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4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38)
―아아, 그런 거라면 미패왕(美霸王)이 최고였지! 어, 몰라? 패왕이라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날개를 얻었는데 엄청난 미모를 지녔다는 몬스터 로드, 그래서 미의 패왕이라고 미패왕…… 아니, 왜! 그렇게 부를 수도 있잖아!
―최상급 몬스터 로드였을 거야. 포스 몬스터를 사냥했겠지. 그러니까 포스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겠어? 하지만 어떤 포스 몬스터를 사냥했나는 몰라. 단지 어떤 몬스터이든 간에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놈이란 점은 분명하잖겠어? 최상급 몬스터 로드잖아, 최상급!
―아무거나 잡아서 패왕의 포스처럼 쓴다? 터무니없는 망상이로구만. 패왕이 어떤 몬스터를 사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패왕이라도 포스의 약점을 극복할 수는 없었을걸? 아마도 말이야, 아마도! 패왕이니까 뭔가 다른 수단으로 약점을 지킬 수는 있었겠지. 그렇잖겠어?
―이야, 패왕이라니 대체 어느 시절 이야기야? 반역의 패왕 말고 패왕 이야기라니, 낯설잖아? 포스 휘두르는 몬스터 로드는 패왕 말고도 많아. 뭐, 다들 하찮은 녀석들이기는 하지. 하하핫, 뭐 어쩌라고?
―포스라, 그냥 쓰기는 괜찮겠지. 짐 나르는 정도로는 말이야. 엉? 왜냐니? 마법과 같은 신비한 힘을 뭔 짐꾼 지게처럼 얘기하냐고? 당연하잖아! 몬스터의 정수로 발휘되는 포스란 말이야…….
‘부적!’
두룩칼은 멀쩡한 손으로 허리를 더듬었다.
두룩칼이 허리에 꽂아둔 부적 중에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무조건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있었다. 때문에 정신 못 차리는 몬스터 로드라면 멀리서 던져서 그 몸에 꽂아주거나 걸어주는 것만으로 다시 정신 차리게 해줄 수 있는 부적이었다.
허우적거리는 듯한 손짓이었지만 두룩칼은 두어 번 더듬어서 바로 그 부적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다음에 할 일은 간단했으니…….
두룩칼이 손에 꽉 쥔 부적을 온 힘을 다해 내밀고 자신을 쥐는 힘이 또렷한 허공을 두드리고 긁어댔다.
이는 곧바로 투란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좋은 부적이네? 부적의 힘이 이렇게 팽팽하게 닿는 것처럼 느껴지다니, 그것부터 이자로 주는 거야? 잘 받을게.”
말과 함께 두룩칼의 손목이 뒤틀렸고, 절단되었다.
끈을 힘껏 쥐어짜 내고 꼬아 끊는 것처럼, 두룩칼의 손목은 툭 끊어지며 손에 들고 있는 부적과 함께 투란이 까닥거리는 손짓을 향해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보고 느끼며 두룩칼은 경악했다.
뒤틀린 목소리로, 쥐어짜이듯이 짓눌리는 압력 속에서 여전히 허공에 매달린 채로 두룩칼은 물어야 했다.
“어, 어째……서……?”
부적의 힘이 왜 포스를 지우지 못했는가?
몬스터의 정수를 기반으로 삼는 포스의 약점은 간단했다.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이 제약받으면 그 포스 또한 제한되어 흐트러지고 만다.
정수의 원형이 되는 몬스터가 포스를 제대로 쓸 줄 안다고 해도, 이를 몬스터 로드가 쓰려 하면 생기는 약점이라고 했다.
몬스터 로드의 모든 능력은 결국 고유마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바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다는 이치.
그렇기에 지금 내민 부적이 포스를 흔들고 지워서 두룩칼은 해방되었어야 했다. 이 허공에 매달린 몰골을 벗어나야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어째서 전혀 흔들림 없이 투란은 포스를 휘두르고 있는가?
“에헤이, 설마 내가 지금 포스를 쓴다고 생각하고 그 약점을 찔러본 거야? 한때 내 아비 노릇을 했잖아. 급하게 몰렸다고 그렇게 멋대로 판단하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 조금 더 느낄 수 있잖아, 이 힘이 뭔지 느낄 수 있잖아?”
놀려대는 말투가 의미를 품고 선명하게 두룩칼의 뇌리에 스며들었다.
두룩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 새끼가 내 흉내를……!’
기억이 선명하기 피어올랐다.
두룩칼은 투란을 키워야 했다.
샤오콴 마을에서 살려면 키워야 했고,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괴롭혔다.
어린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마치 어린놈이 잘못해서 어른이 꾸짖고 벌주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서 투란이 보석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보석만 보면 오히려 멀어지려고 몸부림치도록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것이 두룩칼의 실수였고, 실패였다.
보석에 담긴 마력은 어린 투란을 당연하다는 듯이 유혹했고 주변에서 뭐라 하는지 따위는 들리지도 않게, 들어도 무슨 뜻인가 알 수도 없게 막아버렸다.
그래서 투란은 보석에 미친 꼬마라 불리었다.
때문에 마치 모든 보석에 미친 것처럼 꾸며놓으려고도 했지만…….
‘알킨, 알킨의 것이어야 해!’
으드득, 두룩칼은 이를 갈았다.
입술이 터졌고 이가 부러지며 혓바닥에 구르는 것을 느끼며, 그 느낌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몰아넣으며 두룩칼은 배꼽 아래로 손을 옮겼다. 몸을 조이는 기괴한 힘은 여전했지만, 포스라고만 여겨지는데 포스가 아니라는 그 힘은 여전했지만 이상하게도 두룩칼의 손놀림을 막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두룩칼은 그런 이상한 부분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저 손이 닿는 부분에 집중했고, 허리춤에 견고하게 부착된 것을 뜯어내는 것에 힘을 쏟아냈다.
투둑, 파삭.
‘이건?’
돌연 닿은 느낌을 통해 두룩칼은 새삼 깨달았다.
아까부터 들려왔던 파삭거리던 음향, 그것이 부적을 뜯어내서 봉인(封印)을 해체하는 신호였다는 것!
두룩칼의 생각은 여기서 끊어졌다.
대신 두룩칼은 온몸으로 포효했다.
충격파가 풍경을 일그러뜨리며 퍼져나갔다.
투란은 손짓하던 자세 그대로 주먹을 쥐며 방출했던 오러의 힘을 집결시키며 가드를 세웠다. 오러 가드가 투란을 휘감으며 나선의 흐름을 만들어냈고 벽처럼 밀려오는 충격파를 흘려내며 버텼다.
―과연 네 생각대로이다만…… 이거 괜찮은 거냐? 광란하고 폭발하는 몬스터 로드잖아, 저러면…….
드라고니아가 살짝 곤혹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투란은 두룩칼의 몸을 휘감은 부적을 하나씩 끊어내서 반지의 마법배낭 속에 담아넣고 있었다. 어찌 보면 마치 블랙레온이 은밀하게 입을 열고 부적을 하나씩 깨물고 뜯어내 삼키는 듯한 짓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 과정을 두룩칼이 제대로 느꼈는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서너 번은 분명히 자각할 듯싶었다. 투란이 뜯어낸 부적은 거의 수십여 개였지만…….
‘괜찮아. 저 이상한 옷이 세 겹이라며? 그중에서 겨우 한 겹 벗는 거라고. 안쪽에는 비상수단으로 감춰놓은 부적이 다시 발동하게 해놨을 거야. 저런 마법의 옷을 비장의 수단으로 갖췄으니까, 당연히 저럴 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 폭동, 절대로 오래 못 가. 내 말 믿어봐.’
투란은 히죽, 입꼬리만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 사이에 오러 가드는 투란을 보다 더 촘촘하게 감싸고 단단하게 휘감는 껍질처럼 엮이고 있었다. 몬스터 로드의 오러이기에 그 안에는 고유마력의 성질이 잔뜩 배어 있기도 했고, 셰이아를 통해 배웠던 마력장벽의 형태가 반영된 채이기도 했다.
이런 투란을 충격파는 짙은 물결처럼 몇 번 더 덮쳐왔다.
두룩칼이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어내는 것처럼 모습이 변할 때마다 충격파가 연이은 탓이었다.
이를 굳건하게 버티고 서고 잠시 후, 충격파의 잔향이 사방 벽에 닿으며 퉁겨지고 뒤엉켜 약해지는가 싶을 때 두룩칼이 완연히 변형된 모습으로……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인간의 흔적 따위는 그냥 두 발로 선 것뿐인 듯한 괴수의 모습으로 투란 앞에 섰다.
‘흐음? 뭐가 섞인 것 같냐?’
투란은 두룩칼의 괴수형태를 살피며 물었다.
순간적으로 투란의 시야 위에 괴수의 환영이 비쳤다.
위아래, 왼쪽, 오른쪽, 앞과 뒤…… 비스듬히 볼 때의 기묘한 틈새까지 모조리 투란의 시야 앞에 비쳤고 한 곳 한 곳 밝아졌다 흐려졌다 하면서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흘러나온다.
―아울스네이크의 머리야, 목덜미의 뱀비늘이 보이지? 저 두꺼운 목이 응축된 대로 저런 무늬의 비늘이면 아울스네이크 말고는 없을 거야. 그래, 튀어나와서 쪼고 통째로 삼킬 수 있다는 얘기지. 왼팔은 여전히 촉수이다만, 오른손과 두 발목은 샤벨투스의 발목을 최대한 꽂아넣은 몰골이다. 저건 광란 때문이라기보다는 소망한 형태일 가능성이 커. 가슴의 아르곤은…… 아무래도 네가 부숴놓은 탓에 완전한 눈알을 못 키우게 된 모양이다. 대신 가시 거북이의 껍질을 배와 등에 붙여놨군. 아까 갈라진 살갗은 사라졌다, 그것도 칼날 거북이의 살갗이기는 했으니까 몸을 지키는 갑옷 형태로 거북이 껍질을 선호한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대체 어디서 구한 마법의 옷자락인가 정말 궁금해지잖냐? 부적을 주렁주렁 매달고 몬스터 로드의 형태변이를 따라가는 마법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그거 말고, 등짝에 꽂혀 있는 뼈대는 뭐야? 모양은 창살에 맞은 꼴인데 튀어나온 거, 저거 뼈 맞지?’
―본 몽키인가 싶다만? 춤추는 산맥에서는 드물려나? 못 들어봤어?
‘몰라, 뭔데?’
―말 그대로 뼈만 남은 잔나비, 언데드처럼 보이지만 마수 쪽에 가까운 몬스터야. 뼈를 여분으로 뽑아내기는 한다만, 제대로 된 도구로는 쓰지 못하지. 골격을 키워서 크기와 무게로 상대를 압살할 거야. 몬스터 로드가 폭발하는 상태로 드러내면 어쩔까 모르겠다만…… 아, 움직인다! 투란!
빠득, 빠득…… 콰드득!
뼈를 세게 문지르다가 통째로 부러뜨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거의 삼 미터는 가볍게 넘을 듯한 체구가 미친 듯이 투란을 덮쳐왔다.
가시가 가지가 되어 뻗어나오는 듯한 촉수다발이 휘둘러졌고, 발톱이 허공을 찌르고 할퀴며 내딛어졌다. 목이 두껍고 길게 부풀다가 확 늘어나며 부엉이 머리가 조그마한 부리를 열고 찔러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가슴의 거북껍질이 부풀며 돋아난 가시가 보다 흉포하고 날카롭게 꿈틀거렸다.
투란은 몸과 마음을 가속시켰다.
촉수다발이 신속하게 꺾이며 투란을 쫓았다.
옆으로, 뒤로, 옆으로…… 투란이 딛고 지난 바닥이 촉수다발에 긁히고 찢겨나갔다.
껑충 멀리 뛰는 투란을 촉수다발이 허공을 채우듯이 쫓아왔다.
순간적으로 사고만을 가속시키며 투란이 묻는다.
‘야, 이거 무슨 줄기야? 난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나도 낯설다만…… 그림 없는 설명으로 도감에 실려 있던 것 아닌가?
‘그림 없는 설명?’
갸웃하면서 투란은 숨을 고르고 다시 몸을 가속시키며 자리를 옮겼다.
촉수다발이 새로운 건축처럼 바닥을, 천장을 긁으며 투란을 쫓다가 커져버린 두룩칼의 몸통을 덮고 감아버리는 몰골이 되어버렸다.
투란의 움직임이 두룩칼을 중심으로 원을 그린 탓이었다.
하지만 그 촉수다발이 한꺼번에 가시를 터뜨리고 줄기를 뿜어내면서 광장 사방을 향해 퍼져나오니, 오히려 위협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투란은 빠르게 멀리 있는 벽으로 붙으면서 드라고니아가 되뇌어주는 도감의 내용을 되새겨야 했다.
―가시가 돋아난 줄기, 형태를 드러낼 때는 그런 줄기의 다발로 뭉쳐진 듯하지만 은닉하고 있을 때에는 멍울이 뭉친 늪과 같다. 시커먼 재가 뭉친 수렁 형태로 종종 거론되기도 하는데, 덩어리진 검은 거품이 속이 꽉 채워진 듯한 형태. 목격자도 있고 희생자도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총합하고 교차검증해서 존재만 확인되었을 뿐이고 사냥한 결과는 아직 없다……라고 했지. 어쨌든 임시로 부여된 호칭은 타르 스웜.
‘그으래에에?’
―뭐냐, 그 반응은?
느닷없이 길게 늘인 시늉을 하는 대꾸에 드라고니아가 살짝 짜증을 섞어 되물었다. 뭔가 힘들여 되새겨주니 놀리는 듯하잖나!
투란은 순간적으로 벽을 박찼고 밀려오는 촉수다발을 향해, 촉수다발을 내세우고 돌격해오는 삼 미터 체구의 두룩칼을 향해 튀어나갔다. 그 순간에 열 손가락 끝에는 긴 칼이 매달린 듯했고 활짝 펼친 그 손바닥에는 도톰한 살이 돌처럼 돌아다니며 박혀 있는 듯했다.
그 형태를 파악한 순간, 드라고니아가 외쳤다.
―얌마! 그건 안 쓰기로 했잖아!
‘언제? 기억 안 납니다?’
유쾌함을 담아 대꾸하는 투란의 두 손이 일고여덟 가닥으로 가지를 친 듯한 잔영을 남기며 움직였다.
촉수다발이 움푹 파여 나오며 절단되었다.
잘려나간 부분은 순식간에 다시 메워지며 손상된 흔적이 사라졌다.
마치 소용없는 짓을 했다는 듯이 투란은 바닥을 박찼고, 튀어올라 천장을 박차며 저 먼 곳으로 공중에서 구르듯이 퉁겨나갔다.
두룩칼이 뒤늦게 투란을 할퀴기 위해서 다섯 가닥 발톱을 휘둘렀지만 그저 허공만을 찢어낼 뿐이었다. 그리고 내디딘 발이 바닥을 찢으며 다시 투란을 향해 돌진해 나갔는데…….
투란은 멈춰서 있었다.
내밀고 있는 두 손 사이에는 재가 되어 스러져 가는 촉수다발의 조각이 끼워져 있었다. 한데 그 재가 되기 전의 뭉클거리는 형상을 손바닥의 도톰한 살이 꽉 누르며 재가 되는 과정을 늦추는 듯한 상황이잖나.
―이 자식이 진짜!
드라고니아가 투란에게 한껏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