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18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178)
쿠르릉!
훨씬 낮지만 보다 격렬한 맥동이 볼케인의 형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 순간에 볼케인은 멈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백 미터의 거대한 형체가 드러낸 그 미묘함은 불길과 함께 용암 파편을 흔들며 사방으로 뜨거운 파편을 휘날리게 했다. 그리고 그 흘러나가는 자잘한 파편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는 것을 볼케인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지 파편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형체 곳곳이 움찔거렸고 형편없이 자잘한 폭발이 이어지며 볼케인이 스며든 맥동과 함께 보이지 않는 쐐기에 묶인 듯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벽이 갑자기 불룩거리며 나타난 거대한 주먹은, 시커먼 결정이 곳곳에 드러나 있기는 했지만 이글거리고 벌겋게 달아오르며 볼케인의 화산 형상을 하고 있잖은가!
볼케인, 볼카닉 로드는 당황했다.
왜 자신의 몸이 자신을 거부하고 저기에 있는가?
어째서 자신의 주먹이 자신을 향해 폭발을 겨누고 있는가?
볼카닉 로드는 본능에 따라 치솟는 의혹과 함께 감지되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을 했다, 망설임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과격한 대책을 시행한 셈이었다.
곧바로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형체가 붉게 달아오르며 불길을 껍질처럼 뒤집어썼고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상관없다는 듯, 전부 터뜨릴 듯이 부풀기 시작했다.
그런 거대한 형체, 볼카닉 로드를 곧바로 수십, 수백 가닥의 시커먼 꼬챙이가 꿰뚫었다. 단숨에 폭발하려고 부풀던 거대한 형체가 순식간에 바람 빠진 가죽 주머니처럼 오그라들고 있었다.
키익.
돌이 돌을 긁고 쇠가 쇠를 긁는, 세상 무엇보다 단단해 보이는 것과 이글거리는 화염이 마주해 서로를 갉아내는 듯한 소리를 흘려냈다.
볼카닉 로드, 볼케인은 본능에 따라 행동을 결정했다.
더 이상 자신의 지배력이 약화된다면 저 흐르는 ‘존재’에게 자신의 ‘견고한’ 형상이 잡아먹힌다, 그러므로 이 ‘흐르는’ 것을 재로 만들어 아주 멀리 보내버리면서 자신의 ‘견고한’ 형상을 강화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흐르는’ 것이 자신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볼케인의 행동을 멈춰 세울 수가 있는가? 어째서 ‘견고한’ 자신의 형상이 저 ‘흐르는’ 것에 방해받으면서 따르고 있는가?
이렇게 본능이 가져온 의문이 볼케인에게 ‘경악’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콰르르, 쿠르릉!
인간이었다면 역겨움을 토하고 싶은가 여겨질 광경이었다.
볼케인의 형상이 자신을 내리찍으며 찢어놓으려 하는 또 다른 자신, ‘볼케인’이면서도 결코 볼카닉 로드일 리가 없는 존재를 확인한 탓이었다.
화산이 화산을 때리고, 폭발이 폭발을 밀어낸다.
알 수 없는 맥동이 스며들어 훼방을 놓던 조금 전과 달랐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견고한’ 것이었다.
자신이 아닌 ‘볼케인’이 저 ‘흐르는’ 것과 어우러진 채로 볼카닉 로드를 찢어발기려 하고 있다!
쿼어어어!
태고(太古)로부터 쌓여온 불꽃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훼방을 놓는 맥동을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남기려던 최소한의 핵조차 폭주(暴注)시켜 ‘견고함’을 파괴로 뒤바꾸는 분노였다.
불꽃이 대지를 재로 만드는 폭발을 일으켰다.
소리조차 사라졌고, 차분히 번져가는 충격파가 한 영역 안에 집결되며 불벼락이 되어 번졌다.
재조차 남기지 않는 파괴의 충동!
시커먼 벽은 그 강렬한 충동과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벽은 색을 지우는 하얀 섬멸로 돌변한 불벼락을 모두 가뒀다.
벽 안에 으스스한 용의 형상, 더스크라이더의 무늬가 맴돌며 불벼락으로 대지의 형상을 분쇄시키는 볼카닉 로드 최후의 파괴가 일으킨 끔찍한 파동을 모조리 잡아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궁극의 격동이 형상과 형질을 넘나들며 파동화된 모든 현상을 잡아먹고 지워내는 광경이었다.
* * *
“저런 걸 삼켜서 바로 활용할 수 있어? 그런 짓이 가능했냐?”
카이람이 숨이 막힌다는 듯한 말투로 묻고 있었다.
투란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드라고니아는 곁에서 흘깃하다가 슬쩍 엄격한 태도를 꾸미며 아예 모른 척했다.
누군가에게는 의문, 누군가에게는 시침 떼는 일.
볼카닉 로드의 파편을 삼키고 그 자리에서 형상화하고 보태 그 본체를 마무리 짓는 일은 그렇게 취급되고 있었다.
하이람은 빠르게 손짓하며, 카이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눈짓을 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늦게 깨어나서 완전한 태세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는 재앙도 있다. 두꺼비와 벌레새, 이놈들이다. 당장 잡아 없앨 수 있겠어? 허락한다면 당분간 붙잡아둘 금고(禁錮)라도 걸어 봉인 지역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하고 싶다만…….”
“당장 잡아 없애죠.”
투란은 하이람이 밀어주는 환영의 석판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꽤나 지루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 놀란 듯, 검푸른 비늘의 아칸이 살짝 입을 여는 듯하다가 재빨리 도로 다물었다.
왠지 툭 떨궈진 외톨이가 되었다는 표정으로 카이람이 ‘썩을.’ 이란 작은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카이람 또한 흘러가는 상황을 먼저 지켜본다는 듯이 곧 입을 다물며 무거운 낯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투란이 당장 ‘두꺼비’와 ‘벌레새’를 어찌하려는가 지켜봐야 한다는 듯이.
* * *
정령포식자(精靈捕食者), ‘두꺼비’는 그렇게도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생긴 것이 ‘두꺼비’를 닮았기에 빠르게 그리 불리기도 했지만 하염없이 정령을 잡아먹는 습성이 드러나면서 그렇게도 불린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이미 잊혔기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듯했다.
뼈에 가죽만 걸친 두꺼비를 닮았지만, 웅크린 몸의 크기가 가볍게 5, 6미터를 점유하고 앞발과 뒷발을 쭉 뻗는다면 거뜬히 10여 미터에 이를 자태를 드러내며 자신의 이름 따위는 전혀 관심 없는 ‘두꺼비’가 땅거죽을 헤집으며 땅 위로 솟아올랐다.
올라오자마자 ‘두꺼비’는 입을 열었고, 탁한 재를 토해냈다.
재가 바람과 만났고 곧바로 불씨를 튕겨냈다.
불씨가 주변의 마른 풀잎에 닿고 불꽃이 피어올랐다.
‘두꺼비’는 바싹 마른 허리 아래까지 완전히 땅에서 끌어 올리며 번져가는 불꽃을, 자신이 토해낸 불씨에서 자라난 불꽃이 퍼져가며 작은 융단을 이루는 것을 지켜보는 듯했다.
그 인내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꺼비’가 혀를 내밀었고, 혀가 불꽃의 융단을 휩쓸었다.
불꽃이 순식간에 수확되었고, 퍼져가던 불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바싹 말라 등뼈가 드러난 ‘두꺼비’의 허리 어름에 오돌토돌한 혹이 잔뜩 돋아났다. 가죽을 억지로 밀어낸 혹은 금세 달아올랐고, 도마뱀과 닮은 붉은 머리를 피워냈다. 혹을 째고 나온 도마뱀의 머리가 흔들거리며 금세 앞발을 끌어내며 허공을 더듬었지만, 그 앞발 안쪽의 몸통은 ‘두꺼비’의 가죽 안에서 새 나오는 일이 없었다.
수많은 혹, 수많은 도마뱀의 머리와 앞발로 불길이 번졌다.
‘두꺼비’는 그렇게 도마뱀 머리와 앞발의 장식이 담긴 불의 외투를 걸쳤다.
다시 혀를 삐죽이던 ‘두꺼비’가 큰 입을 열고 앞발 사이의 땅을 덮쳤다. 어떻게 보더라도 땅을 깨무는 모습이었고, 땅덩이는 ‘두꺼비’의 큰 입에 물려 뜯겨 나갔다.
우물우물, ‘두꺼비’의 입이 움직이니 그 열린 틈새로 땅덩이가 꾸물꾸물 살아 있는 것처럼 잘게 부서지며 지렁이처럼 움직였다. 땅덩이에서 생겨난 지렁이는 흙으로 빚어낸 듯했고 어떻게든 ‘두꺼비’의 입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냥 삼켜질 뿐이었다.
흙으로 빚어낸 지렁이 떼, 땅덩이를 삼킨 ‘두꺼비’의 가슴이 두툼해졌다.
‘두꺼비’의 눈은 그다음에야 띄었다.
세로로 찢긴 눈동자가 텅 빈 눈구멍 속에 박힌 듯한데,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보는 꼴이 희한했다. 마치 겨우 배를 채웠으니 이제야 주변을 둘러본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 눈동자의 움직임이 멎은 것은 ‘두꺼비’가 멀리 있는 생명의 맥동을 확인한 다음이었다. 수백 미터가 아닌 수백 킬로 저편에 보다 맛있을 것이 분명한 생명, 오래전에 자신을 감금하는 일에 나섰던 인간들이 있었다.
인류의 생명력을 감지한 ‘두꺼비’는 곧바로 그쪽으로 몸을 돌리며 다리를 모았다. 굳이 불을 지르고 흙을 파먹고, 나무를, 연못을 삼키며 느긋하게 힘을 키우기보다는 팔딱거리며 비명을 통해 다채로운 맛을 내주는 먹잇감을 노린 ‘두꺼비’가 힘차게 도약했다.
‘두꺼비’ 앞의 풍경이 뒤집혔고, ‘두꺼비’는 바닥에 내리꽂혔다.
콰앙!
뭔가랑 충돌했다.
단단하고 맛없는 회색의 강철…….
‘두꺼비’는 꿈틀거리는 강철의 속내를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두꺼비’는 자신이 원하던 방향과 전혀 다른 곳, 자신이 감금된 곳조차 아닌 어딘가에 내던져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회색의 강철을 두른 벌레 떼 역시 ‘두꺼비’와 공감한 모양이었다.
자신이 원하던 곳이 아닌 장소로 강제로 전이되었다는 사태에 대해 ‘두꺼비’가 뭔가 하기 전에 벌레 떼가 회색의 강철로 이뤄진 부리로 내리찍으며 먼저 움직였다. 그 속내는 분명히 벌레이지만 두르고 있는 회색의 강철로 이뤄진 형상은 거대한 새, 닭과 아주 많이 닮았지만 4, 5미터는 거뜬히 되는 크기인 괴조가 ‘두꺼비’를 공격하는 셈이었다.
괴조는 몹시 분개했다.
괴조의 형상을 이룬 회색의 강철 가죽 속에서 벌레 떼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괴조는 벌레 떼의 둥지였고, 요새였으며, 도시이기도 했다.
그 둥지가 이룬 형상, 괴조는 부리와 발톱, 거대한 손이 된 듯한 날개까지 움직여 벌레 떼에게 위협적인 불길을 두른 기괴한 존재를 공격하려 했다.
몸의 절반, 허리 어름의 뒷부분을 이글거리는 불꽃의 혹으로 채운 것이 흡사 불의 가죽을 두른 듯한 존재였기에 그 몸의 앞부분이 그저 압살(壓殺)해서 닿은 부분에 거처하는 벌레 떼만 죽이는 것보다 훨씬 위협적이란 점을 벌레 떼가 이해하고 있기에 빠른 대처를 하는 셈이었다.
이는 갑작스러운 충돌로 회색의 강철 아래로 전해진 뜨거움이 벌레 떼의 일부를 순식간에 구워버린 탓에 강요된 이해였고, 그로 인한 반격이기도 했다.
쿠웅.
그 격돌로 둔한 울림이 퍼졌다.
괴조의 강철 껍질이 울렸고, ‘두꺼비’의 이마에서 단단한 땅거죽이 울렸다.
그 울림, 연이어 서로를 타격하고 핥고 맛보는 격투는 금세 끝났다.
‘두꺼비’와 괴조 벌레 떼가 확실하게 상대를 가늠했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건 못 먹는다!
서로를 찢고 그 파편을 튕겨내며 확실하게 알아낸 현실이었다.
현실을 인식하고 굴복한 셈이었지만, 서로를 위협하는 자세가 풀리지는 않았다.
그저 슬슬 서로에게서 멀어지며 각자 갈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낼 뿐이었다.
세상은 넓고, 각자 선호하는 사냥터는 많으니까.
오래된 감금에서 풀려난 지금 먹지도 못하고 힘만 뺄 놈이랑 엮일 까닭이 없잖은가? 그냥 서로를 인정하고 갈라서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래서 ‘두꺼비’와 괴조 벌레 떼는 20미터가량의 간격을 벌리고 슬슬 각자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며 눈치를 보았다.
피슛.
가느다란 소리와 함께 불길 한 가닥이 치솟았다.
‘두꺼비’도, 괴조 벌레 떼도 움찔했다.
둘이 마주 보는 사이, 그 간격의 중심에서 치솟은 불의 막대는 대체 뭔가?
저 불길은 땅에서 치솟은 것인가, 아니면 땅으로 내리꽂힌 것인가?
너무 느닷없어서 어느 쪽인가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오래된 재앙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변까지 본능에 따라 둘러보려고 꿈틀거리는 순간이었다.
콰앗!
불기둥이 작은 산처럼 치솟았다.
터져 나간 불의 장막은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쳤다.
장막 안에서 격렬히 끓어오르는 불의 거품이 터지며 화염탄이 가차 없이 중심을 향해 퍼부어졌다.
‘두꺼비’와 괴조 벌레 떼는 이를 각자의 습성에 맞게 받아들였다.
‘두꺼비’는 혀를 내밀며 바람과 화염탄을 한꺼번에 휩쓸었고, 혀를 당겨 삼키며 자신의 체구를 키우려 했다.
괴조 벌레 떼는 밖의 뜨거움을 받아들여 강철 껍질 안에서 자신의 일부를 녹였고, 녹아 흐르는 벌레의 체액이 강철의 껍질 안쪽에 새로운 층을 만들어냈다. 외부의 뜨거움을 차단하며 한 겹 더 강철의 껍질을 두른 셈이었다.
그리고 둘 다 화산이 맺힌 거대한 주먹에 맞고 바닥에 짓이겨졌다.
화산탄이 쏟아지는 와중에 하늘까지 덮어버린 장막이 벼락처럼 떨궈지며 내지른 주먹이었다.
크고 강력한 주먹은 매우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