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4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48)
‘으아, 심하다!’
투란은 기억해냈다.
드레이크의 ‘삶’, 그 속에 담겨 있던 감금에 대한 기억.
어미 드레이크가 아직 어렸던, 완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했던 시절의 드레이크가 뿜어내는 불길을 단련시키기 위해 동굴에 처박고 밖에서 무너뜨린 일이었다.
무겁고 커다란 돌이었고, 다 자라지 못했던 드레이크는 그 돌을 발톱과 꼬리, 날개 따위로 밀고 파내서 나올 수가 없었다. 흠집을 만들고 긁을 수는 있었지만 무너져 내린 동굴, 그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드레이크가 할 수 있는 일은 꿈틀거리면서 겨우 숨을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드레이크는 숨을 쉬었고…… 자신의 숨결 속에 담긴 불꽃의 진정한 힘을 깨우쳐 배워야 했다. 크고 무겁고, 단단한 바위조차도 단숨에 관통해서 재가 되어 흩어지게 하는 불꽃…… 플레임 버스터라 일컬어지는 능력을 완성시킨 것이다.
‘키린, 어미 드레이크도 아니고!’
그렇게 자란 드레이크는 자신의 알을 품었고, 거기서 태어난 새끼를 지키지 못한 채 쓰러져야 했다. 고르고니아와 아르고누스, 둘이 꾸며놓은 기묘한 환경에 휩쓸려서…… 저 티탄 클래스라 꼽히는 거대한 지역에 깃든 몬스터의 영토에서!
―정신 차리고, 집중해. 잡념을 버리고 오러에 마음을 모으라고, 투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거든!
‘아, 네…….’
반복해서 울려오는 경고, 그리고 섬세한 오러의 지도(指導)에 따라서 투란은 집중하면서도 투덜거리는 생각을 살짝 떠올렸다. 여기에 대해 바위거북의 형상,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불꽃의 무늬는 가차 없이 호응하고 있었으니…….
“으켁!”
속살, 뼈의 안팎을 쿡쿡 쑤시는 아픈 감각이 바로 투란을 두들겼다.
열린 오러의 지각능력은 이 통증이 실제 상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게 해줬지만, 그래도 아픈 것은 아픈 것! 진짜 뜨겁게 달궈진 바늘로 살을 꿰고 뼈가 뚫리는 듯한 고통에 투란은 오러의 형상, 흐름에 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키린의 형상을 보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온몸을 감싼 바위거북의 형상에 집중하면 고통은 금세 가라앉고 지워지는 듯했으므로!
하지만 여기에 대해 바로 떠오르는 생각…….
‘너무해! 이건 옳지 않아!’
이는 바로 투란이 다시 입으로 아픈 소리를 내게 했다.
“으케켁!”
―집중하라고. 오러의 흐름, 형상을 분명하게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해. 몸이 저절로 주변상황에 반응하는 것을 감지하고, 관찰하라고.
키린의 형상이 방실거리는 웃음을 보이며 재촉하고 있었다.
제대로 하라고!
딴생각을 품으면 바로 쑤셔대는 불꽃,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란은 바위거북의 형상에 집중해야 했고…… 괴상하게도 그럴수록 몸이 점점 더 굳어지면서, 요리조리 굴러다니는 듯한 상태에 당황해야 했다.
마치 바위거북이 껍질 속에 팔다리, 머리를 홀랑 감춘 채로 진짜 바위가 된 것처럼 굴러다닌다는 이야기랑 똑같잖은가!
‘이건 아니지!’
이대로라면, 진짜 바위거북처럼 주변이 완전히 고요해지고 안전해질 때까지 이 꼴로 데굴거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투란은 이 우거진 숲과 샘가에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면서, 뒤섞여 나오는 기억을 토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절대로 이 우거진 숲의 짐승, 괴물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샘가에 모여들고, 구경하고, 사냥할 수 있는가를 살필 터!
그러면 그중에는 드레이크조차도 상대하기 싫어할 괴물이 섞여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정도 수준의 괴물이라면, 형상화된 오러로도 당해내지 못할 수 있고!
때문에 투란은 바위거북의 형상을 자신의 의지로 제어해야 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 생각을 하려면 키린의 불꽃이 방해를 한다?
‘이거 대체 무슨 뜻이지?’
배 속을 후비는 뜨거운 고통이 찾아왔지만, 투란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키린은 집중하라면서 왜 바위거북의 형상으로 투란을 억누르며 꼼짝도 못 하게 하는 것인가? 투란에게 키린은 무엇을 바라는가?
얌전히 여기서 바위처럼 형상화된 오러를 뒤집어쓰고 진짜 바위가 되는 것?
‘그건 아니야.’
혹은 투란이 곤란을 겪으면서 여기 죽어버리는 것?
그러려 했다면 키린은 굳이 이런 오러의 각인을 투란에게 심을 리가 없었다.
키린에게는 투란을 홀랑 태워 없애 버릴 기회가 넘쳐났는데, 굳이 이런 식으로 심술부리면서 죽게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키린은 투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불꽃이 그려내는 키린을 보면서, 불꽃의 무늬를 간직한 바위거북의 오러를 뼛속 깊이 느끼면서 투란은 고통 속에서 생각을 거듭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바위거북의 오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 흐름을 그대로 따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도달하고 말았다.
과연 그 생각이 맞을 것인가?
‘드라고니아, 뭐 할 말 없어?’
가슴 깊이 선명하게 작고 검은 무늬를 드러낸 문장 속으로 투란은 물음을 던져넣었다. 대답이 조금 느리고 먼 듯한 느낌이지만, 선명한 소리로서 투란의 뇌리를 물들이듯이 돌아왔다.
―형상화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구성과 해체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키린이 전하는 것은 오직 구성, 형상의 완성뿐이야. 아무래도 해체에 대해서는 투란, 너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라는 듯하군.
‘혹은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든가 말이지.’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이야기에 한 가지 생각을 덧붙였다.
이 상황에 대해 투란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위협, 그것은 이 오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 그 한계가 명확하듯 오러 윌더 역시도 오러를 무한히 지탱하며 재주를 부리지는 못한다. 비록 투란이 몬스터 엠블럼을 아주 특별하게 변화시켰다고 해도, 몬스터의 형상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제약을 벗어던졌다고 해도 오러까지 그럴 수 있을까?
키린은 투란이 이를 확인하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오러가 바닥났을 때, 다시 문장의 마력을 통해 몬스터의 형상을 꺼낼 수 있는가를 확인시켜 주려든가…….
그 의도가 어떻든, 투란은 지금 자신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키린이 들이대는 이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바위거북의 형상에 대해 완전히 배울 테고…….
‘마치 새, 불꽃새처럼.’
문득 투란은 마음속에 불꽃의 새를 품었다.
단단하게, 몸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바위거북과 다르게 불꽃새는 지상으로의 추락에 대한 염려는 하게 했어도 허공에서 자유롭게 온몸을 다룰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 만약 지금 투란이 오러를 불꽃새의 형상으로 유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투란이 자연스럽게 품은 의문, 고통과 함께 꺼내진 생각은 즉각 오러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바위거북의 형상 속에서 불꽃의 무늬가 꿈틀거렸고, 날개를 접고 웅크린 새의 형상이 바위 속에 자리 잡으려는 듯한 흐름이 생겨났다.
이 오러의 흐름은 투란에게 잠깐 주변을 엿볼 수 있는 틈을 줬다.
마치 바위 벽 속에 갇혀 있다가, 잠깐 바위 벽이 갈라지며 나타난 틈을 통해 건너편을 보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비비나비, 뿔비비가 또 있었나? 물사슴을 뜯어먹었어? 나도 건드렸고! 근데 지금 어디 갔…… 아, 저 윙거 아직도 저기 숨어서 노리는 건가!’
미세하고 작은 틈새였지만, 투란은 주변에서 벌어진 일의 단편을 파악했다.
뿔비비가 사냥해 놓은 물사슴은 등과 뱃가죽이 찢긴 채로 좀 뜯어 먹힌 꼴을 하고 있었고, 샘가에는 뿔비비의 것과 닮았으면서도 좀 작고 얕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투란이 웅크린 주변과 물사슴의 주변에 찍힌 두어 마리 분의 발자국은 숲에서 나와서 맴돌다가 갑자기 샘 쪽으로 끌린 듯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흔적이 끌려간 쪽, 샘 너머의 숲 틈새에서는 여전히 윙거라는 몬스터가 이쪽을 노려보는 중이었고!
잠시 열린 바위거북의 형상은 다시 닫혔고, 투란에게 보다 강한 압박을 가했다.
이렇게 되자 투란은 어느 정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위거북의 형상화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불꽃새를 형상화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면 일단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
과연 그것이 드라고니아가 말한 해체인가는 좀 애매하지만, 투란으로서는 더 이상 어떤 녀석들이 오가는지 모르는 상태로 오러만으로 버티는 위험을 더 감수하고 싶지 않았으니…….
‘이게 정답이었으면 좋겠어요, 키린.’
불꽃의 오러가 가해오는 고통을 느끼면서, 투란은 생각을 굳혔다.
바위거북의 형상만을 유지하려는 오러의 흐름 위로, 투란은 불꽃새의 형상을 강하게 염원하며 그 오러의 흐름을 일으키기 위해 집중했다.
투란을 감싼 오러, 불꽃의 무늬가 연이어 꿈틀거렸고 바위거북의 형상이 출렁거리게 했다. 그 속에서는 잔뜩 웅크린 불꽃새가 서서히 깃을 불끈거렸고,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 움찔거렸다.
투란에게 가해지는 통증이 조금 더 거세졌다.
완강하게 버티려 하는 바위거북의 형상이 더 깊이 투란의 몸에 스며들었고, 투란은 거기에 대항해서 자신의 의지를 따르는 불꽃새의 형상을 더 세게 끌어내려 집중했다.
기묘한 몸과 마음의 줄다리기는 잠시 이어졌고…… 결국 투란의 의지가 이끌어낸 불꽃새가 활짝 날개를 펼치는 순간에 끝났다.
곧바로 투란은 키린의 형상이 눈동자 속에서 웃으며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좋아, 이미 이룬 형상으로 새로 익힌 형상을 덧칠해서 해체하는 것. 괜찮은 방법이야. 하지만 올바른 대답에서는 살짝 벗어났어. 제어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한다는 점은 좋았지만…… 투란, 자기 자신을 이끌어냈으면 더 쉬웠을 거야.
‘에?’
투란은 잠깐 멍한 기분이 되었다.
오러, 몬스터 로드로서 오러를 끌어내는 방법이라고 맨 처음 배운 것이 무엇이던가!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의 형상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는 짓이 무엇이던가!
키린은 그 기본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투란이 이 바위거북의 형상을 강요하는 오러의 흐름 속에서 낑낑거리면서 시도하지 않은 짓이 분명했다.
―기본이 중요하긴 하지, 기본이니까.
드라고니아가 뭔가 밋밋하고, 뭔가 멋쩍은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야…….’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 기분이 투란을 울컥하게 했다.
이 울컥한 기분은 금세 사라졌다.
키린은 투란이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원했고, 투란이 모르는 이상한 답을 들이대지 않았다.
―형상의 전환도 결국은 익혀야 할 것이기는 해. 기본에서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때 말이야. 튼튼한 기본을 갖춘 다음, 서너 가지 형상을 익히고서 배우는 편이 좋기는 하지만…….
이어진 키린의 말은 투란을 살짝 안도하게 하고 있었다.
살짝 벗어난 대답을 하기는 한 모양인데, 그래도 결국 투란이 거쳐야 할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말이잖은가.
투란은 천천히 날개를 접으며, 일어섰고 곧 키린이 강조하는 기본에 따라서 자기 자신을 염원했다. 문장이 가장 빠르게 반응을 했고, 오러의 형상이 불꽃의 무늬를 짙게 드러내며 투란의 몸에 스며들어갔다.
천천히 손을 내려다보니, 붉은 문신처럼 일렁이던 불꽃의 오러가 서서히 몸 안쪽으로 스며오며 가라앉으며 자취를 감추는 광경이 선명하게 투란에게 느껴지고 보였다.
―투란, 형상을 갖췄다가 지우는 거는 거의 터득한 모양이네. 어때, 그동안 주변은 고요했나? 시끄럽지 않았어? 버틸 만한 위험이었어? 아니면 막 욕하고 싶을 정도로 위험했어?
뭔가 대꾸하고 싶었지만, 투란의 마음은 가벼운 정적과 고요에 물들었다.
키린은 분명히 투란에게 위험한 방식으로 오러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투란으로서도 떠올리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었다.
과연 키린이 투란에게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키린은…… 내가 키린을 의심하기를 바라는 건가?’
결국 투란은 이런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문은 곧 투란의 정신을 가볍게 휘저었고, 생각은 곧장 오러의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는 바로 키린을 그려내는 불꽃의 오러에 전해졌으니…….
―정답!
‘뭐가!’
흔들거리다가 다시 활짝 웃는 키린의 모습이 된 불꽃의 오러, 눈에 비치는 좋아라 하는 키린의 모습을 향해 투란은 대뜸 으르렁대듯이 되묻는 생각을 울려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로 직접적이면서, 분명한 대답이 나왔다.
―의심해, 투란.
이건 대체 무슨 뜻인가?