… 엥?’
자꾸 드라고니아가 터뜨리던 외침이 마침내 닿았던가, 투란은 자신이 왜 눈깔꽃의 섬광을 중첩시켰을 때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가 생각하고 말았다. 이제껏 한 번도 그 기억을 이렇게 세심하게 되새긴 적이 없는데…….
돌연 ‘투란’의 냉정한 생각이 가슴 깊이 전해진다.
‘이건 드레이크의 욕망이다. 이 녀석이 알고 싶어 하는 거야, 빛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그래서 투란이 기억하고 생각해 내는 것, 이게 바로 드라고니아가 염려하는 정신 공유인가? 드레이크에게 사람처럼 생각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
이는 곧장 투란에게 새로운 의문을 끌어왔다.
드레이크가 알고 싶어 한다고 해도 어째서 그가 이리 쉽게 호응해서 필요한 것을 척척 생각하고 있는가? 게다가 어째서 드레이크가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전혀 의문을 품지 않는가? 그런 걸 그가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해도, 어째서 드레이크가 이를 아주 당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정신 공유! 그게 무슨 뜻이지?’
조금 뒤늦게 투란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야, 이 멍청……!
드라고니아가 성질을 터뜨리는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 전에 쩌렁거리는 드레이크의 광폭하고 거대한 외침이 터지면서, 투란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았으니!
콰아아아앗!
작은 빛의 연기는 몇 개의 고리를 나란히 공중에 띄우고, 그 사이를 가늘고 복잡한 나선의 무늬로 채워 원통형으로 이은 듯이 형태를 갖췄다. 이 빛의 원통은 드레이크의 주변에 여러 개가, 원을 그리듯이 배치되며 둥실거리며 자리 잡았다.
드레이크는 곧 날개를 잔뜩 웅크리며 머리를 살짝 뒤로 뺐다가, 그 원통 하나하나에 세찬 입김을 밀어 넣듯이 망치로 두드리듯이 까닥거리면서 빛의 바람결을 한 덩어리씩 뿜어냈다.
원통마다 새로운 빛의 바람결이 스며들었고, 짙고 거대한 백색의 광휘를 터뜨렸다. 빛의 창이 드레이크를 중심으로 원주를 따라 사방으로 겨눠진 채였다가, 일제히 쏘아져 나간 듯했다.
이는 아까에 날카롭게 관통하며 저 멀리 뻗어 간 것과 완연히 달랐다.
보다 굵고 웅장하면서, 한 방향을 완전히 장악하듯이 휩쓸고 가는 것이었다.
그 위력은 날카로웠던 첫 번째 것에 뒤지지 않으면서, 거의 빛의 기둥이 드러누워 쭉쭉 뻗은 격이었다.
—흐허허…… 이런 미친…….
드라고니아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투란도 그 심정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작은 섬 주변이 훵하니 비워져 버렸다.
늪의 다양한 풍경으로 인해서, 작게 솟구친 나무들이 종종 솟구쳐 올라 무더기진 풍경, 수백 미터 저편 혹은 수십 미터 간격으로 보이던 숲, 늪 위를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듯 보이던 온갖 것들…….
빛에 쓸려 사라진 것은 눈깔꽃 무리만이 아니었다.
그런 풍경이 싹 비워져 있었다.
작은 섬, 그 주변 수백 미터가 뭉클거리는 빛의 잔해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드레이크의 굉장한 시각 능력은 그 섬광 속에서 어떻게 주변이 박살 나고 파괴되어 가는지를 모두 담아서 투란에게 ‘보여’ 줬다!
마치 이것이 산을 관통하는 파멸의 섬광만 못하냐는 듯이!
눈깔꽃이 자신을 완전히 소모해서 터뜨리는, 홀로 할 수 없어 셋 이상이 모여 한꺼번에 스스로를 파괴하며 뿜어내는 파멸의 섬광보다 낫지 않냐는 듯이!
느리게, 천천히 투란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드레이크의 일족에게는…… 이렇게 쉽게 되는 일이야?’
—세상 다 뭉개질 일 있냐! 아무리 광금룡 일족이라도 이딴 짓을 할 수 있는 놈이 있을 리가! 처음 뿜어낸 그 포톤 거스트가 정상이고 이건 완전히 비정상이라고! 애초에, 포톤 거스트를 이용해서 이딴 짓을 할 수준의 지능은 드레이크에게 없어!
‘없어?’
—투란, 네가 생각한 거라고! 네가 드레이크의 정신과 하나가 되어 궁리해 낸 거란 말이다! 네가 사람의 지능으로, 드레이크의 능력을 해석해서 한 짓이란 말이다! 드레이크가 되어서!
‘……내가?’
—젠장! 도대체 이건 또 뭐냐! 왜 드레이크와 섞인 정신과 별개로 나랑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지? 네 의식이 어떻게 분리된 채로 존재하는 거냐? 드레이크랑 정신 공유를 일으키게 되면 너 드레이크가 되어 내 말을 들어야 하는데, 지금 완전히 사람인 채로 이 상황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넌 또 뭐야!
‘어…… 에?’
투란은 당황했고, ‘투란’은 생각했다.
심패시 사이콘, 뭔가 공명해서 뭘 공유한다고 했던 그것!
그게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열쇠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투란은 ‘투란’의 생각을 다듬어 물었다.
‘도대체 그 정신 공유가 뭔데!’
—아, 진짜! 네가 드레이크처럼 느끼고, 드레이크가 너처럼 생각한다고! 그리고 둘은 완전히 하나인 것처럼 생각해서 느끼고 결정한다! 원래 그렇게 되면, 지금 이런 식으로 선명하게 사람의 의식이 남아 있을 리가 없는 거고!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아, 이건…… 음.’
‘투란’은 이해한 듯했다.
하지만 투란은 아직 조금 복잡했다.
몬스터 로드로서, 대체 이 상황에 뭘 어찌할 수 있는가?
지금 이 상태는 사실 몬스터 로드가 늘 피하고자 하는 것, 바로 폭동이라 불리는 상태였다.
부적의 힘이 모자라 몬스터의 힘을 억누를 수 없는, 몬스터의 형상을 드러내고 미쳐 날뛰는 상태가 바로 이것 아닌가!
‘키린은 광란이라고 했지. 아니, 그런데 난 대체…….’
어째서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이토록 선명하게 생각하고,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