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4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39)
콰아아아아!
입에서 토해내는 소리가 천둥벼락처럼 광장을 휩쓸고 부숴버리는 듯한 사나운 파동(波動)이 되어 퍼져나갔다.
소리와 함께 내지른 주먹은 샤벨투스의 발톱을 접었고 가시 돋친 껍질에 휘감긴 채였는데, 그 주먹이 닿지 않고 그저 겨냥한 쪽으로 휘말린 안개의 소용돌이가 뻗어 나가며 닿는 것을 갈아 뭉개고 있었다.
그리고 거꾸로 완전히 돌아버린 탓에 허리가 부러진 것처럼 우둑거리던 몸이 뒤늦게 하반신을 돌리며 바닥을 파고드는 발 디딤을 해냈다.
두룩칼은 온전하지 못한 정신이었지만 헐떡거리는 사이에 끊어진 촉수다발의 위치를 향해 새로운 촉수다발을 내지르며 후려치며 휘둘렀다.
촤아악!
촉수와 촉수가 다발로 만나고 엮인 채 허공에 고정(固定)되었다.
파동이 폐쇄된 광장의 벽을 두드리고 돌아오며 갈려 나가는 파편, 분진을 휘말아 붙이며 아직 남아 있는 파괴력을 쏟아부었다.
꿈틀거리는 촉수다발이 팽창하며 그 파괴력에 반응하는데, 여전히 허공을 채우며 꿈쩍도 않는 채로 부글거리고 속이 꽉 찬 거품 덩어리를 부풀려 물컹물컹 피워올리는 것이 으스스하고 위압(威壓)적이었다.
그 위압에 두룩칼은 잠시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돌이킬 수 있었다.
그 잠시 두룩칼의 눈길이 허공을 훑었고,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을 확인하며 입으로는 떨리는 중얼거림을 토해낸다.
“어떻게…… 가시수렁은…… 나만이 갖고 있을 텐데……?”
촤아아…….
촉수다발이 뭉클거리는 거품 덩어리와 함께 무너져내리며 끊어졌다.
거품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새로운 형태의 촉수를 만들어내고, 가시 돋친 촉수가 바닥을 메우며 투란을 향해 흘러갔다. 발아래를 촉수다발, 가시가 들락이는 괴이한 늪처럼 장식하며 투란이 웃음 지으며 말한다.
“가시수렁? 그런 이름이었나? 정식으로 이름이 없는 줄 알았는데, 뭐 아무려면 어때. 그보다 이제 알킨이 어디 있는가 말할 생각이 되었으려나 궁금한데? 뭐, 아직도 그럴 생각은 없으셔? 그러면야…….”
주절주절 나오는 말을 끊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투란의 발아래 뭉쳐 움직이는 형상을 부정(否定)하기 위해서 두룩칼은 다시 포효하며 뛰어올랐다. 잠시 돌아온 정신을 보다 강력하게 다듬으며, 한층 더 집중된 마음가짐을 가다듬은 공세(攻勢)였다.
하지만 두룩칼은 다시 한번 자신이 허공에 걸려버린 것을 깨달아야 했다. 한 박자 늦게, 자신을 칭칭 감고 조여오는 새로운 끈을 느껴야 했다.
‘이, 이게 뭐야? 대체 언제!’
닿는 순간부터 촉수를 구워버릴 듯한 고열(高熱)로서 반응하고 몬스터 거북의 등껍질을 부드럽게 뭉개버리는 시커먼 결정이 언제 이렇게 가득해졌는가!
두룩칼은 전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쪽은 분명히 두룩칼이었잖던가.
한데 이 광장 곳곳을 메우듯이 퍼져 있는 저 시커먼 결정은 뭔가?
어째서 액상(液狀)인 채로 찍힌 듯한 검은 발자국이 저런 결정이 되었단 말인가?
그 결정은 대체 어떻게 바위를 녹일 듯한 무시무시한 고열을 머금었는가?
그리고 투란이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몬스터를 품은 몬스터 로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아냐, 이럴 수는 없어! 저 녀석은…….’
당황해하는 두룩칼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가면서, 투란의 모습이 변화하며 하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치 조금 전에 두룩칼의 행동 따위는 누군가 흘려보낸 농담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우선 그 옷부터 벗겨야겠지? 몬스터 로드조차 감싸는 마법이라니, 부적을 잔뜩 끼워 넣고도 마법이 그렇게 잘 먹힌다는 것부터가 희한하잖아. 가져다 팔아도 될 것 같고…… 아, 물론 부적은 따로 빼낼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지금 내가 부적을 하나 뽑아낼 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변해버릴지, 그렇게 변한 채로 알킨을 향해 길 안내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정말 잘 생각하는 것이 좋아. 부적을 빼앗긴 몬스터 로드의 최후가 어떤가를 잘 떠올리고 말이야.”
투둑, 파삭, 파삭.
단순하고 담담한 말투, 하지만 그 말에는 분명한 행동이 뒷받침되는 중이었다.
투란은 말을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여 두룩칼로부터 부적을 약탈하는 중이었으니…… 이리 건드리고 저리 건드려서 부적이 돌출되는 순간, 가차 없이 움켜쥐고 당기며 버티는 실가닥을 쪼개버리는 것에 대해 두룩칼은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저항을 꿈꿀 여유조차 두룩칼에는 없었다.
부적 하나가 뜯길 때마다 마법의 옷은 문장에 대한 제어력을 잃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두룩칼의 정신은 새로운 몬스터의 환영과 부딪혀야 했다. 다채롭게 삼켜둔 몬스터의 정수가 들이대는 제각각의 본능, 두룩칼은 부적 없이 이에 대항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투란이 재미없다는 듯, 심심하다는 듯이 몇 마디를 보태는데…….
“눈알 굴리는 꼴을 보니 아직 날 알아봐? 대답하면 안 된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모양이야? 헤에, 부적 뜯겨나가는 상황에서 그런 잔머리를 굴릴 수 있다니, 설마 지금 몬스터 에센스를 아래로 보내서 싹싹 지우는 중이야? 가시수렁인가 뭔가 하는 걸 다루는 꼴을 보니, 꽤 희귀한 것을 잘도 구했던 모양인데 말이야. 그렇게 아래로 밀어 넣어서 없애면 아예 사냥을 새로 할 텐데, 할 수 없잖아? 그런데도 그렇게 지우고 있다고? 배짱 좋네?”
압도적인 우세 속에서 그저 흥이 나서 흘려낸다는 말투였다.
하지만 두룩칼은 그 안에서 분명하게 자신의 상태를 극복하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몬스터 로드라면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올릴 궁리, 다스릴 수 없는 몬스터의 정수를 처리하는 방법!
‘그래, 그렇게 하면……!’
두룩칼의 정신이 맑아졌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자, 정신력이 강화된 것처럼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또렷해진 것을 두룩칼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아주 잠깐에 불과할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아들인 알킨을 떠올림으로써 그 불안을 억누르면서 두룩칼은 재빠르게 자신이 떠올린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
순식간에 두룩칼의 몸이 오그라들며 가라앉았다.
삼 미터의 몸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순간, 두룩칼이 몬스터의 형상을 벗어낸 찰나에 촉수다발을 토해내던 어깨에서 튀어나온 멀쩡한 손이 가슴을 훑어내렸다. 그 손에는 보자기에 박힌 보석이 당겨지는데, 보석과 함께 보자기가 길게 실가닥을 늘어뜨리며 당겨지는 순간부터 두룩칼의 몸 곳곳에 휘감겨 있든 부적들이 살랑거리며 매달려 나오고 있었다. 마치 길게 이어진 그물의 중심을 당긴 것처럼, 보석이 박힌 보자기가 두룩칼의 옷이 되어 주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보석이 중심이 되며 옷감이 둘둘 말려 이룬 형태는…… 창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옷감을 말아 만든 어수룩한 몽둥이가 그저 끝이 삐죽한 탓에 겨우 창이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 모양이었지만…… 두룩칼은 그 창을 화살처럼 쏘아내고 있었다.
옷감의 창은 두르고 있는 부적들을 돌돌 말아 머금은 채로 투란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들었다. 어설프게 휘둘러진 마력을 관통하며, 조급하게 뭉치려 하는 마력을 으깨면서 창은 사납게 투란의 가슴팍에 꽂혀드는 듯했다.
그 충격의 순간을 향해 두룩칼이 속삭인다.
“전승(傳承)을 허(許)한다!”
옷감이 펼쳐지며 투란을 휘감았다.
그물처럼, 그리고 뱀처럼!
“아니이잇!”
투란이 비명처럼 외쳤다.
그 소리에 두룩칼이 혼미해져 가는 정신의 끝자락을 붙잡고 더욱 세게 외친다.
“계승(繼承)하라, 이 문장이 품은 정수를!”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두룩칼의 가슴에서 몬스터 엠블럼이 그 원형을 드러냈다.
검은 얼룩이 그려내는 작은 천칭, 몬스터 엠블럼으로부터 희미하고 흐릿한 광채가 아롱지며 통통거리는 움직임을 담은 채로 튀어나왔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듯한 파편이 된 채로 부적과 옷감의 창이 열어놓은 길을 향해 흘러갔다. 파편이 된 광채는 그렇게 투란에게 닿았고, 막 부적에 휘감기며 주춤거리고 몬스터의 형상을 잃은 듯한 투란의 가슴팍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몬스터 엠블럼의 잔영이 꿈틀거리는 순간, 투란의 문장이 새로운 보금자리란 것처럼 파고든다!
그 꼴을 보면서 킬킬거리는 웃음을 터뜨린 두룩칼이 다시 외치는데, 악의(惡意)와 증오(憎惡)가 가득 담겨 있는 말이었다.
“미쳐 날뛰다가 뒈져라! 넌 절대로 알킨에게 가지 못해! 여기서 본래 자신이 누군가도 모르는 채로, 괴물이 되어 뒈져! 그게 너란 놈이다! 그게 투란 네놈의 운명이야! 버림받은 고아 새끼답게 그렇게 뒈져버려!”
“음, 싫은데?”
갑작스럽게 툭 튀어나온 대꾸가 두룩칼을 돌처럼 굳게 했다.
그리고 두룩칼은 다시 한번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맑은 정신으로 두룩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자신이 토해낸 몬스터의 정수, 그 정수가 담긴 광채가 투란의 가슴속으로…… 어딘가 두룩칼의 천칭과 다른 듯한 천칭의 문장 속으로 소용돌이처럼, 창문을 찾아 파고드는 회오리바람처럼 스며들고 있다!
그 광경이 두룩칼에게 아련하고 기묘한 정취(情趣)를 일으켰다.
마치 오랫동안 품고 있던, 늘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하나뿐인 자식보다도 더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했던 자신의 일부…… 그 조각들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투란에게로 옮겨가는 것 같잖은가!
“아, 안 돼!”
갑작스럽게 두룩칼이 신음하며 외쳤다.
이 외침은 아까와 다른 절망이 담겨 있었고, 아까처럼 커다랗지 못했다.
그저 쥐어짜 낸 숨결처럼 두룩칼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간 비명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에 대해 투란이 무심히 대꾸하니.
“되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몬스터의 정수를 옮길 때는 부적을 잠시 떼어둬야 한다고 했던가? 아, 그게 아니라 몬스터 엠블럼을 처음 전이시켜줄 때는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안 된다, 였었나? 뭐, 지금 보니 있어도 별 상관없는 것 같네?”
한 손으로 어깨를 긁적이며 두룩칼이 내던졌던 옷감의 창을 벗겨내는 채이기도 했다. 그 모습은 옷감의 창에 조였던 적도, 그 날카롭던 끝자락에 아픈 듯한 소리를 질렀던 것도 모두 허상(虛像)일 뿐이라고 밝히는 것…….
그런 채로 투란은 느릿느릿 한 걸음, 한 걸음 두룩칼을 향해 다가갔다.
둘 사이를 잇는 파편의 광채, 조각들은 한층 더 선명해진 채로 열심히 회오리의 결을 타고 옮겨가고 있었다.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두룩칼을 향해 투란이 말한다.
“혼돈의 늪 근처에는 제법 쓸 만한 몬스터가 많잖아, 그중 하나라면 홀로서는 밑천으로서는 아주 괜찮을 거라고…… 몬스터 로드로서 그보다 더 좋은 출발은 없을 거라고, 키워보내는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니 잘해줄 거라고…… 굳이 다른 녀석에게 문장의 전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이별 선물이니까 직접 해준다……였었나?”
두룩칼은 대답하지 못했다.
벌거벗은 듯한 두룩칼에게는 이제 겨우 하나뿐인 부적이 목걸이의 형태로 매달려 있을 뿐인 듯했다.
투란이 조용히 그 목걸이를 벗겨내며 속삭임을 이어나간다.
“쇠를 두른 나무, 쇠처럼 단단한 나무…… 아무튼 쇠나무라 부르는 재질 위에 재와 피로 새긴 부적은 내 거야. 못된 샤오덴 할배한테 온갖 시달림을 받으면서 심부름을 해주고 얻은 돈을 전부 쏟아부어 만든 거잖아.”
쿨럭, 두룩칼이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고개를 갸웃하며 투란이 피식 웃고 손짓했다.
두룩칼의 발목이 찢기고 끊어졌다.
그 핏물 속에서 투란은 작은 돌멩이처럼 보이는 부적을 하나 건져 올렸다.
“살갗 속에 박아넣는 부적이라니, 이건 또 색다른데? 꽤 비싸 보여?”
마지막 부적을 잃은 두룩칼의 형태가 뒤틀렸다.
하염없이 새나가는, 스스로 외운 진언(眞言)으로 토해져 나가는 몬스터의 정수 중에 마지막 남은 것이 형성되며 형체를 드러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투란은 그런 두룩칼의 가슴으로, 검은 얼룩 같은 천칭의 문장에 부적을 휘말아 감고 있던 보자기의 보석을 들이댔다. 그리고 두룩칼이 외쳤던 것처럼, 그러나 나직한 속삭임으로 진언을 흘려낸다.
“내게로 오라, 계승자로서 전승의 권리를 말하노니…….”
순간, 두룩칼의 문장이 형성되던 몬스터의 정수를 토해냈다.
두룩칼은 멍하니 온전한 인간의 형상일 뿐인 자신을 깨달았다.
그리고 텅 빈 몬스터 엠블럼도 느꼈으니…….
“보이드…… 안 돼…… 안 돼…….”
두룩칼의 손을 내밀며 흐느끼듯 속삭일 때, 투란은 그 손이 닿지 않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적당히 수습해라, 아무리 진언을 통해 통제한다고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야. 데스나이트의 몬스터 로드가 남긴 유물에 대해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라니까.
드라고니아가 냉혹한 마음을 품은 투란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알아.’
투란은 손에 쥔 보석, 보자기를 말아쥐었다.
전설적인 몬스터 로드가 남겼다는 유물, 보석은 이슬을 머금은 맑은 수정처럼 찰랑거리며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